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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68화 (148/2,000)

< 150. 낭만의 캠퍼스-19- >

***

"엇, 도훈이 형이다!"

"오빠 오셨어요?"

"얀마, 넌 왜 이렇게 늦게 와."

뒤늦게 입장한 노래방.

사람들은 벌써 술독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온 것 같다. 고주망태가 되어버린 성수는 몸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고, 취기가 오른 태영은 잔뜩 흥분한 체 나를 반겼다.

"도훈이 혀여엉~"

"얼씨구?"

나는 두 팔 벌려 안기려 드는 태영의 포옹을 더킹(복싱의 회피기)으로 가볍게 피해낸 뒤 안쪽으로 향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테이블에 이마를 박고 쓰러진 사람, 아예 소파에 일자로 누워 뻗어 있는 사람까지 보인다. 모두가 취한 가운데 나 혼자만 멀쩡한 상태다 보니 뭔가 색다른 기분이다.

"헤헤, 오빠 오셨어요?"

이런, 정음이 마저 취했구나.

사람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오빠라 부르는 정음의 얼굴은, 추운 겨울 촌병이라도 걸린 시골 여자애처럼 붉게 달아 올라 있었다.

"정음이 술 많이 마셨구나?"

"넹, 선배들이 자꾸 따라 줘가지고···."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학과 사내 놈들이 예쁜데다 개념까지 충만한 정음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잔이 넘치도록 술을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주위를 보니, 결국 그녀를 만취시키기도 전에 자신들이 먼저 뻗은 모양새다. 하여간 여자애 술 먹여 어떻게 해 보려는 놈들이란···. 쯧쯧.

나는 정음의 옆자리에 앉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는 대로 다 마시면 어떡하니? 몸 상하려고."

"히, 오빠가 걱정해 주니까 좋으다."

정음이 살짝 혀 꼬부라진 발음으로 대답했다.

그러면서 촉촉한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본다.

어엇, 지금 그 표정 위험한데···. 벌써 정음이 주변에 있던 몇몇 여학생들이 의심스럽게 눈을 흘겼다.

"정음이랑 꽤 친한가 봐요, 선배?"

여전히 멀쩡해 보이는 희주가 물었다.

저 빻녀는 술이 무척 쌘 편일까, 아님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는 걸까? 신입생 주제에 아직까지 멀쩡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친하긴 친하지. 새터 때 파트너였잖아."

"아항, 파트너~. 나도 오빠랑 파트너 하고 싶었는데···."

너 인마, 그 파트너가 그 파트너가 아니잖아!

희주의 위험한(?) 발언에 나는 서둘러 말꼬릴 돌렸다.

"어쩔 수 없지. 넌 태권도를 못 하니까. 호신술 시범은 무리라구, 무리."

"그런가요? 하긴 전 수영 배워놔서···."

그렇게 말한 희주가 허리를 꼿꼿이 펴며 가슴을 드러냈다. 내세울 건 몸매뿐인 그녀로선, 나름의 섹스어필을 하는 것이리라.

‘시작부터 장난질이냐? 아쉽지만 오늘 밤은 이미 셔터내렸다는 말씀이야.’

희주의 돌출된 가슴에도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는 걸 보면 확실히 정력이 바닥난 것 같다. EMP충격파 맞은 아칸 정도의 체력이랄까? 그때 희주 옆에서 졸고 있던 서현이 우리가 떠드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아흠, 잘잤다. 도훈 선배? 언제 오셨어요?"

"방금 도착했어. 피곤한데 계속 자."

"아니에요. 이제 깼어요. 제가 취하면 살짝 잠드는 버릇이 있어 가지고···."

서현은 민망한 듯 입술을 닦다가 앞에 있던 술병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한 잔 드릴까요?"

"좋지."

술잔을 받고 근처의 후배들과 잔을 부딪혔다.

남자애들도 몇 명 있었지만, 다들 술이 많이 돼서 그런지 술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지는 모를 지경. 반은 마시고 반은 흘리는 애들도 있었다.

누가 보면 내일도 없는 사람들인 줄 알겠군.

정신 차려 이것들아! 내일 평일이야!

