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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51화 (3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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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섹터!05

"난 강찬혁. 현역이고 혹시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2때 아마복싱 대회에서 우승도 했어."

찬혁은 예의 그 챔피언 자랑질을 했다.

격투 종목에 관심 있는 남자애들은 "오!"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게 뭔 상관이냐는 듯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찬혁은 기대 밖의 반응에 입술을 씰룩 거리며 민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차라리 수능 전국 1등이나 재벌 3세라고 할 것이지... 요즘 세상에 복싱챔피언이 무슨 자랑이라고.

뒤이어 나머지 학생들도 하나씩 소개를 시작했다.

대부분 출신지역이 어딘지 밝히는 수준의 간략한 소개였다.

그때 머리를 짧게 자른 여자애가 일어섰다.

삼선 츄리닝을 위아래로 입은 그녀는, 보이쉬한 헤어스타일 덕에 얼핏 남자애로 오해받을 정도. 그러나 유달리 하얀 피부와 가녀린 턱선, 그리고 봉긋 튀어나온 가슴에서 여성미를 드러내고 있었다.

‘오. 느낌 좋은데?’

"난 정음라고 해. 육정음."

"엉? 육씨가 있어?"

"왜 그 장마여관인가 거기 보컬이 육씨잖아."

"그 뚱뚱한 가수?"

"와, 육씨가 진짜로 있구나."

누군가 엉겹 결에 내뱉은 말이 도화선이 되어 한동안 왁자지껄한 대화가 이어졌다.

이에 빈정 상한 정음이 대번에 인상을 찌푸렸다.

"야! 남의 성씨가지고 뭐하냐 니들?"

"어? 아니 난 그냥 신기해서..."

"재밌냐?"

"...미, 미안."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대부분 동갑내기들 이라고 하지만, 초면임에도 다짜고짜 반말을 내뱉는 모습이 포스가 넘쳤다. 흔히 얘기하는 걸 크러쉬의 완벽한 예시랄까?

끝내 남자애가 꾸벅 고개를 숙이고 나서야 상황이 종료되었다. 민망한 분위기 속에 계속 소개가 이어졌지만 나는 육정음이 뿜어낸 포스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여자애답지 않은 터프한 말투와 거침없는 태도.

그러면서도 유난히 선이 고운 얼굴.

이제껏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타입이었다.

바로 그 순간.

로시가 말을 걸어왔다.

[주인님, 미션이 발동되었습니다.]

'엇! 이렇게 난데없이?'

[이번 미션은 터프걸을 공략하라, 미션입니다.]

‘발동 조건을 예측할 수가 없구만.’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도 미션이 언제 어떻게 발동할지 알 수 없습니다. 이번 미션을 성공하면 50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가만, 지금 미션이 모두 몇 개 남아있지?’

[안경녀 미션은 종료되었고, 현재는 헬스녀 미션만 남아있습니다. 헬스녀 미션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2달 22일 2시간입니다.]

‘음... 왠지 콩까는 느낌인데?’

[네?]

‘아냐, 아무것도. 암튼 송미나 쪽은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군. 포인트도 바닥났는데 500포인트면 쏠쏠하지. 수락한다.’

[미션이 수락되었습니다. 디스플레이 창에 미션 성공까지 남은 시간이 표시됩니다.]

시계를 쳐다보자 다음과 같이 설명이 떠올랐다.

-터프걸을 공략하라!-

*새터에 참여한 같은 과 후배를 공략하는 미션입니다.

*성공 보상으로 50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제시된 시간을 초과하면 자동으로 미션이 소거됩니다.

*‘후배위하는 선배’ 위업과 연동됩니다.

-후배위체위만으로 후배 셋을 공략 시 ‘뒤치기의 제왕’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뒤치기의 제왕 : 후배위체위시 발기강직도가 10% 강화됩니다.

*남은 시간 : 3Day

‘뭐라고? 3일?’

[그렇습니다. 새터 기간 내에 해당 여성을 공략해야 합니다. 보상이 생각보다 큰 이유도 짧은 공략시간과 한정된 장소를 고려했기 때문이라 판단됩니다.]

‘아니 씨, 태어나 첨본 여자를 3일 안에 어떻게 자빠뜨려? 이번엔 수아나 예림이 때처럼 아이템 빨도 못 받잖아?’

[주인님. 이 정도 역경에 굴하시면 안 됩니다. 주인님은 일주일 만에 두 개의 위업을 달성한 발군의 적응력을 가진 플레이업니다. 부디 능력을 보여주십시오!]

‘너 지금 비꼬는 거냐?’

[아닙니다. 이게 다 주인님의 능력이 고평가 되었기에 벌어진 현상입니다.]

‘현상? 설마 난이도 자동보정 같은 거?’

[네. 애석히도 플레이어 시스템은 사용자의 능력과 레벨에 맞게 난이도가 조정됩니다. 주인님은 아직 칭호를 받지 못했지만 빠른 성장으로 인해 그에 걸 맞는 미션이 등장한 것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참나 그렇다고 눈앞에 500포인트가 걸렸는데 포기할 수도 없고...’

1000포인트를 가지고 있을 땐 몰랐는데, 포인트를 모두 소모하고 나니 한 푼이 아쉬웠다. 이 시스템에서 가장 쓰임새가 많은 것이 바로 포인트다. 포인트는 스킬을 레벨업 시키고,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으며, 심지어 인 앤 결제에도 쓰인다.

