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럽혀진 아이돌-87화 (87/136)

〈 87화 〉 제86 화 이 노래 별이 되어라 (1)

* * *

으음……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가 응당 내 곁에 있어야 할 따스한 체온이 느껴지지 않아 그 허전함에 눈이 뜨였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장의 팔베개를 하고 그의 품 안에 쏙 안겨서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어느새 푹 잠들었나 보다.

그만큼 남자의 체온이 따스하고 안락했다는 거겠지…….

‘그래서 지금 몇 시지……?’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한 나는 사색이 되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시곗바늘은 10시를 막 가리키고 있었다.

아무리 어제 종일토록 남자를 받아들이느라 녹초가 되었다지만, 그렇더라도 사장보다 늦게 일어난 것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뿐 아니라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음반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기도 한지라……, 이건 늦어도 너무 늦었다.

알몸 그대로 방에서 뛰쳐나온다.

어젯밤처럼 물소리 때문에 사장을 깨울 염려가 지금은 없었기 때문에 어제와는 달리 서둘러 2층 복도 끝에 있는 욕실로 향했을 때였다.

마침 샤워를 끝마친 사장이 하반신에 수건만 한 장 대충 걸친 채로 막 욕실에서 나왔다.

내 알몸을 사장에게 보이는 거야 워낙 익숙해서 그다지 부끄럽지 않았는데, 아직 물기가 다 마르지 않아 살짝 젖어있는 사장의 머리카락과 상체는 분명 남자임에도 너무나 요염해서……, 순간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남자의 알몸을 처음 접한 처녀가 부끄러워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도 손가락 틈 사이로 볼 건 다 보는 게 이런 심리일까……, 욕실에서 막 나온 사장의 적나라한 모습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만큼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넋을 잃은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사장이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일어났나.”

사장의 말에 정신을 차린 나는 허겁지겁 대답했다.

“네……, 그……, 죄송해요. 제가 좀 더 일찍 일어났어야 했는데…….”

내가 사장에게 몸둘 바를 몰라 몸을 살짝 배배 꼬며 송구스러워하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을 때였다.

사장이 보는 내가 다 기분 좋을 정도로 입가에 시원한 미소를 짓더니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렇게 마음 쓸 거 없다. 어차피 오전 중에는 다소 한가하니까 천천히 나오도록.”

“네…….”

고개를 숙이며 사장에겐 그렇게 답했지만, 물론 곧이곧대로 정직하게 그럴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어제 자기 직전에 한 번 씻었겠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겠지.’

……

그렇게 마음을 먹고 욕실에 들어섰던 것과는 다르게 욕실에 들어온 나는 한참 동안 공을 들여 몸 구석구석을 씻었다.

오늘 언제 어디서 사장에게 안길지 몰라서였다.

그렇게 언제든 안길 만만의 준비를 끝낸 후 욕실에서 나온 난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다. 속옷도 최대한 면적이 적고 음모가 다 비칠 정도로 얇은 것을 입었고, 옷은 새빨간 작은 리본이 장식된 하얀 블라우스에 짧은 붉은 치마를 입었다.

몸치장을 끝내고 1층으로 내려가자 언제나처럼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장이 와이셔츠 소매를 반쯤 걷어 올린 다음 부엌에서 아침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사장에게 다가가서 그에게 말했다.

“제……, 제가 할게요.”

“거의 다 됐으니 편하게 앉아 있도록.”

“그……, 그래도.”

여자로서 남자를 주방에 서게 하는 데에 약간의 저항감을 느낀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내 표정에서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사장이 잠시 손을 멈추고는 소탈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가끔 보면 자넨, 요즘 사람답지 않게 상당히 보수적이란 말이지…….”

“죄……, 죄송합니다.”

“아아, 사과하지 않아도 돼. 오해하게 말했다면 미안하군. 성가시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지금은 칭찬한 거였으니까.”

“네…….”

“그래, 그렇다면 같이 하도록 하지. 거들어주게나.”

“네!”

나는 사장의 제안에 기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옆에 나란히 서서 아침준비를 도왔다.

하지만──, 사장의 요리실력은 굉장히 능숙해서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미……, 민망해……….’

그렇게나 도와주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이런 식으로 잠시 딴생각을 하다가──,

읏──!

나는 그만 식칼에 손가락을 살짝 베이고 말았다.

“괜찮나?”

“네, 네에. 벼……별거 아니에요.”

걱정스런 얼굴로 내게 묻는 사장에게 나는 무심코 상처를 숨기기 위해 손을 뒤로 돌리려 하며 그렇게 답했다.

“잠깐 보도록 하지.”

“아……, 아뇨, 정말 별거 아닌 거라……, 굳이 사장님이 그렇게 신경 쓰실 필요는…….”

하지만──, 사장은 이런 내 말은 끝까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곧바로 내 왼팔을 붙잡아 그의 얼굴 쪽으로 들어 올렸다.

내 손가락에는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붉은 핏방울이 방울방울 맺혀서 막 흘러내리려 하던 참이었다.

