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84화 (164/2,000)

< 166. 낭만의 캠퍼스-35- >

***

도훈은 미나를 택시 태워 보내고 홀로 집으로 걸어갔다.

늦은 시간이지만 한적한 새벽 거리를 걸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흐아. 지친다 지쳐.’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진이 다 빠져버렸어.’

[일반인치곤 대단한 상대였습니다. 조임도 조임이지만, 프로 뺨치는 대딸 서비스라니···. 오랜만에 만난 호적수였달까요?]

‘좀 더 나를 단련시킬 필요가 있겠어. 조이기 한판에 그렇게 넉다운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어.’

[너무 염려 마십시오. 마침 주인님을 위한 스페셜한 이벤트가 준비되었으니까요.]

‘이벤트라니?’

[디스플레이를 참조해 주십시오.]

스마트 워치 화면을 보니 처음 보는 메뉴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EVENT★

-도전과 응전-

"당신의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상대가 나타났습니다! 강한 상대는 존재 자체만으로 플레이어의 성장을 촉진합니다."

‘어라? 이게 뭐야?’

[미션이나 위업과는 다른 또 다른 방식의 퀘스트입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게 하면 랜덤하게 발생하도록 설정되어 있지요.]

‘설마 그 조건이 미나와 한판 벌이는 거였어? 애초에 이건 미션의 일부였잖아? 미션 보상으로 이벤트가 발생했다는 뜻인가?’

[아닙니다. 미션과는 별도입니다. 미션 보상으로 ‘아직 한발 남았다.’ 스킬 역시 습득하셨고요. 정보창을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도훈은 빠르게 본인의 정보창을 열어 스킬 부분을 확인했다. 스킬 정보엔 그간 갱신된 변경사항들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스킬 : 현재까지 보유한 스킬 개수 (4)

*정보창(1Lv)

-상대의 스텟 정보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애무 포인트 항목이 새롭게 개방되었습니다.

*재능 모방자(3Lv)

-상대의 운동 재능을 모방할 수 있습니다.

-핸드볼 적성(재능 공여자, 오수정)이 생성되었습니다.

-보디빌딩 적성(재능 공여자, 송미나)이 생성되었습니다.

*싸이코메트리(2Lv)

-사물에 담긴 기억을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아직 한발 남았다(1Lv)

-사정 즉시 발기력을 회복하여 2 연사를 가능케 합니다.

-재사용대기 1주일.

-다음 스킬 레벨로 올리기 위해선 100포인트 필요합니다.

-다음 스킬 레벨에 도달하면 재사용 대기시간이 10%(16시간48분)감소합니다.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새롭게 받은 스킬과 더불어 정보창의 새로운 옵션 및 재능모방자 스킬을 통해 획득한 두 가지 운동적성이 추가되었습니다.]

‘오, 갈수록 스킬이 다양해지네. 그나저나 미나도 트레이너다 보니 운동적성이 있었구나.’

[네, 보디빌딩 역시 운동의 일종이니까요. 근육의 빠른 생성과 유지, 그리고 비시즌과 시즌을 구분한 식단관리 기법 등의 지식이 추가되었습니다. 앞으로 몸매 관리가 한결 쉬우실 겁니다.]

‘듣기 좋은 소리군. 참, 이벤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봐. 어째서 미션을 수행했는데 이벤트가 뜬 거야?’

[금번 이벤트는 미션과 무관합니다. ‘도전과 응전’ 이벤트는 주인님께서 그녀의 조이기에 정식으로 응하셨기 때문에 발동된 것입니다.]

‘정말? 어쨌든 좋은 거지?’

[그렇죠. 이벤트는 플레이어의 성장을 돕는 특전이나 마찬가지니까요.]

‘특전?’

[이벤트가 발동되면 아이템이나 스킬 같은 것이 공짜로 제공됩니다. 한마디로 복권에 당첨되신 것이나 마찬가지란 소리죠.]

‘오옷! 그럼 완전 대박이잖아? 가만, 로시 너 근데 나 아까 말리지 않았던가?’

도훈은 송미나의 조이기에 도전할 당시 자신을 만류하던 로시의 모습이 떠올라 물었다.

[죄송합니다. 그때는 저도 몰랐습니다. 이벤트 발동 조건은 저로서는 접근할 수 없는 고급 정보거든요. 그것을 미리 아는 것은 공략집을 들고 플레이하는 것과 다름없는 치팅 행위니까요.]

‘공략집? 치팅? 넌 이게 무슨 게임인 줄 아는 거야? 이거 실화야 인마! 리얼 라이프!’

[···후후. 글쎄요. 인생은 또 다른 게임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도훈은 로시의 대답에서 알 수 없는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발 딛고 선 이 땅이 어쩌면 또 다른 가상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든 것이었다.

장자가 그랬던가?

나비의 꿈을 꾸고 깨어나니, 자신이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장자의 꿈을 꾸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사실 자신의 육신은 여전히 저승에 있고, 영화 메트릭스의 세계관처럼 뇌파의 자극만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공간을 떠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

상대의 생각을 읽고, 시간의 상대성마저 구현되는 마당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정이 무리한 억측만은 아닐 것이다.

