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 제90 화 이 노래 별이 되어라 (5)
* * *
딱히 짐승처럼 헐떡였다든가, 그게 아니면 목이 찢어져라 비명을 지른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목이 바싹바싹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목말라……’
절정의 여운에 잠겨 하염없는 눈물과 벌려진 채 닫힐 줄 모르는 입에서 침을 흘리며 멍하니 그런 생각을 했다.
그제야 입 밖으로 흘러내리는 타액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안에 대충 모은 다음 한 번에 삼켜본다.
하지만 갈증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심화 되었다.
‘지금이라면 조금 점성이 진하긴 해도 끈적끈적한 정액조차 시원하게 들이킬지도…….’
‘사장님 또 입안에 사정해주지 않으려나…….’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마저 순간이나마 진심으로 했을 때였다.
‘그러고 보니……, 사장님은 지금 어떨는지…….’
그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잇따른 사정과 오랜 시간 집요한 봉사만을 했다.
오늘은 거의 봉사를 받기만 한 나보다는 그가 더 지쳤을 테지.
그런 약간의 걱정을 담아 내가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물끄러미 사장을 바라보았을 때였다.
사장과 시선이 마주쳤다.
이미 상대방의 몸을 자신의 몸보다도 더 잘 아는 사이. 이쯤 되면 우리 두 사람에게 말은 그다지 필요가 없는지도 몰랐다.
한순간 시선을 교환한 것만으로 내가 지금 어떤 상태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사장이 눈치챈 것 같다.
사장은 내 허벅지를 매만지며 날 안심시키려는 듯이, 혹은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는 걸 전하려는 것처럼 내 이마에 쪽 하고 가볍게 키스했다.
그런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축 늘어져 있는 날 뒤로하고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사장은 500밀리는 훌쩍 넘을 거 같은 커다란 유리잔에 차가운 물을 가득 채워서 곧바로 돌아왔다.
이때 나는 손발에 조금씩 힘이 들어왔긴 했었다. 허나 좀 더 근본적인 무언가가 결핍된 상태였다.
여전히 실 끊어진 인형처럼 힘줄이 잘린 것 마냥 축 늘어져 그저 사장이 부엌에 갔다가 돌아오는 모습을 눈으로 쫓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게로 가까이 다가온 사장이 내 등 아래로 왼쪽 팔을 집어넣어 내 허리를 끌어안은 다음 내 상체를 들어 올린다.
몸도 마음도 완전히 녹초가 되어 인형과 다를 바 없는 내 몸은 아무런 저항 없이 그대로 사장의 손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당장이라도 입술과 입술이 맞닿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거리.
그 상태에서 사장은 컵에 담겨있는 물을 천천히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웁?!
우움…….
그리고는 내게 입술을 가져다 대곤 그의 입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물을 내 입안으로 흘려 넣었다.
꿀꺽……꿀꺽……
처음에는 갑작스런 사장의 행동에 놀라 눈을 부릅뜬 나였지만, 이내 지그시 눈을 감고 사장의 행위를 받아들였다.
사장의 입술을 통해 내 입안으로 흘러들어온 차가운 물이 목 뒤로 넘어간다.
하지만……,
실제 목구멍 뒤로 온전히 넘어가는 양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대부분이 입 밖으로 흘러내렸다.
사장과 내 타액이 잔뜩 뒤섞여 끈적하고 미끄럽게 된 차가운 물이 내 턱과 목을 타고 흘러내려 가슴을 적신다.
얼마 안 되는 가슴골 사이로 약간의 물이 고였다.
츄릅…
사장이 내 가슴에 입술을 갖다 대 그것들을 삼켰다.
그리고는 다시 컵에 남아있는 물을 입안 가득 머금고 내게 입 맞추며 그의 입안에 있는 차가운 물을 흘려 넣는다.
마찬가지로 나는 그것들을 필사적으로 삼키려고 노력해 보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입 밖으로 흘리는 양이 더욱 많았다.
얼핏 의미 없어 보이는 이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그렇게 사장이 떠온 잔이 비었을 즈음 내 몸은 가슴뿐 아니라 아랫배까지 내가 미처 삼키지 못하고 그대로 흘리고 말았던 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이따금 아랫배에서 간헐적으로 액체들이 더욱 아래로 흘러내린다. 그것들이 하복부에 애액으로 눌어붙은 음모를 조금씩 적시기 시작할 때였다.
어떻게 보면 차가운 물을 뒤집어쓰다시피 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은 식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특히나 하복부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지금까지 보다 더욱 뜨거운 걸 원하고 있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소파에서 일어서려 했다. 소파의 등받이 부분을 두 손으로 짚으며 사장에게 치부를 들이밀곤 뒤에서부터 짐승처럼 안아달라고 애원할 참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지쳐있었나 보다. 대부분을 입 밖으로 흘렸다지만 그렇더라도 사장의 입술을 통해 어느 정도 목을 좀 축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름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소파에서 일어나려던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하아…
하아…
등이 바닥에 닿게 똑바로 천장을 향해 쓰러진 나는 가슴이 들썩이는 게 눈에 띌 정도로 헐떡이고 있었다.
