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 〉 제108 화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의 지평선 (2)
* * *
사장은 내 등 뒤에 서서 내 목을 깨물며 자신과 내 하의를 내렸다.
평소와는 다르게 몹시 허겁지겁 서두르는 손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동안 사장은 나를 안기 전엔 언제나 충분한 시간을 들였었다.
그의 애무만으로 내가 녹초가 될 때까지 내 몸을 구석구석 잔뜩 만끽한 다음에서야 애액으로 눅눅해진 내 안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장에게 그럴 여유가 없었나 보다.
내 은밀한 곳을 가리고 있던 얇은 천 쪼가리를 쥐어뜯어 버리듯이 벗기자마자 곧바로 그의 물건을 내 안에 우악스럽게 밀어 넣었다.
읏……!
‘아파…….’
하지만──, 삽입의 통증은 지극히 잠시뿐이었다.
그와는 수십 수백 번 몸을 겹쳤던 사이였다. 그동안 그의 물건을 꾸준히 내 안에 받아들이면서 내 몸은 마치 거푸집처럼 그의 물건에 딱 들어맞는 형태로 변해버렸다.
내 몸이 자신의 주인을 알아보고 받드는 것처럼 곧바로 내 안에 파고든 그를 온몸으로 따스하게 감싼다.
하아……
하아……
특별한 애무 따위 없었다.
그저 내 안에 넣고 있기만 할 뿐인데도 극진한 애무를 받을 때 못지않게 대량의 애액이 끊임없이 새어 나왔다.
가는 게 멈추질 않는다.
아……,
아앗……!
움찔……
움찔……
허억……
허억……
윽……!!!
곧이어 몸 안으로 뜨거운 액체가 흘러들어왔다.
평소보다 빠른 사정.
그만큼이나 나를 많이 안았는데도, 내 몸에 질리긴커녕 이렇게나 기뻐하다니…….
그것만으로 나까지 덩달아 기분이 고조된다.
자연스레 내 품에 안겨있는 그의 뺨을 쓰다듬는다.
그러자 그 역시 그런 내가 사랑스럽다는 듯 부드럽게 내 뺨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한동안 서로 아무 말도 없이 하반신이 이어진 채로 서로의 얼굴을 쓰다듬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살며시 눈을 감고 천천히 입술을 포갰다.
응……
음……
하움……
웅……
살짝 거칠고 투박한 남자의 입술이 부드럽게 내 입술을 덮는다.
하반신의 뜨거움과는 색다른 뜨거움이 맞닿아있는 입술을 통해 전해졌다.
이 남자는 언제나 내 편이라는 걸 알려주는 거짓 없는 그 온기에 어딘가 안심하는 내가 있다.
온몸에 조금씩 잔류해있던 긴장감이 사라져가며 몸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떠듬떠듬 입술을 문대기만 하다가 두 팔로 서로의 머리를 꼭 끌어안는다.
그러면서 격렬하게 서로의 입술을 탐하기 시작했다.
좀 더 나와 하나로 녹아들고 싶다는 마음을 마땅히 표현할 길이 없어서 답답하기라도 하다는 듯이 사장이 필사적으로 내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문다.
물 흐르듯이 내 입을 벌리고 그 안에 자신의 혀를 쑥 집어넣었다.
나는 그런 그의 혀가 무척이나 사랑스럽다는 듯이 정열적으로 빨아주었다.
쪽…
쪼옥…
츄릅…
츄릅……
그에게서 나에게로, 나한테서 다시 그한테로…….
무수한 타액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체액이 범람하는 건 필연이었다. 미처 상대의 입안으로 다 흘려 넣지 못한 타액이 입 주변으로 흘러내린다.
뒤엉킬 대로 뒤엉킨 타액은 정액 못지않게 뜨겁고 미끈거렸다.
사장과 키스하는 거에 집중하느라 입 밖으로 흘러넘친 체액이 턱과 목을 타고 흐르는 걸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후루룩 삼키거나 닦을 여유따위 적어도 나한테는 없었다.