"···분명 빨간약을 삼킨 기억은 없었는데 말이지."

[네? 뜬금없이 무슨 약 타령입니까?]

‘아, 아니야. 아무것도.’

잠시 진지해졌던 도훈은 복잡한 생각은 집어치우기로 했다.

어차피 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여러 곳 있고, 범우주적으로 플레이어가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도 발휘할 수 있다.

설사 이 모든 것들이 신의 심심풀이로 만든 게임 속 세상인들 또 어떤가?

어차피 자신은 선택받은 플레이어. 그 사실만으로 NPC나 다름없는 남들에 비해 월등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진실이 무엇이건 간에 자신은 현재를 즐기면 그만.

막말로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심지어 그는 실제로 한 번 죽어본 적도 있었다.

‘아무튼 이벤트 특전이란 게 뭐야?’

[금번에 발생한 ‘도전과 응전’ 이벤트에선 주인님의 정력을 강화할 수 있는 ‘카사노바의 반지’가 제공됩니다.]

‘카사노바의 반지? 아이템인가?’

[네. 상세 설명을 보시겠습니까?]

‘띄워봐.’

「카사노바의 반지」 - 사용자의 정력을 증진하는 성장형 아이템. 플레이어의 레벨에 연동하여 발기 지속력, 강직도, 사이즈 등이 강화됩니다.

‘우옷! 성장형 아이템? 이런 종류는 처음 보는데?’

[간단히 설명하면 플레이어 레벨이 오를 때 성적인 능력도 함께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최상급 아이템입니다. 주인님 같은 분께는 꼭 필요한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까 내 플레이어 레벨을 올리면 위에 말한 발기 지속력이나 강직도, 사이즈 등을 올릴 수 있다고? 사이즈는 지금도 충분한데?’

[당연히 길이를 의미하는 게 아닙니다. 길이는 주요 스텟에 포함된 수치기 때문에 포인트를 이용하여 소모성 아이템을 구매하시는 경우에만 확장이 가능합니다.]

‘그럼?’

[카사노바의 반지가 강화하는 것은 바로 굵기입니다.]

‘아, 굵기!’

최초 300이란 수치를 재분배할 당시 키와 지능 그리고 물건의 길이를 각각 나누었다.

그러나 몸무게라든가 시력, 혹은 물건의 굵기 등의 세부 스텟은 논외 대상. 카사노바의 반지는 바로 주요 스텟이 다루지 않는 범위, 그중에서도 성 기능과 관련된 분야를 변화시키는 아이템이었다.

로시가 계속 설명했다.

[성장형 아이템은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는 미미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상당한 스텟의 향상을 가져옵니다. 앞으로 주인님의 레벨을 올라실 때마다 세부 스텟을 직접 조정하신다면 카사노바 부럽지 않은 정력을 보유하실 수 있을 겁니다.]

‘드디어 대물을 단련시킬 수단이 확보된 셈이군.’

[그렇죠. 앞으로 수많은 은거 고수를 상대하셔야 할 텐데, 이 정도 특전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거봐. 송미나에게 도전한 게 헛짓거리는 아니었잖아?’

[결과론적인 이야기일 뿐입니다. 질 수축도 95%를 감당하기엔 분명 무리였으니까요.]

‘됐고. 반지는 어딨어?’

[이벤트 특전으로 수령된 반지가 지정된 위치로 전송될 예정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후 도훈의 호주머니 속에 반지가 순간 이동되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이 세상의 물리법칙을 거스르는 초자연 현상들이 마냥 신기한 도훈이었다.

도훈이 주머니를 뒤져 반지를 꺼냈다. 반지는 단순한 형태의 금가락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로등 불빛에 반지 안쪽을 살피는 도훈을 향해 로시가 물었다.

[지금 뭘 확인하시는 건가요?]

‘어. 혹시 14k인가 해서.’

[······.]

‘농담이야 인마. 아무 특징도 없는데? 이게 정말 최상급 아이템이라고?’

[외형은 전혀 중요치 않습니다. 겉은 금반지처럼 보이시겠지만 실제 금으로 만든 소재도 아니고요. 일반인들이 의심하지 않도록 가장 익숙한 형태로 변형된 것뿐입니다. 한번 착용해 보시겠습니까?]

도훈은 카사노바의 반지를 왼손에 끼려다가 문득 생각을 바꿔 오른손에 찼다.

‘만에 하나 커플링으로 오해하면 설명 귀찮으니까. 우정 반지라고 해야겠어.’

[반지의 착용 위치에 따라 타인의 인간관계를 확정하는 것은 참으로 비합리적인 판단이군요. 그런 것쯤 얼마든지 속일 수 있을 텐데요.]

‘본래 인간이란 그런 거야. 바람피울 땐 결혼반지도 몰래 빼놓을 거면서 항상 소지해야 한단 말이지.’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어. 마누라 안심시키려고.’

