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25화 (105/2,000)

< 107. 즐거운 사라-12- >

***

‘역시 서양 애들은 화끈해서 마음에 든다니까?’

사라의 적극적인 펠라를 받으며 드는 생각이었다.

정보창 스킬이 갱신되지 않았기 때문에, 순전히 감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녀가 나에 대한 호감도가 부족하거나, 원나잇에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면 무모한 시도로 끝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엉덩이에 올라탄 사라가 꼬리뼈에 그곳을 문지르는 모습을 보고 확신했다. 그녀가 보기보다 훨씬 화끈한 여자라는 걸 말이다.

쭈압-쭈압-!

지금도 사라는 물건을 빨며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되는 양, 머리 전체를 이용해 대물을 빨아대는 자세가 굉장히 적극적이다.

한참 물건을 빨리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어? 내 전화벨 소린 아닌데?’

"제 건가 봐요."

사라는 협탁에 손을 뻗더니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확인하고는, 나를 향해 보여주었다.

"앗, 레이첼이에요."

발신자에 표시된 이름은 혜은의 영어식 이름. 아마도 사라가 돌아오지 않자 걱정된 마음에 찾고 있는 것 같다.

"받지 말까요?"

사라가 물었다.

"잠깐."

전화를 받지 않으면 분명 스테파니와 혜은이 그녀를 찾으러 나설 것이다. 아까 길거리에서 그런 일까지 있었으니, 혼자 바에서 술을 먹다 연락 두절 되었다간 호텔 전체를 샅샅이 뒤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장 위험해지는 곳은 사라의 호텔 룸.

그녀와 내가 뒤엉켜 있는 곳.

판단을 마친 나는 사라에게 말했다.

"일단 전화 받아봐."

"받아서 뭐라고 해요?"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다.

한국에 오자마자, 처음 보는 여동생 친구의 오빠와 원나잇을 즐긴다?

사이가 껄끄러운 여동생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도저히 밝힐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

"잠깐 산책하러 나갔다고 해. 호텔 주변으로."

"알겠어요."

통화하기 편하도록 그녀의 머리맡에서 몸을 일으켰다. 사라는 자세를 고쳐잡더니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Hello?"

-언니? 왜 이렇게 전화를 늦게 받아? 내 문자 안 받았어?

조용한 방안이라 수화기 너머로 혜은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흘러나온다.

"아니 받았어."

-근데 왜 안 와? 지금 어딘데?

"응, 잠깐 바람 쐬러 나왔어. 술 좀 깨려고."

-혼자? 위험하게···.

-걱정하지 마. 호텔 근처야. 주변에 사람들도 많고, 야경 좀 보고 싶어서."

-난 또···. 혹시 스테파니는 못 만났어?

"스테파니?"

-응. 밑에 편의점 다녀온다더니 아직도 안 와서. 혹시 언니랑 있나 했지.

"음, 난 못 봤는데?"

-알겠어. 다시 전화해 볼게. 너무 늦지 않게 와.

"응."

사라는 전화를 끊더니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휴-. 바로 옆방에 있는데 거짓말해 버렸네. 괜히 마음에 걸려요."

"그렇다고 솔직히 밝힐 수도 없잖아."

"그건 그렇지만···."

"어쨌든 정리됐으니 계속하자."

난 옆으로 누운 사라의 엉덩이를 찰싹 두들겼다.

의도를 이해한 사라가 곧바로 뒤치기 자세로 전환했다.

‘이건 만국 공통어 같은 건가?’

나는 그녀의 허리를 부여잡고 천천히 대물을 들이밀었다. 여전히 물이 넘치는 사라의 구멍 속으로 단단해진 나의 물건이 쑤욱 빨려 들어갔다.

"허억!"

"깊어?"

"아니. 괜찮아요."

사라의 골반은 워낙에 거대했다. 위에서 내려보니 거대한 수박 두 개가 나란히 붙어있는 형상이었다.

‘역시 백마가 승차감 하난 일품이구나.’

