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 제120 화 혼(?)의 refrain
* * *
성우는 두 팔을 살짝 들어 올려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나은의 허벅지 안쪽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가랑이째로 양옆으로 벌린다.
가지런히──, 보기 좋게 정리된 음모가 쩌억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수풀에 감춰져 있던 분홍빛 속살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안에는 음란한 꿀이 잔뜩 고여있었다.
하아…
하아…
나은의 이런 적나라한 모습 따위 한두 번 본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흥분되어 성우의 가슴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크게 벌려진 균열로 혀끝을 가져간다.
밑에서부터 위쪽으로…… 즉, 사타구니 사이의 균열에서부터 항문까지 크게 핥는다.
할짝…
하아앙…
나은은 줄곧 성우의 물건을 두 손으로 움켜쥔 다음 입에 머금고 그의 하반신 구석구석에 정성껏 봉사하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그에게 애무하던 그녀는 성우가 그녀의 치부를 핥기 시작하자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하반신에서부터 시작해서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지는 쾌감때문이었다.
몸을 한차례 흠칫 떨며 자기도 모르게 달콤한 신음성을 흘렸다.
잘게 떨며 움츠러들려는 그녀의 음부를 성우는 더욱 억지로 비틀어 열었다.
그리고는 혀를 깊숙이 집어넣고 안을 마구 휘저었다.
……!!!
나은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주어진 쾌락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제는 그저 그의 물건을 입에 간신히 머금기만 하고 몸을 움찔움찔 떨 뿐이었다.
살짝 벌려진 그녀의 입에서 한줄기 타액이 턱을 타고 흘러내려 그의 하반신을 더럽힌다.
아…
아아…
그리고 결국 그녀가 그의 하반신에 엎어져 있던 상체를 뒤로 크게 꺾으며 절정에 이르렀다. 한참 동안 여운에 잠겨 흠칫흠칫 몸을 떨던 그녀는 다시금 털썩 소리를 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황홀해 보였다.
하아…
하아…
성우는 상체를 일으키면서 그녀가 얼굴을 파묻은 채 허덕이고 있는 자신의 하반신 역시 그녀의 몸으로부터 빼냈다.
그리고는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녀의 허리를 꽉 붙잡았다.
고정된 그녀의 하반신에 그의 물건 끝을 갖다 댄 뒤 몇 번 문지르다가 그녀의 안에 힘차게 찔러넣었다.
──────────────!!!!!!!!!!!!!!!!!!!!!!!!!!!!!!
사타구니에서부터 정수리까지, 몸 전체를 단번에 벼락처럼 꿰뚫고 지나가는 짜릿함에 나은은 제대로 된 신음조차 입 밖으로 흘리지 못했다.
그저 무의식중에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었을 뿐이다.
성우가 그의 물건을 뿌리까지 그녀의 안에 찔러넣은 다음이었다.
처음에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는 둥 마는 둥 미묘하게 흔든다.
그러면서 그녀의 등에 맺히기 시작한 땀방울 하나하나부터, 매끈한 아랫배, 탄력적인 엉덩이를 음미한다.
그녀의 몸 곳곳을 빠짐없이 혀로 핥거나 손으로 문지르다가 그녀의 신음성에 맞춰서 허리를 격하게 움직인다.
그가 허리를 본격적으로 튕기기 시작하자 그녀의 질 주름 하나하나가 그의 물건에 얽혀왔다. 성우는 그 끈적한 감촉을 만끽하며 그녀의 안을 드나드는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행위가 과격해지자 나은의 교성이 점점 커졌고 그녀가 움켜쥐고 있는 시트가 엉망진창 구겨지기 시작했다.
시트가 만신창이가 될수록 나은의 얼굴 역시 흐트러졌다.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고 목소리가 갈라졌다.
교성조차 원 없이 지르지 못해서 그 대신으로 얼굴을 깊숙이 파묻고 있는 시트를 입으로 꽉 깨문다.
그녀가 물고 있는 침대보가 타액으로 점점 물들고, 그녀의 눈이 확연히 몽롱하게 풀릴 때였다.
성우의 물건 끝이 그녀의 가장 안쪽을 거세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의 하반신이 그녀의 안을 헤집는다.