결국엔 입고 있는 옷에 얼룩이 남을 정도로 더럽혀지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그러면서도……, 여자로서 자신이 남자에게 더럽혀지는 건 상관없지만, 자신의 남자가 더럽혀지는 모습은 차마 볼 수 없는 마음에……,
입술을 잠시 뗀 다음 나는 어쨌든 간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그의 턱을 타고 흘러내리려는 타액을 혀로 깨끗하게 핥아준다.
하아…
하아…
할짝…
할짝…
애완동물이 주인에게 교태를 부리는 모습을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핥는다.
서로의 숨결이 뜨거워진다.
사장이 그의 턱과 목을 핥고 있는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거……, 기분 좋아…….’
봉사 하고 있는 내 쪽이 내게 봉사 받는 그보다 더 기분 좋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을 정도로 그의 손이 내 머리와 등을 쓰다듬는 게 기분 좋게 느껴졌다.
움찔…
움찔…
부르르…
가볍게 절정에 이르렀다.
하아…
하아…
몸의 떨림이 가시질 않는다.
하반신이 근질거려 가랑이를 오므리고 사타구니를 배배 꼬면서도 나는 봉사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내친김에 그의 가슴팍에 손을 얹고 그의 와이셔츠 단추를 위에서부터 하나씩 하나씩 풀어헤친다.
그의 상의를 완전히 벗긴 다음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의 상체에 한 손을 얹고 다른 팔로는 그의 허리를 끌어안은 뒤 나와 그가 서 있는 위치를 바꾸었다.
조금 전까지 주방에 몸을 기대고 있던 나 대신에 이번에는 그가 싱크대에 몸을 기대게 되었다.
“편하게 있어 주세요. 잔뜩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손가락을 세워 그의 가슴을 희롱한다.
애태우듯이 그의 상체를 살살 긁으면서 그의 넓고 탄탄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뺨을 비비며 그렇게 말했다.
하아……
하아……
그의 품 안에서 간드러지는 숨결을 토하면서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팔에 힘을 준다.
쪽……
쪽……
츄릅……
츄릅……
그러면서 그의 유두에 천천히 한번 두번 입맞춤한다. 입맞춤이 거듭되자 그의 젖꼭지가 한 번의 사정 후에도 여전히 빨딱 선 그의 물건과 마찬가지로 차츰 빳빳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그런 반응을 바라보며 혀에 침을 충분히 묻힌다.
충분히 혀를 적신 다음 그의 젖꼭지를 한입에 머금었다.
촉촉해진 혀끝으로 원을 그리듯이 입안에 머금은 그의 유두를 살살 문지른다.
허억……
허억……
그의 허리가 살짝 떴다. 언제 사정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부풀어있던 그의 물건이 한번 크게 움찔하고 튀었다.
내 안을 한차례 헤집어놨던지라 내 애액과 그의 정액으로 끈적끈적해진 그의 물건에 오른손을 가져다 댄다.
손바닥으로 귀두를 쓸며 손가락으로 그의 하반신 구석구석을 만지작거린다.
자신이 얼마나 음란하기 짝이 없는 짓을 하고 있는지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사장 못지않게 내 심장도 더없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읏……!
그의 허리가 나처럼 잘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 사정하고 싶은데 참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신체 구조상 총알에 제약이 있는 만큼 기왕 사정한다면 아마도 내 안에 사정하고 싶어서겠지.
귀두를 막듯이 앞에서 손바닥으로 감싸면서 문지르고 있던 손을 잠시 풀었다. 사장이 살짝 아쉬워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곧바로 옆에서 손가락 하나하나를 사장의 물건에 빈틈없이 착 휘감는다.
그다음 그의 허리를 꽉 안고 있던 손으로 그의 엉덩이를 살짝 벌리고 그 사이로 손가락을 깊숙이 찔러넣었다.
그렇게 뒤로는 왼손가락으로 그의 전립선을 자극하는 한편 정면에서는 오른손으로 피스톤 질을 하듯이 격렬하게 그의 물건을 쓸어내면서 그에게 말했다.
“부디 원하시는 만큼……, 마음껏 사정해주세요. 금방 또 얼마든지 세워드릴게요.”
