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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52화 (32/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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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섹터!06

내 음흉한 눈빛을 읽기라도 한 걸까?

갑자기 조교가 성수에게 다가가더니 뭐라고 속삭였다. 성수는 교수님의 말이 그치길 기다려 나를 따로 불렀다.

"어이 거기, 키 큰 학생."

"저요?"

"그래, 이리 와서 조교샘 좀 도와드려."

가까이 다가가자 강민주가 말했다.

"교수님께서 너희들 먹으라고 간식 사오신 게 있거든. 트렁크에 두고 왔는데 같이 좀 가지러 가자."

그녀는 자연스러운 핑계를 대며 나를 밖으로 이끌었다.

숙소를 나서자마자 곧바로 강민주가 아는 체를 했다.

"도훈이 너 오랜만이다?"

"네. 조교 선생님."

"선생님은 무슨! 징그럽다, 얘. 따로 있을 땐 누나라고 해."

"그럴...까요? 누나."

그녀는 군대 가기 전 이도훈이 사귀던 송지희의 베프라고 했다. 그래서 인지 유난히 나에게 사근하게 구는 느낌이다.

"너 이번에 엑스맨 맡았다며? 성수가 말해줬어."

"네. 아침에 형이 갑자기 부탁해서요."

"호호. 하긴 교수님들도 너 못 알아보는 눈치더라. 잘해봐."

주차장으로 내려가던 중 민주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위아래로 전신을 훑어보는 느낌. 노골적인 시선에 괜스레 민망해져 시선을 돌렸다.

"어째 몸이 더 좋아진 것 같네? 군대 가서 운동 많이 했니?"

강민주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연스럽게 내 팔뚝을 어루만졌다. 은근슬쩍 스킨십을 하는 모습에서 뭔가 꿍꿍이속이 엿보인다.

‘뭐야 이 여자? 로시, 혹시 과거에 이도훈이 강민주랑 친한 편 이었어?’

[기억에 따르면 송지희와 사귀던 시절, 셋이 가끔 차를 마신적은 있었습니다. 그땐 이정도로 친밀감을 드러내진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 근데 왜 갑자기 친한 척이래?’

의도가 궁금해진 나는 그녀를 한 번 떠보고 싶어졌다.

"민주 누나도 많이 예뻐지셨네요. 몰라 볼 뻔 했어요."

"진짜? 나 이뻐졌어?"

"네. 물론 옛날에도 예뻤지만요."

내 칭찬에 강민주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이야, 군대 갔다 오더니 아부가 늘어서 왔네?"

"아부 아닌데?"

"호호. 얘 좀 봐? 옛날엔 부끄러워 눈도 못 맞추더니..."

"그땐 어렸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다 컸고?"

"크긴 원래 컸죠."

나는 민주의 시선이 순간 밑으로 향하는 걸 놓치지 않았다.

‘어쭈? 얘 봐라? 완전 대놓고 쳐다보네?’

"...고1때부터 이 키였거든요."

"아, 키?"

"그럼 뭐요?"

"아, 아니. 저기 저 차있다."

삐빅-

민주가 말을 돌리듯 리모컨 키로 검은 세단의 트렁크를 열었다. 열려진 트렁크에는 커다란 귤 박스가 들어있었다.

"양희재 교수님 알지? 일 때문에 새터 못 와서 미안하다고 학과실로 보내셨더라. 진짜 좋으신 분이라니까."

"저거 들고 가면 돼요?"

"응, 혼자 들 수 있겠니?"

"네, 이정도야 뭐."

나는 귤박스를 꺼내며 생각했다.

어쩜 강민주의 노골적인 관심이, 송지희가 퍼뜨린 내 소문 때문인 것은 아닐까 하는.

‘낌새가 이상하다, 로시.’

[무엇이 말입니까?]

‘강민주 말이야. 살짝 떠봤는데 자기도 모르게 내 거시길 쳐다보더라고. 분명 송지희랑 친했다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그때 뭔가를 들었던 걸까?’

나는 앞서 걷는 민주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굽이 높은 힐을 신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모습은 분명한 유혹의 몸짓이었다.