그때마다 땀인지 애액인지 모를 투명한 액체가 두 사람의 하반신이 연결되어있는 접합부에서 침대 위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가 그녀의 엉덩이를 동물의 젖을 쥐어짜내듯이 꽉 움켜쥔다.
얼마나 강하게 쥐었는지 그녀의 엉덩이가 그의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 정도였다.
동시에 그의 하반신을 그녀의 음부에 빈틈없이 밀착한다.
그리고는 허리를 부르르 떨며 그녀의 안에 대량의 정액을 울컥울컥 쏟아냈다.
아……, 아아………!!!!
두 손으로 시트를 꽉 움켜쥐고 얼굴을 파묻은 채 있는 힘껏 침대보를 깨물고 있던 그녀가 몸을 이리저리 뒤튼다.
그녀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뒤로 꺾이고 눈과 입에서는 칠칠치 못하게 한줄기 눈물과 침이 흘러내렸다.
나은은 끊임없이 몸을 가늘게 떨며 자기 안에 토해내지는 남자의 씨를 전부 받아들였다.
하아……
하아……
기나긴 한차례 사정이 끝나자 수컷을 체내에 받아들이는 동안 한껏 경직되었던 그녀의 몸이 풀렸다.
신장이 풀린 그녀의 몸이 침대 위로 털썩 쓰러졌다.
애액이 간헐적으로 흩뿌려져 침대 여기저기 얼룩이 졌다. 미묘하게 색이 변한 시트 위로 걸죽한 정액이 그녀의 하반신에서 흘러내려 침대를 한동안 더럽힌다.
팔다리를 축 늘어뜨린 채 엎어진 상태로 하반신만을 가끔 움찔움찔 떠는 나은.
뱃속에 가득 토해진 정액을 가랑이 사이로 흘리는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다시금 성우의 하반신이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왼팔로 그녀의 몸을 부드럽게 안으면서 오른손으로 그녀의 왼쪽 허벅지를 붙잡아 옆으로 젖힌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뻐끔뻐끔 열렸다가 닫히기를 반복하던 그녀의 음부가 다시 적나라하게 활짝 벌려졌다.
백탁액과 질액이 뒤섞인 격렬한 정사의 흔적들이 끈적한 실을 만들며 하반신에서 늘어진다.
그녀의 가슴도 그의 하반신 못지않게 뾰족하게 서 있었다.
하아…
하아…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잔뜩 흥분해 있는 상대의 몸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지그시 눈을 감고 입맞춤하며 서로의 신체를 포갰다.
처음 관계를 맺는 남자와 여자처럼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고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사정과 절정을 반복한다.
팔다리 전부를 그의 몸에 휘감아 온몸으로 그를 끌어안던 그녀가 거듭된 절정에 결국 실신하고 말았다.
사지에 힘이 풀려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다.
그녀는 흐트러진 얼굴로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며 실금을 하고 말았다.
성우가 그런 그녀의 가슴을 까득 소리가 날 정도로 질겅질성 씹기 시작했다.
그녀가 의식을 잃은 와중에도 아픔 때문에 몸부림친다.
그리고는 그는 날이 밝을 때까지 그녀를 안았다.
나은은 밤새도록 그에게 안기며 의식을 잃었다가 깨기를 반복했다.
…
늦은 오후였다.
나은은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몸이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은 부유감 속에서 눈을 떴다.
밤새 관계를 가진 다음 날에 으레 그랬듯이 이번에도 자신은 사장의 품에 쏙 안겨있었다.
잠들어 있는 내내 맞닿아있던 피부가 땀으로 끈적끈적했지만, 그다지 싫은 기분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의 공허함이 매워지는 기분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언제까지나 이대로 있는 것도……,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건 자신의 몸에 처음으로 남자에게 안기는 기쁨을 가르쳐준 사내.
그가 자신의 몸에 밤새도록 기분 좋게 사정한 후 이렇게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곤히 자고 있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에게 특별한 기분이 들지 말라는 게 무리였다.
무심코 그의 얼굴로 손이 간다.
곤히 자고 있는 그의 뺨을 매만지려 할 때였다.
내가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시선을 그가 자는 중에도 느껴서였을까.
그가 눈을 떴다.
눈이 마주친다.
