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 제89 화 이 노래 별이 되어라 (4)
* * *
하아……
하아……
허억……
허억……
긴장, 초조, 불안, 그리고 기대감…….
이런 다양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섞인 숨을 토해내며 나은은 생각했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사장과 몸을 섞었지만, 사장의 모습이 이렇게나 보이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으응……,
속으로 고개를 살며시 젓는다.
물론, 사장에게 안기면서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적이 아예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짐승들이 교미하는 것처럼 네 발로 엎드려서 뒤로도 몇 번이고 그를 받아들였으니까.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명백하게 다르단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원인은──, 주도권 때문이겠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하지만 사장이 내 몸에 앞으로 언제 뭘 할지 불안해지면 힐끗 고개를 살짝 돌리는 것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해서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을 때와 지금처럼 아예 시야를 차단당한 건 큰 차이가 있었다.
내 치마 아래에 깊숙이 얼굴을 파묻은 사장이 지금부터 뭘 할지야 뻔한 게 분명했다.
그렇지만 언제 어떤 식으로 날 애태우며 내 몸을 공략할지 실시간으로 직접 볼 수 없게 되자 긴장감으로 자연스레 몸에 딱딱하게 힘이 들어갔다.
하반신에 모든 신경이 쏠린다.
지금부터 내 몸에 가해질 애무에 대한 기대로 음부가 전에 없이 흥분함과 동시에 예민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조금 떨어져 있는 사장의 가느다란 콧김이나 숨결마저 똑똑히 느껴져 그것들이 닿을 듯 말 듯 살짝살짝 스치고 사라지는 허벅지 부근이 몹시 근지러웠다.
하아……
하아……
몸은 점점 뜨거워지고, 입에서 허덕이는 숨결이 그칠 줄 몰랐지만, 나로서는 딱히 어떻게 할 게 없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있으나 마나 한 시각은 오히려 방해만 되겠지.
그래서 나는 사장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로 마음먹으며 살며시 눈을 감으며 가능한 한 몸에서 완전히 힘을 뺐다.
시각을 차단한 다음 다른 모든 감각들을 끌어올려 순수하게 사장의 애무를 즐기기로 했다.
보이지 않는데도, 아직 숨결조차 닿지 않았는데도, 사장의 입술이 내 소중한 곳으로 점차 다가오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실내는 서늘한 편인데도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처럼 점점 몸의 접힌 부분에 한 방울 두 방울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하아……
하아……
허억……
허억……
잠시 후……, 아니나 다를까 사장의 입술이 내 음부에 살며시 닿았다.
읏……!
어째선지 사장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
응……
읏……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가 내 은밀한 곳에 입맞춤한다. 결코 조바심내지 않고 무척이나 부드럽고 상냥하게 상처를 보듬는다는 기분으로 그저 입술을 가져다 댔다가 곧바로 떼기를 반복한다.
그다지 강렬한 자극이 아님에도 나는 그의 입술이 내 음부에 닿았다가 다시금 떨어질 때마다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남자의 입술이 이렇게나 뜨거웠던가……?’
처음에는 화상을 입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잠시 후 그것과는 조금 다르단 생각이 들었다.
밤새도록 안긴 다음 날 엉망진창으로 빨갛게 부은 음부를 샤워기의 뜨거운 물로 붓기를 가라앉힐 때와 비슷한 감각.
은밀한 곳을 시작으로 알게 모르게 긴장하고 있던 몸 곳곳의 근육들이 서서히 이완된다.
아…아아……
응…
읏…
입에서도 듣는 나 자신이 흥분될 정도로 달짝지근한 신음성이 흘러나오고 그에 따라 바위틈 사이로 이슬이 고이듯이 애액이 슬금슬금 하반신 안쪽에서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줄곧 가볍게 터치하듯이 입맞춤만을 반복하던 사장이 지금까지와 달리 본격적으로 끈적끈적하고 집요한 애무를 시작했다.
할짝……
할짝……
하읏……
아아……
일부러 애태우듯이 가장 민감한 부위인 음핵은 일절 건드리지 않고 그 주위만을 집요할 정도로 핥는다.
음핵이 아플 정도로 융기되어 민감해졌다.
한시라도 빨리 가라앉히고 싶은 나는 스스로 사장에게 보채듯이 꿈틀꿈틀 몸을 비틀고, 하반신을 움찔움찔 떨며 그를 유혹하듯이 상스럽게 가랑이를 양옆으로 벌렸다.
그렇게 벌려진 사타구니의 깊숙한 곳을 혀가 스치고 지나간다.
감전된 듯 등 뒤로 전율이 흐른다.
츄릅…츄릅…
아…아아……
어째서일까……
좀 더 멋대로 내 몸을 다뤄도 난 그다지 신경 안 쓸 텐데 사장은 언제나 가만히 보면 그 역시 당장이라도 내 안에 삽입하고 싶어 괴로워 보이는 데도 결코 애무를 허투루 한 적이 없었다.
덕분에 나는 툭하면 칠칠치 못하게 하반신이 풀려 음란한 액체를 줄줄 흘리며 실신할 정도로 잔뜩 느꼈지만……, 오늘은 특히나 그 느낌이 각별했다.
