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59화 (39/2,000)

────────────────────────────────────

새터?섹터!13

[안타깝습니다, 주인님. SM마스터 업적달성에 실패하셨습니다.]

현자타임으로 쓰러져 있던 나에게 로시가 청천 벽력같은 비보를 전해왔다.

‘뭐라고? 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정밀 진단한 결과, 방금 전 공략에서의 S 도달도는 46%에 그쳤습니다. 최소 90% 이상부터 ‘사디스트’의 이름을 승계할 수 있습니다.]

BULL SHIT!

말도 안 되는 소리!

평소 하지도 않던 가학적인 성향을 마음껏 발휘했는데도 업적 달성에 실패했다는 말인가!

현타까지 몰려와 날이 선 이성으로도 작금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덴 상당히 힘이 들었다. 공략에 성공했음에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다니...

난 지금껏 뭘 위해 땀을 흘렸단 말인가?

이거야 말로 허공에 좆질 아닌가?

‘납득할 수 없어! 이유를 설명해!’

[주인님. 제가 보기에도 충분히 감동적인 연기였지만, 데이터를 이용한 비교 분석 결과, 방금 전 플레이는 ‘SOFT S’ 등급을 받으신 것으로 나옵니다.]

‘소프트 에스? 그게 뭔데?’

[SM 플레이라고 모두 같은 수위를 가지는 건 아닙니다. 이 또한 반복 숙달을 통해 깊이를 더해가는 SEX 장르 중 하나입니다. 소프트 성향은 간략히 설명하면 ‘입문자 수준’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즉, S 성향이 가볍게 발휘된 정도랄 까요? 위업에서 요구하는 수치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합니다.]

‘젠장, 나한테는 최선이었다고.’

[안타깝게도... 가벼운 욕설, 스팽킹(Spanking, 손, 회초리 등으로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 혹은 약한 수준의 수치심 유발 정도는 ‘SOFT S’로 분류됩니다. 진정한 S로 가는 길은 상상을 초월한 멘탈의 담금질이 필요하지요.]

‘어쨌든 결론은 실패라는 거잖아? 어으 빡쳐.’

허탈감에 허우적대는데 로시가 나를 위로해 왔다.

[주인님. 한 술 밥에 배부를 수 있는 위업이란 그만큼 값어치가 떨어지는 법입니다. 그만큼 보상도 미미하니까요. 제가 볼 땐 처음치곤 충분히 좋은 시도였다 생각합니다. 기운 내십시오.]

최근 잇따른 성공으로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던 나에게 첫 번째 브레이크가 걸린 셈이었다. 역시 랭커가 되는 길은 쉬운 게 아니구나.

그래. 넘어지는 건 도약을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지.

나는 다시 마음을 다 잡았다.

‘하긴, 내가 무슨 변태도 아닌데 처음부터 SM을 성공한다는 건 어폐가 있겠지. 어차피 민주가 내 대물 맛을 본 이상 쉽게 벗어날 수 없을 거야. 다음 기회를 노려야 겠군.’

나는 얼싸를 당하고 널브러진 민주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쾌락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지 눈이 풀린 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래도 엄청 좋았나 보네. 아주 약이라도 빤 사람처럼.’

***

‘...미쳤어. 진짜 약 빤 것보다 좋을 줄이야.’

민주는 방금 전의 섹스가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느껴졌다.

순진한 도훈이 늑대로 돌변하자, 그때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항상 스스로 남자를 잡아먹는 쪽이라 생각했다. 남자한테 따먹히는 게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따먹는 거라고.

사실 신체구조상 그녀의 의견이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다.

어찌됐건, 여성의 성기는 남성의 그것을 집어 삼키는 형상이니까.

하지만 그녀도 마음속으론 거친 남자를 원하고 있었다.

평소엔 자상하고 부끄럼 많다가도, 불만 끄면 짐승처럼 돌변하는 상남자. 자신을 마음대로 휘젓고 주무를 수 있는 진정한 마초남. 흔히들 낮져밤이라 불리는 타입의.

도훈이 바지를 끌어 내리고 대물을 꺼내든 순간, 그녀는 이미 무장해제 된 포로 신세였다.

처음 흑형을 접하고 전율했던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며, 자궁 속에서부터 떨림이 시작되었다.

저 거대한 것이 나에게 들어온다면.

저 크고 아름다운 것이 내 속을 마음껏 휘저어 준다면.

도훈의 발딱 선 불기둥이 내 축축해진 동굴을 거칠게 유린해 준다면...

포로가 된 그녀는 도훈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그것은 낯설고 당혹스러운 경험이었지만, 짜릿하고 소름 돋을 만큼 자극적인 경험이기도 했다.

도훈 앞에 무릎 꿇고 그의 물건을 핥기 시작하자, 몸속에 잠재되어 있던 피학적인 본능이 일어나며 홀린 듯 이끌렸다.

도훈이 시키는 것은 뭐든지 들어주고 싶었다.

그 끝에 보답 받을 달콤함 선물을 생각하면,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도훈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녀를 완벽히 채워주었다. 오랜만에 자궁 끝까지 쩌릿쩌릿한 자극을 맛봤다. 질 속을 빈틈없이 가득 채우는 충만감은, 흑형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도입부터 전개 그리고 절정에 이르기까지, 도훈은 불덩이 같은 몽둥이를 유감없이 휘둘렀다.

