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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44화 (2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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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눈이이15

수아의 질문은 평소 그녀의 이미지로 볼 때 지나치게 파격적이었다. 다들 멘붕으로 할 말을 잃은 가운데, 예림 혼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얘! 무슨 질문이 그러니? 어차피 너랑 기춘 오빤 커플이잖아. 이거 완전 나랑 도훈이 저격 질문 아냐?"

"얼른 손가락 표시부터 하세요."

술에 취한 수아는 예림의 반박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오히러 반쯤 풀린 눈을 보니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는 눈치.

이때 서로의 시선이 엇갈렸는데 기춘은 예림을, 예림은 수아를, 그리고 수아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 질문을 하면서 왜 나를 보는데?

나랑 자고 싶은 거야?

수아는 진즉 엄지를 세운 상태.

기춘 역시 입술을 씰룩 거리며 손가락을 들었다.

놈이 자고 싶은 여자는 당연히 예림이겠지.

나와 이미 한판 벌인 예림도 별 수 없다는 듯 손가락을 들어 올렸고, 나는 망설이는 척 마지막으로 손을 올렸다.

처음으로 만장일치.

그 모습을 본 기춘이 소리쳤다.

"어어! 모두 있다면 다 같이 벌주 마셔야 하는데?"

예림이 즉각 따졌다.

"그런 법이 어딨어요?"

"원래 이 게임이 그래. 그러니까 죽이려면 확실히 죽여야지. 어쩔 수 없어."

기춘은 어떻게든 수아를 보내려고 작정한 사람 같았다.

연거푸 세 잔을 마신 수아는 진즉 맛이 간 상황.

아마도 이번 잔이 라스트 샷이 될 가능성이 컸다.

기춘이 들뜬 표정으로 소맥 4잔을 뚝딱 말았다.

"자, 원샷이야 무조건!"

"이건 어거지야!"

"어헛, 게임은 게임이지."

모두 잔을 비운 가운데 수아가 쿵- 테이블에 머릴 찧었다.

"수아야! 괜찮아?"

"너무 많이 마신 거 같은데?"

다들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사이 수아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나 화장실 좀."

"나랑 같이 가자."

예림이 비틀거리는 수아를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

룸에는 나와 기춘만이 남게 되었다.

기춘이 야비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됐다. 수아 저거 끝났어. 제 취하면 완전히 뻗는 스타일이거든."

"형, 너무 먹인 거 아니에요?"

"뭐 어때? 한 숨 자고 나면 괜찮아 질 거야."

하여간 인성 쓰레기 새끼다.

여자 친구가 저러는데 걱정도 안 되는 건가?

"일단은 계획대로 수아 바래다주는 척 같이 나가자. 그리고 나만 돌아오는 거지."

"알겠어요. 형님. 근데 잘 할 수 있겠어요?"

"아까 못 봤냐? 예림이가 오늘 자고 싶은 사람이 있데잖아. 설마 오늘 첨 본 너겠냐? 당연히 나지. 그리고 너 못 봤지? 예림이 아까부터 나보고 실실 쪼개는 거. 앙큼한 계집애 같으니 술 좀 취하니까 본색을 드러내더라고."

"······.그렇군요."

착각도 가지가지다. 어째서 이런 놈들은 세상이 자기 위주로 돌아간다고 여기는 걸까? 나랑 떡치고 기분이 좋아져 그런 줄도 모르고.

그때 기춘이 물었다.

"야. 너 아까 넌 누구랑 자고 싶어서 손 든 거냐?"

"저요?"

"그래. 마지막에."

기춘이 제법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아마도 여자들은 모두 자길 찍었다 보고, 나의 선택이 궁금했나 보다.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제 취향 아시잖아요. 그냥 술 마시기 싫어서 손 든 거에요. 근데 형 진짜 대박이다. 어떻게 거기서 만장일치 벌주를 생각해 냈어요?"

"하하. 이게 다 연륜이 얌마. 내가 이 게임하면 수아 맛탱이 갈 거라 했지?"

여자 친구 만땅 먹여 쓰러뜨린 게 참으로 자랑이다 새끼야.