그게 단순히 시야에 제약을 받아서 모든 감각이 하반신에 집중되어 평소보다 더 예민해지다 보니 잘 느끼게 된 건지, 내 몸이 한층 더 음란하게 꽃 피운 건지……
그게 아니라면──,
나 또는 사장에게, 어쩌면 두 사람 모두에게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던 걸까…….
읏……
응……
하윽……!
하아아……
조금만……,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무언가를 잡을 것만 같았지만 내 사고는 딱 거기까지였다.
사장이 지금까지 줄기차게 애태웠던 내 음핵을 질끈 깨무는 순간 체내에 쌓이고 쌓여 겹겹이 층을 이루던 많은 것들이 터져 나왔다.
당장이라도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하는 데서 오는 절박함, 원인을 모르겠는 애틋한 근지러움, 출구를 찾지 못해 배출되지 못하고 몸 안을 배회하던 미열……, 이러한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몸 안에서 단번에 승화되었다.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할 정도의 카타르시스.
허리가 활처럼 뒤로 꺾인다.
뻐끔뻐끔 조수를 뿜어대는 하반신과 마찬가지로 눈과 입 또한 제대로 닫히지 않고 파르르 떨리며 칠칠치 못하게 눈물과 침을 흘리고 있었다.
거울로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자신의 얼굴이 지금 얼마나 풀려 처참한 꼴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상상이 갔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며 사고가 정지 멈추고 말았다.
그저 주어진 자극에 기계처럼 반응하며 사장이 내 몸을 껴안고 내게 키스하자 나 역시 반사적으로 그의 몸을 껴안으며 그에게 입맞춤할 뿐이었다.
하움……
움……
응……
서로 빈틈없이 딱 달라붙어 길고 긴 입맞춤을 나눈다.
하아……하아……
끈적하게 뒤엉켜 허겁지겁 서로의 타액을 교환하는 동안 사장이 내 치마를 완전히 벗겼다.
상반신뿐 아니라 하반신까지 드디어 완전히 알몸이 되었을 때였다.
나는 어느새 소파에 눕혀져 있었고, 내 얼굴 앞에는 잘 단련된 사장의 상체가 있었다.
꿀꺽……
오늘따라 유독 사장의 유두가 야릇하게 느껴졌다.
하아……하아……
시선을 뗄 수가 없다. 팔다리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고 의식이 붕 떠서 손에 감각마저 없었지만, 어느새 나는 두 손을 사장의 가슴팍에 가져다 대고 입으로 사장의 젖꼭지를 필사적으로 빨고 있었다.
동시에 사장은 내게 젖꼭지를 빨리면서 내 오른쪽 다리를 소파 위로 활짝 들어 올렸다.
계속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키다가 간신히 진정되어 조금이나마 아물려던 음부가 가랑이와 함께 활짝 벌려졌다.
불편함과 동시에 그것 이상으로 부끄럽다.
그런 걸 잊으려는 듯이……, 눈을 돌리고 의식하지 않기 위해서 더욱 격렬하게 사장의 상체를 핥는 일에 집중했다.
츄릅……
츄……
할짝……할짝……
하아……하아……
그러다가 내가 잠시 입술을 떼고 숨을 고르려고 할 때였다. 사장이 상체를 들어 올리며 활짝 벌려진 내 음부에 손가락을 깊숙이 찔러넣었다.
읏……!
갑작스런 자극에 순간 허리가 붕 떴다. 사장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내가 그에게 했던 것 이상으로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는 내 젖가슴을 잘근잘근 깨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내 안에 찔러넣은 손가락으로 거칠게 내 안을 쑤시면서 헤집는다.
읏…
응…
아…
아아……
흐윽……
찌걱……찌걱……
그의 손가락이 애액으로 흥건할 대로 흥건한 점막을 휘저을 때마다 음부에서 거품이 나며 추잡한 소리가 났다.
푸슉…!
푸슉…!
그리고 내 안을 헤집던 그의 손가락이 안팎을 드나들 때마다 나는 하반신에서 간헐적으로 미지근하고 투명한 조수를 뿜었다.
아아……
내 몸에 남아있던 수분이 하반신의 은밀한 구멍을 통해 모조리 뽑혀나가는 기분이었다.
온몸이 덜덜 떨리고 시야가 일그러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있는 힘을 쥐어짜 필사적으로 사장을 끌어안고 그에게 매달리는 것뿐이었다.
뜨거운 피부와 피부가 밀착되며 서로의 체온으로 맞닿은 면 사이로 땀이 줄줄 맺혔다.
넓은 거실이 남자와 여자의 음란한 체취로 점점 가득 차 간다.
음부가 한동안 닫히지 않을 정도로 끊임없이 조수를 뿜어대고, 코가 마비된다.
그리고 결국 나는 눈을 까뒤집으면서 성대하게 절정에 이르렀다.
완전히 녹초가 된 몸이 붕 떴던 허리를 떨어뜨리며 그렇게 나는 결국 툭 하고 소파 위로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음부에서는 애액이, 옆으로 휙 돌아간 고개에서는 눈물과 침이 얼굴 위로 질질 흘러내리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