그러고 보니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지희는 어째서...?’

분명 지희는 도훈을 토끼라 불렀다.

성경험을 아무렇지 않게 공유하던 지희가 자신에게 거짓말 했을 리 만무했다. 실제로 그녀는 도훈의 동정을 딴 직후 미련 없이 그를 차버렸으니까.

동정킬러라곤 하지만 지희가 한 번 만에 관계를 정리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 그만큼 지희는 도훈을 저평가했다.

그러나 실제로 접한 도훈은 지희가 말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사람이었다. 솔직히 자신은 도훈이 예전의 그 조루끼를 가지고 있더라도 차분하게 가르쳐줄 생각으로 접근했다.

실력은 기를 수 있어도 피지컬은 타고 난다는 믿음을 가진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자신이 가르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시작부터 끝까지 도훈에게 질질 끌려다녔다.

군대 간 2년 사이, 그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

"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적당히 뒷정리를 끝낸 민주가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주인과 노예라는 배역을 마무리한 그녀는, 다시 성숙미 넘치는 대학 조교로 돌아와 있었다.

"네?"

"지희가 말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서..."

"왜요? 듣던 것보다 작았어요?"

나 역시 다시 존대를 시작했다. 그것은 섹스가 끝나고 일상으로 전환되었음을 알리는 사인과도 같았다.

"아니...그럴 리가. 너무 좋았어. 기대 이상이었어."

"근데요?"

"지희가 분명... 너 금방 끝났다 했거든."

"맞아요."

"응?"

"그땐 처음이었잖아요. 긴장도 많이 했고... 솔직히 어느 구멍에 넣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피! 그런 게 어딨니? 백치 같은 애들도 그 구멍은 잘만 찾을 걸?"

어느새 긴장이 풀린 민주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가요? 아무튼 제가 그땐 정말 순진했거든요."

"지금은?"

"지금은 보다시피... 2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니까요."

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충분히 몸으로 보여줬으니까.

민주는 미지근하게 식은 커피를 홀짝이며 물었다.

"근데 너 여친 없다는 거 뻥이지?"

"아닌데요?"

"근데 이렇게 잘한다고?"

"진짜 없어요."

"없는데 어떻게?"

"그럼 선배는 항상 남자 친구랑만 했어요?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민주가 화들짝 놀라 커피를 뿜을 뻔 했다.

"켁-켁. 야! 사래 들렸잖아."

"아무튼 선배랑 비슷한 거에요."

"너 예전엔 안 그랬는데 디게 능글맞아 졌다?"

능글맞다라.

당연하지, 난 껍데기는 20대지만 알맹이는 40대거든.

근데 40대치곤 조금 유치해 진 것도 같다.

이건 환생의 부작용일까? 아님 넘치는 호르몬의 영향?

뭐든 상관없다. 나는 신에게 선택받은 플레이어고,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할 뿐이다.

"누나."

"응?"

"아까 약속 지킬 거죠?"

"뭐?"

"지희 누나랑 같이 하는거."

"어머! 너 그거 진심이었어? 난 흥분해서 아무 말이나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민주가 딴청을 피우자 나는 곧바로 정색했다.

이게 아직 교육이 덜 됐나 보군.

"...아무 말?"

"도, 도훈아."

"내가 아무 말이나 내뱉는 사람처럼 보였단 말이지?"

나는 화난 사람처럼 벌떡 일어섰다.

"저 이만 가볼게요. 조교 선생님."

그러고는 예의바르게 고개 숙이며 훽 돌아섰다.

내가 생각해도 정떨어질 만큼 차가운 태도였다.

그러자 당황한 민주가 갑자기 나를 뒤에서 껴안았다.

"미, 미안. 그런 뜻이 아니었어."

"놔요, 이거."

"정말 미안해. 누나가 잘못했어."

나는 그녀의 손가락을 힘으로 풀어내고는 다시 차갑게 말했다.

"조교 선생님. 절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지만, 저 그렇게 가볍게 말하는 사람 아니에요."

"아, 알어. 내가 말실수 한거야. 응? 화 풀어."

나는 한참 말없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내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더니 털썩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잘못했어요, 주인님. 용서해주세요."

‘헉. 짜증 좀 냈다고 뭘 저렇게 까지...’

민주의 굴욕적인 태도에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이렇게 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그때 로시가 말을 걸었다.

[오, 주인님. 조교하는 솜씨가 탁월하시군요. 이런 쪽으로 재능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야, 내가 뭘 했다고? 그냥 쟤가 심하게 M 성향인거 아니냐?’

[살짝 그런 끼도 엿보입니다. 아무튼 SM마스터를 달성하기에는 최적의 상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거참, 재수 좋은 놈은 껌 뱉는 종이를 집어도 로또 맞는 다더니만...’

나는 바짝 엎드린 민주를 향해 무릎을 구부려 자세를 낮추었다. 그리곤 주인이 개를 쓰다듬는 것처럼 민주의 머리를 매만졌다.

"다음에 또 그러면..."

"네."

"두 번 다시 선물 없을 줄 알아."

"네, 주인님 명심할게요."

"그래. 착하지. 고개 들어."

민주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처 들었다. 겁먹은 강아지마냥 바짝 쫄아 있는 모습이 나를 또 다시 흥분시킨다.

나는 일어서 다시 물건을 끄집어냈다.

"물어."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