그때 예림이 수아를 부축하고 다시 룸으로 돌아왔다.

수아는 예림에게 어깨를 기댄 체 혼자 서지도 못 했다.

"오빠, 도저히 안 되겠는데? 수아 집에 보내야 할 것 같아요."

예림은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야시시한 눈빛을 던졌다.

커플들 여기서 보내버리고 둘이 새벽을 불사르자는 의미.

역시 화장실만으론 부족했던 걸까?

"그냥 수아 먼저 보내고 셋이서 더 마시자. 나 아직 간에 기별도 안 왔어."

예림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나 역시 계획대로 기춘을 편 들었다.

"그래. 술도 많이 남았잖아. 이대로 끝내기도 아쉽고."

나는 그렇게 대답하며 슬쩍 스마트 폰을 가리켰다.

예림이 방금 전 내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

-기춘이형 바로 안갈 분위기야. 일단 수아부터 보내고 따로 보내야 할 것 같아.

메시지를 확인한 예림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춘의 평소 태도로 볼 때 가란다고 곱게 물러 날 사람이 아님을 의식한 것이었다.

기춘이 예림에게서 수아를 인계 받으며 말했다.

"도훈이랑 같이 나가서 수아 보내고 올게"

"뭘 두 사람이나 가요?"

"아니 나가서 담배도 한 대 피우려고. 너도 필래?"

"참나. 알았어요."

예림을 룸에 남겨두고 우린 수아를 데리고 나갔다.

그녀는 혼자 걷지도 못하는 지경이라 나와 기춘이 양 옆에서 부축해야 했다. 기춘이 여친을 나무라듯 말했다.

"넌 무슨 몸에 받지도 않는 술을 그렇게 마셔? 혼자 집에 갈 수 있지?"

"나···안 취했떠."

수아가 혀 꼬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시선은 여전히 땅을 보고 있다.

"그래. 너 하나도 안취했어. 그러니까 집에 가서 좀 자."

"···안 갈 꼬야. 나 안 취했다니까."

"그래. 그래. 전혀 안취한 줄 아는데··· 일단 저기 좀 잠깐 앉아 있어봐. 택시 잡아 올게."

우리는 가게 밖 벤치에 수아를 앉혔다.

수아는 몸도 가누지 못하고 완전히 널 부러졌다.

"얼씨구. 저래놓고 안취했단다."

"형 여기선 택시 안 잡힐 거 같은데요."

"콜 부르면 되지. 까까오 택시 있잖아."

기춘은 어플을 통해 콜택시를 불렀다.

"음, 5분 정도 뒤에나 오겠다. 넌 어떡할래 이제?"

"저도 가야죠. 예림 이한테는 적당히 말해주세요. 근데 수아 집은 어디 방향이에요?"

"동천동 소방서야."

"저희 집 가는 방향이네요. 그럼 제가 거기 들렀다 형수님 내려주고 집으로 갈게요."

"그렇게 해 그럼."

기춘은 인사불성으로 쓰러진 수아를 한 번 쳐다보더니 목소리가 안 들릴 위치까지 나를 데려 갔다.

"흐흐. 오늘 작전 완전 성공이다. 고맙다 도훈아."

"제가 뭘 한 게 있다고요, 형이 다 했죠. 게임 진행 진짜 잘하시던데요?"

"티 났냐? 내가 대학 다닐 때 MC 같은 거 많이 보고 그랬어. 아무튼 오늘 예림이 평소랑 다르더라. 원래 술자리 겜하면 맨날 빼면서 술 안마셨거든. 근데 아까 봤지? 완전 적극적인 거?"

"그러니까요. 오늘 왠지 작정한 것 같더라고요. 그나저나 아까 큰 남자가 좋다던데 자신 있으시죠?"

기춘이 의기양양 대답했다.

"짜샤. 형 또 다른 별명이 흑형이야."

"흑형? 그게 무슨 뜻인데요?"

"아 왜, 흑인들처럼 거시기가 존나 크다고. 크크. 예림이 오늘 완전 죽었다고 봐야지."

