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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섹터!15
찌릿-
삿된 생각을 하자마자 손목에 찌르르 전기충격이 왔다.
'아얏, 깜짝이야!'
[경고 차원입니다. 방금 전의 구상은 몹시 위험합니다.]
'뭐가 또? 떼씹?'
[네. 학과 내에서 집단 난교를 벌일 경우 대학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우려됩니다.]
'야! 그거야 당연히 농담이지. 설마 내가 진짜로 하겠냐?'
[조금이라도 고민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라니까?'
[정말요?]
물론 잠시나마 8명의 여자 동기들을 엎어 놓고 따먹는 상상을 한 것은 사실이다.
이리 넣고, 저리 쑤시고.
오빠 저도 꽂아주세요.
그래 너도 한 입 주마.
하지만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새터가서 떼씹을 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게 새터야 섹터야?
[매사 조심하셔야 합니다. 주인님의 능력은 무궁무진하지만, 강한 힘에는 반드시 강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죠.]
‘그거 어디서 자주 들어본 말인데...암튼 너도 참 철두철미하구나.’
[저야 주인님의 안전을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니까요.]
로시와 대화를 나누느라 잠시 정신이 팔린 사이 육정음이 나에게 말했다.
"형, 대충 정해진 것 같은데?"
"그래? 그럼 역할 분담을 해볼까?"
나는 차력의 컨텐츠에 맞게 16명의 인원을 적절하게 분배했다.
과거 R&D개발부서 수석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부하 직원들을 많이 다뤄봤기 때문에 이런 것쯤 식은 죽 먹기였다.
능력에 맞게 업무를 할당하고 책임을 지우고, 성과를 내는 것. 오랜 직장생활로 체화되었던 경험들이 도훈의 몸을 통해서 다시 구현되었다.
그러고 보면 이정우의 삶이 꼭 헛된 것만도 아니었군.
적어도 업무만큼은 능력을 인정받고 살았으니까.
"...일단은 이렇게 나누고, 필요한 재료들은 나한테 요청해 줘. 내가 일괄로 취합해서 내일 오전까지 확보해 볼게."
"와, 오빠 완전 멋있다."
"혹시 공연 같은 거 많이 해보셨어요?"
"뭘 이런 거 가지고. 그냥 누구나 하는 건데. 자, 그럼 연습 시작하자."
다들 삼삼오오 모여 연습을 시작하는데 정음이 우물쭈물 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형, 형은 뭐할거야?"
"나야 총감독이지. 쇼를 전체적으로 진행할 사람은 있어야 하니까."
"그럼 따로 연습할 건 없는 거지?"
"응. 왜?"
"나 격파할 때 송판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거든. 형이 좀 잡아줄래?"
정음은 그런 말을 하고는 쑥스러운지 살짝 얼굴을 붉혔다.
자꾸 형,형 거리면서 보이쉬한 매력을 풍기던 정음이 갑자기 내 앞에서 교태를 부리는 모습이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음, 왠지 나에대한 호감도가 올라간 모양인데? 어떻게 생각해 로시?'
[알 수 없습니다. 정보창 스킬의 쿨타임이 돌아오기 전까지는요.]
'그래도 감이라는 게 있잖아.'
[스킬보다 정확한 진단은 없습니다.]
'넌 어쩔때 보면 소름끼치게 사람같은데, 이럴 땐 영락없는 인공지능이라니까?'
"형?..."
정음이 쭈뼛거리며 재촉했다.
나도 모르게 대답을 놓쳤던 모양이다.
"응. 그래 뭐,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닌데."
"...고마워 형."
***
정음과의 발차기 연습은 독립된 공간을 필요로 했기에 우리는 짐을 놓아 둔 안방으로 들어갔다. 방해될까봐 문까지 닫고나니 괜스레 기분이 이상해졌다. 밀폐된 공간, 성숙한 남녀. 섹스하기 좋은 날이군.
"발차기 뭐할지 생각해 봤어?"
"고등학교 때 시범단 하면서 연습한 게 있는데 그것들 중에 하나로 하려고."
"시범단?"
"그냥 품새 선수권 대회 출전자들을 시범단으로 차출한 적이 있거든."
"와, 너 그런 것도 나갔어?"
"응."
맞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랬지?
고등학생 나이로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왔다는 선수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럼 얘도 발목 부상만 당하지 않았음 국가 대표가 될 수도 있었단 소리잖아?
"너 발차기 좀 보여줄 수 있어?"
"여기서?"
"어. 그냥 가볍게 할 수 있는 걸로. 어느 정돈지 보고 싶어서."
"잠깐 몸 좀 풀고."
정음은 목까지 올라온 삼선 츄리닝의 지퍼를 끌어 내렸다. 상의를 벗어 버리고 반팔만 걸친 정음은, 예상밖의 큰 가슴을 갖고 있었다.
'헉-. 뭐야. 작을 줄 알았는데, 은근 사이즈가 있네?'
흰색의 반팔티는 안이 훤히 비치는 재질이라 짙은 색의 브레지어가 희미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털털한 성격의 정음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정음은 방안에 털썩 주저 앉아 다리를 쭉 펴고 몸을 굽혔다. 얼굴이 정강이 사이에 들어갈 만큼 놀라운 유연성이었다.
"와. 너 엄청 유연하구나?"
"이 건 기본이지."
정음은 이어 180도 다리를 벌렸다.
가운데가 바닥에 쓸릴 정도로 완벽한 찢기 자세.
'와...이 정도면 별의 별 체위가 다 되겠네.'
