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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눈이이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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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참겠음, 참지 말든지."
도훈의 속삭임은 위태위태하던 예림의 둑을 무너뜨리는 마지막 한방이었다. 그간의 터치로 잔뜩 달아올라 있던 예림은 그 순간 봇물(?)이 터지는 짜릿함에 온 몸을 부르르 떨어야 했다.
사실 그것이 허리를 감싸 쥔 도훈의 손동작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예림은, 자신이 도훈에게 완전히 반했다고 확신했다.
‘내 맘을 완전히 읽고 있어. 정말 신기라도 있는 걸까?’
아까 손금을 보고 버럭 화를 낸 것도 다름이 아니었다.
-남자를 일찍 알았구나?
그 한마디가 숨기고 싶던 그녀의 치부를 건드렸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몹시 예뻤다.
아름다운 꽃에 벌 때가 꼬이는 것은 당연한 일.
백옥 같은 피부에 긴 생머리를 하늘거리는 예림을 향해, 수많은 남자들이 달려들었다.
평생 남자들의 관심을 받고 살다보니 예림의 눈은 자연스레 높아만 갔다. 웬만큼 잘난 남자가 아니고선 성에 차지 않았다. 큰 키에 떡 벌어진 어깨, 수려한 외모가 아니면 끌리지도 않았다. 실제로 그녀는 그런 남자들만 골라 사귀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그녀는 강제로 처녀를 잃었다.
그것은 그녀가 원치 않던 첫 경험이었다.
자신을 그토록 아끼고 사랑해주던 남친은, 싫다고 거부하는데도 강제로 관계를 맺어 버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끔찍했던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충격이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혔다.
그래서 도훈이 그 얘기를 꺼내는 순간 필요 이상으로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싸 보인다는 말은, 그녀가 가장 듣기 싫은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느덧 스물 셋.
젖살은 빠지고 육체는 무르익었다.
이제 그녀도 즐거움을 아는 몸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예림은 도훈이 갖고 싶어졌다.
"꺄아-!"
"아, 아니!"
예림의 마지막 동작을 지켜보던 기춘과 수아 모두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손이 도훈의 사타구니 사이로 파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바지 위라곤 하지만 예림은 도훈의 불알을 세게 움켜쥐더니 위로 한번 들어올렸다.
"헉!"
‘이, 이게 무슨!’
저승에 다녀온 이후 어지간한 일론 놀라지 않던 도훈이었지만, 예림의 과감한 터치에 자기도 모르게 차렷 자세를 취하고 말았다.
"난 여기까지."
예림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새침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때까지도 도훈은 뻣뻣한 차렷 자세를 풀지 못했고, 수아는 민망함에 눈을 가렸으며, 기춘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씩씩거렸다.
어느새 다리를 꼬고 앉은 예림은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들 놀래요? 아무 동작이나 해도 되는 거 아닌가?"
"그, 그건 그렇지만······."
"못 하겠음 술이나 마시든지."
외려 으름장을 놓는 예림이었다.
그녀의 뻔뻔함 앞에 다들 말문을 잃었다.
다시 도훈의 차례.
도훈이 난감한 표정으로 기춘을 바라본다.
그의 눈빛은 기춘에게 허락을 요구했다.
‘계속 할까요, 여기서 멈출까요?’
기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상황.
이대로 가자니 도훈이 여친의 소중이를 터치할 판이고, 여기서 멈추자니 자신이 예림이의 소중이를 터치할 기회를 날릴 판이다.
‘제길, 어쩌지? 이거 진짜 사람 환장하겠구먼!’
기춘은 엄청난 내적 갈등을 겪었다.
술이 만땅 된 예림이 처음으로 찐한(?) 스킨십을 선 보였다.
비록 옷 위라고 하지만 분명 도훈의 그것을 움켜쥐었다. 여기서 멈춘다면 기껏 달아오른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을 것이다. 그것은 상상도 하기도 싫은 결말이었다.
결심을 마친 기춘이 도훈을 향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못 먹어도 고!
도훈은 그의 고갯짓을 보고 속으로 혀를 찼다.
‘쓰레기 같은 새끼. 다른 여잘 만지고 싶은 생각에 자기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 손에 농락당하는 걸 지켜보겠다는 거냐? 이건 분명 네놈이 스스로 자초한 거야. 넌 마지막 기회까지 날려 버렸어.’