내 말이 끝나고 잠시 후였다.
그의 하반신이 크게 움찔 튀더니 대량의 정액이 기세 좋게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오줌을 방불케 하는 정액 줄기는 멀리까지 날아가 부엌 바닥을 더럽힌 거로도 모자라서……, 사정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의 하반신이 꿈틀거릴 때마다 정액이 사방으로 튀어 내 허벅지를 더럽혔다.
아직 입고 있는 상의를 재빨리 벗어서 바닥에 던져놓는다. 그다음 두 팔을 뒤로 돌려 익숙한 손놀림으로 브래지어 후크를 푼다.
후후……
벗은 브래지어를 오른손에 들고 사장을 향해 그를 유혹하듯이 살며시 웃어 보인다.
그러면서 아직도 날뛰고 있는 그의 물건을 진정시키기 위해 손에 들고 있는 브래지어로 그의 물건을 감싼 다음 깨끗하게 닦기 시작했다.
그의 물건을 깨끗하게 닦아낸 후 내 허벅지에 튄 정액도 닦는다.
내친김에 휴지 대용으로 내 사타구니에서 흘러내리는 그가 아까 전 기분좋게 내 안에 쏟아냈던 정액도 닦아내었다.
브래지어 여기저기가 정액을 닦은 얼룩으로 낭자했다.
그게 마치 서준 이외의 남자를 받아들이며 다른 남자에게 더럽혀진 내 모습을 잠시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어차피 몸이든 옷이든 한번 씻어내면 그만일 뿐.’
그런 거에 연연해서는 아무것도 손에 넣을 수가 없다.
적어도 내가 바라는 것은 손에 넣을 수 없을 터였다.
신혜민을 끌어내려 오물 속에 그녀의 얼굴을 쳐넣겠노라고 결심했을 때, 이미 각오하지 않았던가!!
누군가를 더럽히고자 하는 자는 자신도 더럽혀질 각오를 한 자뿐이다.
속으로 자신을 조소하며, 자신의 비웃음을 떨쳐내듯이 다소 감정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정액으로 범벅이 된 속옷을 바닥에 내던진다.
그다지 안 좋은 기분을 떠올리고 말았다.
이런 건 빨리 잊는 게 좋겠지.
그런 의미에서……, 눈앞의 남자에게 봉사하면서 안기는 건 지금의 내게 무척이나 안성맞춤이었다.
그를 안는 동안……, 그에게 안기는 동안……,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일절 안 할 수 있었으니까.
“잠시만 돌아서 주세요. 금방 회복해드릴게요.”
속으로는 내심 우왕좌왕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그에게 말했다.
지금 주도권은 나한테 있는지라 그는 말잘 듣는 아이처럼 순순히 뒤로 돌아섰다.
하아……
하아……
눈앞에 있는 잘 단련된 넓은 등에 잠시 시선을 뺏긴다.
나도 모르게 무심코 손이 나가 잠시 만지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기대고 싶어지는 등이었다.
얼굴을 파묻은 다음 그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른다.
대신에……,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내 눈앞에는 탐스럽다고 해도 좋을 그의 탄탄한 엉덩이가 놓여있었다.
그에게 가슴을 주물러지던 때를 상기한다.
나는 그의 몸을 매만질 때면 그가 나를 기분 좋게 해주던 손길을 떠올리고 그대로 따라 했는데……,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행동에 옮겼다.
한동안 바깥에서 안쪽으로, 다시 안쪽에서 바깥으로 그의 항문을 주무른다.
뻣뻣하게 굳은 그의 하반신을 부드럽게 풀어주다가 이쯤이면 됐겠다 싶어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그의 엉덩이를 활짝 벌렸다.
그리고 그렇게 적나라하게 벌려진 은밀한 틈 사이로 얼굴을 가져다 댄다.
지그시 눈을 감고 혀를 길게 빼내고는──,
혀끝으로 그의 가장 부끄러운 부분을 서두르지 않고 정성을 다해 천천히 핥아주기 시작했다.
마치 그의 마음을 직접 위로해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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