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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섹터!18
"어떻게 됐어요?"
"대충 수습은 했어. 얘기 해보니까 아주 꽉 막힌 놈은 아니더라고."
"휴...다행이다. 고마워요, 선배. 신세 한 번 졌네요."
마유미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근데 아무도 안보이네? 다들 어디 갔어?"
"저녁 식사 시간 돼서 성수가 식당 데리고 갔어요."
"아하."
뭐야,?그럼 방에 누운 찬혁일 제외하면 둘 밖에 없는 건가?
오호라. 친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신세 졌다면서 맨입으로 때울 셈이야?"
"네?"
"어차피 식당가기도 애매한 것 같은데 나 밥이나 사주라고."
"밥이요?"
"응. 리조트 바로 앞에 음식점 있더라. 찬혁이도 뭐 먹어야 할 거 아냐. 나가는 길에 사다 주게."
"그럴까요?"
나는 유미와 함께 단 둘이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
"역시 치느님은 언제나 진리지."
리조트 주변 치킨 집에 들어간 우리는 통닭 한 마리와 맥주 500cc를 반주삼아 저녁을 때웠다. 처음엔 어색해 하던 유미도 술이 반 쯤 들어가자 점점 말수가 많아졌다.
"와, 선배 대단해요. 어떻게 거기서 호신술 시범을 생각해 냈어요?"
"어차피 찬혁이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거야.?여자한테 싸움 졌다고 소문이라도 났다간 쪽팔려서 얼굴도 못 들고 다닐 판이었으니까."
"...그런가요? 역시 남자들은 여자한테 지는 걸 싫어하는 구나."
순간 유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는 걸 매의 눈으로 포착했다. 저건 무슨 의미일까?
‘로시. 정보창 스킬 쿨 타임 얼마나 남았지?’
[18분 남았습니다.]
‘아직도?’
[네. 금일 오전 11시 22분 경 육정음 양에게 스킬을 사용하셨고 현재 시간은...]
‘됐고, 준비 되는 대로 알려줘.’
[알겠습니다.]
정보창 스킬은 다 좋은데 갱신이 더딘게 흠이다.
오전에 한 번, 오후 한 번이 고작.
쿨 타임을 줄이려면 포인트를 소모해 레벨을 올려야 하는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다.
‘3레벨까지만이라도 올려서 하루 3번 쓰는 것도 나쁘진 않겠는데 말이지.’
지난 번 1000포인트를 날린 게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기춘일 제거하는 동시에 위업 달성을 위한 투자였지만, 되도록 소모성 아이템보다는 스킬 레벨을 올리거나 영구적인 아이템 구매를 위해 포인트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궁극적으로는?스킬에 의존하는?버릇 역시 지양해야 한다.
지금처럼 스킬을 사용할 수 없는?상황이나,?아이템이 모자라는 경우도 대비해야 하니까.
여심을 훔치는 것은 결국 내 능력이다.
플레이어에게 주어진 권능을 최대한 활용하되 본연의 실력을 갖추는 것.
그것이 내가 추구해야 할 길이다.
나는 성수에게 주워 들은 단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마유미의 호감도를 높여보기로 했다.
"회장은 남자한테 지는 거 싫어해?"
"저요?"
"응, 방금 그랬잖아."
"아... 뭐, 지고 이기고를 떠나서요. 막 그런 거 있잖아요. 전통적인 여성상이나 이런 거. 여자는 늘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이여야 하고, 남자는 우직하고 화통해야 하고. 그런 게 성향에 안 맞아서요."
성향이라고...?
사람은 은연중 자신의 본심을 내비칠 때가 있다.
나에겐 왠지 마유미의 말이 섹스에 대한 취향을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혹시 회장은 그런 타입인건가?"
"뭐요?"
"낮져밤이?"
"푸학-!"
마유미가 갑자기 마시던 맥주를 뿜었다.
입에서 뿜어져 나온 맥주가 쏟아지며 내 상의를 완전히 적시고 말았다.
"어맛! 정말 죄송해요, 도훈 선배!"
마유미가 휴지를 뭉텅이로 뽑아 젖은 내 옷을 훔쳤다. 자연스레 터치가 이루어지며 나의 탄탄 근육에 마유미의 손길이 닿았다.
