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6화 〉 제125 화 굴욕 ~소녀가 마녀에게 당한 짓~ (1)
* * *
“후후…….”
녹초가 된 채 오들오들 떨고 있는 다솜을 내려다보면서 나은은 조용히 웃었다. 어찌 보면 다솜을 가엽게 여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한없이 인자하게도 보이는 미소였다.
그렇지만 하는 행동은 정반대였다.
나은이 손에 무언가를 들었다. 그게 무엇인지 확인한 다솜의 안색이 어두운 방안에서도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
날카로운 커터칼이었다.
나은은 다솜이 간신히 걸치고 있는 누런 얼룩으로 엉망이 된 속옷을 완전히 찢어버렸다.
그러는 동안 혹시라도 칼날이 몸에 닿을까 봐 다솜의 몸은 긴장과 두려움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나은은 예의 인자한 미소를 머금으며 다솜을 안심시키기 위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이건’ 내게도 소중한 몸인걸. 직접 위해를 가할 생각은 없으니까.”
“안심하고 편하게 몸을 맡기렴.”
자신을 납치해서 손발의 자유를 뺏은 여자가 저렇게 말한다고 다솜의 몸에서 긴장감이 빠질 리가 없었다. 오히려 무슨 짓을 당할지 몰라서 더욱 몸에 힘이 들어갔다.
나은은 그런 다솜의 몸을 풀어주려는 듯이 다솜의 아랫배를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문질러주었다.
웁…!
웁…!
너무나도 곱고 아름다운 손가락이 아랫배를 쓰다듬었지만 다솜은 커다란 지네가 피부 위를 기어 다니는 것만 같은 혐오감 때문에 몸서리를 쳤다.
그렇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스며드는 쾌감이 심리적인 저항감을 와해한다.
결국엔 생리적인 반응을 극복하지 못하고 하복부가 조금씩 뜨거워지며 허벅지 안쪽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나은은 혀로 그녀의 몸에 맺힌 땀을 한 방울 한 방울 정성스럽게 핥아주었다.
움찔……!
움찔……!
뜨겁고 까슬까슬한 혀가 다솜의 피부를 핥고 지나갈 때마다 다솜의 허리가 퍼덕퍼덕 튀어 올랐다.
나은이 그런 다솜의 다리 사이로 자신의 허벅지를 밀어 넣는다.
무릎으로 다솜의 사타구니 사이를 천천히 자극하면서 훤히 드러난 다솜의 가슴을 본격적으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웁!!!
웁웁!!!
처음에는 팔뚝에 소름이 우둘투둘 돋을 정도로 혐오감밖에 들지 않았지만, 끈덕지고 집요한 애무가 몇 분이고 몇 분이고 계속되자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몸 전체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움찔……!
움찔……!
하반신이 뻐끔뻐끔 상스럽게 열렸다가 닫히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애액이 새어 나오고 직접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 상태를 두 눈으로 확인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젖꼭지가 아플 정도로 빨딱 섰다.
수치스러워서 얼굴이 시뻘게지고 굴욕감 때문에 눈을 똑바로 뜨지 못할 지경이었다.
벌써 이러는 게 몇 번째인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어떻게든 눈앞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외면하려 한다.
그런 다솜의 귓가로 나은의 잔혹한 말이 꽂혔다.
“이렇게 유두를 상스럽게 세우고는 후후…….”
“온몸을 비틀며 싫어하는 척했으면서도 기분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나 보네.”
웁!!
나은에게 정곡을 찔렸지만, 눈앞의 증오스러운 여자에게 희롱당하면서 결국 절정에 달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해버리고 말면 자기 안에 남아있는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이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져 다시는 올라오지 못할 것만 같았다.
아무런 설득력도 가지지 못하지만, 그저 필사적으로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며 부정한다.
그러자 의외로 나은은 싱거울 정도로 한걸음 물러났다.
“알아.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단순히 생리적인 반응이라는 거지?”
“후후……, 아까부터 예상했던 그대로의 뻔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어서 기뻐.”
“너는……, 과거의 나를 닮았어.”
“아무래도 네 입에서 언니라는 말을 들을 날이 머지않은 것 같네.”
나은의 그 어처구니없는 말에 다솜의 다 죽어가는 눈에 의지의 빛이 돌아왔다.
짓밟힌 벌레가 꿈틀거리는 그러한 종류의 비루한 오기에서 나오는 최후의 자존심이었다.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그녀를 쏘아본다.
“알아. 네가 절대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것 정도는. 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나도 너한테 뭐라고 불리든지 그다지 상관없고.”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면서 나은은 다솜의 젖가슴을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오른손으로 격렬하게 다솜의 음부를 문지른다.
…!!!!
!!!
덜덜덜덜
흠칫……!
흠칫……!
나은에게 도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몸을 유린당했을까…….
수도 없이 조수를 뿜으며 절정에 달해 기절했다가 강제로 깨기를 반복하길 수 시간.
다솜의 몸뿐 아니라 마음마저 완전히 넝마조각이 되어 언제 정신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나은을 죽일 듯이 노려보던 두 눈에 빛이 완전히 사라져 탁해져 있었다.