정음이 잠시 집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나간 사이, 반대편에 앉아있던 희주가 나를 보며 실실 쪼갰다.

‘뭐야? 저 불길한 웃음은?’

"근데 오빤 여자친구 안 사귀세요?"

"여자친구?"

"네. 이제 군대도 다녀왔겠다, 솔로겠다, 여자친구 만들 때 되지 않았나요?"

희주의 질문에 주변에 있던 다른 후배들도 귀를 쫑긋 세웠다. 마치 안테나가 돌아가듯 일제히 나에게 향해 집중되는 시선이 여간 부담스럽다.

"음, 사겨야지. 근데 이제 개강했는데 뭘···."

"아항. 지켜보는 중이시구나?"

"지켜본다까진 아니지만서도···."

"그럼 오빠 어떤 여자 스타일 좋아해요? 귀여운? 발랄한? 아님 섹시한?"

"무슨 섹- 흡!"

순간 가랑이 사이로 훅 들어오는 희주의 맨발에 나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희주가 과감하게 풋잡을 시도한 것이다.

‘아니, 이 빻녀가 돌았나!’

내가 무섭게 눈을 부라렸지만 희주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싱글 생글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

"왜요, 요샌 청순보다는 섹시죠. 안 그래요?"

"아···그, 그게."

희주의 집요한 발놀림에 말문이 턱 막혔다. 아무리 취한 사람들에 조명 어두운 노래방이라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무모하리라곤 전혀 예상 못 했다. 내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자 옆에 있던 서현이 희주를 나무랐다.

"얘. 넌 오빠한테 왜 그런 소릴 해서 사람 당황 시키니?"

"내가 뭘? 도훈 오빠가 섹시한 스타일을 좋아할 수도 있는 거지."

"오빤 그런 사람 아니야."

서현의 밑도 끝도 없는 변호에 희주가 코웃음을 쳤다.

보드게임방에서 나의 진면목을 맛 본 그녀로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소리였을 것다.

"하-. 누가 보면 도훈 오빠에 대해 엄청 잘 아는 줄?"

"너보다야 잘 알지. 난 수업도 같이 듣거든?"

평소라면 별일도 아닌 일인데 괜히 술기운에 시비가 붙을 기세였다. 나는 둘 사이를 얼른 뜯어말렸다.

"둘이 왜 그래? 싸우지 마."

"오빠가 재깍 대답 안 해주시니까 그렇죠."

‘와, 저 빻녀 확 다리 몽둥일 분질러 버려?’

희주는 얄밉게 말하는 와중에도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나의 불알과 불기둥이 연결되는 부위를 멋대로 주물렀다. 집요한 발놀림으로 봐선 한 두 번 해본 풋잡이 아닌 것 같다.

"음, 난 취향은 딱히 없어. 사람만 좋으면 돼."

"진짜로요?"

"거봐. 내가 뭐랬어? 도훈 선밴 몸매 밝히고 그런 스타일 아니라니까?"

"쳇. 말은 그렇게 해도 남자들은 다 예쁜 여자들 밝히던데···."

희주는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내심 원망스러웠는지 엄지발가락으로 대물을 꾹 눌렀다. 이것도 애무라고 시간이 지나자 점점 흥분되면서 발기가 시작되 버렸다.

‘으윽, 더 는 참기 힘든데···. 저 요망한 년이 어떻게든 박혀 보려고 애를 쓰는구나.’

"어? 도훈 선배 왔어요?"

그때 화장실을 다녀온 여학생이 나를 보고 인사했다.

까무잡잡한 얼굴, 유난히 진한 쌍꺼플에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그녀는···.

"강경희?"

"어? 제 이름 아시네요?"

"그럼 과 후배 이름도 모를까 봐."

"저랑 별로 얘기 안 하셨잖아요. 아, 오늘 친해지면 되겠다. 옆자리 좀 앉을게요."

경희는 정음이 비운 자리로 파고들었다. 노래방 술자리다 보니 딱히 정해진 지정석이랄 게 없었으므로 안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오, 삼각편대 출동입니까?]

로시의 말대로 맞은편엔 희주, 왼쪽과 오른쪽에 서현과 경희가 포진된 모양새. 나는 1학년 여자들 사이에 완벽하게 포위된 형국이었다.

