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 낭만의 캠퍼스-32- >
도훈은 남자 샤워실에 들어가면서부터 옷을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입구부터 늘어진 옷가지는 눈길에 남겨진 발자국처럼 그를 뒤따랐다.
쏴아아아-
잠시 후 뜨거운 수증기가 깔리며 샤워장 내부를 뿌옇게 만들었다. 도훈은 온몸 구석 구석 꼼꼼히 비누칠을 했다. 특히 사타구니 주변은 과도할 만큼 빡빡 씻었다.
‘똥꼬까지 깔끔하게 씻어야지.’
콧노래가 절로 났다.
100평 넘는 헬스장이 둘 만의 초대형 모텔로 탈바꿈되었다. 운동을 위해 마련된 기구들은 이제 다양한 체위를 돕는 보조기구가 될 처지.
‘분명 미나도 긴장하고 있겠지?’
과연 도훈의 예상대로였다.
불 꺼진 헬스장에서 우두커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미나는 샤워장에서 들리는 물소리에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오므렸다. 입안이 바짝 마르고 손에는 땀이 찼다.
‘내가 왜 이러지?’
분명 그것은 심신이 긴장했을 때 나타나는 징후.
단지 샤워실에서 도훈이 씻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몸에 반응이 온 것이었다.
‘도훈이 샤워실에서 나와 날 덮치기라도 한다면···.’
미나는 아무도 없는 헬스장에서 도훈에게 강제로 덮쳐지는 상상을 했다.
어느덧 새벽 1시가 넘은 시각.
설사 소릴 질러도 불 꺼진 빌딩 4층으론 누구도 와주지 않을 것이다.
심야의 헬스장은 그 자체가 거대한 밀실이나 마찬가지였다.
‘아, 정말로 그럼 어떡하지? 침착하게 설득해야 하나?’
미나는 말로 도훈을 타이르는 장면을 그렸다.
-이러면 안 돼, 도훈아. 제발 이성적으로 생각해.
-이건 강간이야. 이런 식은 싫어.
-아악, 그렇게 거칠게···
상상은 꼬리를 물고 계속되었고, 급기야 알몸이 된 도훈이 자신의 옷을 벗기는 장면에 이르렀다.
주륵-
그리고 그 순간 미나는 자신의 팬티가 축축해진 것을 느꼈다.
‘세, 세상에! 나 지금 젖은 거야?’
기이한 일이었다.
강간당하는 장면을 떠올리는데 불쾌하거나 두려운 것이 아니라 밑이 젖어버리다니···. 도훈과 섹스를 하고 싶은 쪽은 오히려 자신이었나 하는 생각에, 미나는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워졌다.
‘자극을 너무 심하게 받았나 봐···. 나 어떡해.’
그녀가 전전긍긍하는 데 갑자기 샤워장 안쪽에서 도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밖에 있어요?"
"어. 얼른 나와."
미나가 애써 침착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도훈의 말이 그녀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저 수건이 없어서 그런데 혹시 남는 수건 좀 있으세요?"
헬스장은 목욕탕이 아니다.
당연히 수건은 개인 지참.
"너 수건 안 챙겼니?"
"깜빡했어요."
"지금 있는 거라곤 스포츠 타올 뿐인데···."
"그거라도 가져 다 주실래요? 죄송해요."
긴 직사각 모양의 스포츠 타올은 카운터에 비치되어 있었다. 미나는 스포츠 타올 여러 장을 챙겨 남자 샤워장으로 향했다.
‘으! 이게 뭐라고 떨린담?’
샤워장으로 가는 내내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만약 도훈의 알몸이라도 보게 된다면?
그러나 다행히(?) 도훈은 샤워장 안에서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었다. 불투명 유리창 너머로 그의 실루엣이 비추자 미나가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문에 걸어 놓고 갈게."
"네. 고마워요."
생각 같아선 문을 활짝 열어 도훈의 대물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런 짓을 벌일 순 없었다. 샤워실 문고리에 타올을 거는데 뱀 허물처럼 아무렇게 벗어 던져진 도훈의 옷가지가 눈에 밟혔다.