***

‘쑥맥 인줄 알았더니...’

강민주는 달라진 도훈의 모습에 상당히 놀라워하는 중이었다.

2년 만에 해후라곤 하지만, 도훈은 눈빛부터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군대에서 무슨 일이라도 겪은 걸까?’

그녀는 송지희와 절친 사이.

유유상종이란 말처럼, 강민주 역시 동정킬러라 불리던 송지희와 마찬가지로 자유분방한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사내의 동정을 취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취향은 바로 대물.

언젠가 이태원 클럽에서 원나잇으로 흑형을 접한 뒤부터 작은 남자들은 성에 차지 않았다. 넣어도 넣은 것 같지 않고,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

한 번 흑형에게 간 여자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그녀는 더 이상 한국인에겐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돼버렸다.

그러나 언제까지 문란한 성생활을 즐길 순 없는 노릇.

자유분방한 대학생에서 어엿한 대학 조교가 된 이상 품위를 지킬 필요가 있었다. 클럽에서 외국인과 어울리다는 소문이라도 퍼지는 날엔 큰일이었다.

그러나 클럽 생활을 청산한 뒤 여러 남자들을 만나보았지만, 그녀의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긴 어려웠다.

크다고 유세 떨던 놈들을 기껏 벗겨 놓으면 죄다 뻥카(?)였다. 한번은 사진으로 인증까지 한 남자를 어렵사리 만났지만, 그마저 뽀샵으로 늘린 것이라 이실직고.

그녀는 대물을 찾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일임을 절감했다. 차라리 부모님을 설득해 아프리카로 유학이나 보내 달라 하고 싶었다.

흑형들이 가득한 천국으로...

그 무렵 도훈이 전역해 복학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도훈.

절친 송지희가 껌처럼 씹다버린 후배.

훤칠한 외모와 달리 말주변이 없어 그다지 매력을 느끼진 못했던 도훈이지만, 언제가 술에 취한 지희가 했던 말을 또렷이 기억해냈다.

-야, 그 새끼 완전 토끼야. 세 번 왔다 갔다 하더니 찍 싸버리는 거 있지?

-헐! 3분도 아니고?

-3분 카레면 말도 안 하지! 진짜 세 번 넣었다 뺏다 끝이었어. 뭐랬지? 누, 누나 미안. 이랬나? 뿌하하하하!

-진짜 덩칫값 못 하네 걔도. 몸은 좋은 것 같더니.

-근데 말이야, 진짜 물건하나는 끝내 줬어.

-물건?

-내가 만난 애들 중에서 가장 대물이었다니까? 그렇게 큰 애는 처음 봤어.

-도훈이가 대물이라고?

-굵기도 굵긴데 길이가 막...그 키보드 있잖아.

-키보드?

-키보드 맨 위에 평선키.

-응.

-사이즈가 대충 ESC부터 F8? F9? 그 쯤 되더라니까?

-우아! 완전 대박이네?

-에휴, 그럼 뭐하니. 어차피 토낀데. 물건만 아깝지.

그 뒤로 호기심 생긴 민주는 도훈을 따로 만나보고 싶었지만 그땐 이미 도훈이 군에 입대해 버린 뒤였다. 그리고 도훈이 군대 간 사이 지희가 바람나면서 안 좋게 끝나는 바람에 따로 연락하기도 뭐한 사이가 돼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희는 임용에 합격해 선생이 되고 공부를 더 하고 싶었던 민주는 학과에 조교를 신청하여 올해부터 조교로 근무하던 차, 도훈이 복학을 한 것이었다.

바로 그 대물이 말이다.

‘확 꼬셔버려?’

절친의 전 남친이었다는 사실은 중요치 않았다.

이미 그녀와 지희는 여름날 해변에 놀러갔다 처음 보는 남자와 쓰리썸을 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 성적으로 많은 비밀을 공유한 사이였다.

하물며 기둥자매 쯤이야, 뭐.

"도훈이 너 여자 친구는 생겼어?"

"아뇨. 전역한지 3달 밖에 안됐잖아요."

