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 제132 화 인생 종료
* * *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웅웅……!
웅웅……!
어두운 방 안에 기계의 모터 돌아가는 소리와 벌떼가 윙윙거리며 우는 것만 같은 진동음이 울려 퍼진다.
그리고───,
읏……!
하아……
응……!
흑…!
허윽……!
그 사이를 뚫고 여인의 억눌린 신음성이 간헐적으로 흘러나왔다.
손발의 자유를 빼앗긴 채 로터와 딜도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기계에 의해 무자비하게 몸을 내부에서부터 갈아엎어지고 있는 다솜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하아…
하아…
으극…!
나은이 자리를 비운 지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건만, 다솜은 고작 그 짧은 시간 동안 수없이 절정에 이르렀다.
쉴 틈도 없이 연이어서 절정 하기를 다섯 번이 넘어갈 무렵……, 그녀는 더 이상 세는 걸 포기했다.
응……!
읏……!
아아……!!!
또 한 번 억지로 원치 않는 절정에 이르러 기진맥진해진 다솜은 나은이 떠나기 전에 자신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그녀는 떠나기 전에 분명히 말했었다.
빠르면 이틀, 늦으면 삼일 뒤에 돌아올 거라고.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나은이 이런 거로 자신을 속일 만큼 졸렬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묘한 확신이 들었다.
즉, 그녀의 말 대로라면 오늘 하루는 그녀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는 의미였다.
지금까지 중에 그나마 가장 안전하고 처음으로 자신이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기회.
그렇지만, 쉽사리 행동에 나서지는 못했다.
아집 그 자체를 구현해 놓은 것만 같은 나은.
그 여자를 상대로는 항상 최악을 가정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지금처럼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겁 없이 발을 내딛는 장소에 가장 치명적인 함정을 파놓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섣부르게 주위에 구조를 요청했다가 실패하고 그러한 사실을 나은에게 낱낱이 감시당하고 있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 등골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 뒤에 이어질 나은의 잔혹한 처벌.
그녀에게 당할 처절한 수모를 감내할 자신이 도무지 없었다.
자연스레 몸이 움츠러들고 목소리가 안으로 기어들어 간다.
그렇게 그저 지금 주어지는 고통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게 얼마나 어설픈 생각이었는지……
한계는 곧바로 찾아왔다.
시간이 정지된 것만 같은 세상에서 끊임없이 절정에 이르며 조수를 뿜어댈 때마다 마음이 꺾인다.
이대로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육체적 쾌락에 순응하고 기꺼이 받아들이자는 유혹이 커져만 간다.
이렇게 사고가 한쪽으로 유도되는 상황이 정말로 심각하다는 것 정도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한번 마음이 완전히 부러져버리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
나은의 꼭두각시 인형이 되면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한 상태로 남은 평생을 보내게 되리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결국 모험을 하기로 했다.
“혹시……,”
“누구……, 없나요……?”
“제발……,”
“혹시 듣고 있다면……, 부탁이니 대답해주세요.”
“……”
“아무도 없나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누가 좀……”
“제발……”
“살려주세요…….”
아……!
아아……!
주변을 향해 도움을 요청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안 했다면 모를까 한번 해버린 이상……, 끝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목이 찢어질 정도로……,
실제로도 목 안쪽에서 피가 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필사적으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끊임없이 도구에 온몸을 유린당하는 와중에도 한줄기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끈덕지게 주변을 향해 도움을 호소한다.
그렇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외딴 무인도에 홀로 덩그러니 떨어져 있는 것만 같다.
그정도로 주변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아……!
우으……
흑……
어느새 바깥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목이 갈라져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산산이 부서진 희망과 나은이 돌아온 이후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 데서 찾아오는 미지의 공포에 오늘 하루 동안 참고 참았던 설움이 터져 나왔다.
우…
읏…
응…
하아아…
그런 와중에도 자신의 성감대란 성감대엔 모조리 붙어있는 로터와 몸 안 깊숙이 파고 들어있는 딜도는 다솜의 상태에 무심한 듯 일정한 속도로 진동하며 또 한 번 그녀에게 절정을 안겨주었다.
누군가 도와주러 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 정도는……, 나은이 자신의 입을 개 마개로 막지 않고 그냥 간 시점에서 차고 넘칠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비록 그렇더라도!!!
그 실낱같은 희망에 기댈 수밖에 없던 게 자신이 처한 상황이었다.
그것마저 수포로 돌아가자……, 남은 것은 깊은 절망.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다.
그리고……,
목이 타는 것만 같다.
머리가 무겁다.
갈증을 조금이라도 달래보기 위해 입안에 침을 모아 한 번에 삼켜보지만, 강제로 절정에 끊임없이 달하다 보니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수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턴가 입안에 침조차도 잘 고이지 않게 되었다.
하아……
하아……
후회된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더라면……,
이렇게 갈증으로 괴로울 일은 없었을 텐데.
스트레스가 심해져 몸에 장애가 찾아왔다.
틱……!
틱……!