기춘의 동의를 얻은 도훈의 행동은 거리낌이 없었다.
그녀는 머뭇대는 수아를 향해 앞선 동작들을 차례로 수행했다. 수아는 도훈이 손끝이 닿을 때마다 밀려오는 짜릿함에 온몸이 뜨거워졌다.
‘하아······.내가 왜 이러지? 기춘 오빠가 보고 있으니까 더 흥분되는 거 같아.’
사실 그녀는 남자친구가 게임을 멈춰주길 바랬다.
이전까진 가벼운 스킨십이라 여길 수 있었지만, 예림의 마지막 동작은 분명 선을 넘어선 행동이었다.
하지만 기춘은 아무 말이 없었다. 오히려 묵묵히 술을 들이키며 아무 상관없는 사람처럼 딴청을 피웠다.
그것이 너무 서운하고 속상했다.
그리고 그 서운함은 도훈에 대한 호감과 맞물리며 오히려 그의 손길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게 만들었다.
"미안해요, 형수님. 그래도 게임이니까."
도훈이 양해를 구하며 그녀를 얼싸 안았다.
허리에 손이 닿는 순간 수아는 다리에 힘이 풀리며 쓰러질 뻔 했다. 어찌된 일인지 그의 터치 하나하나에 온 몸이 성감대로 변한 것처럼 짜릿한 쾌감이 밀려왔다.
이미 팬티는 축축해 진지 오래.
흘러넘친 애액은 두꺼운 청바지마저 적시고 있었다.
"하아-."
뜨거운 숨결을 토해낸 수아가 도훈을 꼭 부둥켜안았다.
그녀의 가슴이 도훈의 몸에 밀착되며 부드러운 촉감을 전해왔다.
이제 도훈의 손이 수아의 사타구니로 파고 든다.
수아는 민망함에 눈을 감았지만, 이미 달아오른 몸은 그의 손길을 갈구하고 있었다.
"헙-!"
수아가 손바닥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도훈이 중지 손가락을 세워 예민해진 클리토리스를 거세게 압박한 것이었다.
보다 못한 기춘이 고개를 돌렸고, 예림은 눈을 흘기며 도훈의 다음 행동을 지켜보았다. 도훈은 천천히 수아의 뒤로 돌아가더니 백허깅 하듯 그녀를 안았다.
"에이, 시시하게 고작 그거야?"
예림이 핀잔을 놓자 도훈은 보란 듯 수아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리곤 밑 가슴을 떠받치듯 위아래로 흔들었다.
수아는 민망한 중에도 끝까지 도훈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미 남자친구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기춘의 똥 씹은 표정이 오히려 통쾌하게 느껴졌다.
"저도 여기까집니다."
도훈이 끝나고 수아의 차례.
도훈의 터치에 이미 만신창이(?)가 된 수아는 누가 봐도 성의 없게 동작을 수행했다.
물론 딱밤 만큼은 진짜였다.
빡-!
"으앗! 진짜 이게!"
"게임이잖아요."
"아니, 다들 시늉만 하는데 왜 넌 진짜로 때려?"
"그거야 제 맘이죠."
기춘은 성을 내려다 주위를 의식해 겨우 참았다.
게임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남자답지 못한 모습이라 생각했다. 다른 누구보다 예림의 반응이 신경 쓰였다.
‘아으! 너, 나중에 보자.’
이어지는 동작도 성의 없긴 마찬가지.
포옹은 엉덩이를 뒤로 뺀 체 두 손만 감쌌고, 불알을 만지는 동작에선 손이 닿지도 않았다. 도훈의 했던 백허깅으로 가슴 들기도 흉내만 냈다.
기춘은 방금 전까지 적극적이던 수아가 자신에게 너무 대충하는 모습에 의구심을 품었다.
‘뭐지? 도훈이 앞에선 완전 열심히 더니 왜 나한테는······. 아하!, 내가 예림이랑 하는 것 때문에 삐졌구나? 하여간 여자들이란······.’
마음대로 결론을 내린 기춘은 수아의 행동을 이해했다.
