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 즐거운 사라-14- >
***
사라와 후배위를 즐기던 도훈은 자신이 반인반마(半人半馬)의 괴수, 켄타우로스가 된 듯한 착각이 일었다. 물론 상체가 뒤에 붙어 있다는 점은 달랐지만.
퍽퍽퍽-
‘으으으. 역시 백마가 진리다!’
살끼리 부딪치는 찰진 사운드에, 사라가 거친 신음을 쏟아낸다.
"Ah···, yeah, yeah···."
속도는 점점 빨라져, 종국에는 기계가 아닌가 착각이 들 만큼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움직임이 전개되었다.
"도훈! you, you are sex machine!"
"Really?"
"Yes, you make me crazy!!!"
실제로 엎드려 대주고(?)있는 사라의 눈은 완전히 풀린 상태.
콧구멍은 크게 확장되고 입에선 질질 침을 흘러나왔다. 도훈 역시 등판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격렬한 정사였다.
도훈은 슬슬 스퍼트를 올리며 마지막 피니쉬에 돌입했다.
두 손으로 사라의 러브핸들을 붙잡고, 자신의 허리를 활시위처럼 잡아당겨, 온 힘을 다해 때려 박기 시작한 것이었다.
퍽!!!퍽!!!퍽!!!
당기고 박는 일련의 동작은, 정련된 요철(凹凸)처럼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며 완벽한 합을 선보였다. 뒤에서 바라본 도훈의 엉덩이엔 바짝 힘이 들어갔고, 엎드린 사라의 젖가슴은 사정없이 출렁거렸다.
퍽!!퍼버벅!!!퍼어어어억!
폭풍같은 몰아치기에 정신이 점점 아득해졌다.
도훈은 자신의 몸에 자지가 달린 건지, 자지에 몸이 붙은 건지 헛갈릴 지경이었다.
그야말로 무아지경!
‘내가 자지인가, 자지가 나인 건가?’
[오오, 주인님! 완벽한 몰입상태군요!]
‘나는 자지로 태어난 것인가, 아니면 자지가 인간의 탈을 쓰고 있는 것인가!’
[두말할 나위 있겠습니까? 주인님은 지금 이순간, 자지 그 자체 십니다!]
"으으읏! 가, 간다아아아아!"
"C,Come on!"
마침내 도훈이 기나긴 뒤치기의 종지부를 찍었다.
마지막 순간 뽑아낸 도훈의 물건에서, 걸쭉한 정액이 발사되며 사라의 날개뼈에 안착했다. 10점 만점에 10점.
"으으으으으!"
사라는 엎드린 자세 그대로 허물어졌고, 혼신의 힘을 쥐어짠 도훈 역시 완전히 나가떨어졌다. 방안은 한동안 쌔액 거리는 두 사람의 숨소리로 가득 찼다.
"허억, 허억···."
"하아···도, 도훈씨 진짜 정말 대단해."
"괜찮았어?"
"내 생애 최고의 섹스였어. 정말이지 이건···. Oh my God! 아직도 찌릿찌릿해."
사라는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움찔움찔 몸을 떨고 있었다. 맹렬한 오르가즘 뒤 오는 간헐적인 질경련 현상이었다.
[한국산 고추 맛을 제대로 보여주신 것 같군요, 주인님. 감축드립니다.]
‘아냐, 확실히 백마라서 그런지 뒤치기 전략이 주효했던 것 같아. 골반이 큼지막해서 뿌리 끝까지 밀어 넣었는데도 모두 받아주더라고.’
[어쨌든 이것으로 백마 타고 흑마 타고 업적을, 절반 달성하셨군요. 이제 흑마만 올라 타시면 또 다른 위업이 추가됩니다.]
‘아, 그렇지. 이건 한 번에 이룰 수가 없구나.’
[시작이 반이란 말도 있잖습니까? 여세를 몰아 주말에 이태원 클럽이라도···.]
도훈이 한참 로시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손목에서 부르르 진동이 느껴졌다. 동시에 디스플레이엔 경고 문구가 떠올랐다.
-Warning! Warning!-
‘어? 이게 뭐지?’
[지난번 업데이트 된 문어다리 어플의 새로운 기능입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도훈이 화면을 터치하자 문어다리 어플이 실행되며 어장관리 메뉴가 활성화되었다.
이혜은(18)
-그녀에게 불순한 접근이 감지되었습니다.
-당신의 어장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뭐? 불순한 접근?’
[문어다리 어플에 새롭게 추가된 "어장 보호"옵션 입니다. 어장 안에 관리 중인 대상에게 섹슈얼한 이슈가 발생할 경우, 이처럼 경고 메시지를 보내줍니다.]