유미는 민망함에 정신없이 젖은 옷을 닦았다. 그러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바지 밑까지 손이 내려왔다.
"아래도 다 젖었네, 이를 어째!"
"괜찮아. 거긴 내가 할 게."
나는 유미의 팔을 붙잡아 멈추고는 휴지를 건네받았다. 유미는 그제 서야 자신이 내 사타구니를 만지려 했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다.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제가 너무 큰 실수를 저질러 버렸네요."
"너무 신경쓰지마.?이거 말고도 여벌 옷 있으니까. 저녁에 빨아가지고 내일 입으면 돼."
"제가 빨아 드릴게요."
나도 모르게 유미의 입을 쳐다보고 말았다.
어딜 빨아 줄건데?
입안을 맴 돌던 말을 겨우 삼켰다. 아직은 본색을 드러낼 때가 아니다.
"뭘 굳이 빨아주기 까지 해."
"저 잘 빨아요."
그니까 대체 어딜!
다소 오해의 여지가 있는 대화 속에서 나도 모르게 바지 밑이 꿈틀 거렸다. 키 큰 여자는 매력 없다는 편견 탓에 첫인상은 좋지 못했지만, 시원시원 뻗은 팔다리와 큼직한 사이즈의 볼륨이 눈앞에서 아른 거리자 나도 모르게 음심이 치솟는다.
"...진짜 잘 빨아?"
"네. 저 자취하거든요."
"아, 자취하면 잘 빠는 구나."
"그렇죠. 아무래도 여자들은 손빨래 할 것도 많고..."
대화가 진행되던 중 유미도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는지 말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살짝 솟아오른 나의 바지춤을 힐끔거리더니 못 본 척 시선을 돌리는 것이었다.
"흠, 선배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래.?난 그럼 밖에서 담배 좀 피고 올게."
"네."
유미가 후다닥 화장실에 간 사이 나는 담배를 들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방금 봤지? 쟤 힐끔 거리는거?’
[자중하십시오. 주인님. 여자들은 물건이 크다고 다 좋아하는 것은?아닙니다.]
‘그렇기야 하지. 근데 말야, 뭔가 촉이 왔다니까.’
[무엇이 말입니까?]
‘내가 낮져밤이 말 할 때 당황하는 거 봤지.’
[네.]
‘그건 정곡을 찔렀다는 말이거든. 겉으론 운동 좋아하고 순진하게 생겼는데, 전형적인 요부스타일 같아.’
[속단은 금물입니다. 판단의 근거가 불충분합니다.]
‘아니. 아까도 그랬잖아. 남자한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고. 아마 섹스 할 때도 엄청 적극적일 걸?’
[글쎄요. 주인님에게 육감 스킬이 있는지는 처음 알았군요.]
‘육감? 그건 뭔데?’
[식스센스라 불리는 제6의 감각입니다.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사람도 있지만, 스킬의 형태로도 존재하거든요. 직관력을 극대화 시키는 스킬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건 대체 어떻게 얻는 거야?’
[미션 보상에 뜨거나 플레이어 레벨 승급 시 얻는 랜덤 박스를 통해야지요. 기억하십시오. 플레이어 레벨을 올리는 것이 가장 빠르게 스킬을 얻는 방법이라는 걸.]
‘젠장. 근데 위업이 한 번에 되는 게 없잖아. 아다폭격기도 세 번. 후배위하는 선배도 세 번. SM 마스터는 무슨 90%의 도달도를 요구하지 않나. 아니지, 그것도 사디스트 끝내고 나서?메저키스트가 남는 구나. 그것도 90까지 도달할라면 대체 얼마나 처맞아야 되는 거야?’
[후후. 주인님. 인내가 쓴 만큼 그 열매는 단 법입니다. 어려운 위업은 그만큼 놀라운 보상으로 주인님께 보답할 겁니다. 또한 위업을 동시 달성할 여지도 남아있구요.]
‘가만...그러고 보니까 마유미는?혹시 S 성향이 아닐까?’
마유미와 관련된 위업 ‘강한 여성, 왜곡된 성욕...’