"애들 너무 달렸나 봐. 화장실에서 효민이 막 토하는데 냄새 때문에 나도 올라올 뻔?"

"효민이 토하니? 누가 가봐야 하는 거 아냐?"

"아냐. 희수가 등 두들겨 주고 있어."

"아, 그래서 희수가 안 보이는구나. 나머지 애들은 어디 갔지?"

정음은 통화 중, 희수와 효민은 화장실.

셋은 나와 함께 있으니 나머지 둘이 보이질 않았다.

바로 분과 후배인 연두와 리듬체조의 나연.

"연두랑 나연이 아까 같이 나간 것 같은데?"

"집에 갔어?"

"아냐. 나연이가 아까부터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계속 우울해하더라고. 연두가 밖에서 위로해주고 있을 거야."

"걔네 둘 엄청 친하네?"

"그지? 완전 단짝이라니까?"

여자애들의 조잘거림은 그칠 줄을 몰랐다. 커피 한 잔 시켜놓으면 4시간도 너끈히 버틴다는 수다 능력이 실감 되는 순간이다.

그 와중에도 희주의 풋잡은 계속되었다.

그녀는 이 정도 멀티테스킹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집요한 발놀림을 이어갔다. 그 모습이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면서 미친 듯이 발을 놀리는 오리를 연상시켰다. 그러고 보니 얼굴도 살짝 닮은 것 같기도···.

"근데 너희들 무슨 얘기 중이었어?"

"응, 도훈이 오빠 이상형 얘기."

"오! 재밌겠다. 오빠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경희가 내 곁으로 바짝 붙으며 물었다.

건강미 넘치는 태닝 소녀의 스킨십은 무척이나 과감했다. 그러고 보니 셔츠 안에 받쳐 입은 끈 나시 사이로 가슴골이 다 비칠 만큼 도발적인 차림새다.

헤어밴드를 머리에 쓰고 다닐 때부터 느꼈지만, 우리 과의 패션피플을 뽑자면 강경희가 아닐까 싶다.

"아니 뭐 그냥···."

"흐흐. 설마 치마만 두르면 다 좋은 거?"

"어머, 얘.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서현이 정색하자 경희가 가볍게 받아쳤다.

"왜? 우리 오빠가 군인들은 할머니만 봐도 그런다더라고···. 선배도 전역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요?"

경희는 희주에 비해 훨씬 여유가 있었다. 굳이 서현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레 화살을 나한테 돌렸다. 어찌보면 굉장히 능글맞은 성격이군.

"음, 뭐···. 전역이야 3달 전에 했지."

"우앙, 그럼 하루빨리 여친 만들어야겠어요, 선배! 언제까지 참으시게요!"

"어우 야~ 경희 쟤 취했나 봐."

듣기 거북했던지 서현이 몹시 민망해했다.

딱 보니 서현은 전형적인 내숭쟁이, 경희는 털털하면서도 화끈한 타입. 그리고 희주는 변녀였다.

그녀는 대화에 참여하면서도 나의 대물을 발로 문지르길 그치지 않았다. 이미 빳빳해진 물건은 바지를 뚫고 나올 것처럼 곧추서, 애써 한쪽으로 밀쳐놓아야 했다. 누가 보면 바지에 바바나를 숨긴 줄 오해할 지경이다.

"오빤 우리 과에 맘에 드는 사람은 없어요?"

"우리과?"

"네.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 있나요?"

"흠···. 뭐 그것도 그런데···."

"우리 동기들 중에 혹시 맘에 드는 사람 있어요?"

"얘. 있어도 오빠가 대답하겠니?"

"그럼 그냥 제일 괜찮다고 생각하는 얘는요?"

나를 둘러싼 삼각편대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거린다.

여자애들도 잘생긴 남자한테 이렇게까지 노골적이구나.

새삼 이정우로 살아왔던 세월이 허무할 정도다.

이정우에겐 헬 난이도였던 여자들과의 관계가, 이도훈에겐 이지 모드일 뿐이구나.

"다 괜찮은데? 난?"

"에이, 이 오빠가 우문에 현답을 하시네. 이건 마치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에, 둘 다 좋아랑 똑같잖아요."