‘아니 잠깐, 그럼 이 말은···’
[네, 아무래도 여동생분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 같군요.]
그 순간 도훈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이게 무슨 소리야?
불순한 접근이라니?
"사라, 혹시 혜은한테 연락 온 것 없어?"
나의 다급한 목소리에 나른함을 즐기고 있던 사라가 놀라 되물었다.
"네? 연락이라뇨?"
"아니 혜은이가 계속 기다리고 있잖아. 혹시나 이곳으로 들이 닥칠지도 모르니까."
"아! 잠시만요, 아까 벨소릴 진동으로 바꿔놔서."
사라가 침대 시트를 뒤적이며 핸드폰을 찾았다.
"전화가 한 번 왔었네요."
"언제?"
"20분 전인가? 아, 문자도 남겨져 있구요."
사라는 문자 메시지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레이첼 : 언니, 저 잠깐 일 생겨서 스테파니랑 같이 어디 좀 다녀올게요. 키는 프론트에 맡겨놨으니까 먼저 들어가 계세요.
시차를 두고 두 번째 문자도 도착해 있었다.
레이첼 : 참, 언니방 키 제가 들고 있거든요? 일단 저희 방에 계세요. 금방 갈게요. 알았죠?
···뭐지?
갑자기 기분이 싸해진다.
고등학생밖에 안 된 여자애 둘이 이 시간에 어딜 나갔단 말인가? 납득이 가지 않는 혜은의 행동에 불안감 가중되었다.
나는 황급히 폰을 들고 사라에게 말했다.
"사라, 미안한데 프론트에 연락해서 내 세탁물 좀 바로 갖다 달라고 해줄래?"
"세탁물요? 네, 바로 전화할게요."
내 다급한 표정을 본 사라는 무슨 일이냐 묻지도 않고 곧바로 내선전화를 돌렸다. 그사이 나는 혜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삐 소리 후 소리샘 퀵보이스로 연결되오며 통화료가 부과되오니···]
‘제기랄! 얜 어디서 뭐 하길래 전화를 꺼놓은 거야?’
[주인님, 진정하십시오. 지금 너무 흥분하신 것 같습니다.]
‘뭐? 여동생한테 불순한 접근이 있다는 데 그럼 내가 흥분 안 하게 생겼어?’
[그럴 때일수록 흥분을 가라앉히셔야 합니다. 어쨌든 여동생 분이 스테파니양과 함께 있으니만큼,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때 수화기를 붙잡고 있던 사라가 물었다.
"도훈씨, 세탁실에 지금 옷이 덜 말랐다는데···."
"상관없다고 해."
"네, 상관없어요. 지금 당장요. 요금은 객실에 달아놓으세요."
통화를 마친 사라가 나에게 물었다.
"얘들이 이 시간에 어딜 갔을까요?"
"사라. 혹시 스테파니한테 전화 좀 걸어 줄 수 있어? 혜은이가 연락이 안 되서."
"네."
사라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한참 동안 전화기를 들고 있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테파니도 안 받아요."
낙심하는 순간, 사라의 전화기에 문자가 날아왔다.
스테파니 : 언니, 왜? 지금은 통화 곤란해.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둘이 어디냐고 물어봐."
"네."
사라 : 너 어디야? 이 시간에 어디 간 거야? 혜은이도 같이 있어?
스테파니 : 응. 둘이 있어. 호텔 안이야.
"호텔 어디냐고 좀."
"네."
사라 : 호텔 어딘데?
스테파니 : 우연히 스위트 룸에 초대받았어. 맨 꼭대기 층. 여기 되게 좋아. 좀만 놀다 갈게.
"스위트 룸? 초대?"
"이상하네요? 이 시간에 누구한테 초대를 받았다는 건지."
나와 사라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세탁물 도착을 알리는 도어벨이 울렸다. 나는 가운만 걸치고 뛰쳐나가 직원으로부터 옷을 수령했다. 옷을 가져온 직원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최대한 빨리한다 했는데 아직 좀 덜 말랐습니다."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다리미로 강제로 말린 것인지 바지에선 아직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입구에서부터 옷을 하나씩 갈아입으며 사라에게 말했다.
"걱정되니까 얘들 바로 오라고 전해줘. 아니, 그냥 그 룸 번호 알려달라고 해."
"네."
아직 축축한 옷을 모두 입자, 사라가 말했다.
"펜트하우스 오른쪽 방이래요."
"펜트하우스?"
"네. 인터넷으로 객실 알아볼 때 얼핏 봤는데 여기 호텔에서 가장 좋은 스위트 룸이 펜트하우스로 있어요. 꼭대기 층요. 모두 두 개였던 것 같은데 그 중 오른쪽 방인가 봐요."