움찔……
움찔……
눈꺼풀과 손끝이 잔경련을 일으킨다.
‘이젠……, 아무래도 좋아………………………….’
‘이 갈증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때 다솜의 눈앞에 들어온 것은……,
개밥그릇 옆에 나란히 놓여있는 물그릇…….
흑…!
아아……,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천천히 거기로 얼굴을 가져다 댄다.
할짝…!
할짝…!
손을 쓸 수 없는 관계로 개처럼 혀끝으로 조금씩 핥아서 마실 수밖에 없었다.
인간사회에서 자라나며 그동안 자연스레 당연히 누려오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무참하게 박살 난다.
그런 와중에도 떠놓은 지 한참이 지나 미지근해질 대로 미지근해진 물이 더없이 청량하게 느껴졌다.
그 뒤 다솜은 다음 날 새벽까지 기절했다가 강제로 깨어나길 수없이 반복했다.
…
꼭두새벽부터 눈을 뜬 다솜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풀린 눈으로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을 샌 적이 없던 건 아니었다.
과제라든가 시험 전날 벼락치기라든가……, 다양한 이유로 밤을 샜던 적이 수없이 많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피곤했던 적은 맹세코 단 한 번도 없었다.
수없이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의도적으로 깊게 파고들며 생각하길 거부했다.
괜히 생각이 많아지면 지금의 비참한 현실을 견딜 수 있을 거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목마르면 옆에 있는 물을 마시고, 소변이 마려우면 아무렇지 않게 나은이 떠나기 전에 하반신에 채워놓고 간 기저귀 위에 실금했다.
너무나도 수치스러웠지만, 생리 현상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타일렀다.
부르르…
살짝 몸을 떨며 가볍게 실금한다.
하반신에 뜨끈 미지근한 액체가 퍼져나간다.
조수와 소변을 하도 머금어 눅눅해질 대로 눅눅해진 기저귀가 몹시도 기분 나빴다.
그렇지만 동시에 몸 밖으로 무언가를 배설하는 동안 살짝 기분 좋은 것도 사실이었다.
‘내 몸 어떻게 되는 걸까…….’
이대로라면……
나는…
그 여자가 풀어주겠다고 약속한 날이 다가와서 이 끔찍한 생활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분명 예전처럼은 돌아가지 못하겠지.
선배의 옆에 나란히 서서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었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면서 스스로도 신체적 욕구를 거스르지 못하고 가축 이하의 취급을 받아들이는 거에 순응하고 말았다.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는 사람이 없었더라도, 자신이 여기서 겪은 일들이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분명 영원토록 기억에 남아 자신을 끈적이게 괴롭힐 것이다.
…
‘빠르면 오늘 중으로 온다고 했던가…….’
아아아아아악!!!!!!!!!!!!!!!!!!!!!!!!!!!!!
다솜은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미친 사람보다도 더욱 발광하며 고래고래 악을 쓰면서도 머리 한구석으로 더없이 냉정하게 생각했다.
그 여자는 분명히 말했다.
개밥그릇에 가득 담겨있는 사료를 남김없이 비우지 않는다면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우……
으……
윽……
빈 말 일리는 없겠지…….
만약에 내가……, 설마 정말로 그렇게까지 하겠어? 라고 생각하고 배짱을 부리면…
오기로라도 반드시 할 여자였다.
싫어……
그것만큼은……
절대로 싫어……
선배에게 주고 싶었던 처녀도 무참하게 빼앗겨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가축만도 못한 신세에 처해 있다.
그렇지만……,
이런 나라도……,
선배의 아이만큼은 가지고 싶어.
어쩌면 자신이 지금 그나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런 희망적인 미래가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자신이 선배의 아이를 가지는 미래.
그것만큼은……, 잃을 수 없었다.
그래……,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걸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도 팔겠어.
이……, 이런 개 사료 따위, 남김없이 비우는 거 일도 아니야…….
그렇게 다짐한 다솜은 개밥그릇에 얼굴을 쳐박고 게걸스레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먹기 시작했다.
웁……!
우욱……
웨엑……
우우웁……
우웨에에에에엑………,
한동안은 도무지 적응할 수가 없어서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길 반복했다.
하아……
하아……
선배……………,
나, 힘낼게……………………….
…
나은이 돌아온 것은 미리 언급했던 대로 다음 날 저녁이었다.
안에 들어온 나은은 방에 가득 찬 체취와 오물 냄새 때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우와, 냄새. 여자애라면 언제나 냄새에 신경 써야지.”
“…….”
나은의 말에 너무나 억울한 다솜이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라고 소리 지르려다가 그만두었다.
그럴 기력도 없거니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든 결국 나은이 귀담아 듣지 않을 거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환기부터 해야겠네.”
그렇게 말하며 나은은 방안에 있는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열고서야 다솜에게로 다가왔다.
다솜의 머리맡에 앉은 나은이 다솜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웃는다.
“집 잘 지키고 있었어?”
“……”
증오가 가득 서린 시선으로 나은을 노려보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나은은 다솜의 증오를 아무렇지 않게 흘려냈다.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기저귀부터 갈아줘야겠네. 많이 찝찝했지? 잠시만…….”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서는 화장실로 향하는 나은.
