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9화 〉 제118 화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의 지평선 (12)
* * *
사장이 축 늘어져 있는 내 허리를 꽉 끌어안는다. 허리가 살짝 위로 뜨면서 사장의 상체와 내 상체가 빈틈없이 바싹 붙게 되었다.
내 부드러운 가슴이 사장의 탄탄한 가슴팍에 형태가 무너져 옆으로 살짝 삐져나온다.
그 상태로 사장은 내 목과 쇄골을 핥으면서 내 안을 정신없이 파고들었다.
사장의 허리가 높게 들어 올려졌다가 장작을 패듯이 강하게 내 음부를 내려찍기를 반복한다.
살과 살이 맞부딪치는 적나라한 소리가 거실에 크게 울려 퍼진다.
내 팔다리가 사장의 움직임에 따라 커다란 파도에 휩쓸린 작은 조각배처럼 이리저리 미친 듯이 흔들린다.
사장의 몸을 두 팔로 꼭 끌어안고 고개가 뒤로 확 젖힌 채 자지러진다.
입에서 자연스럽게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신음성은……,
너무나도 음란하고 달달해서 내 목소리에 나 자신이 다 흥분될 지경이었다.
두 손으로 사장의 머리를 끌어안고 살짝 입술을 벌리며 사장에게 키스를 조른다.
벌려진 입술 틈새 사이로 사장의 혀가 물밀 듯이 밀려 들어온다.
입술을 오므리며 입안에 들어온 그의 혀를 빠는 사이 남근을 꽉 물고 있는 하반신이 음란한 꿀을 뚝뚝 흘리며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나뿐 아니라 사장의 목소리 역시 갈라진 지 오래였다.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짐승 같은 절규를 연신 지르며 서로를 갈망했다.
흥분이 최고조로 달해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내가 두 다리를 그의 허리에 감으며 온몸으로 그에게 매달리자, 그가 내 하반신을 더욱 찍어누르며 그의 물건을 끝까지 내 안에 푹 찔러넣었다.
더없이 깊게 삽입한 채로 허리를 바들바들 떨며 마지막 남은 정액을 내 안에 콸콸 쏟아냈다.
순간 내 안에 오싹한 뜨거움과 함께 전신으로 달콤함이 퍼져나간다.
남자의 씨를 받드는 데에 기쁨을 느끼는 여자의 마조히즘적인 면을 자각할 정도로 기분 좋은 사정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내 안에서 움찔움찔 정액을 토해내던 하반신의 떨림이 점점 잦아들고, 힘이 꽉 들어가 돌처럼 딱딱해져 있던 그의 엉덩이도 차츰 부드럽게 풀어졌다.
그를 따라 내 몸에서도 긴장이 풀려 온몸의 근육들이 이완된다.
바닥에 편한 자세로 드러누워 평온한 기분으로 나른함을 만끽했다.
사장 역시 그런 내 몸 위에 털푸덕 쓰러져 전력 질주를 하고 난 후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고르는 것처럼 가슴을 들썩이며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황홀경에 정신이 몽롱한 나는 멍한 눈으로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런 사장을 달래주듯이 그윽한 손길로 그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한껏 달아올랐던 몸이 완전히 식어버렸을 때였다. 날씨도 꽤나 쌀쌀한지라 슬슬 서로의 체온만으로는 한계에 부닥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 즈음이었다.
사장이 먼저 내게서 몸을 뗀 다음 내 등과 허벅지 아래에 팔을 집어넣었다.
축 늘어진 내 몸을 두 팔을 사용해 안은 다음 들어 올렸다.
공주와는 이 세상에서 가장 거리가 먼 나지만, 자신이 소중히 대해진다는 걸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이런 공주님 안기는 그다지 나쁜 기분이 아니었다.
기운이 하나도 없어 사장의 품에 안기자 내 팔이 아래도 툭 떨어져 내렸다.
그 상태로 욕실까지 온 사장은 내가 등을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욕조 벽을 등지는 방향으로 내 몸을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렇게 나는 욕조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털썩 주저앉게 되었다. 고개가 힘없이 오른쪽으로 툭 떨어지고 두 팔이 아래로 느슨하게 처졌다.
그리고 하반신에서는 뱃속을 가득 채웠던 정액이 꾸물꾸물 흘러내려 작은 웅덩이를 만든 다음 그 크기를 서서히 키워나가고 있었다.
사장이 그런 내 몸 위로 따뜻한 물을 끼얹는다. 그리고 손에 바디워시를 듬뿍 묻혀 거품을 낸 다음에 마사지하듯이 내 몸을 구석구석 주무르며 내 몸 곳곳에 비누칠을 하기 시작했다.
격렬한 행위로 인해 상당히 무리한 체위로도 서슴없이 했다 보니 몸 곳곳이 알게 모르게 잔뜩 뭉쳤었다.
사장은 내 몸인데도 나 자신도 자각하지 못한 곳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특히 배꼽을 중심으로 아랫배와 허리를 공들여서 쓰다듬어 주었다.
그가 내 양쪽 겨드랑이 아래에 손을 집어넣고 겨드랑이와 옆 가슴을 풀어주며 비누칠을 한다.
내 가슴에 착 달라붙는 그의 미끄러운 손길이 더없이 기분 좋았다.
조금씩 입에서 달콤한 숨이 토해진다.
어느새 유두가 아플 듯이 딱딱해져 있었다.
사장이 그런 내 융기한 돌기를 엄지와 검지로 집은 후 시간을 들여 정성껏 매만지며 비비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배부른 상태에서 먹으면 그다지 즐기지 못하듯이 오늘 하루 수많은 절정을 경험한 내 몸은 쉽사리 절정에 달하지 못했다.