‘애는 무슨 옷을 이렇게 벗어 놨담?’
한쪽에 가지런히 모으기 위해 옷가지를 수습하는중 도훈의 팬티가 보였다.
‘앗, 이건.’
여성의 팬티와 마찬가지로 남성의 팬티도 체취가 묻어나기 마련.
갓 벗은 도훈의 팬티에선 남성 특유의 큼큼한 냄새가 모락모락 올라왔다. 그것은 결코 유쾌한 냄새는 아니었지만, 어째서인지 미나의 후각을 강렬하게 잡아끌었다.
‘마, 맡고 싶어.’
아직 도훈은 샤워장 들어 있는 상황. 밖에서 자신이 팬티 냄새를 맡는다고 한들 알 길이 없을 것이다.
‘아, 안 돼! 송미나, 미쳤어? 무슨 변태 같은 생각을 하는 건데?’
팬티를 손가락에 집어 든 미나는 내면의 갈등으로 폭발할 것 같았다. 본능이 이끄는 데로 움직이기엔 그녀는 너무나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이런 걸 고민한다는 사실 자체가 수치스러운 기분을 들게 했다.
‘칫! 이게 다 도훈이 녀석 때문이야! 날 그렇게 자극하니까···.’
그때 팬티 안쪽에 뭔가 자국이 보였다.
뭔가 말라붙은 하얀 자국이었다.
‘헛. 설마···.’
소변은 이런 식으로 자국을 남기지 않는다.
분명 이는 도훈이 흘린 정액, 혹은 쿠퍼액의 흔적이었다. 그녀는 팬티에 묻은 자국을 보는 순간 갑자기 안도감이 들었다.
‘모야? 나랑 얘기하면서 흘렸던 거야?’
흥분한 건 자신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갑자기 안도감이 들었다.
‘도훈이 요 녀석, 앙큼하긴. 나랑 하고 싶었나 보네? 풉-.’
그때 도훈이 바깥 문걸이에 걸린 수건을 챙기러 샤워장의 문을 열었다.
"앗! 누, 누나 여기서 뭐 해요?"
"미, 미안. 옷이 바닥에 떨어져 있어서 정리해 준다고···."
미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도훈의 하반신으로 향했다.
그리고 보고야 말았다.
왕성하게 발기된 도훈의 대물을.
***
껄떡-
나는 보란 듯이 잦이를 한 번 흔들었다.
"꺄악! 뭐, 뭐야!"
미나가 손바닥으로 두 눈을 가린 체 주저앉았다. 나는 고의가 아니라는 것처럼 황급히 수건을 집어 아랫도리에 둘렀다.
"왜 안 나가고 있어요!"
"말했잖아! 옷 정리해 준다고···. 너, 그, 그건 뭔데? 왜 그게 커져 있어?"
"저 원래 샤워할 때 커진단 말이에요!"
"모, 몰라. 얼른 가려."
"진작 수건으로 가렸어요."
수건으로 가렸다는 말에 미나가 손가락 사이의 틈을 벌리며 다시 힐끔거렸다. 나는 일부러 복근에 힘을 주어 알토란처럼 쏙쏙 틀어박힌 식스팩을 만들어냈다.
미나의 동공이 확장되며 목울대가 꿀렁거렸다.
어때? 내 복근 직접 보긴 처음이지?
사실 지금 타이밍에 밖으로 나온 것은 불투명 유리 반대편에 그녀의 실루엣이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우연을 가장한 고의랄까?
나의 대물을 바로 앞에서 목도한 지금, 철벽을 자랑하는 그녀도 수비벽도 구멍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그 구멍에 슬슬 물이 차오르겠지.
폭이 좁은 스포츠 타올은 하의 실종 패션처럼 아슬아슬 나의 대물을 가리고 있었다. 나는 그 상태로 다른 타올을 들어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아냈다.
"전 누나가 밖으로 나간 줄 알았다고요."
"나도 네가 바로 나올 줄은 몰랐지."