3일 만에 500포인트는 결코 낮은 보상이 아니었다.

게다가 ‘후배위하는 선배’ 위업까지 달성할 수 있으니 이번 미션을 성공할 수 있다면 일거양득인 상황.

‘그래, 까짓거 해보자. 로시 정보창 스킬로 육정음 띄워.’

[접수되었습니다. 디스플레이에 활성화 시켜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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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육정음

나이 : 20

호감도 : 49/100

개방성 : ?

성감대 : ?

성욕지수 : ?

공략팁

*정보를 확인하기엔 아직 호감도가 부족합니다.

-호감도를 상승시키기 위해 다음의 멘트를 추천합니다.

-추천멘트 : "너 은근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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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호감도 49라고?

이 정도면 나의 외모가 거의 안 먹혀 들었다는 의미다.

하긴 체육교육과에 워낙 호리호리한 애들이 많으니 내가 특별히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빠지는 편도 아니지만, 육정음의 눈에는 내가 평범한 과동기 정도로 보이는 것 같다.

게다가 추천멘트라고 나온 것 역시 굉장히 애매했다. 저런 말을 아무 때나 사용했다간 미친놈 소릴 들을 지도 모른다.

멘트가 호감도를 올리는 데 즉효약이라곤 하지만, 멘트가 먹힐 상황을 만들고 타이밍을 재는 것은 오롯이 나의 몫.

‘이번 미션 진짜 만만치 않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덧 내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이도훈입니다. 재수지만, 편하게 말 트고 지냈음 좋겠습니다."

"형이네?"

"재수 맞아요? 완전 우리 또래로 봤는데?"

"어머! 효린이 오빠한테 관심 있나봐."

"아니거등!"

소개를 마치자 여자 신입생들 사이에서 짧은 반향이 일었다.

역시 내 얼굴이 먹히긴 하는군.

슬며시 곁눈질로 정음을 쳐다보는데 그녀는 내 소개를 듣는 둥 마는 둥 옆에 여자애와 떠드는 중이었다. 나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는 건가?

그때 누군가 말했다.

"아까 부회장 선배가 과대 뽑으라지 않았나? 도훈이형이 하는 건 어때요?"

현재 새내기중 재수생은 모두 셋.

그러나 나를 제외한 둘은 여자였다. 누군가 바람을 잡기 시작하자 사방에서 나를 추대하는 움직임이 만들어졌다.

"맞아요. 형이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과대는 과 간판이니까 잘생긴 오빠가 하는 게 낫지."

"야, 봤지 봤지? 효린이 진짜 관심있다니까?"

"아니래도?"

"근데 오빠 여친 있어요?"

"오 벌써 과씨씨 예감?"

소개를 마치고 나니 다들 적응이 됐는지 금세 장난스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특히 효린이라는 아이가 나에게 유독 관심을 보이자 여자동기들이 재미삼아 놀리는 통에 이상한 기류가 형성되었다.

‘아, 쟤는 내 스타일이 아닌데...’

효린은 얼굴은 귀엽게 생겼지만 가슴이 너무 납작했다.

게다가 나는 씨씨라든가 커플이 되고 싶은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어떻게 이 난관을 벗어날까 고민하던 차에 갑자기 강찬혁이 나섰다.

"과대를 나이로 뽑는 게 어딨어?"

"어?"

"그래도 한 살이라 많은 사람이 하는 게..."

"쳇! 뭐 나이 많은 게 벼슬이라도 돼?"

찬혁의 두 번째 발언은 상당히 거슬리는 말투였기 때문에 화기애애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나 역시 어지간하면 좋게 넘어가자는 주의였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뭐 이..."

그때 바깥문이 열리며 누군가 숙소로 난입했다.

"야! 지도교수님 오신다. 다들 기상."

부회장 박성수였다. 성수가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나와 찬혁의 신경전도 자연스럽게 흐지부지되었다.

곧이어 체육과 지도교수들이 우리 숙소를 방문했다.

"앉아요. 앉아. 굳이 일어설 필요까진 없는데."

"아닙니다, 교수님. 일동 차렷. 경례!"

"안녕하십니까!"

성수의 지휘아래 신입생들이 바짝 허리를 숙였다.

이런걸 보면 아직까지 체육과는 군기가 빡센 느낌이다.

교수는 우리를 다시 앉히고 대학 입학을 환영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때 성수가 나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나만 볼 수 있는 각도에서 혼자 입을 벙긋거리며 누군가를 가리켰다.

‘뭐라는 거야?’

성수가 가리킨 사람은 교수들 뒤에 서있던 20대 중반의 여성이었다. 화려한 옷을 입고, 화장 역시 진해 대학생들과 사뭇 다른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조교 강민줍니다.]

‘어? 나 여기 있는 거 들키면 안 되는거 아냐?’

강민주는 내가 복학생이란 걸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눈치를 보니, 박성수가 미리 그녀에게 언질을 준 모양이었다.

강민주는 나를 보더니 파이팅 자세를 취하며 씽긋 웃었다.  눈웃음을 실실 짓는 모습이, 남자 꽤나 홀렸을 것 같은 첫인상이다.

오냐, 너도 다리 M자로 벌리고 기다리고 있어라.

후배위하는 선배 끝나고 나면 ‘조교당하는 조교’ 차례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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