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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섹터!11
강민주의 옷차림은 성숙미가 느껴졌다.
허리까지 올라간 스커트가 골반을 강조하며 몸에 쫙 달라붙어 있었고, 위로는 헐렁해 보이는 루즈핏 니트가 여성스러움을 뽐냈다.
전형적인 오피스 룩이랄까?
굳이 새터를 오는데 저런 차림인 것을 보면 평소에도 상당히 의상에 신경 쓰는 타입 인 것 같다.
강민주가 머그잔에 커피를 타면서 물었다.
"블랙?"
"네?"
"아님 설탕 넣어 줄까?"
"블랙요. 전 깔끔한 게 좋아요."
"커피 맛 좀 아는 구나?"
단정해 보이는 올림머리가 그녀의 목덜미 밑 송송히 돋은 솜털을 노출시켰다. 연약해 보이면서도 도발적인 장면이다. 나는 불쑥 드라큘라처럼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를 물어뜯고 싶어졌다.
‘...학생들하곤 다른 맛이 있겠어.’
그간 먹은 여자들은 대부분 스무 살 초반.
풋풋한 매력은 있지만,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성숙미는 다소 부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강민주는 풋내 나던 애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녀는 물이 오를 데로 오른 ‘진짜’ 아가씨다.
"알바는 어떻게 됐니?"
강민주가 두 손에 머그잔을 들고 나에게 왔다.
2인용 거실 소파는 두 사람이 앉기엔 살짝 비좁은 편이라 자연히 어깨가 닿을 정도로 밀착되었다.
"이번 주에 마무리 짓기로 사장님께 말씀 드렸어요. 학교 다니면서 하긴 어려울 것 같아서요."
"아무래도 힘들겠지. 자 커피. 뜨거우니까 천천히 마셔."
"네."
나는 머그잔을 호호 불어가며 커피를 들이켰다. 진한 커피향이 코끝을 진동한다.
성수와 마신 게 그냥 커피면, 이건 TOP다.
"커피 맛있어요."
"그래? 누나가 타서 맛있는 건 아니고?"
"아...그럴지도."
"농담이야, 얘는. 호호."
강민주가 수줍게 입술을 가리며 손바닥으로 내 팔뚝을 가볍게 터치한다. 아까도 느꼈지만 스킨쉽이 능수능란한 여자다.
흘리는 척 은근히 사내를 더듬는 손길.
이런 건 타고나는 걸까?
"이번 학번 애들 예쁘지?"
"네. 성수형 그러는데 다른 과에 비해서도 괜찮은 편이라 하더라고요."
"성수가 그래? 어머, 하여튼 여친 있는 애들이 더하다니까?"
"아뇨.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그런 뜻이 뭔데?"
"그러니까 음...관심 있어 하는 건 아닌 것 같았어요."
강민주가 눈웃음치며 내 말을 받았다.
"난 남자는 다 늑대라고 생각해. 성수도 남자잖아."
"그런가요?"
"그러고 보니 도훈이 너도 남자네?"
"네?"
"...그럼 너도 늑대려나? 어머! 나 위험한 거 아니니?"
얼씨구? 이게 어디서 농담 따먹기야?
확 따먹어 버릴라.
"저 늑대 아닌데요?"
"피. 남자들은 다 말 만 그래. 매너 있고 점잖은 척 굴다가도, 기회만 되면 어떻게든 덮치려고..."
"에이, 그래도 제가 어찌 조교샘을..."
그 순간 민주가 갑자기 확 몸을 밀착해왔다.
"넌 내가 선생님으로 보여?"
나는 순진한 척 눈만 끔뻑 거렸다.
그냥 확 팬티 내리고 꽂아 버리고 싶지만, 아직 뜸을 들일 필요가 있다. 내가 그녀를 원한 게 아니라, 그녀가 나를 원한 것처럼 만들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럼요. 물론 선배님이지만, 지금은 조교 선생님이기도 하니까."
강민주는 여전히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먹잇감을 노려보는 하이에나 같은 눈동자다.
"선배도, 조교도 아니고 그냥 모르는 여자면? 그럼 어떨 거 같은데?"
나의 어리숙한 연기에 민주가 더욱 적극적으로 들이댔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라도 나는 장단을 맞춰주었다.
그래, 지금 맘껏 까불어라.
"어, 어떻다뇨..."
"말해봐. 여자로선 난 어때?"
"음...예쁘죠..."
"또?"
"세, 섹시하고?"
"내가 섹시해? 어디가?"
민주는 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가슴을 들이밀었다. 나는 기세에 눌린 듯 계속 소파 구석으로 등을 기대 쓰러졌다.
순진한 연기도 정말 곤욕이구만.
"그냥...다?"
"푸핫. 무슨 말이야 그게."
민주가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마치 고양이가 먹잇감을 두고 장난을 치는 모양새다.
어쩌면 그녀는 아직까지 도훈을 군대 가기 전의 어리숙한 토끼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더 이상 토끼가 아니란다.
오히려 너 같은 앙큼한 여우들을 잡아먹은 최상위 포식자라면 모를까.
민주는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너 아직도 순진하구나?"
"제가요?"
"응. 나 사실 지희한테 너 얘기 몇 번 들었어."
송지희.
동정킬러.
강민주의 베프이자, 과거의 도훈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준 여친. 한마디로 너도 한패라는 소리군.
"너 나랑 지희랑 친하다고 몸 사릴 필욘 없어."
"몸... 사리다뇨?"
"지희는 지희고 나는 나니까. 괜한 죄책감 느끼지 말라고."
캬!
이것 봐라. 완전 나잡아 듭쇼네.