갈 것 같으면서도 가지 못하는 애절한 시간만이 한동안 이어진다.
그렇지만 집요하고 정성스러운 손길에 거의 강제로 상체가 부르르 떨리며 결국 절정에 달한 나는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바닥에 엎어진 내 등과 엉덩이를 다시 사장이 부드럽게 주무른다.
특히나 등의 경우 어지간해서는 내 손이 평소 닿을 일이 거의 없는 부분이 많다 보니 그런 곳에 사장의 손길이 닿으면 무척이나 간드러지는 기분이 들어……, 나는 그때마다 숨을 삼키며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사장의 손길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온다.
그리고는 엉덩이 안쪽을 파고들어 그의 투박한 손끝이 항문 주변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쾌감이 너무 커서 부끄러움 따위 떠올리지도 못했다.
그리고 사장이 바닥을 향해 엎어져 있는 내 몸이 다시 천장을 향하도록 조심스러운 손길로 내 몸을 위로 돌렸다.
몇 번이고 격렬하게 그를 받아들이느라 빨갛게 부은 내 음부를 세밀한 손길로 천천히 위로해준다.
아아…
고무줄이 끊어진 츄리닝 바지처럼 괄약근이 완전히 풀려버렸다.
시……, 싫어…….
아……, 안돼………!!!
쪼르륵……………………………………………………………………………………
뒤늦게 내가 안간힘을 쥐어 짜내 하반신을 오므려보려고 했지만, 결국 사장이 보는 앞에서 실금하고 말았다.
하아……
하아……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금 샤워기 물을 틀고 쓰러져있는 내게 뿌렸다.
온몸에 따스한 물줄기를 뒤집어쓰며 나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꿀꺽……
조금 떨어진 눈앞에 있는 사장의 물건을 온몸이 원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얼굴에 뜨거운 물줄기를 있는 대로 맞으며 가쁜 숨결을 토해낸다. 그러면서 천천히 사장의 하반신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바닥을 두 손으로 짚고 그의 귀두에 입맞춤한다.
그의 물건을 할짝이다가 입안에 머금는다.
그의 물건을 입에 넣고 천천히 머리를 앞뒤로 흔든다, 입안에 들어온 남근이 점점 커져 내 비좁은 목구멍을 막는다.
그의 고환이 부풀어 올라 터지기 직전 나는 그의 물건에서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는……, 다리를 천천히 벌리고 두 손으로 샤워기에서 나온 물인지 아니면 내 몸 안에서 새어 나온 애액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흠뻑 젖어 음모가 하반신에 눌어붙은 음부를 활짝 펼치며 넣어달라고 그에게 간청했다.
그의 물건이 내 안으로 천천히 파고들었다.
둘 다 체력은 진즉에 한계를 넘었기에 아까 전 같은 격렬한 행위는 무리였다.
대신 천천히……, 천천히………, 서로의 몸을 구석구석 차분하게 음미했다.
너무도 달짝지근하고 끈적끈적한 섹스.
그것은 격렬한 행위 못지않게 기분 좋았다.
의식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부유감 속에서 서서히 기분이 고조되고……,
하……
아앙……
몸 곳곳으로 작은 떨림과 함께 따스함이 퍼져나간다.
잔잔하지만 끊이지 않는 오르가즘이 오래도록 날 집어삼켰다.
하반신과 하반신이 접합된 부분이 언제까지고 바르르 떨릴 것만 같다.
…
그 뒤 나와 사장은 꼭 껴안은 채로 뜨거운 욕조에 들어갔다.
그의 품 안에 안긴 채 그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며 속삭였다.
“기분 좋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
사장은 아무 말 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한편…….
다솜은 오늘도 어제와 같은 시간에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 들고 현민네 집 앞으로 향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의 집 앞에 도착했던 그녀의 걸음걸이가 차츰 느려지다가 이윽고 문 앞에서 우뚝 멈추고 말았다.
거기에는 어제 자신이 선배를 위해 사온 다음 걸어놓고 간 도시락이 그대로 걸려있었다.
“선배…….”
자신의 친절이 완전히 무시당한 거였지만……, 그다지 화가 나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네게 잘해줬으니, 나한테도 친절하게 대해줘.
내가 이렇게 널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날 바라봐줘.
내가 이렇게나 널 사랑했으니………!!!
제발 나를 사랑해줘…………………………………!!!!!!!!!!!!!
그런 자기 멋대로인 응석이 통할만큼 상냥한 세계가 아니라는 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잘 알고 있으니까…….
그렇기에 딱히 절망하거나 화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세계는 절대 상냥하진 않지만, 인간 개개인 하나하나는 의외로 무르고 상냥한 구석이 많다.
그렇기에 사람이 언제까지고 마음을 닫는다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타인을 거절하는 데에는 무척이나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하니까.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
당연히 거절해야 할 다른 사람의 무리한 부탁도 거절하지 못해서 혼자 궂은 일을 남아서 종종 처리하던 자신이기에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선배는 특히나 상냥하니까………,
내게 매정하게 대하면 대할수록 그 자신이 더 큰 상처를 입겠지.
그러니까 내가 초조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궁지에 몰린 건 엄밀히 말해 선배지 내가 아니었으니까.
그저 자신은 꾸준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선배의 마음의 문을 두드리기만 하면 될 뿐.
‘그렇지만……, 너무 오래 기다리게는 하지 말아줘, 선배.’
‘부탁이니까……, 나를 너무 혼자 내버려두지 말아줘.’
…
안에서부터는 오늘도 역시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 완벽한 무시에 마음이 좀먹힌다.
괜찮아……,
나는 잘하고 있어……,
나는 틀리지 않았어……,
속으로 자기 자신을 세뇌하듯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약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고───,
다솜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현민네 집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