< 167. 낭만의 캠퍼스-36- >
***
"···넌 하서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옆방의 BJ, 공무원 시험 준비생 서윤이었다.
"여기서 뭐 해?"
"내가 내 집 앞에 나와 있는 게 뭐 어때서?"
서윤은 조금 취해 보였다.
발그레한 두 볼과 살짝 풀린 눈이 어딘가 귀여우면서도 처량한 느낌이 들게 했다. 술은 혼자 마신 걸까?
"집 앞인 게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문제지. 지금이 몇 신데 이러고 있어, 여자가 위험하게서리."
"헤-. 며칠째 안부도 묻지 않더니 걱정되긴 하나 보네?"
취했군. 서윤이 이중인격이긴 하지만 이렇게 막무가내인 성격은 아니다. 뭔가 힘든 일이라도 있는 걸까?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얼른 들어가. 밤공기 차."
"싫어. 너한테 할 말 있어서 기다린 거야."
"나한테?"
"집엔 맨날 늦게 들어오지, 연락처도 모르니 얼굴을 봐야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내가 연락처를 안 줬던가?
하긴 옆집에 산다고 딱히 번호를 알려준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새벽 늦게까지 문밖에서 기다릴 줄이야. 맞잡은 손이 차가워 괜스레 미안해진다.
"···알았어. 무슨 일인지 몰라도 일단 들어가서 얘기해."
나는 비틀거리는 서윤을 부축해 원룸으로 들어갔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서윤이 연신 술주정 했다.
"야, 너 왜 근데 누나한테 반말이니? 내가 너보다 누나잖아."
"네네, 제가 다 잘못했구요. 집 비번 좀 눌러주시죠."
"4489"
"남자한테 막 알려줘도 되는 거야?"
"풉-. 우리 사이에 무슨?"
서윤의 원룸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집안 곳곳에 성방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속이 다 비치는 란제리는 바닥에, 실리콘 재질의 딜도는 침대 위에 민망하게 자리했다.
"오늘 방송했었어?"
"아까 자정에."
"그럼 술은 또 언제 마신 거래?"
"방송 끝나고."
"가지가지 한다 참, 너도."
"가지? 냉장고에 남은 거 있는데 조림해줄까?"
"쓰다 남다니, 설마?"
"오이도 사놨어. 근데 그건 좀 아프더라. 돌기가 까슬까슬해 별로야."
"아이고 진짜 뭔 말을 못하겠네."
나는 서윤을 침대에 눕힌 후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그녀는 술기운에 몸을 가누기 힘들었는지 침대에 앉아마자 벌러덩 뒤로 쓰러져 버렸다. 그러고는 겉에 걸친 체크 남방이 귀찮아졌는지 아무렇게나 벗어 던졌다. 안에 받쳐 입은 흰 반 팔 티로 돌출된 젖꼭지가 보였다.
"헐, 너 노브라야?"
"어. 귀찮아서."
"이 상태로 술을 마셨다고?"
"그냥 편의점 벤치에 앉아 맥주 몇 캔 깐 거야."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내가 아는 서윤은 성인 방송을 할 때를 제외하곤 굉장히 자기 절제가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뒤죽박죽 엉망이 된 모습이다.
"너 요새 무슨 힘든 일 있어?"
"힘든 일!"
서윤이 그 말이 방아쇠가 된 듯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침상에 다릴 걸치고 앉아 나에게 따지듯 물었다.
"힘든 일 많지! 바로 너 때문에!"
"나?"
"너랑 방송 찍고 나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서윤이 참아왔던 응어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
"오늘은 여러분을 위해 가지를 준비했어요. 윗입으로 먹을까요, 아랫입으로 먹을까요?"
-우우. 언제까지 혼자 오나니 하는 것만 보여 줄거냐?
-컨텐츠 식상하다. 얼른 얼굴이나 까라고.
-저번에 나온 대물 배트맨 님은 다시 안 오나요? 저 어제도 그 녹화분 보고 한 발 뺐는데.
-대물남을 초대해라.
-대물! 대물!
서윤은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힐끔 거리며 마스크 사이로 몰래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 또 시작이구나.’
