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화 〉 제112 화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의 지평선 (6)
* * *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고생했다.”
“네, 감사합니다.”
오늘 작업은 무척이나 순조로웠다.
사장이 편곡한 걸 연주하면 그 피아노 소리에 맞춰서 내가 몇 번 불러보고 조금씩 수정했을 뿐이었으니까…….
“나는 마저 할 일이 남았으니 편하게 쉬고 있도록.”
“네……, 혹시 제가 따로 도와드릴 건 없나요?”
내가 그렇게 묻자 사장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내게 답했다.
“아아……, 괜찮다. 이건 회사 쪽 일이라.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있도록.”
“알겠습니다.”
물론, 사장이 그렇게 말했다고 그 말을 그대로 따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사장이 잔업하고 있는데 혼자 편하게 쉬고 있다니…….
가시방석도 그런 가시방석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움도 되지 않는 내가 괜히 옆에서 알짱거리고 있어봤자 사장에게 폐만 끼칠 테고…….
‘어떻게 한담………?’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속으로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노트북을 열고 진중한 눈으로 화면을 보고 있던 사장이 내 이런 마음을 파악했는지 넌지시 덧붙였다.
“좀 걸릴 거 같으니 거실에 있는 TV라도 보고 있게나.”
“네.”
여기서 더 있어봤자 오히려 사장에게 신경을 더 쓰게 할 뿐이었다.
사장이 저렇게까지 말했으니 여기서는 순순히 사장의 말에 따르도록 하자.
곧바로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쳇……!”
그리고 화면을 켜자마자 나는 곧바로 혀를 크게 차고 말았다.
정말로 꼴도 보기 싫은 여자, 신혜민이 나오고 있어서였다. 곧바로 채널을 돌리려고 했지만, 마음과는 달리 손이 그걸 거부했다.
이미 그녀에게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저게……, 정말로 나와 같은 인간이 맞는 건가?’
머릿속에는 오직 저 한 가지 생각만이 끊임없이 맴돌고 있었다.
저주처럼…….
이렇게……, 화면 너머로 보니 새삼 그녀와 비교해서 자신이 얼마나 초라한지가 피부로 와닿는다.
그녀에게 주눅 들어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든다.
만약 내가 그녀에게 이기려 든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얼마나 어이없어할까.
갑자기 모든 게 허무하게 느껴졌다.
사람은 일말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그 어떤 고통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만, 그 희망이 사실은 부질없다는 걸 깨닫게 되면 쉽사리 무너져버리고 만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일들은 대체 뭘까?’
자신의 발밑이 모래성처럼 가루가 되어 천천히 바스러져 가는 게 느껴졌다.
소리 내어 울고 싶은 기분도 들었지만, 그럴 기력조차 없어졌다.
내가 점점 빛을 잃고 존재감이 사라질수록 화면 속에서 신혜민은 빛을 더하고 있었다.
사장에게 조금 칭찬받은 정도로 들떴던 자신이 그렇게 머저리 같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와 비교하면 이렇게나 초라하건만…….
허억……!
허억……!
무의식중에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말았다. 몸에서 식은땀이 뻘뻘 흐르면서 숨쉬기조차 괴로워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내가 재기 불가능할 정도로 신혜민에게 잡아먹혀 완전히 망가지기 바로 직전이었다.
어느새 내 곁에 앉은 사장이 말없이 다정하게 내 손을 잡아준 것은──.
그는 내가 진정될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옆에서 가만히 손을 잡고 있어 주었다.
그렇게 내가 그의 따스한 체온에 조금 진정되자 그가 내게 물었다.
“……두려운가?”
나는 사장에게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장 역시 내게 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그저 말없이 서로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서로의 시선이 차츰 가까워진다.
나와 그의 입술이 종이 한 장 차이도 안 날 만큼 가까워진다.
나는 그제야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답했다.
“네, 두려워요. 그녀가 죽을 만큼 두려워요. 그러니……, 제 이런 기분을 부디 잊게 만들어 주세요.”
“……그것도 괜찮겠지.”
사장은 그렇게 답하며 그의 입술을 내 입술에 포개왔다.
동시에 내 몸을 소파에 밀어 넘어뜨리고 일방적으로 내게 거칠게 키스한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 팬티에 손을 집어넣고는 손가락으로 음핵을 강하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응…
읏…!
움…
응…
조금 전까지 한없이 무기력했던 몸이 금세 달아오른다.
아……
아……!
사장에게 좀 더 격렬한 입맞춤을 재촉하듯이 두 팔을 들어 올려 그의 머리를 꼭 끌어안는다.
살짝 벌려진 내 입안으로 그의 혀와 함께 미끈한 타액이 흘러들어왔다.
하움……
웅…
우움……
내 쪽에서도 그에게 입술을 비비며 적극적으로 그를 받아들인다.
움찔……
움찔……
그러는 사이 내 음핵을 문지르는 그의 손길이 점점 빨라짐에 따라 내 허리가 조금씩 위로 붕 뜨면서 가랑이 안쪽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
가볍게 절정에 이른다.
입고 있는 팬티가 투명한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그가 한 손으로 쥐어뜯듯이 내 눅눅해진 팬티를 발목까지 끌어내린 후 그대로 벗겨버린다.
그리고는 내게서 입술을 뗀다.
두 손으로 내 허벅지를 양옆으로 활짝 벌리고는 조금 전 가볍게 가버리면서 애액으로 번들번들해진 내 음부에 입술을 살포시 가져다 대었다.