"지희 누나가 뭐라 하던가요?"
"너에 대해서?"
"네."
민주는 잠시 턱을 받치더니 얄궂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토끼? 대물? 아니면 둘 다?
"뭐...이것저것?"
"말해 봐요. 지희 누나가 어디까지 얘기했는데요?"
나는 지희 이야기가 나오자 살짝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
물론 의도적인 연기다.
내가 아직까지 지희에게 마음이 있는 것처럼 보임으로써, 여자로서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수법.
예상대로 민주에게 즉각적인 반응이 튀어나왔다.
"지희 얘기 나오니까 갑자기 적극적이네? 너 설마 아직도 마음 있는 거니?"
"그런 거 아니에요."
"근데 왜 그렇게 신경 써?"
"그냥..."
"진짜 마음 없는거 맞아?"
"전혀요."
"에이, 아닌 것 같은데? 남자들 첫 사랑 잘 못 잊는 다던데?"
"그냥 저에 대해 말했다 길래 궁금해서 그랬어요. 괜히 이상한 얘기 했을까봐서."
민주는 ‘이상한 얘기’라는 단어에 힐끔 시선을 내려 나의 바지춤을 훑었다. 진짜 노골적이군.
"흠...뭐 이상한 얘긴 아니고 사실 나한텐 흥미로운 얘기였어."
"흥미?"
"응."
"뭔데요?"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게 힘들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색을 드러내선 안 된다.
그녀에게 있어 나는, 군대에서 막 전역한 순진하고 경험 없는 도훈이어야 한다. 그래야 그녀가 자신의 패를 까보일 테니까.
"흠, 이런 얘긴 해도 되나 몰라?"
"말해줘요. 궁금하잖아요."
"하긴 뭐...우리가 뭐 애들도 아니니."
야금야금 변죽만 울리던 그녀가 드디어 대담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도훈이 너..."
그녀는 잠시 호흡을 멈추더니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거기 엄청 크다며?"
역시 그것이었나.
나는 미끼를 던져 븐 것이고, 너는 고것을 콱 물어 브렀어.
"우연히 들은 거야. 술자리에서."
"음..."
그녀의 의도는 이제 충분히 파악했다.
그녀가 노리던 것은 나의 대물이었다.
자, 그럼 이제 내 차례인가?
***
"그래서...궁금해?"
부끄러워하던 도훈이 갑자기 표정을 싹 달리하며 물었다.
그것은 가면이 벗겨진 것처럼 순식간이었기에, 민주는 순간 다른 사람을 보는듯한 착각이 일 정도였다.
"뭐, 뭐라고?"
잘못 들었나 싶다.
그것은 존댓말도 아니고, 숫제 반말이다.
수줍음 많고 예의바르던 도훈이 자취를 감추고, 거칠고 낯선 사내가 앉아 있었다.
"내가 지금 궁금하냐고 묻잖아."
그의 눈빛은 맹수를 연상시킬 만큼 잔인하고, 노골적이다.
순식간에 포식자와 피식자의 관계가 역전된 느낌.
민주의 심장이 갑자기 두근대기 시작했다.
‘뭐, 뭐지? 얘 갑자기 왜 이렇게 돌변한 거야?’
긴장감에 겨드랑이가 축축이 젖어 들었다.
본능이 소리친다.
이 사내는.
위험하다고.
"너 가. 갑자기 왜그래."
"왜? 선배도 아니고 조교도 아니면 어쩌냐고 물은 건 너였잖아. 지금 그렇게 대하고 있는 거야."
"그, 그렇긴 하지만."
도훈이 차갑게 입 꼬리를 비튼다.
이건 우습게 보는 거다.
막 전역한 23살 밖에 안 되는 애송이가, 과 선배이자 학과 조교인 자신을.
민주는 떨리는 마음에도 심지를 굳게 다졌다.
이제껏 만난 남자가 한 트럭 분량이다.
단 한 번도 남자한테 기 눌린 적 없다. 하물며 이런 풋내기 토끼 따위에 겁을 먹다니. 이건 자존심의 문제다.
"이게 귀엽게 봐줬더니 어디서..."
그러나 도훈의 이어지는 행동은 그녀의 말문을 막아 버렸다.
갑자기 도훈이 츄리닝 바지를 팬티와 함께 끌어 내린 것이다.
그 순간 대포알 같은 자지가 용수철처럼 튀어나왔다.
‘세, 세상에!... 크고 아름다워.’
민주는 화내려던 것도 잊고 자기도 모르게 도훈의 대물을 황홀하게 쳐다보았다. 18Cm의 이르는 거대한 물건이 수직으로 용솟음 친 모습은, 대물 마니아인 그녀에게 있어 신성한 성물과도 같았다.
도훈이 여전히 거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만지고 싶어?"
민주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도훈이 좀 더 야비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내 자지 만지고 싶냐고. 대답해."
"으,응."
"...응?"
도훈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 졌다.
민주는 자기가 뭔가를 잘못한 줄 알고 주춤 물러섰다.
"‘네’라고 해야지. 그래야 말 잘 듣는 아이지. 다시 대답해."
민주는 순간 속에서 뭔가 울컥하는 것 같았다. 나이 어린 후배가 느닷없이 태도를 돌변해 자기를 깔아 보고 있다.
그것은 굴욕과도 같은 감정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반발심은 눈앞에서 껄떡대는 도훈의 대물 앞에 눈 녹듯 녹아버렸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다.
이것은 정언명령이다.
"...네."
"착하구나. 그럼 상을 줘야지."
도훈이 갑자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우뚝 선 그의 대물은 여전히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내 앞에 꿇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