도훈을 초대해 찍은 영상은 주간 베스트까지 올랐다. 그 덕에 단골 시청자도 대폭 늘고, 수입도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
새로 유입된 시청자들이 대물 배트맨을 연호하기 시작하면서 서윤의 댓글 창은 눈에 띄게 지저분해졌다. 그들은 BJ가영의 원맨쇼를 원하는 게 아니었다. 바로 역대급 분수쇼를 연출했던 대물남과의 콜라보를 기대하고 있었다.
"여러분, 아쉽게도 배트맨님은 지금 고담 시티를 지키느라 너무 바쁘시네요. 오늘은 저 혼자라도···"
-집어 치워.
-아오, 돈 아깝다
-대물남 다시 나기 전까지 절대 안 봄.
-얼굴부터 공개하라니까?
-얼굴은 됐고, 배트맨님 초대 좀.
결국 서윤은 평소보다 이른 방종을 해야 했다.
세상에 남자 게스트에 밀린 여자BJ라니··· 아무리 프로BJ라지만, 이런 식의 굴욕적인 대우를 받고도 멘탈을 유지하긴 어려운 일이었다.
"이게 불과 3시간 전에 일이야. 너 출연하고 나서 며칠 반짝 수익 오르고는, 오히려 매출이 더 감소했다고!"
"저런···. 그런 일이 있었구나. 속상했겠네. 미안."
도훈의 진심어린 사과에 서윤도 더는 짜증 낼 수 없었다. 엄밀히 말해 도훈은 전혀 잘못한 게 없었다. 단지 스스로 열등감에 괜히 투정 부리고 있다는 걸 자신도 알고 있었다.
"칫. 네가 그렇게 사과해버리니까 나만 우스운 사람 됐잖아. 뭐야 진짜 너."
"흠···."
서윤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을 이었다.
"실은 며칠 만 더 방송하고 한 동안 휴방할 계획이었어."
"휴방이라고?"
"시험이 3주 앞으로 다가와 이제부터 진짜 빡공해야 되거든.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순 없잖아. 나 평생 이거 할 건 아니니까."
그녀가 말한 시험은 서울시 9급 공채.
뉴스에선 이번에도 사상 최대의 경쟁률을 갱신할 거로 예상했다. 방송과 병행하며 마무리를 할 만큼 녹록한 시험은 아니었다.
"그래서 바짝 수익 좀 땡겨보려 했는데 이 지경이 되었으니···."
그녀가 BJ 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자신의 생계와 아버지 병원비를 부담하는 것을 알고 있던 도훈은 더욱 안타까웠다. 좋은 마음에 도와주려다 민폐만 끼치고 만 것이다.
"혼자서 술 마실만 했구나."
"그치? 나 오늘 좀 취한 것 같은데 너가 이해해주라. 네 책임이 없다고도 할 수 없으니까."
"알겠어."
도훈은 답답한 마음에 물끄러미 모니터 위에 달린 웹캠을 응시했다.
저 조그만 카메라를 통해 수많은 남정네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성방BJ들. 그네들의 화려한 이면에는 남모를 고충과 애환이 있었다. 속으론 울고 있어도 겉은 웃을 수밖에 없는.
도훈은 그녀를 돕고 싶었다. 힘든 삶속에서도 꿋꿋이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는 그녀가 부디 잘 되길 바랐다.
"좋아. 이렇게 하자."
"뭐."
"내가 한 번 더 출연할게."
"···정말?"
사실 이 말은 서윤이 먼저 제안하려 했다.
하지만 복학한지 얼마 안 된 도훈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도 나름의 인생 계획이 있을 테니까. 개강으로 정신없을 그에게 자신이 필요하니 방송에 나오라는 말을 꺼내기가 너무 미안했다.
혼자 술을 마신 것도 술기운을 빌어 그에게 부탁할 용기를 내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막상 도훈의 면전에 이르자 차마 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먼저 도훈이 입을 연 것이다. 물론 그것은 도훈의 세심한 배려였다.
