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 제124 화 제2 부 능욕의 장 프롤로그
* * *
으음……
따스해………
뭘까……
그것은──, 다솜이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아늑함.
‘기분……, 좋아…….’
누군가 무척이나 부드럽고 따스한 손길로 자신의 이마를 상냥하게 쓰다듬어주는 느낌과 함께 다솜의 의식은 서서히 깨어났다.
누가 이렇게 자상하게 대해주는 걸까……,
잠에서 깨어났다고는 해도 아직 의식이 몽롱한지라 곧바로 손의 주인을 떠올리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다뤄진 적이 있었던가…….
굳이 억지로라도 하나 꼬집어보자면 그건 상상 속에서였다.
잠들기 전에 선배에게 격렬하게 안기는 상상을 할 때, 자신의 안에 기분 좋게 사정한 선배가 녹초가 된 자신을 어루만져줄 때의……, 간절하게 꿈에 그리던 그러한 손길이었다.
‘선배……?’
‘혹시 정말로 선배인 걸까?’
그런 일말의 기대감을 담아 선배를 불러보려다가 그제야 자신의 몸에 일어난 위화감을 느꼈다.
입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손발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목 주변이 답답하다.
무언가 이상했다.
이상해도 너무나도 이상했다.
온몸을 엄습해 오는 위기감에 등 뒤로 차디찬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눈을 뜨려 할 때였다.
“일어났나 보네. 좋은 꿈을 꿨으면 좋았으련만…….”
“어땠으려나…….”
귓가에 스며들어 영혼을 옥죄는 달콤한 목소리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인자하게 웃는 얼굴로 자신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나은과 눈이 마주치자 의식을 잃기 전의 기억들이 떠오르며 몸이 덜덜 떨렸다.
웁웁…!!!
“표정을 보아하니 아니었나 보네. 내가 다 안타까운걸.”
그렇게 말하며 나은은 온화하게 웃었다.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보다도 더 부드러운 미소였다.
그리고 다솜은 떠올리고 말았다.
의식을 잃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았던 미소를.
사람을 사람이게끔 규정하는 모든 것이 결여된 너무나도 섬뜩한 미소를.
쪼르륵……………………………………………
의식을 잃기 직전 지극히 짧은 순간에 새겨진 나은을 향한 두려움에 몸이 먼저 반응하고 말았다.
눈앞에 있는 여자는 마음의 어둠이 가늠되지 않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인간이길 포기한 올곧게 미친 여자였다.
아무것도 없는 무미건조한 방안에 사지를 구속당하고 이런 잔혹한 여자와 단둘이 있다는 걸 깨닫고 만 순간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실금하고 말았다.
맨몸으로 굶주린 들개 떼에게 먹이로 던져지는 게 차라리 낫다고 다솜은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건 그나마 고통이 한순간일 테니.
다솜이 입고 있는 순백의 팬티가 가장자리부터 누렇게 물들었다. 몹시 기분 나쁜 액체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며 그녀가 누워있는 침대를 더럽힌다.
시……, 싫어!!!
그……, 그만…….
제발……
제발 멈춰줘…….
자신 또래의 여자에게 겁을 집어먹고 그녀 앞에서 보이고 마는 추태에 자존심이 갈가리 찢어졌다.
눈가에 눈물이 핑 고인 그녀가 마지막 자존심으로 어떻게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려는 걸 필사적으로 삼키면서 실금하는 걸 참아 보려고 했다.
그렇지만 이미 하반신이 완전히 풀려버린 뒤라 속수무책이었다.
아……
아아……
이미 그녀의 몸은 그녀의 지배하에 있지 않았다.
오히려 멈추려고 의식하면 의식할수록 더욱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차라리 자신의 이런 치태를 보고 있는 나은이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나은은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고 물끄러미 자신이 실금하는 모습을 그저 조용히 관망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나은의 그런 태도가 자신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이윽고……, 모락모락한 김이 피어오르는 뜨거운 액체로 하반신이 엉망이 되고 몸도 마음도 피폐해졌을 무렵이었다.
“이런……, 나이가 몇인데, 다 큰 여자아이가 칠칠치 못하게 이러면 안 되지.”
나은이 다솜의 아랫입술을 손가락 끝으로 문지르면서 그렇게 말하자 다솜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더니 나은이 다솜의 입술을 어루만지던 손을 팬티 한 장만을 걸치고 있는 다솜의 하반신으로 가져간다. 누런 얼룩이 진 팬티를 벗겨내 발목까지 내렸다.
아무리 동성끼리라지만,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이었다.
엉망진창인 하반신이 바깥 공기에 노출되면서 허전한 감각과 함께 다솜은 수치심 때문에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고 말았다.
나은은 소변으로 더러워진 다솜의 음부를 조금도 신경도 쓰지 않고 손으로 주물럭거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후후……, 천상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네.”
“언제 어디서든지 좋아하는 남자에게 안겨도 상관없게 정말로 예쁘게 잘 관리하고 있었구나…….”
“읏…!”
“그래……, 정성껏 관리한 보람도 없게 이렇게 엉망이 되어서야 네가 너무 불쌍하지. 모처럼이니 기분 좋게 해줄게.”
웁웁!!!
나은의 말에 다솜은 눈물이 글썽이는 얼굴로 필사적으로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며 온몸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그렇지만 나은은 그런 다솜의 반응 따위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솜의 허벅지를 양옆으로 벌리려 했다.
웁웁웁……!!!!
어떻게든 안간힘을 짜내어 가랑이를 오므려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쩌억 소리를 내며 가랑이가 벌려짐과 동시에 안쪽에 있는 분홍빛 속살이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냈다.