나는 가벼운 스팽킹으로 채찍질을 가했다.

찰싹-!

"아얏."

"이제 다시 달려볼까?"

"으응."

퍽퍽퍽-

사라의 거대한 엉덩이는 반발력 또한 우수했다. 국내산(?)이 싸구려 침대스프링이라면, 그녀는 최고급 트렘폴린 같은 탄성이 있었다. 찔러 넣은 고대로 되 튕겨 나오는 쿠션감에, 나는 신이나 더욱 박차를 가했다.

찰싹-찰싹-

"하앗! 도훈씨."

"왜? 아파?"

"아니 엉덩이 때려주니까 흥분돼요."

마음 같아선 "이랴!" 하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다.

***

옆 방에서 도훈이 한참 백마를 타고(?) 달릴 무렵, 목욕을  마친 혜은은 혼자 쇼파에 앉아 있었다.

"얘는 또 왜 연락이 안 된담?"

사라와는 통화를 마쳤지만, 여전히 스테파니는 감감무소식. 힐끗 시계를 보니 편의점에 간식을 사러 간 지 어느덧 30분이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

‘칫. 그냥 오빠랑 좀 더 있을 걸···.’

사라는 혼자 밤 산책을 떠났고, 간식을 사러 나간 스테파니역시 함흥차사.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목욕탕에서 도훈을 쫓아내듯 보낼 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도훈과 목욕탕에서 있던 일을 떠오르자, 갑자기 두 볼이 화끈 달아올랐다.

사실 등 밀어 달라며 도훈을 부른 것은 농담 삼아 던져본 것이었다. 그가 아는 평소의 도훈이라면, 분명 질겁을 했을 테니까. 하지만 무슨 생각이었는지 도훈은 과감하게 욕실로 들어왔다.

‘오빠가 뭔가 달라진 느낌이야.’

그녀는 도훈의 미묘한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지금은 비록 떨어져 있지만, 도훈과는 10여년 넘게 살았던 가족이다. 그가 기억하는 도훈과 지금은 도훈은 분명 왠지 모를 이질감이 있었다.

‘군대가 사람을 저렇게까지 바꿀 수 있는 건가?’

설마 쥐새끼가 인두겁을 쓴 전래동화 같은 일이 있지 않고서야 타당한 추측은 군대뿐이다.

‘아니지, 어쩌면 내가 오빠를 보는 시선이 바뀌었을지도.’

우연히 Rh 혈액형의 비밀을 밝혀낸 혜은은, 그 순간 평생 자신을 괴롭혀 왔던 감정의 실체를 깨달았다. 이제껏 지독한 시스터 콤플랙스라고 생각했던 자신의 정신병(?)이, 실은 매우 정상적인 이성에 대한 감정이었다는 것. 도훈이 사실상 친오빠가 아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끌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평생 가족이라 여겼던 사람이 사실은 가족이 아닐지도 모르는 다는 냉혹한 진실 앞에, 혜은은 슬픔과 동시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 안도감의 기저에 깔린 도훈에 대한 애정을 재차 확인코자 무리한 한국행을 감행한 것이다.

그리고 도훈을 오랜만에 다시 만난 순간 확실히 깨달았다.

그녀가 여전히 도훈을 사랑한다는 것.

오빠가 아닌 이성으로.

‘하아. 옆방엔 아직도 오빠가 있을 텐데···.’

혜은은 도훈을 보고 싶었다. 아니 안고 싶었다. 사춘기 시절 상상하던 모든 것들을 도훈과 해보고 싶었다.

‘진짜 오빠한테 가볼까? 내가 이 방에 없으면 누구든 전화할 거 아냐? 그때 다시 돌아가도 되는 거니까···.’

마음을 굳힌 혜은은 걸치고 있던 수면 가운을 벗고 편한 츄리닝 바지로 갈아입었다. 위에는 노브라에 흰색 티만 걸쳤다.

‘꼭지가 살짝 비치는데···. 바로 옆방이니까 상관없겠지?’

속옷을 입지 않은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행동.