잠시 후 그녀가 세숫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담아왔다.
그리고 다솜이 차고 있는 기저귀를 벗기고, 그 안에 꽂혀있던 거대한 딜도를 단번에 빼냈다.
쩌억……!
다솜의 사타구니가 쩌억 벌어지며 상스러운 소리가 났다.
읏…!
그녀의 작은 신음성과 함께 그 안에 줄곧 고여있던 대량의 애액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뻐끔…
뻐끔…
며칠 동안 계속 딜도를 머금고 있던 터라 다솜의 음부는……, 기껏 딜도가 빠졌음에도 한동안 닫히지 않았다.
움찔…
움찔…
국부가 끊임없이 잘게 떨린다.
뻐끔뻐끔 열렸다가 닫히기를 반복하며 안에 고여있는 조수를 밖으로 흘려보내고 있는 다솜의 음부를 나은이 뜨거운 물수건으로 정성껏 닦아주기 시작했다.
읏…!
아아…!
다솜의 입에서 달콤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해방감과 자신의 부끄러운 곳을 정성스레 닦아주는 나은의 손길에 취한 듯 다솜의 얼굴도 희미하게 붉어졌다.
나은이 그런 다솜의 몸 이곳저곳을 훑듯이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런……, 한동안 방치 해놨더니 몸 상태가 말이 아니네. 이렇게 무성해서야 사랑받기 힘들지.”
“음음……, 여기선 이 언니가 조금 도와주도록 할까.”
조금 들뜬 목소리로 말하며 나은은 다솜의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주변에 제모용 크림을 손으로 덕지덕지 바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회용 면도기로 다솜의 체모를 깎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면도날이 몸에 닿을 때마다 다솜의 몸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는다.
“그렇게 겁먹을 거 없어. 오히려 네가 그렇게 긴장해서 안 다쳐도 될 걸 다치는 수가 있다?”
나은의 협박 아닌 협박.
다솜에겐 그 말에 따르는 것 이외에는 달리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눈을 질끈 감고 어떻게든 몸에서 힘을 빼보려 한다. 그다지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나 보다.
“그래, 그렇게 조금이라도 좋으니 몸에서 힘을 빼려고 노력해보렴.”
스윽……
스윽……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다솜의 몸에 자라났던 체모를 깎던 나은이 입을 열었다.
“네 각오는 잘 봤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만큼 지키고 싶은 게 있었다는 거겠지. 그러니 이번에는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겠네.”
“네가 약속을 잘 지켰다면 상을 주기로 했던가?”
“무……, 무슨……, 또 내 몸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이제 충분하잖아!!”
“너무 그러지 마. 이건 오로지 널 위한 거니까.”
“네 운명을 뒤틀어 원래대로라면 반드시 찾아올 행복한 미래를 송두리째 망가뜨려 버린 내 최소한의 속죄라고 생각해주렴.”
그렇게 말하면서 나은은 다솜의 목에 기다란 바늘이 달린 주사기를 아무 망설임 없이 단번에 푹 찔러넣었다.
바로 얼마 전 한차례 정체불명의 약품을 투여 당해서 강제로 모유를 착정 당했던 악몽이 다솜의 뇌리에서 되살아났다.
목에 깊숙한 바늘이 파고들었는데도, 몸 안에 들어온 바늘이 부러지는 위험조차 잊어버리고 다솜이 이성을 잃고 격렬하게 저항했다.
“시……, 싫어!!!!!!!!!!!!!!!!!”
히……, 히익…!
“제발………, 제발 부탁이니 나를 가만 놔두란 말야!!!!”
아아아아악!!!!!!!!!!!!!!!!
“선배……, 선배………!”
“도와줘……, 도와줘……!!!”
다솜은 완전히 패닉에 빠져버렸다.
그런 다솜을 보며 나은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미리 준비해둔 마취제에 적셔둔 손수건으로 다솜의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웁………!
웁웁……!!!!!!!!
우붑…!
웁!!!!!!!!!!!!!!!!!!!!!!!!
한동안 다솜이 버둥거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고개를 아래로 툭 떨구고 말았다.
“……………….”
나은은 차분하게 다솜이 완전히 의식을 잃은 걸 확인했다.
그리고는 다솜의 목에 다시 한번 주삿바늘을 끝까지 찔러넣고 꾸욱 누르며 중얼거렸다.
“축하해. 지금까지 인간으로서 지내왔던 네 인생은 여기서 완전히 끝났어.”
“그래서 앞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되겠지만…, 그렇더라도 가장 원하는 것 하나만큼은 손에 넣을 수 있을 거야.”
“이래봬도 나는 결말이 행복한 이야기를 좋아하거든…….”
“나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네…….”
“후후…….”
“자아, 그럼 짐승에게 가자꾸나.”
“짐승의 등을 떠밀어 주러………,”
“그를 극단으로 치우치게 할 이해의 선물을 전해주러 가자꾸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