쪽…!
쪼옥……!
할짝……할짝……
그다음 나를 애태우듯이 사타구니 주변에 가볍게 입맞춤하며 천천히 핥기 시작했다.
아…
아…
응…
앗…
사장이 입술만으로 내 대음순을 잘근잘근 깨물고 부드럽게 혀로 그 주변을 핥아줄 때마다 나는 온몸을 비틀며 가랑이를 그의 머리에 비볐다.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자존감이 밑바닥을 쳐 죽고 싶을 것만 같았던 열등감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저 육체가 느끼는 쾌락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아…
아아…
기분……좋아……
푸슉…!
푸슉…!
하반신에서 투명한 물줄기가 간헐적으로 뿜어져 나오면서 사장의 얼굴을 더럽힌다.
‘부…부끄러워…….’
‘하지만……, 계속해줬으면 좋겠어…….’
‘더 격렬하게 해줬으면 좋겠어…….’
그런 바람을 담아 사장의 뒤통수에 두 손을 얹고서는 그의 머리를 내 음부 쪽으로 강하게 눌렀다.
그리고 가랑이 사이로 그의 머리를 끼우고 꽉 조인다.
스스로 꾸물꾸물 하반신을 움직이며 자신의 성기를 그의 얼굴에 비볐다.
사장은 역시나 이번에도 그런 내 욕구에 부응해주었다.
두 손으로 내 대음순을 활짝 벌린 다음 대음순과 음란한 수풀로 감춰져 있던 소음순을 적나라하게 들춰내고 있는 힘을 다해 빨기 시작했다.
쭈웁!!!
쭈웁!!!
하……아앙……
하…응……
읏……!
손가락으로 안을 헤집어 놓을 때와는 위계가 다른 자극.
내 모든 것이 그의 입술을 통해 그에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에 나는 목을 뒤로 크게 꺾으며 짐승 같은 신음성을 내질렀다.
사장은 그 뒤로 내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가더라도 집요한 애무를 멈추지 않았다.
허억……
허억……
내가 뿜어낸 애액으로 소파가 잔뜩 더러워지고, 내가 거듭된 절정에 숨이 넘어갈 정도로 헐떡일 때가 되고 나서야 사장은 내 사타구니 안쪽에서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손등으로 자신의 입술을 슥 하고 한번 닦은 다음 그가 정신을 못 차리고 축 늘어져 있는 내 상의 단추를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가 내 상의를 완전히 벗기자 그 안에 고여있던 열기가 밖으로 풀려나오며 진한 암컷의 냄새가 한순간 거실을 가득 채웠다.
사장이 살짝 부끄러워하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내 두 팔을 들어 올린다.
양쪽 겨드랑이가 훤히 드러났다. 사장이 이번에는 내 겨드랑이를 핥으면서 브래지어 후크를 풀었다.
젖가슴이 훤히 드러났지만, 사장은 거기엔 눈길도 주지 않고 여전히 개처럼 내 겨드랑이를 파고들었다.
‘가……, 간지러워…….’
‘그렇게나 겨드랑이가 좋은 걸까…….’
내가 사장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가 내 몸을 뒤로 돌려 내가 소파에 엎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엎드리느라 소파에 찌부러진 내 가슴 밑으로 손을 찔러넣은 다음 내 젖가슴을 마구 주무르면서 뒤에서 나를 격렬하게 안았다.
아…응…
하……악…하……아악………
아…아…
젖가슴을 마구 주물리면서 뒤에서 그가 파고들 때마다 몸 곳곳에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하반신이 뻐끔뻐끔 벌렁거리며 그 사이로 칠칠치 못하게 애액이 잔뜩 새어 나왔다.
그가 내 등 곳곳에 입맞춤하거나 목덜미를 세게 깨물 때마다 나는 미친 듯이 머리를 앞뒤로 뒤흔들며 절정에 이르렀다.
소파를 더럽히며 급격하게 식은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흐른다.
아……아아……
손톱이 파고들 정도로 어떻게든 소파를 세게 붙잡아보며 이성을 유지해보려고 안간힘을 써봤지만 결국 육체가 쾌락에 굴복했다.
…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사장의 몸 위에서였다.
느긋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있는 그의 몸 위에 한쪽 다리를 얹은 자세로 그의 가슴에 두 손을 살포시 올리고 있었다.
사장은 자신의 몸 위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있던 내 몸을 한쪽 팔로 줄곧 끌어안고 있었던 것 같다.
“일어났나?”
“네.”
눈을 뜬 내게 그가 내 몸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시선으로 욕실을 가리키며 물었다.
“같이 들어갈 텐가?”
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살짝 숙이고 그에게 답했다.
“네……, 그런데 먼저 들어가 주세요. 금방 따라갈게요.”
“그러도록 하지.”
사장이 욕실로 향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본 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몸을 가누지 못해 한번 휘청거렸다.
소파를 손으로 짚으며 현기증이 가시길 잠시 동안 기다린 다음 재빨리 계단을 올라 방으로 향한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내 차례였기 때문이다.
잔뜩 안아줘서 싫은 기분을 잊게 해준 그 보답으로 내가 잔뜩 사장을 기분 좋게 해줄 턴이었기 때문이다.
‘그걸 사용하기에 지금 같은 적기도 없겠지.’
후후──.
방으로 들어온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살며시 웃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