그녀는 도훈이 자신을 보고 흥분하길 바랬다.

흥분해서 참지 못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녀가 방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띵동-

갑자기 벨이 울렸다.

누군가 돌아온 것이다.

‘읏! 하필 지금 타이밍에!’

혜은은 잔뜩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스테파니? 아님, 사라 언니?"

"······."

그러나 벨을 누른 사람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설마 오빤가?’

그녀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

"잠깐 저랑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문밖에 선 남자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아니, 유심히 보니 실내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자신에게 추파를 던졌던 사내였다.

삼현 그룹의 후계자 고성민.

"어머!"

노브라 상태인 혜은이 화들짝 놀라며 문을 닫았지만, 어느새 성민이 구둣발을 문틈으로 밀어 넣은 뒤였다.

덜컹-

완전히 닫히지 않은 문틈 사이로 혜은이 문 손잡이를 붙잡고 소리쳤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안 나가요? 경찰 부를 거에요!"

"부르시죠."

"네?"

"경찰 불러야 할 것 같다구요. 그쪽 일행분이 스테파니 맞죠?"

혜은은 성민이 스테파니의 이름을 거론하자 뭔가 이상한 느낌에 목소리를 낮추었다.

"그, 그런데요?"

"지금 스테파니 씨가 제 지갑을 슬쩍 했거든요."

"네? 그럴리가! 걔 절대로 그럴 애가 아닌데요?"

"그럼 제가 어떻게 스테파니 이름을 알고 있을까요? 그냥 지금 경찰 부를까요, 아님 좋게 대화로 해결할까요?"

"스, 스테파니는 어딨어요?"

"도망 못 가게 잡아 놨어요. 제 방에다."

"뭐라구요? 그럼 전화는 왜 안 받는 건데요?"

"이거 말인가요?"

성민이 문틈 사이로 핸드폰을 내밀었다.

제품이나 케이스가 영락없는 스테파니의 그것이었다.

혜은이 따지듯 물었다.

"당신이 뭔데 마음대로 제 친구 전화기를 뺏은 거죠?"

"아, 그건 말이죠."

성민은 여전히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도 공범일지 모르니까."

"뭐라고요?"

"어쨌든 날 처음 본 건 당신이잖아요, 이혜은 씨. 스테파니가 아니라. 그게 과연 우연일까 하고 의심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자연스레 말을 놓은 성민은 어처구니없어하는 혜은을 향해 계속 설명했다.

"두 사람이 말 맞추는 것부터 막아야지. 방에 붙잡아 두었다고 해도 서로 연락해 작당해버리면 곤란하잖아?"

혜은은 밑도 끝도 없는 성민의 오해에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게다가 아무리 잘못을 했다지만 멋대로 사람을 감금하고 핸드폰까지 압수하다니.

이건 분명한 범법행위다.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당장 호텔 직원을 부르겠어요."

"맘대로 해. 그럼 난 CCTV에 찍힌 영상을 근거로 당신 친구를 형사 고발할 테니까. 점유물 이탈 횡령죄로."

"저, 점유물 뭐요?"

"보아하니 둘 다 학생인 걸 믿고 버티는 모양인데, 촉법소년 인정은 만14 미만만 되는 거 아시려나 몰라?"

여전히 당당한 성민의 태도와 전문 용어의 사용으로, 혜은은 크게 움츠러들었다.

그녀는 처음보다 훨씬 작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 제 친구가, 그러니까 스테파니가 당신에게 정확히 무슨 짓을 했다는 거죠?"

"하-. 머리 좋네. 모르는 척. 공범으로 엮이긴 싫다?"

"사람 함부로 비꼬지 말아요!"

"좋아. 일단은 무죄 추정의 원칙대로 따라 드리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단 호텔 보안실에서 찍은 영상을 보는 게 빠르겠군."

성민은 스마트 폰 카메라로 CCTV 영상을 찍은 내용을 재생해 혜은에게 들이밀었다.

***

카메라의 각도는 편의점 입구를 가리키고 있었다.