"알았어. 내가 가서 애들 데려올 테니까. 사라는 좀 쉬고 있어."
"근데 초대받아서 갔다는 데 별일이야 있겠어요? 그 정도 방에 머무르는 사람이라면 분명 나쁜 사람은 아닐 텐데···."
아니다.
사라는 아직 한국에 대해 모르는 게 있다.
이곳은 노블리스 오블리주같은 사회특권층의 책임의식 따윈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헬조선이라는 것.
그런 방에 머무르고 있다고 해서, 그가 훌륭한 사람이라는 근거는 전혀 없다. 그리고 문어다리 어플의 경고가 있었다.
18살 여고생에게 불순한 접근을 시도하는 새끼라면, 아무리 좋게 봐줘도 개새끼가 틀림없다.
"···시간이 너무 늦었잖아. 내일 일정도 있으니 금방 데리고 올게."
"알겠어요."
나는 사라의 룸을 나오며 생각했다.
그 개새끼.
누군지 몰라도, 너 오늘 나한테 뒤졌어.
***
혜은은 영 기분이 찜찜했다. 용기를 내 낯선 사내를 따라갔더니, 스테파니가 웃는 낯으로 그녀를 반긴 것이었다.
"레이첼!"
"스, 스테파니? 이게 어떻게 된···."
"거봐요. 제가 말했죠? 저랑 레이첼이 얼마나 친하다구요! 올 줄 알았다니까?"
우쭐해대던 스테파니는 혜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많이 놀랐지? 사실은···."
설명을 모두 듣고 난 혜은은 순간 화가 치밀어 성민에게 따지고 들었다.
"지금 저랑 장난해요?"
"많이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당연히 불쾌하죠!"
"레이첼, 너무 화내지 마. 성민씨 좋은 분이셔."
스테파니는 자신의 허물을 눈감아 준 성민을 적극적으로 변호했다. 그냥 부르긴 뭐해 둘이서 짜고 장난친 거라며.
그러나 바로 전까지도 친구가 잘못될까 걱정하던 혜은으로서는, 자신을 몰아세우던 성민의 모습이 떠올라 쉽게 화가 풀리지 않았다.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 있어요? 전 진짜···."
"거듭 죄송합니다. 그래도 감탄했습니다. 친구를 걱정하는 우정에 말이죠. 그런 용기 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참나···. 됐구요, 스테파니 가자."
"그래도 기왕 저희 방까지 오셨으니 차나 한잔 드시다 가시죠."
"그래, 레이첼. 여기 맛있는 것 되게 많아. 냉장고에 아이스크림도 있고 쿠키도···."
"야, 너!"
스테파니는 화를 내는 혜은에게 통사정을 했다.
"내 입장도 좀 생각해줘. 응? 한 번만 봐주라. 부탁할 게."
혜은은 결국 차만 얻어 마시고 가기로 약속하고 응접실에 앉았다. 그러나 산책을 나간 사라가 언제 돌아올지 몰라 전전긍긍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도훈이 숨어 있는 방으로 들어간다면 두 사람이 마주칠지도 몰랐다. 그녀는 오빠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언니한테 미리 문자라도 보내놔야지.’
-참, 언니방 키 제가 들고 있거든요? 일단 저희 방에 계세요. 금방 갈게요. 알았죠?
그때 폰에서 삐빅- 베터리 부족 신호가 울렸다. 5% 미만일 때 나오는 경고음이었다. 그 모습에 성민이 물었다.
"핸드폰 충전해 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그러다 꺼지면 더 곤란하지 않겠어요?"
"아···."
듣고 보니 그것도 문제다.
나중에 오빠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는지도 확인해야 하니까.
"충전긴 어딨어요?"
"저한테 주세요. 침실 쪽에 있어서요."
혜은의 핸드폰을 건네받은 성민은 침실로 가져가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았다. 그러면서 폰의 전원을 몰래 꺼버렸다.
‘흐흐. 누구든 연락 오면 곤란하니까.’
성민이 침실에 들어간 사이 혜은이 낮은 목소리로 스테파니에게 소리쳤다.
"너 대체 어쩌자고 그랬어?"
"미안. 나도 모르게···."
"어떻게 그런 대형 사고를 치니?"
"그래도 다행이야. 성민씨가 아량이 넓은 사람이라."
"뭐라고?"
"되게 좋은 오빠야. 몇 년 전에 미국에서 일할 때 미국 친구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나 봐. 그래서 나한테 모질게 굴고 싶지 않다고···."
"참나."
"그리고 돈도 굉장히 많은 거 같아. 언니랑 예약할 때 알아보니까 이방 하루 숙박료가···."