"이미 한번 했는데 두 번이라고 못할 건 뭐야? 저번에 시간 되면 출연한다 했잖아. 어차피 휴방하고 나면 한동안 찍고 싶어도 못할 거 아냐. 이 기회에 용돈이나 버는 셈 치지 뭐."
"힝···. 고마워 도훈아!"
감격한 서윤이 와락 도훈에게 안겼다. 속옷을 안 입어 뭉클한 가슴의 촉감이 고스란히 느껴지자 도훈은 자신도 모르게 자극이 되었다.
‘으읏, 이럼 안 되는데···.’
아직까지 미나와 벌인 여파가 남아있었다. 발기가 시작되자 좆 끝에 찌릿한 통증이 밀려왔다.
‘지금 또 했다간 진짜 귀두가 헐어 버릴 거야.’
도훈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윤은 부풀기 시작한 텐트를 쳐다 보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에 물 좀 빼줄까?"
"그게 오늘은 좀···."
"왜? 자기 전에 빼면 잠도 솔솔 잘 온다던데?"
‘애는 그런 걸 또 어디서 들었담? 시청자가 말해줬나?’
"아, 아니 오늘은 컨디션이···."
거듭된 도훈의 거절에 서윤이 살짝 뿔이 났다.
"뭐야? 이제 나랑은 하기 싫은 거야? 한 번 먹고나니 흥미가 떨어졌어?"
"무,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니 태도가 지금 그렇잖아. 가만··· 너 설마 다른 여자랑 벌써 하고 온거야?"
서윤의 추궁에 도훈은 순간 턱-하고 말문이 막혔다.
그녀와는 금전적(?)으로 얽힌 가벼운 사이라 생각했건만 막상 질투에 불타는 눈빛을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무, 무슨 소리야. 나 여친도 없는 거 알면서."
서윤이 팔짱을 끼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흠! 뭔가 수상한데?"
"아니래도 그래. 내가 했으면 했다고 하지. 너한테 거짓말할 이유가 없잖아."
"확인해 본다?"
"뭐, 뭘?"
"양을 보면 알지. 한 번 뺐는지 아닌지."
서윤은 느닷없이 도훈의 바지 지퍼를 끌어 내렸다. 그리고는 팬티 속에서 물건을 끄집어냈다. 실로 전광석화 같은 동작.
"엇, 지금 뭐하는 거야?"
"말했잖아. 확인한 다고."
"야, 너 진짜!"
도훈은 서윤을 밀쳐내려 했지만 대물이 입에 물리는 순간 온 몸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흐아. 꼼짝 못하겠어.’
[주인님 이건 강간이나 다름없습니다. 단호하게 내치십시오.]
‘···안 돼. 이미 늦었어. 난 잦이 물리면 꼼짝 못한단 말이야.’
[네? 어째서죠?]
‘네가 남자로 태어나 보면 알 거야.’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종족이군요. 인간들이란.]
서윤의 입속으로 들어간 도훈의 물건은 급속도로 부풀기 시작했다. 귀두에서 찌릿한 통증이 밀려왔지만, 그보다는 쾌락의 크기가 더 컸다.
"으으!"
평소 방송에서 소시지로 단련한 그녀의 펠라치오는 엄청난 스킬을 자랑했다. 미나가 프로급 대딸러라면, 서윤은 입봊이의 마스터랄까?
도훈은 의자 팔걸이를 움켜쥐며 머리를 쳐들었다. 본인이 의지와 상관없이 반응하는 대물이 조금은 원망스러웠다.
"헤헤. 이렇게 금세 커질 거면서."
서윤은 바짝 선 도훈의 대물을 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야. 그렇게 빠는 데 안 커지고 배기냐?"
"히히. 이제 물 빼고 싶지?"
"나 근데 진짜 컨디션 별로란 말이야.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내내 회식하고 와서 피곤해."
"칫. 알겠어. 그럼 오늘은 입으로만 해줄게."
서윤은 대물을 손으로 잡더니 옥수수를 털 듯 옆으로 고개를 올려 혀를 할짝거렸다. 한 손은 팬티 속에 넣어 늘어진 불알을 마음껏 주무르며, 다른 한손은 가슴 쪽으로 뻗어 도훈의 젖꼭지를 어루만졌다.