"역시 형은 진짜···"

어디 좆만한 새끼가 대물 앞에서 주름을 잡으실까?

나는 기가 찼지만,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마지막 탄을 쓸 차례다.

"택시도 안 오는 데 담배나 한 대 피고 있을까요?"

"그러자."

"형, 제거 한 번 펴보세요."

나는 안쪽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기춘에게 건넸다.

"이게 뭐야?"

"요번에 새로 나온 외산 담배에요. 맛이 상큼해서 좋더라고요. 아까 이거 찾으려고 편의점 세 군데나 돌았잖아요. 아직 안 들어 온 데가 많아서."

"그래? 함 줘봐."

기춘이 담배를 입에 물자 내가 재빨리 불을 붙였다.

"오, 이거 맛이 좀 다른데? 이름이 뭐야?"

"마데인헤븐요."

"마데인헤븐? 마일드세븐 짝퉁인가?"

짝퉁은 새끼야.

네가 지금 빠는 게 한 개비에 200포인트 짜리라는 것만 알아둬라. 나는 기춘이 담배를 피우는 사이, 몰래 빼놓은 일반 담배를 꺼내 폈다.

나는 이번 동시 공략을 위해 모두 3가지 아이템을 구비했다.

첫 번 째는 여자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몸에 좋은 크림.'

두 번 째는 누구든 5분 동안 최고의 가수로 만들어 준다는 '오늘은 내가 가수다 목캔디'.

그리고 마지막이 지금 기춘이 신나게 빨고 있는, '고개들 어요  용사님, 담배'였다.

[···이 아이템은 숟가락 들 힘조차 없는 노인이라도 벌떡 일으켜 세울 만큼 강한 성욕을 유발합니다. 가격은 비싸지만 충분한 값어치를 하는 아이템이죠.]

‘이걸 기춘이 펴도 효과는 동일한 거야?’

[물론입니다. 그런데 이 아까운 걸 왜 남에게 주시려는 겁니까?]

'놈을 발정 나게 해야, 일을 벌일 테니까.'

[아하! 그렇군요.]

'물론 그 과정에서 예림이 충격을 받을 순 있겠지. 하지만 놈을 확실하게 보내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야.'

***

담배를 모두 태운 기춘은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았다.

‘뭐지? 갑자기 술기운이 확 오르네?’

마침 콜 부른 택시가 도착하여 도훈이 수아를 부축한 체 택시에 올랐다.

"형님, 형수님은 제가 안전히 모셔 드릴 테니까 걱정 마세요."

"그래. 오늘 고마웠다 도훈아. 잘 들어가라."

나는 한 손바닥을 펴고 주먹 쥔 손으로 손바닥을 부딪치는 음탕한 수신호를 남겼다.

"형, 이거 잘하세요!"

기춘은 뭐가 그리 좋은지 입이 헤벌쭉 벌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훈이 떠나고 기춘은 예림 혼자 기다리고 있는 룸으로 돌아갔다. 예림을 떠올리자 갑자기 아랫도리가 부풀어 올랐다.

‘으흐흐! 마침내 예림이를 따먹는 시간이구나!’

기춘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오래 기다렸지? 택시가 안 잡혀가지고."

기춘이 혼자 들어오자 예림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혼자 오세요? 도훈이는요?"

"응, 도훈이? 도훈인 갑자기 일 있다고 집에 갔어."

"네? 이 시간에요?"

"몰라, 아무튼. 흐흐. 드디어 너와 나 단둘이서 남았네."

기춘은 급격히 끌어 오르는 성욕에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밀폐된 공간, 적당히 어두운 조명, 술에 취한 남녀.

모든 조건이 완벽했다.

이제 그녀를 취하기만 하면 오늘의 대장정도 끝이다.

"예림아."

기춘이 불쑥 예림 옆에 붙었다.

예림은 불길한 예감에 서서히 몸을 물러섰다.

"뭐, 뭐에요. 갑자기 왜 그러세요?"

"나도 이제 니 맘 다 알어."

"네?"

"나 좋아하는 데 수아 때문에 감추고 있는 거 다 안다고."

"오빠 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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