물론 여기서 강한 여성은 운동선수 급 피지컬을 일컫는 말이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가 가학적인?성향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낮져밤이.
남자에게 지기 싫어 하는 성격.
강한 여성...
강민주를 조교시킨 내가 드디어 조교당할 차례가 온 것일까?
[주인님, 정보창 스킬이 활성화 되었습니다.]
‘좋아.눈으로 확인해 보는 게 가장 빠르지.’
나는 어느새 자리로 돌아온 마유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유미는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이도훈.
185의 우월한 키.
서글서글한 인상의 훈남.
성수가 처음 소개하던 순간부터 왠지 호감이 갔던 남자.
유미 집의 남자들은 모두 키가 컸다. 위로 둘 있는 오빠는 190을 훌쩍 넘었고, 아버지 역시 180을 넘었다.
항상 큰 키의 남성들에게 둘러 싸여 있다 보니, 자신보다 작은 사람은 도저히 남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작은 남자들 역시 그녀를 부담스러워 하기는 마찬가지.
남자에게 큰 키는 대체로 축복이지만, 여자인 자신에게 큰 키는 때론 벗어 던지고 싶은 굴레 같은 것이었다.
우선 만날 수 있는 남자가 극도로 제한된다.
한국에서 180이 넘는 사람은 10% 가량 뿐.
시작부터 90%의 남성들을 배제해야 하는 것이다.
세상의 절반이 남자라고 해도 짝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마당에 10% 안에서만 고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려서부터 쭉 배구를 해온 까닭에 배구 선수를 만날 기회는 종종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날 감당할 남자는 드물었지.’
유미는 선천적으로 남성성이 강했다.
어려서부터 지는 것을 싫어했고, 승부욕도 남달랐다.
그리고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성욕도 무척 강했다.
그녀는 남자를 잡아먹는 스타일이었다.
섹스 할 때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가만 놔두질 않았다.
처음에는 유미의 성욕을 반기던 남자들도, 몇 번 자고?난 뒤엔?스스로 나가 떨어졌다.
가장 최근에 만났던 남자는 그런 말까지 했다.
-넌 진짜 짐승 같아.
그러나 유미는 그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내면엔 정말로 섹스에 미친 짐승이 숨어 있었다.
언젠가 해외 유명 MMA 여성 파이터가, 경기 전까지 섹스로 긴장을 푼다는 얘기에 무릎을 치며 공감했던 그녀다.
그런 그녀가 1년 넘게 남자를 끊고 살았다.
마지막 결별에서 얻은 상처가 그녀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맘에 드는 남자를 찾기도 어렵지만, 자신의 성욕을 받아내줄 남자는 더욱 더 희귀했다.
그래서 도훈을 알게 되었을 때 가슴이 설렜고, 도훈이 ‘낮져밤이’ 성향을 맞히던 순간 마시던 맥주를 뿜고 만 것이다.
어쩌면 도훈이 잔뜩 쌓인 자신의 거미줄을 걷어 줄, 그런 남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오빠 담배 피우시는 구나."
"응. 담배 피는 남자는 별로니?"
"아뇨. 필수도 있죠. 기호 식품인데."
‘담배야 피든 말든 뭔 상관이래.?밤일만 잘하면 되지.’
"원랜 안 폈는데 군대 가서 배운 거야. 스트레스가 심해서."
"그쵸? 저도 위로 오빠 둘 있는데 둘 다 군대 가서 담배 배워 왔어요. 아무래도 군대가... 좀 갇혀 있다 보니까..."
‘그러고 보니 도훈오빠도 전역한지 얼마 안됐다지 않았나? 물 못 빼고 잔뜩 쌓아놨겠네... 나한테?뿌려주면 좋겠다.’
유미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도훈의 눈빛이 당혹감으로 얼룩졌다. 그것은 아주 잠깐이지만 뭔가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친 사람의 표정이었다.
‘뭐지?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 그나저나? 도훈 오빠 거기도 엄청 실한 것 같은데 내 거미줄이나 좀 걷어줬으면...’
"...가자."
도훈이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네? 아직 치킨 남았는데 벌써요?"
"가자고. 내가 너 시원하게 뚫어줄 테니까."
그 순간 마유미의 봇물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