"아니 진짠데···."

실제 17학번 8선녀들은 모두 매력이 차고 넘친다.

태권소녀 정음.

수석 입학 서현.

스포츠 태닝 걸 경희.

리듬체조의 나연.

이름처럼 예쁜 연두.

쓰리섬으로 아다를 땐 효민에, 엉덩이가 빠빵한 희수.

그리고 몸매만큼은 모델 부럽지 않은 빻녀 희주까지.

마음 같아선 체육관에 팬티 벗겨 원산폭격 시켜놓고 7전8씹으로 돌림빵을 놔주고 싶을 정도다.

여기다 푸욱- 저기다 푸욱-

오냐 너도 주마, 푸욱-

물론 주지육림을 펼치기 위해선 그 전에 하나씩 자빠뜨리는 게 순서 겠지만···.

내가 므흣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데, 경희가 질문을 바꿨다.

"생각해보니 질문이 잘못됐어. 오빠, 그럼 우리 8명이 물에 빠졌어요. 누굴 가장 먼저 구하겠어요? 물론 다 구한다고 하시겠죠. 제 말은 누굴 먼저 건지겠냐는 말이에요."

경희가 나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얘가 은근히 머릴 굴릴 줄 아네?

"젤 가까운 사람부터 구하겠지."

"에이~ 또 회피하신다."

"근데 제일 마지막에 구할 사람은 정해졌어."

"오, 누군데요?"

"누구요?"

"희주."

"으악! 왜 저에요!"

"넌 수영 배웠다며. 알아서 헤엄쳐 나오겠지."

"진짜 오빠!"

위트로 받아넘기자 곤란한 질문이 스무스하게 넘어갔다.

다들 자신의 이름을 호명되길 바라는 눈치였지만, 이럴 때 까딱 대답을 잘못했다면 한 명의 호감도를 높이고 나머지 둘을 낮추게 될 거다.

한창 웃고 떠드는데 통화를 마치고 돌아온 정음이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힝, 저 얼른 집에 오래요."

"뭐? 벌써? 아직 12시도 안됐는데?"

"12시까지 통금이거든요. 계속 사정했는데 자꾸 이러면 통금시간 11시로 땅긴다고."

"저런···."

"그러니까 나처럼 자취를 해야지."

경희의 흘리기가 포착되었다.

이건 왠지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린데?

"죄송해요, 선배님들 저 들어가 봐야 될 것 같아요."

"그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지하철은 끊긴 것 같고, 택시 잡아서 가야 겠네."

"제가 바래다주고 올게요."

눈치 빠른 태영이 선뜻 정음의 배웅을 자청했다.

그러자 성수가 태영의 목덜미를 잡아 끌었다.

"인마. 너도 만땅으로 취했는데 누가 누굴 데려다 주냐? 누구 없나? 그래. 도훈이가 가장 멀쩡하니까 니가 가라."

성수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향해 몰래 윙크했다.

아까 옥상에서 내가 한 말을 듣고는 생각을 바꿨나 보군.

귀여운 자식.

"네. 금방 다녀 올게요."

나는 선배들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마치고 나가는 정음과 함께 노래방을 나섰다.

"택시 불러야 되나?"

"아뇨. 저쪽에 택시 승강장 있더라고요. 힝, 오빠랑 더 놀고 싶었는데 아쉬워요."

"어쩔 수 없지. 통금이 있는 줄은 몰랐네."

"저희 집이 좀 엄해요."

정음이 무척 아쉬워 하자 나는 농을 던져 그녀를 위로해 주었다.

"부모님들은 참 모르시지 않니?"

"네? 뭐가요?"

"통금 있으면 정말 못 하고 다니는 줄 아신단 말이야."

"어머! 오빠두 참."

정음의 기분이 좀 풀린 것 같자 나는 서둘러 그녀를 택시에 태워 보냈다.

"조심히 들어가. 차 번호 내가 기억해 둘게."

"네. 오빠도 조심히 가세요. 내일 뵈요."

"응."

정음을 보내고 돌아서는데 술에 취해 앉아있는 여자애가 보였다. 쟤는 나연이?

< 150. 낭만의 캠퍼스-19-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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