드나드는 손님들 사이로 스테파니의 모습도 언뜻 보였다.

빨리 감기가 된 영상이 지나가더니 다시 스테파니가 검은 봉투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는 화면이 정지되었다.

"보여?"

"뭐가요?"

"스테파니 손에 저 지갑."

스마트 폰에 찍힌 영상을 유심히 보니 스테파니의 손에 처음 보는 지갑이 들려있었다. 성민은 뒷주머니에서 영상에 찍힌 것과 똑같이 생긴 지갑을 꺼냈다.

"바로 이 지갑이야. 내가 편의점에서 흘린."

"스테파니가 주인 찾아 주려고 주웠을 수도 있잖아요."

"정말 그럴까?"

카메라가 바뀌었는지 배경이 호텔 건물 바깥을 비추었다.

한 손에 검은 봉지를 든 스테파니가 인적 드문 곳에 이르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지갑을 열어 현금 뭉치를 꺼내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고는 지갑을 바닥에 버렸다.

영상은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아···."

"봤지? 뭐? 주인을 찾아? 돈만 꺼내 바닥에 내던지는 걸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시, 실수일 거예요."

"당연히 실수라고 해야겠지. 우연히 내가 거길 지나가다 스테파니가 지갑을 버리는 걸 두 눈으로 목격하지 않았다면 말이야."

"금액이 얼만데 그래요? 변상해 드리면 되잖아요."

혜은의 말에 성민이 피식 웃으며 지갑을 열어 보였다.

"니들 그렇게 돈 많아?"

지갑에는 하얀색 수표 여러장과 5만원 짜리 현금이 뭉텅이로 들어 있었다. 성민은 맨 뒤에 있던 수표 한장을 꺼내 혜은에게 건넸다.

"세봐. 0이 몇 개나 붙었는지."

혜은은 받아든 수표의 0을 세다가 놀라 까무러칠 뻔했다.

바로 천 만원짜리 자기앞 수표였던 것이다.

"천만 원짜리만 10장이야. 오만 원짜리는 스무 장. 도합 일억하고도 100만원이네. 너희들 1억원 넘게 들고 다니나 보다? 있는 집 자식들이 대체 왜 그랬을까?"

"무, 무슨 현금이 그렇게나 많이···."

당황하는 혜은의 얼굴을 보며 성민이 재차 물었다.

"결정해. 1억원 가량을 점유물 이탈 후 횡령한 죄로 경찰서 같이 갈래, 아님 좋게 대화로 해결할래?"

"자, 잠시만요. 지금은 다 돈 돌려 받았잖아요. 그럼 죄가···."

"허어. 친구랑 똑같은 소릴 하네."

"네?"

"그렇게 하면 죄가 죄가 아니게 되나? 친구가 자진납세라도 했어? 우연히 나한테 걸려서 실토한 거잖아. 그 증거가 바로."

성민이 다시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여기 다 들어 있고."

혜은은 갑작스런 사태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당차고 똑똑하다지만, 결국 18살밖에 안 된 고등학생.

"대화로 어떻게 하자는 거죠?"

"일단 날 따라와. 솔직히 나도 이제 고등학생밖에 안 된 얘들 콩밥 먹이긴 싫으니까."

"자, 잠깐만요.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성민은 가슴팍을 가리고 있는 혜은을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 설마 노브라인 건가? 저 상태가 딱 좋은데.’

"그래. 되도록 빨리 나와. 오래 기다리면 마음이 바뀔지도 몰라."

문을 닫은 혜은은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어쩌자고 스테파니는 저렇게 큰 돈을···.’

친구가 원망스러웠지만, 모른 척할 순 없는 일이다.

지금도 스테파니는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다.

‘그래. 돈도 찾았으니 잘만 얘기하면 좋게 보내줄지도 몰라. 어쨌든 아주 나쁜 사람 같지는 않으니까.’

혜은은 흰 티 위에 가디건을 걸치고 방을 나섰다.

< 107. 즐거운 사라-12- > 끝

ⓒ 성난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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