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6화 〉 제135 화 마녀와 짐승과 강간당하는 소녀 (2)
* * *
“후후후……”
나은은 그녀의 발아래 알몸으로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현민을 내려다보면서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린 채 그에게 들으라는 듯이 일부러 과장되게 소릴 내며 그를 비웃었다.
“읏……!”
자존심이나 체면 따위 버린 지 오래였지만, 자신을 내려다보며 비웃는 나은에게 현민이 순간 발끈하여 무심코 고개를 쳐들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나은은 그가 그녀를 노려보든 말든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그의 시선을 깡그리 무시하고 오히려 그의 입에 자신의 발을 갖다 댔다.
“……”
“……”
서로 아무 말 없이 한동안 노려보길 잠시. 하지만───, 이 싸움은 처음부터 성립되지 않는 것이었다. 누가 위에 있고 아래에 있는지를 나은은 말할 것도 없고 현민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이윽고 현민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그녀의 발등에 서서히 입술을 가져다 댄다. 그리고는 떨리는 입술로 공손하게 그녀의 발등에 입 맞춘 다음 혀로 할짝할짝 핥기 시작했다.
현민의 자존심을 걸레짝으로 만들었음에도 나은은 그걸로는 부족한지 상하관계를 다시 한번 확고하게 다지기 위해 그의 마음을 후벼 파기 시작했다.
“후후, 정말이지 필사적이네. 추잡해라. 이렇게 보면 남자는 정말이지 불쌍해. 하반신의 노예니까. 한 달 동안 아무것도 입에 대지 못한 들개 같아. 뭐, 사실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지만.”
“신혜민 때문에 여자에게 환상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는 이렇게 말해도 아직은 잘 와닿지 않으려나.”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현민이 핥고 있는 자신의 발을 빼냈다. 현민이 모종의 기대를 품고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그녀를 올려다본다.
나은은 그가 보는 데서 팬티를 무척 뜸을 들이며 천천히 무릎까지 내렸다.
꿀꺽……!
현민이 입안이 타는지 마른침을 삼킨다. 그의 시선은 조금씩 드러나는 나은의 하반신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이윽고 나은의 하반신이 완전히 현민의 앞에 드러났다. 그리고 나은은 잘 정돈된 자신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역시 미안. 유감이야. 여기에는 주인이 따로 있거든.”
?!
나은의 말에 현민이 눈에 띄게 낙담했다. 그녀에게 농락당했음에도 분노보다 지금 당장 그녀의 안에 집어넣지 못한 실망이 앞선 것이다.
그는 지금 그만큼 여자의 몸에 절박한 상태로 몰려있었다.
송나은에 의해 그녀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진실로 오랜 시간에 걸쳐.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혹은 그의 인생이!!!
앞날이!!!
지금 이 순간 끝장난 것처럼 그의 얼굴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절망으로 물들어간다.
그때였다.
나은이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더니 오른손으로 그의 턱을 붙잡고 위로 들어 올린 것은.
“뭐, 그렇게 풀 죽지 마. 말했잖아? 나는 너의 마음속에 내리고 있는 비애를 멈추게 해주기 위해서 왔다고. 후후후……….”
“나는 으음……, 이래 봬도 거짓말은 잘 못 하는 성격이거든.”
“그러니까 너한테도 나쁘게는 하지 않아. 진정한 의미로 너는 나의 과거고, 나는 너의 미래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너한테 야박하게 굴 리가 없잖아.”
“후후, 못 믿겠다는 얼굴이네. 뭐, 하긴 갑자기 이런 얘길 들어도 난처할 뿐이겠지.”
“그래서 준비했어.”
“너만을 위한 손바닥 안의 못 자국을.”
“잘, 봐봐 이럴 줄 알고 널 위해 오랜 시간 정성껏 공들인 산 제물을 준비해 왔으니까.”
“분명……, 마음에 들 거야.”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였다.
방안에 줄곧 흘러나오던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기묘한 음악이 일제히 꺼지고 어둡던 방안이 환하게 밝아진 것은.
그리고 그는 그제야 눈치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송나은의 너무나도 불길하고 사이한 존재감에 묻혀 그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많은 것들을.
처음에는 소리였다.
위이잉……
위이잉……
벌떼가 웅웅 거리며 울고 있는 것만 같은 낮은 진동음이 송나은의 뒤쪽에서 들려왔다.
무심코 그쪽으로 시선이 간다.