"무슨 얘길 그렇게 재밌게 하세요?"
침실서 불쑥 나타난 성민의 모습에 스테파니가 화들짝 놀라 입을 다물었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근데 왜케 귀가 간지럽지? 혹시 방금 제 욕하신 거?"
그 모습이 워낙 우스꽝스러웠으므로 스테파니가 자기도 모르게 깔깔거렸다.
"아니에요! 오빠 착하다고 칭찬하고 있었어요."
"정말요? 저 하나도 안 착한데···. 참, 차는 뭘로 드릴까요? 늦은 시각이니까 커피는 좀 그렇고···, 사실 맥주나 한 잔 마시면 딱 좋긴 한데."
"무슨 술을 권하세요? 저희 미성년잔 거 모르세요?"
혜은이 쌀쌀맞게 대꾸하자, 성민이 민망해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술은 좀 그렇죠?"
그러자 그에게 마음의 빚이 있던 스테파니가 성민을 감쌌다.
"야, 너 왜 그래. 오빤 좋은 뜻으로 말한 건데. 그리고 너 술 마실 줄 알잖아. 저번에 3학년 졸업연주회 따라가서···"
"야, 그 얘길 지금 왜 하는데?"
"워워. 싸우지 마세요. 제가 괜한 소릴 했나 보네요."
"전 한 잔 주세요, 오빠."
어느새 성민에게 호감을 갖게 된 스테파니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성민은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 저 쭉정이 같은 년 때문에 될 것도 안 되겠군. 그래도 일단은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니까···.’
성민은 미소를 잃지 않고 두 사람에게 음료를 대접했다. 자신과 스테파니는 맥주, 그리고 아직도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혜은에게는 뜨거운 홍차였다.
"근데 아까 작업 말씀하시던 데, 오빤 무슨 일 하세요?"
스테파니의 물음에 성민이 대답했다.
"아 네. 부끄럽지만, 작가예요."
"작가요? 와! 대박. 전 너무 잘생겨서 모델인 줄 알았어요."
"음, 모델일 좀 잠깐 했었죠."
성민이 자연스럽게 자기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혜은이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앉아 있자, 민망해진 스테파니가 친구의 옆구릴 찔러댔다.
"야, 넌 왜 놀라는 척도 안 하니?"
"···이미 들었어."
"어?"
혜은은 스테파니가 알아듣지 못하게 한국어로 성민에게 말했다.
"아깐 저한테 왜 그러신 거예요?"
성민 역시 한국어로 대답했다.
"어떤 걸···."
"저 초면 아니잖아요. 저한테 작업 거셨걸지 않았어요?"
"아···. 정말로 첫눈에 반해서 그런 겁니다."
"그래서 여기 부른 거예요?"
"아뇨. 의도한 건 아닙니다. 공교롭게도 룸메이트 분께서···. 아무튼 아깐 죄송했습니다. 제가 장난이 과했네요."
"What are you two talking about?"
(둘이서 무슨 얘기 하는 데?)
둘만의 한국어 대화가 답답해진 스테파니가 껴들었지만, 혜은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성민에게 물었다.
"저 진짜로 아까 불쾌했거든요?"
"미안합니다. 하지만 제게도 만회할 기회를 한 번만 주세요. 저 그렇게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이상한 사람 같은데요? 그리고 저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요."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나요? 저 나름 조기축구회에서 공격숩니다.. 후보긴 하지만."
"뭐요? 참나···."
혜은은 성민의 어이없는 농담에 끝내 실소를 터뜨렸다.
처음엔 정말 꼴도 보기 싫었는데, 계속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아주 못된 사람 같진 않았다. 특히 친구인 스테파니가 옆에서 자꾸 칭찬하는 통에 자신이 너무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아닌지 조금 미안해졌다.
스테파니는 둘이 한국어로 대화를 시작하면서 무료해졌다. 혼자서 맥주를 홀짝이는데 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읏! 술 마시는 걸 알면 언니가 바로 내려오라고 할 텐데···.’
전화를 무시하자 이어 문자가 날아왔다. 그녀는 문자를 답신하며 적당히 말을 돌렸다.
‘힝, 그나저나 둘이서 무슨 얘길 하는 거야.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 그리고 혜은이 쟤도 이상해. 분명 관심 없는 척 하더니···.’
서먹하던 분위기는 뜨거운 차와 맥주로 조금은 누그러졌다. 그때 누군가 부술 듯 문을 두들겼다.
쾅쾅쾅-!!!
"이 문 당장 열어! 부숴버리기 전에!"
< 109. 즐거운 사라-14- > 끝
ⓒ 성난불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