그리고 사장 역시 나 못지않게 하반신을 딱딱하게 세우고 헐떡인다.
서로 간에 말이 필요한 순간은 진즉에 지났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상대방을 향해 두 팔을 뻗으며 서로를 있는 힘껏 끌어안는다,
부풀어 오른 가슴이 사장의 탄탄한 가슴과 맞닿으며 아플 정도로 찌부러졌지만, 빈틈없이 밀착된 일체감 앞에 그런 아픔 따위 사소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지워진다.
윽…
읏…
응…
하아…
허억…
몸과 마음이 원시로 되돌아간다.
이성이나 도덕은커녕 언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던 미개한 시대.
있는 유희라곤 끽해야 육체적인 저속한 쾌락뿐인 세상 속에서 서로의 몸을 갈구하는 남자와 여자처럼……,
사장의 뜨거운 물건이 허겁지겁 내 안을 파고들고 나는 그 모든 욕망을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뛰어난 수컷이 이렇게나 내 몸을 원하는 거에서 암컷으로서 쾌감을 느낀다.
손가락으로는 무슨 수를 써도 닿을 수 없는 깊숙한 곳에 손가락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굵고 뜨거운 것이 파고든다.
……!
꽉 닫혀있던 좁은 입구가 억지로 비집어 열리는 감각은 사장에게 처음 안기며 처녀를 잃을 때의 아픔과도 비슷했다.
무릎으로 옆구리를 세게 차인 것만 같은 고통에 몸에서 식은땀이 줄줄 나고 숨 막힐 정도의 아픔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읏…
윽…
흑…
흐윽…
아아……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눈물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사장에게 매달려 본다.
하지만 사장은 결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몸부림치며 이제는 있는 대로 비명을 지르고 있는 내 입술을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그의 입술로 막아버리고는 더욱 가혹하게 격렬하게 피스톤 질을 했다.
웁웁!
웁!
우웁?!
커다란 꼬챙이에 전신을 꿰뚫리는 고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제는 숨조차 내 마음대로 제대로 못 쉬게 된 상황. 그러자 점점 의식이 흐릿해지기 시작한다.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뇌에서 엔도르핀을 시작으로 옥시토신이나 도파민 같은 체내 마약들이 대량으로 분비되며 결국엔 고통이 서서히 희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아픔이 보답 받기라도 하듯이 그동안 괴롭던 게 단번에 잊힐 정도의 쾌감이 하반신을 중심으로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아……
아아……
뜨거워……뜨거워……뜨거워……
죽을 것만 같아……
철썩……철썩……
푸슉……!
푸슉……!
몸 안에 있는 수분이란 수분은 아까 전부 애액이 되어 배출된 줄 알았는데, 어디에 그렇게나 남아있었던 걸까.
하복부와 하복부가 결합 되며 격렬히 서로의 아랫배가 부딪칠 때마다 아까 뿜었던 것 이상으로 조수를 내뿜었다.
몇 번이나 음란한 액체로 이루어진 웅덩이를 만들며 바닥을 더럽혔다.
아…아…
발뒤꿈치가 슬금슬금 근질거리기 시작하고, 새끼발가락에 힘이 너무 들어가 쥐가 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안쪽으로 굽어진다.
동시에 엉덩이가 들썩거리며 허리는 점점 위로 뜨기 시작했다.
그렇게 붕 뜬 내 허리를 사장이 갈비뼈가 부러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꽉 끌어안으며 그의 머리를 내 품 안에 파묻었다.
나와 사장이 동시에 몸을 떨었다. 대량의 정액이 내 안에 토해진다.
아……아……
진부하지만 기분 좋다는 생각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반영되어 언제까지나 이렇게 밀착해 있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이토록 자신을 황홀하게 해준 수컷을 인정한 암컷의 본능이 그 씨를 한 방울이라도 밖으로 흘리지 않고 전부 받아들이고 싶어서였을까.
나는 나 자신도 깨닫지 못한 채 두 팔뿐 아니라 두 다리로도 사장의 하반신을 꽉 끌어안고 그가 내 안에 기분 좋게 싸도록 하며 내 안에 토해지는 그의 씨를 전부 받아들이고 있었다.
털썩……
언제까지고 떠 있을 것만 같았던 내 허리가 바닥에 툭 떨어지자 사장 역시 내 몸 위로 털썩 쓰러졌다.
하아……하아……
그는 내 몸 위에 쓰러진 채 움찔움찔 몸을 떨며 한동안 계속 사정을 했다.
조금 전까진 내가 그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려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그가 내게 매달려 부들부들 떨며 내 안에 사정하는 모습을 멍한 눈으로 보고 있자니, 어째서인지 그가 몹시도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여자는 남자에게 정말이지 약하단 생각을 하며 부드러운 손길로 그의 등을 그의 사정이 끝날 때까지 한참 동안 다독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