그러자 송나은이 그의 손을 살며시 잡아 그의 몸을 일으킨 다음 그를 이끌고 그쪽으로 갔다.
송나은에게 맥없이 이끌려 천천히 한발 한발 이동한다.
그리고───, 현민이 이윽고 그의 침대 앞에 도달했을 때였다.
송나은이 이불을 휙 걷어냈다.
그리고 현민은 그만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송나은에 의해 훤히 드러난 이불 안쪽에는 너무나도 적나라하고 충격적인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빈틈없이 재갈로 입을 꽉 틀어 막히고 검은 비닐 봉투를 억지로 뒤집어 씌워진 채 팔다리를 우악스럽게 결박당한 알몸의 소녀가 있었다.
음모 저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강제로 두 다리가 활짝 양옆으로 펼쳐져 침대 모서리에 묶여있었고, 거대한 딜도가 그 안에서 기분 나쁜 진동음을 내며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꿈틀 맥동하고 있었다.
소녀는 흉측한 딜도가 꿈틀거릴 때마다 쉴 틈 없이 애액을 칠칠치 못하게 흘리며 간헐적으로 몸을 펄떡였다.
눈살이 찌푸려져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로 소녀의 모습은 참담했지만───, 현민은 소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의 귀두 끝에서 또다시 투명하고 미끈한 액체가 방울방울 맺히기 시작한다.
결박당한 채 유린당하면서 헐떡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천박하고 상스러운 동시에 그에게는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소녀의 몸을 탐닉하고 싶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녀의 피부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너무나도 감미롭게 모였다. 남김없이 핥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이성이 그를 주저하게 만들었다.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녀를 범하는 건 왠지 넘어서는 안 될 마지막 선을 넘는 것만 같은 예감이 강렬하게 들었다.
한번 넘고 나면 다신 돌아올 수 없다.
그 사실이 그를 조금이나마 주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걸 가만히 내버려둘 송나은이 아니었다.
“후후……, 당장이라도 게걸스럽게 달려들 줄 알았는데 이 상황에서 머뭇거리다니. 자제력이 강한 건지, 단순히 우유부단한 건지.”
“정말이지 기대를 배신하지 않아 주네. 그래, 그런 너이기에 나는 널 선택한 거야.”
“그러니까──, 쓰잘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 이건 내가 너한테 지극히 순수한 의도로 준비한 선물이니까.”
“잘 봐───, 그녀도 이렇게나 너를 원하고 있잖아.”
그렇게 말하며 나은은 구속되어있는 소녀의 음부에 꽂혀있는 흉측한 딜도를 단번에 뽑아버렸다.
푸슉…!
소녀의 허리가 크게 튀어 오르는 동시에 딜도가 뽑히면서 그 안에 고여있던 대량의 조수가 힘차게 뿜어져 나와 현민의 얼굴에 튀었다.
신혜민의 영향으로 여자란 존재 전체를 굉장히 특별하게───, 남자와는 달리 신비하고 신성하게까지 여기던 현민에게 그건 굉장히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받들어 모실 존재에서 정복해야할 대상으로 그의 가치관이 뿌리부터 뒤집어 엎어질 정도의 충격에 그는 순간 완전히 넋이 나가고 말았다.
그런 그를 나은이 재촉했다.
“자, 이리로 좀 더 가까이 오렴.”
“이건 네 거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 네가 배설한 욕망을 받들기 위한 변기나 하수구라고 생각하렴.”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소녀의 음부를 양옆으로 활짝 벌리는 나은.
그러자 한계까지 벌려진 소녀의 은밀한 부위가 뻐끔뻐끔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주륵하고 한줄기 미끈하고 끈적한 애액이 소녀의 사타구니를 타고 흘러내린다.
“자, 어서…….”
송나은의 더없이 달짝지근한 속삭임이 정현민의 귓속을 파고든다.
선의로 포장된 이해의 선물 같지만, 그 안에는 지독한 악의뿐이라는 걸 정현민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마녀가 준비한 선물을 거부할 수 없었다.
비록 그게 자신의 남은 인생을 송두리째 파탄 내리란 걸 짐작하고 있음에도, 그에게는 그걸 뿌리칠 이성이, 기력이 더는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하여 결국 마녀의 유혹은 정현민을 구속하고 있던 윤리라는 마지막 쇠사슬을 쥐어뜯었다.
아…아아…!
그가 소리 지르며 짐승을 각성시키기 위해 산 제물이 된 소녀에게로 달려든다.