우붑!!!!!
“후후……, 이뻐라. 아직 진정한 여자의 기쁨을 모르는 무구한 몸.”
“내가 차근차근 가르쳐줄게. 아……, 너무 고마워하지는 않아도 돼. 이건 일종의 서비스……, 아니, 뇌물에 가까우려나.”
“내가 너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 이러는 거니까 말야.”
그렇게 말하며 나은은 천천히 다솜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혀를 내밀고 음부를 할짝할짝 핥아주기 시작했다.
………!!!
움찔…!
움찔…!
웁웁!!!!!
동성에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무방비하게 성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핥아진다는 혐오감과 끽해야 스스로를 위로할 때 서툴게 손가락으로 주변을 문지르던 다솜에겐 처음 겪는 자극이었다.
현민이 자신의 음부를 게걸스럽게 핥아주는 상상을 안 해본 건 아니었지만, 이건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그녀는 나은의 혀가 사타구니를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온몸을 뒤틀었다.
쪽……!
쪽……!
그리고 나은이 그녀의 소음순에 입 맞추고 본격적으로 빨기 시작하자 다솜의 허리가 허공으로 크게 튀어 올랐다.
웁!
우웁!
우붑!
아……
아아아……
뭐……, 뭐야……, 이거…….
시……, 싫어……!!!!!!!!!!!
아…
우…
…………!!!!!!!!!!!!!!!!!!!!!!!!!!
푸슉…!
푸슉…!
하반신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온몸에 존재하는 괄약근이란 괄약근이 전부 풀려버린 것만 같았다.
하반신에서 의지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음란한 즙이 대량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는 한동안 온몸을 잘게 떨다가 털썩 소리를 내며 침대 위로 떨어졌다.
하아……
하아……
우…
전율이 가시질 않는다.
너무나도 혐오스러운데도, 할 수만 있다면 눈 앞에 있는 여자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데도, 동시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할 정도로 기분 좋은 것도 사실이었다.
“후후, 어때? 생각보다 기분 좋았지.”
“여자의 몸은 여자가 잘 아는 법이거든.”
“어딜 어떤 식으로 만져주거나 핥아주면 기분 좋을지 어지간해선 남자보다 훨씬 잘 알지. 게다가 남자들은 어수룩해서 말이야.”
“어딘가 마음 한구석에서 여자를 자기보다 연약하다고 여기며 조심히 대하거든. 그런 심리적인 제한이 행동에 묻어나는 남자들과 여자는 달라.”
“여자의 몸이 생각보다 망가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보니 같은 여자를 상대로 이런 것도 가능한 법이지.”
그렇게 말하며 갑작스레 나은이 그녀의 음핵을 깨문 다음 물어뜯었다.
!!!!!!!!!
커터칼로 성기를 난도질하는 것만 같은 끔찍한 고통.
다솜은 재갈이 물려있는 입으로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면서 또다시 성대하게 조수를 뿜고 말았다.
한순간 의식이 완전히 날아갔다.
흰자위를 드러내고 입에서 개 거품을 흘리며 그녀는 또다시 실금했다.
쪼르륵……
하아…
하아…
얼마나 그렇게 한심한 꼴을 하고 있었을까.
녹초가 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그저 숨만 쉬는 기계처럼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왜 자신한테 이런 일이 생긴걸까.
살면서 나쁜짓 따위 해본 적 없었다.
오늘도 좋아하는 선배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만든 도시락을 싸들고 선배네 집에 가는 도중이었다.
이 상황이 너무나도 부조리하다.
억울하다.
왜 하필 자신이란 말인가!
왜!
대체!!
왜!
왜!
왜 하필이면!!
내가 뭘 어쨌다고!!
지금까지 인지를 초월하는 공포에 억눌려 있던, 부조리함에 분노하는 정의로운 마음이 고개를 치켜든다.
다솜은 자신이 처한 상황도 잊고 그저 순수한 증오가 가득 담긴 시선으로 나은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지금처럼 위아래가 명백하고 상대가 자신의 생사여탈권까지 쥐고 있는 상황에서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지만, 이렇게라도 억울한 마음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았다간, 그전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래 봤자 일개 평범한 소녀의 증오였다.
나은은 그 정도는 가소롭다는 듯이 다솜을 상대조차 안 해주며 평범하게 흘려버렸다. 대신 그녀의 브래지어를 벗긴 다음 가슴을 주물럭거리며 말을 이었다.
“내게 묻고 싶은 게 많다는 얼굴이네.”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다지 해줄 얘기가 없단다.”
“여기에 오기 전에 네게 했던 얘기가 전부야.”
“그저 네가 좋아하는 남자를 포기해 주기만 하면 되는 진실로 간단한 이야기지만……,”
“간단한 이야기라고 해서 그게 쉽게 이루어지라는 법은 없지.”
“아마 너한테 있어서는 세상에서 가장 무리한 일이 아닐까 싶어.”
“누구에게나 양보할 수 없는 마음 하나씩은 있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나도 물러설 수는 없으니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려고.”
“내 부탁이라면 뭐든지 들어줄 암캐가 한 마리 필요하긴 하지만……, 그건 뭐 겸사겸사야.”
“다행히 시간이라면 아직 여유 있으니까…….”
“둘이서 오붓하게 얘길 나눠 보자꾸나.”
그렇게 말하며 나은은 다솜이 몸에 걸치고 있는 속옷을 완전히 찢어버렸다.
어두운 방 안에 다솜의 억눌린 절규가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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