미나는 주저앉은 자세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본인도 민망하니까 몸을 닦는 동안 나가서 기다릴 요량처럼 보였다.
‘어딜 가려고? 어림없지.’
나는 일부러 과도하게 몸을 흔들었다. 그 바람에 아랫도리를 두르고 있던 수건이 훌렁 밑으로 흘러내렸다.
"어라?"
"꺄악!"
미나는 잔뜩 발기된 내 물건을 보고 두 번째 비명을 질렀다. 다만 아까와 다른 점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손가락 틈으로 실눈을 떠 내 대물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저럴 거면 대놓고 보지 뭐하러 가리는 걸까?
"너, 너! 지금 일부러 그랬지!"
"아니에요. 수건이 너무 작아서···."
"거짓말! 나 보여 줄라고 고의로 그런 거잖아!"
"제가 왜요?"
"······."
말문이 막혔는지 미나가 침묵했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대물에 꽂혀 있었다. 아우 그러다 뚫어지겠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에이, 나 장가 다 갔네. 책임져요."
"뭔 소리야! 내가 보고 싶어서 봤니?"
"어쨌든 총각 꼬추 봐놓고 그냥 입 닦을 거예요?"
"너 진짜 말 웃기게 한다? 내가 뭘 어떻게 책임지니?"
미나는 내뱉고도 아차 싶었는지 다급히 말을 삼켰다. 잔뜩 발기된 남자를 여자가 책임질 방법이야 하나밖에 없지않는가?
나는 보란 듯이 미나를 향해 걸어갔다.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대물이 음탕하게 껄떡거린다.
"뭐, 뭐야, 저, 저리 가!"
나는 미나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전진했다. 미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물러서다 철제 락커에 등을 부딪치고 멈췄다.
쿠쿵-
갑작스런 소음에 미나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도리질 쳤다.
"으으으! 얼른 저리 가란 말이야!"
"···주세요."
"뭐, 뭘?"
"제 팬티 들고 있잖아요. 그거 달라구요."
"아, 아앗!"
미나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에 든 팬티를 바닥에 던졌다. 전방 수류탄이냐? 나는 피식 웃으며 팬티를 집어 들었다.
"내 팬티는 왜 들고 있데?"
"아, 아니 이건 그러니까···."
변명하는 미나의 모습이 몹시 귀여웠다. 그녀는 여전히 대물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였다. 팬티를 다 입자 미나가 바짝 약이 올랐는지 버럭 소리쳤다.
"야! 놀랬잖아!"
"왜요?"
"그, 그렇게 갑자기 다가오니까!"
"그럼 어떻게 해요? 수건으로도 가려지지가 않는데."
은근슬쩍 대물의 크기를 과시해 본다.
스포츠 타올 따위론 내 물건을 가릴 수 없다며.
"쳇, 크다고 유세하니?"
"내가 크고 싶어서 컸나? 날 때부터 이런 걸 어째요?"
내가 상의를 집어 목에 밀어 넣으려 하자 미나가 저지했다.
"잠깐 등에 아직 물 안 닦였어."
"손이 안 닿아서요."
"가만있어 봐."
미나가 수건을 들더니 내 등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
의외로 대범한 구석이 있군.
"애도 아니고 칠칠 맞게 뭐야."
"애치곤 꽤 크지 않아요?"
"너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
"아니 전 제 키 말한 건데···."
"흠!"
미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내 등을 닦았다. 둘 뿐인 샤워장 락커룸에서 젖은 몸을 닦아주는 모습이 무척 야릇한 기분이 들게 했다.
‘좋아, 지금이 타이밍이군.’
"누나."
"왜."
"혹시 헬스장에서 해보고 싶은 적은 없었어요?"
미나의 손길이 얼음처럼 굳었다. 정보창의 추천 멘트는 여자의 호감도를 극적으로 끌어 올리는 마법과 같은 효과가 있다. 아마도 멘트를 듣는 순간 자제해 왔던 미나의 성욕이 터졌을 것이다. 이제 뜸은 충분하다. 지금부턴 시식에 들어간다. 액션!