"윽!"
유두가 딱히 성감대는 아니었지만 도훈은 서윤의 적극적인 애무에 슬슬 몸이 달았다. 불과 한 시간 전에 미나와 격전(?)을 벌인 것은 이미 홀라당 잊어버린 체였다.
"잠깐 그대로 있어봐."
도훈의 대물을 물고 빨던 서윤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부엌을 들러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피포트에 물을 데워 텀블러에 따르는 한편, 냉장고 윗칸을 열어 뭔가를 꺼내 들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기다리고 있어봐."
그녀는 잠시 후 텀블러와 그릇을 하나 챙겨왔다. 도훈이 그릇 안을 힐끔 보니 냉동 칸에 얼려둔 얼음이 들어있었다.
"얼음은 왜 가져왔어?"
"후훗. 니가 너무 뜨거운 것 같아서 식혀주려고."
서윤은 얼음 몇 조각을 입에 삼키더니 한참을 입안에서 굴렸다. 그리고는 다시 그릇에 남은 얼음을 뱉었다.
"이게 뭔···."
"후훗. 제법 시원할 거야."
얼음을 뱉어낸 서윤이 곧바로 도훈의 대물을 집어 삼켰다.
***
으엇! 이런 건 또 무슨 기술이야?
얼음을 담았던 서윤의 입안은 몹시 차가우면서도 보드라웠다. 항상 체온과 비슷한 온도만 느끼다 갑작스레 얼음골처럼 차가운 입안의 상태에, 나도 모르게 온 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어때?"
"으음, 나쁘진 않는데? 뭔가 신기한 촉감이야."
"도훈이 니껀 너무 뜨거워. 활활 타오르는 불기둥 같아. 그래서 좀 식혀주고 싶었어."
"근데 너무 오래하면 불알까지 쪼그라들지도."
"후훗. 걱정 마."
서윤은 이번엔 텀블러를 집어 들었다. 아까 커피 포트로 데운 물을 담은 것이다.
"팔팔 끓이지 않아서 많이 뜨겁진 않을 거야."
서윤은 텀블러에 담은 물을 입에 머금더니 삼키지도 않고 그대로 대물을 물었다. 살짝 흘러나온 물이 팬티를 적셨지만, 뜨뜻한 용액 속에 담긴 물건의 느낌이 굉장히 야릇했다. 마치 양수에 들어있던 느낌이 이러할까?
"아흣."
짧은 순간 냉탕과 온탕을 오간 나는 곧바로 흥분하고 말았다. 사까시도 좋지만, 역시 입으로만 하는 것은 항상 2% 부족하다.
"못 참겠다."
"히히. 결국 이럴 거면서."
"네가 자꾸 요망한 짓을 하니까 그렇지."
"히, 벗겨줘."
나는 빠르게 서윤의 옷을 벗겼다. 노브라 상태인 흰 티를 끌어 올리자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쏟아지듯 튀어나왔다.
갑자기 장난기가 동한 나는 그녀의 핑크빛 젖꼭지를 괴롭히고 싶어졌다.
"침대에 누워봐."
"지금?"
"애무 해줄게."
"바로 넣어도 돼. 니꺼 빨면서 다 젖었어."
서윤이 내 손을 자신의 팬티 속으로 잡아끌었다. 과연 그녀의 말대로 밑은 이미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그래도 절차는 밟아야지. 일단 누워."
"알았어."
서윤이 팬티만 입은 체 다소곳이 침대에 몸을 눕혔다.
"혹시 잠잘 때 쓰는 수면안대있어?"
"응. 저기 협탁 서랍에."
나는 검은색 안대를 꺼내 서윤에게 건넸다.
"이거 써."
"응?"
서윤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시키는 대로 안대를 둘러썼다.
"앞이 안보이니까 괜히 긴장되네."
‘이제부터 좀 더 긴장해야 될 걸?’
나는 그릇에 담겨 있던 얼음 조각을 집어 들었다.
< 167. 낭만의 캠퍼스-36-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