오히려 지금은 예림의 소중이를 만지고, 가슴을 들어 올리며 다음 동작으로 얼마나 찐한걸 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그때,
짝-!
수아가 난데없이 기춘의 뺨을 후려쳤다.
짝- 하는 소리가 룸 안을 가득 찰 정도로 찰진 것으로 보아 혼신의 힘으로 갈긴 싸다구였다.
볼이 얼얼해진 기춘이 이어 없는 얼굴로 여친을 쳐다보는데 수아는 아무 말 없이 자리로 돌아갔다.
"난 끝."
‘씨발! 뭐야 이게?’
여친에게 뺨을 맞다니.
그것도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기춘은 황망함에 좌중을 둘러보았다.
예림은 뭐가 그리 웃긴지 어깨를 들썩이며 큰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도훈은 고개를 숙인 체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렸고, 뺨을 갈긴 수아는 뻔뻔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때 깨톡이 왔다.
-형. 지금 화내시면 완전 나가리에요. 참아야 됩니다.
기춘은 몹시 열이 받았지만 도훈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뺨을 맞은 것 맞은 거고 자신에겐 아직 예림이라는 먹음직스런 먹잇감이 남아있다. 다만 수아가 생각보다 화가 많이 낮겠거니 생각할 따름이었다.
기춘이 마음을 다잡고 예림에게 다가가는 그때.
갑자기 예림이 벌주를 집어 들더니 소리쳤다.
"나 못하겠어."
"······.뭐?"
"뺨 맞기 싫다고요. 차라리 술을 마시고 말지."
"아니 그런 법이 어디 있어?"
"법이요? 아까 오빠가 그랬잖아. 동작 틀리거나 못하겠으면 벌주 마시면 된 다고. 난 못하겠으니까 그냥 벌주 마실래."
예림은 누가 말릴 새도 없이 벌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크하······.너무 쓰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리곤 룸을 나가버리는 예림이었다.
게임이 갑작스레 중단되자 기춘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도훈을 쳐다보았다.
드디어 예림의 밑을 훑고 가슴을 조몰락거릴 차례가 되었건만 모든 게 허망하게 끝나버린 것이었다.
"형, 한 대 피고 올까요?"
도훈의 제안에 기춘이 넋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했던 계획이 점점 틀어지고 있었다. 회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아야, 오빠 밖에 좀 나갔다 올게."
***
아직도 기춘의 왼뺨엔 손도장 자국이 남아있다.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웃음보가 터질 것 같았지만, 입술을 깨물며 애써 참았다.
기춘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야, 씨발 뭐냐 예림이 저거? 거기서 파토를 내?"
"형, 너무 흥분 마시구요. 아마 수아가 뺨을 너무 세 개 때리니까 겁먹어서 그런 것 같아요."
"하-. 씨발. 오늘 진짜 일진 좆같네. 수아는 또 왜 지 지랄인데?"
"혹시······."
"혹시 뭐?"
"형이 예림이한테 관심 있는 거 눈치 챈 게 아닐까요?"
"나 그렇게 티 많이 안냈는데?"
"그래도 여자의 촉이란 게 있잖아요. 제가 형 밀어 드리려고 민망한 짓도 다 했는데······.죄송해요 형."
"괜찮아 인마. 나도 니 뜻 아니까 좋게좋게 넘긴 거잖아."
거짓말 마라 기춘아.
예림이 주물럭거릴 생각에 여친 따윈 안중에도 없었잖아.
근데 어쩌냐?
두 여자 모두 빤스 젖어가지고 나만 보고 있던데.
그때 폰으로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를 힐끔 확인한 나는 기춘 앞에서 담뱃갑을 구겨 던졌다.
"아, 돛대 끝났네. 형, 저 편의점 가서 담배 좀 사가지고 갈게요. 셋이서 잠깐 술 마시면서 얘기하고 계세요. 오늘 밤 기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 마시구요."
"그냥 내꺼 같이 펴. 여기서 편의점 멀 텐데."
"전 제가 피는 것만 피거든요. 금방 다녀올게요."
"그래. 나 먼저 들어간다."
기춘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다시 한 번 문자를 확인했다.
-여자 화장실로 와.
메시지의 주인공은 방금 전 수아와 기춘이 게임을 진행할 때 몰래 번호를 주고받았던 예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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