나는 등을 돌려 미나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강하게 움켜쥐었다.
"누나 나랑 해보고 싶죠?"
"······."
침묵은 강력한 긍정의 표시.
나는 다시 물었다.
"솔직히 말해봐요. 나랑 하고 싶지 않아요?"
미나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소곤거렸다.
"네, 네가 자꾸 이상한 소릴 해대니까···."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살포시 깨무는 그녀.
이건 맘대로 해도 좋다는 소리 없는 외침이나 마찬가지.
나는 과감히 미나의 입술을 포갰다. 흠칫 놀라 뒷걸음질 치던 미나는 내 팔에 어깨를 붙잡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입술을 내주고 말았다.
"흡-."
그러나 잠시 후 그녀는 더 이상 내숭을 포기했는지 내 입속으로 혀를 밀고 들어왔다. 우린 한동안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싸 쥐고 가슴 쪽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하고 싶었음 말을 하시지 그랬어요."
"···몰라.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그녀는 계속 내 핑계를 댔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항변하고 싶었다.
이건 질 수축도 95%를 보유한 네 탓이라고.
나를 궁금하게 만들었으니까.
"여긴 너무 좁은데 밖으로 나갈래요?"
나는 대답을 듣지도 않고 그녀의 손을 잡고 헬스장으로 이끌었다. 차가운 맨바닥이 누울 순 없었으므로 바벨을 드는 벤치 위에 그녀를 눕혔다.
"아. 여기서 이러면 안 되는데···."
그녀는 여성회원과 관계를 벌이다 쫓겨난 남자 트레이너를 떠올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옷을 하나둘 벗기며 말했다.
"안될 건 또 뭐에요? 이 시간에 누가 온다고."
헬스장엔 통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이 전부였다. 어슴푸레한 조명에도 미나의 속살이 반사되며 유난히 하얗게 빛이 났다.
"살짝 들어봐요."
미나가 몸을 일으키자 나는 그녀의 등 뒤로 손을 뻗어 재빨리 브라 후크를 벗겨냈다. 흘러내리는 브래지어를 미나가 두 손을 뻗어 움켜쥐었다.
"···아직 부끄러워."
"저도 제거 보여줄 때 부끄러웠거든요?"
나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며 그녀의 브래지어를 치워 버렸다.
곧 봉긋하게 솟은 가슴이 찬란한 자태를 드러냈다. 평소 탱크탑 안에 숨어, 현란한 슴부먼트를 선보이던 미나의 가슴은 충격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누운 자세라 살짝 퍼진 상태에서도 밥그릇 같은 모양을 잃지 않았고, 진분홍색을 띤 유륜과 그보다 좀 더 진한 색의 젖꼭지는 처녀의 그것처럼 탐스러웠다.
"와, 누나 가슴 진짜 예쁘다."
"그, 그런 말 하지 마. 창피···흡!"
문답무용.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었다.
나는 한입에 가슴을 삼켜 쪽쪽 빨았다. 젖꼭지가 성감대라는 미나는 가슴을 입에 무는 순간 온몸을 비틀며 신음을 쏟아냈다.
"흐응!"
‘엄청 예민한데?’
여자라고 가슴이 모두 성감대인 것은 아니다. 온종일 빨아줘도 시큰둥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미나는 정말로 가슴 약점이었나 보다.
팔을 위로 들어 거치대에 놓인 바벨 봉을 움켜쥔 그녀의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맞다. 정보창에서 알려 준 핀포인트가 있었지?’
나는 새롭게 강화된 정보창의 설명을 맹신하며 미나의 바짝선 유두를 살짝 깨물었다.
"하아앙!"
미나가 몸을 크게 들썩였다.
갓 뭍으로 올라온 활어가 이러할까?
미나의 반응은 불타는 성욕을 더욱 부채질했다.
‘좋아. 오늘 한번 제대로 임자 만나 보라고.’
< 163. 낭만의 캠퍼스-32-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