나은에게 사지를 결박당한 소녀가 온몸을 와들와들 떨고 허리를 뒤틀면서 필사적으로 거부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 따위 그의 눈에는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이 순간 자기 안의 모든 불순물을 버리고 짐승으로서 완성되었다.
그의 몸 아래에 깔려 고통스러워하는 소녀의 모습에서 그는 더이상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소녀의 아픔이 그에겐 쾌락이었다.
소녀가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치며 칠수록 그의 내면은 충족되어갔다.
현민은, 아니 짐승은 그저 자신의 이룰 수 없는 욕망을 잠시나마 충족시키기 위해 소녀의 몸을 그의 정액을 배설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입에서 단내가 날 때까지 소녀의 위에 올라타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던 그의 뇌가 새하얗게 타버릴 때까지───.
거듭된 능욕에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소녀는 어느 순간부터 죽은 듯이 꼼짝도 하지 않게 되었다.
모든 저항을 포기하고 자신이 능욕당하는 현실에 체념한 소녀는 그저 현민의 욕망을 묵묵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소녀의 볼을 타고 서러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나은은…
모든 걸 내려놓고 소녀의 안을 조금이라도 깊숙이 파고들기 위해 허리를 흔드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는 현민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그에게 말했다.
“너도 이제 알았겠지.”
“사랑 없는 섹스가 안겨다 주는 기쁨을.”
“그렇다면 드디어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진정으로 바라고 말 거야.”
“사랑 없는 섹스가 안겨다 주는 기쁨 그 너머에 있는 것을.”
“욕정만으로 여자를 안고 지배하는 것도 이렇게나 기분 좋은데 네가 그렇게나 간절히 원하던, 결코 손에 넣을 수 없으리라 포기하면서도 끝까지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신혜민을 네 것으로 만들고, 지배한다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성녀도 창녀도 남자에게 박히면서 앙앙 거리는 건 똑같아. 너는 견딜 수 있겠어? 네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신혜민이 지금 저 소녀처럼 더럽혀지는 것을?”
“네가 모르는 곳에서 언젠가 신혜민이 그 곱고 아름다운 입술로 다른 남자의 더러운 물건을 맛있다는 듯이 빨게 되리란 사실을 너는 감내할 수 있을까?”
“후, 후후후후후후 무리겠지.”
“아핫, 아하하하핫. 그러니까 버리자꾸나.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과 이어지지 않더라도 행복하길 바란다는 위선을.”
"그딴 개 쓰레기만도 못한 가식의 옷 따위 변기에 처박아 버리고 솔직하게 말하자고."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서 행복한 것보다 자신과 같이 지옥에 떨어지는 게 낫다고 말이야.”
“아하하하하, 너에겐 그 자격이 있어.”
“그 누구보다 신혜민에게 심취해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너와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녀의 행복을 진정으로 바란 너만이 그 자격이 있어.”
“바로 곁에 너 하나만을 바라보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후배가 있으면서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내가 이렇게 개입하지 않았다면 여신을 향한 순정을 영원토록 지켰을 너만이 여신과 이어질 자격이 있어.”
“너라면 분명 그녀에게 닿을 수 있을 거야.”
“별의 은혜를 한몸에 받아 세상의 모든 악의로부터 지켜지는 신혜민일지라도, 그녀의 몸을 네 것으로 만들어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싶다는 너의 욕망만큼은 막을 수 없을 거야.”
“왜냐면 그녀를 범하고 싶다는 네 마음의 근원은 깊은 사랑에서 태어난 것이니까.”
“너 혼자만의 힘으로는 도저히 바꿀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한 깊은 탄식으로부터 태어난 너무나도 순도 높은 사랑이니까.”
“네 슬픈 사랑은 분명 기적을 일으킬 거야.”
“이 별의 모든 지성체가 네 사랑을 독선이라고 손가락질 하더라도 나만큼은 긍정하고 응원해줄게.”
“진정으로 바라는 건 결코 쉽게 주어지지 않아. 그 마음이 의롭고 간절할수록 더 많은 저항을 마주하는 건 당연한 이치.”
“하지만 남들이 우리가 잘못되었다고, 틀렸다고 손가락질 할수록 우린 더욱 이를 악물고 증명해야 해. 틀린 건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라는 것을!!!”
“사랑을 위해서라면 이 세상 전부를 적으로 돌릴 각오가 있는 우리가 틀렸을 리가 없잖아?”
“아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