그녀의 몸 풀기는 거의 요가 강사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다리를 찢은 체 상체를 기울여 土 모양을 만들어 보이자, 목덜미 틈으로 짓눌린 가슴골이 눈에 들어왔다.
'헐...요가복 입고 했으면 자지 터질 뻔.'
"형, 위에서 좀 눌러 줄래?
"누르라고?"
"응. 원래 의자에 다리 걸쳐서 200도 이상 찢어야 되거든."
나는 바닥에 누운 그녀의 뒤로 돌아가 두손으로 허리를 짚었다.
"이렇게?"
"더 눌러도 돼."
나는 허리 양쪽을 붙잡고 무게를 실었다. 오랜 운동으로 다져진 그녀의 허리는 군살이 전혀 없어 두 손바닥 안에 잡힐 정도 였다. 잘록한 허리덕에 가슴이 더 커보였던 거구나.
'와...진짜 운동한 애들이 진리라더니 몸이 엄청 탄탄하네. 이런 애랑 빠구리 뜨면 어떤 기분일까?'
"됐다. 형, 몸 다 풀었어."
정음은 몸을 일으키더니 가볍게 스탭을 밟으며 무릎을 차올렸다.
"형,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봐."
"그래."
정음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발을 들어 올려 옆차기를 선보였다.
칼날처럼 날이 선 발등이 순식간에 내 콧잔등 바로 앞까지 다가오더니 닿기 직전에 멈춰섰다.
훅-!
하는 풍압과 함께 내 머리칼이 흩날린다.
'뭐, 뭐야? 눈에 보이지도 않잖아?'
그녀의 발차기는 도저히 눈으로 따라 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정음이 멎쩍은 표정으로 발을 거두며 말했다.
"이건 옆차기 그리고..."
정음의 몸이 순식간에 회전한다 싶더니 그녀의 발이 내 얼굴을 앞을 스치고 빠르게 사라졌다. 속도로 치면 0.2초나 되었을까?
"이건 회축. 또 보여줘?"
"아, 아니."
'세상에 진짜로 괴물이었잖아?'
그녀의 발차기 능력을 확인한 나는 불쑥 마유미와 관련된 위업 보상이 떠올랐다.
-재능 모방자.
관계한 상대방의 운동능력을 70%까지 흡수하는 스킬.
만약 마유미를 공략하고 정음을 먹는다면, 그녀의 태권도 실력을 70%나 획득힐 수 있다는 소리다.
'절반만 가져도 엄청날 텐데 70%라니...'
[정확히는 76%입니다. 위업 보상으로 받게 되는 재능 모방자 스킬은 3Lv이므로 76%의 흡수효율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헐, 국대 실력에서 76%면은 일반인에겐 사기 수준이잖아?'
[그렇겠죠. 하지만 그러한 상대를 만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나는 생각했다.
정음의 능력을 흡수하게 된다면 어디가서 맞고 다닐일은 없겠다고.
'아참, 그럼 내가 정음의 능력을 획득하게 되면, 정음이는 태권도 능력을 잃어버리는 건가?'
[아닙니다. '재능 모방자' 스킬은 문자 그대로 재능에 대한 모방입니다. 이미 보유한 능력을 빼앗는 것은 아닙니다. 능력 복제술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군요.]
'아하, 그럼 다행이고.'
발차기를 선보인 정음은 살짝 땀이 나는지 손부채를 부쳤다.
"어휴, 오랜만에 몸 풀었더니 덥네."
그녀의 반팔티도 땀에 젖어 몸에 들러붙었다.
그러자 매끈하게 잘 빠진 몸매가 여실히 드러났다.
'얘가 나를 유혹하나?'
하지만 정음의 표정을 봐선 전혀 그런 의도가 없어 보인다. 조교 강민주의 도발이 다분히 고의적인 의도를 풍겼다면, 정음의 행동은 남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순진무구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처녀 일지도?'
평생을 운동에만 매진한 태권소녀, 정음.
생각해 보면 남자를 사귈 시간조차 없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
"너 여자들한테 인기 많았지?"
"뭐요?"
"아니 원래 중고등 학생들 보면 또래 여자들이 막 고백하고 그런거 있잖아."
정음은 내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고는 씁쓸하게 웃었다.
"내 머리 때문에?"
"아니 뭐 꼭 그렇다기 보담..."
보이쉬한 스타일의 헤어.
여성스럽지 않은 시원시원한 성격.
남자를 압도하는 운동능력.
딱히 동성을 좋아하지 않는 여자들이라도 호감을 갖을 법 하다.
"그럼 뭐해. 어차피 여자랑 사귈것도 아니고."
"남자친구는 없었어?"
"남자인 친구는 많았지. 하하!"
정음이 창피한지 뻘쭘하게 웃었다.
확실하다. 그녀는 명백한 처녀다.
'잘하면 아다폭격기까지 노려볼 수 있겠는데?'
따지고 보면 정음의 공략은 여러모로 엄청난 이득이었다.
미션 보상으로 주어지는 500포인트에 후배위하는 선배와 아다폭격기 위업 동시 달성.
게다가 재능 모방자로 획득하는 태권도에 대한 재능까지.
이것이야 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님도 보고 뽕도 따는 상황이 아닌가?
물론 뽕은 따고 또 따도 배고프지만.
나는 이쯤에서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멘트를 던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네? 남자들한테도 인기 많을 타입인데."
"내가?"
"응. 너 은근 섹시한데가 있어."
"뭐, 뭐라구?"
정음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게 졌다.
생전 처음 듣는 칭찬에 어쩔줄 몰라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처녀의 행색이었다.
"혀, 형 갑자기 왜 그래?"
"아니. 난 운동 잘하는 사람이 되게 매력적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