[흠, 저로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풍습이군요. 좌우간 반지를 시계방향으로 돌리시면 디스플레이에 주인님의 세부 스텟이 표시될 것입니다.]

로시의 말처럼 반지를 살짝 돌리자 도훈의 대물에 대한 스텟이 화면에 띄워졌다.

[보유자 : 이도훈(23)]

길이 : 18cm

직경 : 4cm

발기 지속력 : 45Min

발기 강도 : 92

회복 시간 : 25Min

일일 최대 사정 횟수 : 6회

굴곡률 : 4°

1회 평균 사정 양 : 3mm

생전 처음 본 된 대물 세부 스텟에 도훈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헐, 이렇게나 상세하게 나온단 말이야?’

[수치를 직접 누르시면 세부 내용이 나오지만 제가 짤막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해봐.’

[앞서 말씀드린 데로 길이의 경우 확장은 불가합니다. 그 외에 모든 세부 스텟은 플레이어 레벨 업에 따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오케이. 어차피 아직 서양으로 진출할 생각 없으니까 길이는 충분하다고.’

[우선 직경은 가장 두꺼운 부분을 측정한 수치입니다. 주인님의 경우 귀두 부근의 둘레를 기준으로 했으며, 차후 성장 포인트 재분배에 따라 지금보다 더 두껍게 만드실 수 있습니다.]

‘두께도 뭐 이 정도면···.’

[발기 지속력은 최대강도의 90% 이상인 상태로 얼마나 유지하는지를 보여줍니다. 현재 주인님은 45분가량 지속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성장 포인트를 통해 늘리는 것이 가능하며 다른 스킬이나 아이템 등의 보조를 받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오케이, 다음.’

[송미나 양의 조이기에 패한 것은 바로 발기 강도가 문제였습니다.]

‘뭐라고?’

도훈의 눈이 번쩍 뜨였다.

[비교를 통해 설명 드리죠. 주인님의 페시브 스킬 관상쟁이로 보았을 때 육정음 양의 질 수축도는 90%, 송미나 양은 95%였습니다.]

‘그럼 설마 강직도 92라는 것이···.’

[맞습니다. 여성의 질 수축도에 저항하는 남성의 강도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질 수축도 90인 정음양에겐 버틸 수 있었지만, 95인 송미나에겐 여지없이 패한 것이지요.]

‘고작 3정도의 차이로 그렇게 확연히 밀렸다고?’

[양팔 저울을 떠올려 보십시오.]

‘양팔 저울?’

[어느 한쪽이 단 1g이라도 많다면 균형은 무조건 한쪽으로 기울어집니다. 힘과 힘의 대결이란 본래 그런 것이지요.]

‘쳇. 아슬아슬했구만. 그럼 다음 레벨업 때 그 성장 포인트란 걸 이용해서 강도를 보강하면 되는 건가?’

[성장 포인트는 레벨업 당 5씩 주어집니다. 또 항목에 따라 변환 값이 적용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사용하셔야 합니다. 가령 굵기에 전부 5포인트를 투자하셔도 변환 공식에 따라 0.1cm 늘어나는 것에 그치니까요.]

‘0.1? 그럼 강도는 얼마나 오르는데?’

[강도의 변환 값은 x0.5입니다. 5포인트 모두 투자 시 2.5 증가하겠군요.]

도훈은 빠르게 머릴 굴렸다.

발기 강도가 현재보다 2.5 증가할 시 94.5!

그렇게 해도 송미나가 가직 95%에는 아슬아슬하게 못 친다.

‘체엣. 좋다 말았네.’

[조급해 마십시오. 말씀드렸듯이 레벨업을 하실 때마다 5포인트가 새롭게 주어지기 때문에 차후에라도 얼마든지 상향시킬 수 있습니다. 고수에 오르신다면 지금보다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실 겁니다.]

‘한마디로 길게 보라는 의미구나.’

[말 그대로 성장형 아이템이니까요.]

‘좋아. 다른 것도 설명해봐.’

로시는 이후로 회복 시간이니 최대 사정횟수니 하는 항목들을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도훈의 관심을 끈 것은 굴곡률에 대한 것이었다.

[주인님의 휘어짐 정도는 4°로 극히 정상입니다. 거의 직선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가만. 그럼 굴곡률을 올리면 그게 바나나처럼 휘어진다는 소리야?’

[그렇습니다. 본래 야구도 직구보단 변화구가 더 잘 먹히는 법이잖습니까?]

‘호오라. 왠지 솔깃해지는군.’

그렇게 한참을 로시와 대화를 나누며 걷는 동안 도훈은 어느덧 원룸 앞에 도착했다.

"담배나 한 대 빨고 들어 가야겠다."

자기 전 마지막 담배라고 생각하며 도훈이 불을 붙이는데 누군가 어둠 속에서 말을 걸어왔다.

"···생각보다 집에 늦게 들어오네?"

"엇!"

깜짝 놀란 도훈이 담배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이 늦은 새벽에 누군가 말을 걸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누, 누구야?"

건물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인영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 166. 낭만의 캠퍼스-35- > 끝

ⓒ 성난불기둥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