나는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
“일어나셨어요?”
“아아──. 덕분에 푹 잤군.”
“후훗……!”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길 몇 분.
상대에게 부드럽게 미소짓던 우리 두 사람은 이번에는 서로의 뺨을 한동안 매만지길 반복했다.
그러다가 사장이 내게 말했다.
“슬슬 일어나도록 하지.”
“네.”
침대에서 나온 그와 나는 자연스레 함께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서로의 몸을 구석구석 정성껏 씻겨주었다.
서로의 은밀한 부분도 자신의 손으로 서슴없이 씻겨주는데도 평소와 다르게 우리 두사람 모두 음란한 분위기는 되지 않았다.
욕실은 지금 중요한 의식을 앞둔 순례자가 부정을 타지 않도록 몸을 정결케 하는 것과 같은 경건함으로 가득했다.
돌아가기 전에 이곳에서 해야 할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앨범의 마무리 작업 때문일까……?
그게 아니면……,
더 이상 상대에게 그 어떤 미련이나 후회가 남지 않도록 어젯밤에 그렇게나 서로를 격렬하게 갈구해서일까…….
…
욕실에서 나온 나는 그의 옷을 다리미질 한 다음 그의 와이셔츠를 공손하게 들고 그가 옷을 입기를 기다렸다.
그가 바지를 입고 난 후 그의 뒤로 다가간다.
그다음 그가 와이셔츠를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거들었다.
그 후 사장 역시 내가 드레스를 입을 때 등 뒤의 지퍼를 올려주는 등 우리는 서로가 옷 갈아입는 걸 도와준 후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사장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삼각대를 재빨리 조립하고 그 위에 즉석카메라를 설치한 후에 우리는 어느 한 장소에 나란히 섰다.
그곳은──, 일찍이 사장이 ‘그녀’와 한창 둘이서 밴드에 몰두할 때──, 언젠가 두 사람만의 앨범이 완성되면 그때 표지로 쓸 사진을 찍었던 장소였다.
물론, 그녀가 사장이 아닌 다른 남자의 품으로 떠나며 그 사진이 실제로 쓰일 일은 없게 되었지만…….
아마도 이게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거겠지.
나는 과거 그녀가 서 있던 장소에서 그녀와 마찬가지로 카메라를 향해 미소짓는다.
그리고 사장 역시 그때 그녀에게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내게 한걸음 뒤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이윽고 플래시가 파열한다.
잠시 후 사장이 출력된 사진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흡족한 얼굴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군, 자네도 볼 텐가?”
“……네.”
잠시 망설이다가 사장이 건네준 사진을 바라본다.
이 사진은……, 혼(?)의 재생(refrain).
사장에게 남아있던 단 하나의 마지막 미련.
어쩌면 요 며칠간 나와 사장의 작업은 이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한 여정에 불과할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내가 그녀의 대용품이라는 점만 빼면 전에 사장이 ‘그녀’와 찍었던 사진과 똑같다 보니 자연스레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나와 ‘그녀’를 비교하게 되었다.
그녀와 똑같은 곳에 서서 똑같은 자세를 하고 사진을 찍은 나였지만, 그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그녀와 비교하면 내 미소 따위 너무나도 볼품없었다.
그렇지만…
빛바랜 사진 속에 찍혀 있던 ‘그녀’와 사장보다 나와 사장의 거리가──,
완전히 똑같은 곳에 서서 찍었음에도 훨씬 가깝게 보이는 건 단순한 기분 탓인 걸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사진을 뚫어지게 보고 있을 때였다.
사장이 내게 말했다.
“괜찮다면 자네가 직접 한 장 찍어주지 않겠나?”
“저, 굉장히 서투른데 괜찮으세요?”
“아아──, 상관없다. 자네가 직접 찍어준다는 거에 의미가 있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사장의 저의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그가 부탁한 대로 순순히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사진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무척이나 서툰……, 초점이라고는 하나도 맞지 않는 건 당연할뿐더러 손의 떨림까지 고스란히 드러나는 처참한 결과물이 나왔다.
내가 자신의 서툰 솜씨에 부끄러워 얼굴을 희미하게 붉혔는데도, 사장은 몹시나 그 사진을 마음에 들어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