"그렇구나... 참, 얼마 전 내 사촌동생 휴가 나왔거든. 그때 술자리에서 그러는데 군인들이 정말 힘들겠더라."

"뭐가요?"

"아니 왜... 좀 혈기왕성 하잖니, 그 나이 대 남자들이. 그런 애들을 가둬놓고 여자도 못 만나게 하니까."

"아..."

민주는 도훈을 자극하고 싶어졌다.

교수님들 방을 잡을 때, 여자인 자신도 방을 따로 잡았다.

2박 3일간 도훈을 방에 불러 즐길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새터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넌 잘 참았니?"

***

"그래서, 넌 잘 참았니?"

와, 이쯤이면 완전 막가자는 건가?

그녀의 발언은 이미 조교와 학생 사이의 대화라기엔 너무 나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과 후배를 상대로 대낮부터 19금 토크라니...

분명 노골적인 유혹이다.

"그냥 뭐 그러려니 하는 거죠. 어, 저기 엘리베이터."

나는 박스를 들고 얼른 엘리베이터로 뛰었다. 엘리베이터엔 다른 사람들도 많았으므로 민주도 더 이상 나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강민주가 나에게 관심이 있는 게 틀림없군. 하지만 지금은 육정음에 집중할 때야. 스스로 뛰어드는 불나방을 굳이 나서서 받아 줄 필욘 없지.’

어느새 숙소에 당도하자 민주가 아쉬운 투로 말했다.

"벌써 다 와버렸네? 좀 더 얘기하면 좋았을 텐데...신입생들 같이 있음 너 아는 체 하기 뭐하잖아."

"다음에 해요. 2박 3일은 길잖아요."

"그럴까? 참, 오늘 밤 야간 스키 일정 있던데 스키나 같이 타자."

"네."

숙소로 귤 박스를 들고 들어가니 교수님들은 어느새 나가고 난 뒤였다. 새내기들에게 새터 일정을 설명하던 성수가 나를 보며 말했다.

"저기 봤지. 저 친구처럼 매사 솔선수범하란 말이야. 알겠지? 나다 싶으면 잽싸게 움직이라고."

"넵!"

"그리고 내일 저녁엔 사범대 전체적으로 새내기 공연 있으니까 천천히 준비해둬."

"선배님. 공연은 뭘 하면 됩니까?"

"좋은 질문이다. 무조건 쌘 걸로 준비해."

"네?"

"학생회에서 공연 1등 상품으로 소주 5박스를 준비했거든. 너희들은 어떻게든 그걸 타오도록 해. 안 그럼 여기서부터 정선에 있는 마트까지 구보로 뛰어가 짊어지고 와야 할 테니까. 강원도 칼바람 맞으면서 말이다. 우하하!"

"알겠습니다!!!"

귤 가지러 다녀온 사이 박성수가 애들에게 엄청난 정신교육을 했던 모양이다. 일치단결되어 대답하는 목소리가 숙소를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이건 뭐 군대도 아니고...

"그럼 이상, 구호 외치면서 마감한다. 임시 과대!"

성수가 임시 과대를 호명하자 강찬혁이 대뜸 나섰다.

저놈은 언제 또 과대가 된 거야?

"땀방울로 하나 되는!"

"무!적!체!육!"

"좋다. 그럼 10분 뒤에 전원 풋살장으로 집합하도록."

"옙!"

일정 소개를 마친 성수는 나를 보고 씨익 웃더니 그대로 방을 나갔다.

나는 귤박스를 놔두고 옆에 있던 동기에 물었다.

"뭐야? 왜 나오라는 건데?"

"선배들이랑 신고식 있데."

"신고식?"

"체육과 전통이래나봐. 가서 막 이것저것 한다는데... 나도 잘 몰라. 너도 빨리 체육복으로 환복 해. 1분이라도 늦으면 바로 기합 준데."

뭐라고?

내 나이 마흔 둘에 기합이라니?

그러나 분위기에 휩쓸린 나는 빛의 속도로 체육복을 꺼내 입는 수밖에 없었다. 새내기로 잠입한 것이 박성수의 음모(?)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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