다솜은 이제 초점이 거의 맞지 않을 정도로 풀린 눈으로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며 나은의 손길에 완전히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시라도 빨리 이 지옥과도 같은 수치스러운 시간이 얼른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런 다솜의 눈앞으로 나은이 크고 흉측한 물건을 불쑥 들이밀었다.
……?
의식이 완전히 날아가 버려서 몽롱한 정신상태였던 다솜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물건을 보고서도 처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게 지금까지 그녀가 현민을 위해 소중하게 지켜왔던 자신의 처녀성을 완전히 짓뭉개버릴 물건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 다솜은 나은에게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제발 그것만은 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체면이고 자존심이고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만큼은……, 다른 모든 걸 눈앞의 여자에게 능욕당하고 빼앗기더라도 지키고 싶었다.
나은은 그런 다솜의 모습을 보는 게 더없이 즐거운 듯이 노래하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아아……, 알지.”
“그 필사적인 마음.”
“좋아하는 남자에게 처음을 주고 싶은 보석같이 빛나는 존귀한 마음. 같은 여자로서 이해하고말고.”
“그러니까……, 네게 기회를 줄게.”
“네가 얼마나 진심인지……,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순결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힘을 낼 수 있는지 내게 보여주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그동안 다솜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재갈을 벗겨냈다.
입이 자유를 되찾자마자 나은을 향해 소리 지르며 그동안 차곡차곡 쌓였던 울분을 퍼부으려는 다솜의 입을 나은이 먼저 손바닥으로 틀어막았다.
“뭐, 마음은 알겠지만……, 널 위해서 충고할게. 지금은 조용히 다물고 일단은 내 말을 듣는 게 좋을 거야.”
“알았다면 눈썹을 천천히 한번 깜빡여 주렴.”
다솜은 이대로 나은의 말에 따르는 거에 거부감을 느끼고 잠시 고민했지만……, 다솜은 상황파악도 하지 못하고 무작정 날뛰고 볼 정도로 그렇게 미련한 여자가 아니었다.
자신에겐 진즉부터 선택지가 없었다는 걸 순순히 깨닫고는 천천히 눈을 한번 감았다가 떴다.
“그래, 착한 아이구나. 말 잘 듣는 아이는 싫어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며 나은은 좋아하는 남자에게 처음을 바치기 위해 그 어떤 불합리한 요구도 감내하겠다는 나은이 정말로 사랑스럽다는 태도로 다솜의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자신의 손을 천천히 떼어내었다.
다솜이 약속 때문인지, 아니면 나은에게 이미 심적으로 완전히 위축돼서였을까.
어쨌든 입이 완전히 자유로워졌는데도 다솜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은의 말에 따라 얌전하게 침묵하고 있자 나은이 그런 다솜이 대견하다는 듯이 다솜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다솜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그런 다솜의 눈앞에 나은이 커다란 유리잔을 들이밀었다.
안은 언뜻 보기만 해도 속이 메스꺼워지는 정체불명의 누런 액체로 가득 차 있었다.
당장이라도 헛구역질이 올라올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간신히 참으려는 다솜에게 나은이 친절한 목소리로 잔에 든 액체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이건……, 네가 지금까지 몇 번이고 실금하면서 음란한 즙을 마구 뿜어대는 동안 그 일부를 받아놓은 거야.”
“뭐, 너는 정신없이 가버리느라 내가 그런 걸 하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후후……, 이쯤 되면 내가 너한테 뭘 시킬지 대강 알겠지?”
“다……, 당신, 미……, 미쳤어.”
“고마워라. 최고의 칭찬이야.”
다솜의 말을 들은 나은은 다솜에게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 같았다.
그런 나은의 태도에 결국 다솜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고 말았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한번 말문이 트이자 그 뒤는 일사천리였다. 지금까지 오히려 고분고분하게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었던 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다솜은 나은에게 날이 선 목소리로 증오의 말을 내뱉었다.
하아……
하아……
나은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온갖 폭언과 욕설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다솜을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다솜이 자기에게 무슨 말을 하든지 관심이 없다고 해야 할까.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던 다솜이 제풀에 떨어져 나가 거친 숨을 내쉴 때가 돼서야 나은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하고 싶은 얘기는 다 끝났어?”
“그럼 슬슬 대답을 들려주었으면 좋겠는데…….”
읏…!
다솜은 그제야 새삼 눈앞의 여자에게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퍼부어봤자 그녀에겐 개 짖는 소리만도 못하게 들리겠지.
그래, 처음부터 자신에게 선택지 따위 없었다.
눈앞에 있는 여자는 일종의 재해이다.
아니,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재해보다도 질이 나빴다.
처음 본 순간 곧바로 그 자리서 도망쳤어야 했다.
마음속에서 슬그머니 무자비한 현실과 타협하자는 목소리고 고개를 치켜든다. 처음을 현민에게 주는 게 대체 뭐가 대수란 말인가.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지독한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지킬 가치가 과연 있는 걸까?
그래도──,
그렇더라도 역시 나는 처음을 선배에게 바치고 싶어──.
아무리 참아보려고 애써봤지만 결국 서러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말았다.
결국 다솜은 나은에게 순순히 굴복하며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온몸을 잘게 떨며 눈물범벅인 얼굴로 나은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대답은?”
“네…….”
나은은 다솜의 그런 순종적인 태도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한가득 머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