사장은 내 손목을 붙잡고 있던 손을 풀더니 내 손등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의 입가로 가져가 칼에 베인 손가락을 입에 넣고 핥기 시작했다.

할짝……

할짝……

읏……!

“그…그런……”

남자가 손가락을 핥아주는 게 이렇게나 음란하고 기분 좋은 것이었나…….

나는 정성껏 내 상처 부위를 핥아주는 사장의 모습을 보며 전에 없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곤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사장의 모습을 바라봤다.

하…

하읏…!

오른손으로 급하게 입을 틀어막는다.

조금만 방심했다가는 입에서 무척 부끄러운 신음성 새어 나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읏…

응…

아…

음……

손가락의 아픔 따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지 오래였다.

‘어떻게 방금 씻었는데……, 그새 살짝 젖어버렸어.’

할짝……

할짝……

사장의 뜨겁고 부드러운 혀가 내 손가락을 한 번씩 핥고 지나갈 때마다 점점 몸에서 힘이 빠지고 의식이 몽롱해졌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꼼지락꼼지락 허벅지를 비비고 있었다.

응…

읍…

하아…

하아…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어느새 사장의 손이 이끄는 대로 거실로 향하고 있었다. 거실에 들어서자 사장은 내가 소파에 앉도록 유도했다.

내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가 이끄는 데로 소파에 앉고 나자 그도 마찬가지로 내 옆에 앉았다.

그 후에 내 손가락에 소독약을 발라주고 반창고를 붙여주었다.

‘뭐랄까……, 아가씨가 된 기분이야.’

그가 날 얼마나 아끼는지……, 소중히 여기는지가 맞닿은 손을 통해서 절절할 정도로 전해져왔다.

하아……

하아……

허벅지 안쪽이 욱신거린다.

‘어떻게……, 나 지금 그를 너무너무 안아 주고 싶어…….’

“그럼 잠시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도록. 금방 돌아오지.”

자리에서 일어난 사장이 날 안심시키려는 듯이 내 머리에 손을 얹고 다시금 쓰다듬은 후 부엌으로 돌아갈 때였다.

나는 내게서 떨어지려던 그의 손을 붙잡았다.

“……?”

그가 급작스런 내 행동에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더니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보았다.

하아…

하아…

나는 순간 내 나름대로 있는 힘을 다해 사장의 팔을 끌어당겼다. 물론, 그래 봤자 아녀자의 힘에 불과했다.

사장이 저항하면 충분히 저항할 수 있었겠지만, 나에게 상당히 무른 사장은 순순히 내 손이 이끄는 데로 소파에 앉게 되었다.

허억…

허억…

사장을 소파에 앉힌 후 나는 거친 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있는 사장의 앞에 서서 그의 어깨를 두 손으로 짚는다.

발정난 개처럼 천박하게 헐떡이며 반쯤 풀린 눈을 하곤 그의 양어깨를 두 손으로 짚은 채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 사장님……. 저……, 지금 당장……, 지금 당장 굉장히 하고 싶어요.”

그렇게 말한 나는 사장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두 손으로 그의 셔츠 앞섶을 잡은 뒤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그에게 격렬하게 키스했다.

츄…

쪽…

쪼옥…

하움…

웅…

우움……

어제 그렇게나 안기고도, 아침부터 이 꼴이다.

부끄러워서 사장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흘러넘치는 지금 당장 그를 안고 싶다는 마음을 스스로는 도저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서──,

그저 나는 지그시 눈을 감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에게 응석 부리듯이 입맞춤했다.

내가 필사적으로, 그야말로 정신없이 그에게 키스하고 있을 때였다. 슬슬 사장도 할 마음이 들었는지 그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내 허벅지에 무척이나 딱딱한 게 닿았다.

훗……!

‘남자의 이런 솔직한 반응……, 솔직히 조금 귀여울지도…….’

나만 지금 그럴 마음이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게 되자 마음속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은 나는 사장에게서 입술을 뗀 뒤에 요염하게 웃으면서 그에게 몸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리고 바지 위로 그의 물건이 사랑스럽다는 듯이 왼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오른손으로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그의 앞섬을 전부 풀어헤친 나는 이번에는 그의 모든 것을 음미하듯이 위에서부터 찬찬히 맛보기로 했다.

쪽…

쪽…

할짝…

할짝…

뺨에 가볍게 키스한 후 그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핥으면서 허덕이는 목소리로 그에게 속삭였다.

“잠시만……, 혀……, 내밀어 주세요…….”

그가 말잘 듣는 아이처럼 고분고분하게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나는 조금 전 그가 내 손가락을 입안에 넣고 정성껏 칼에 베인 부분을 핥아주었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가 해줬던 그대로 이번에는 내가 그의 혀를 입안에 머금은 다음 구석구석 핥기 시작했다.

츄…츄릅…

쪽…

쪽…

쪼옥…

할짝…할짝…

‘그러고 보니……, 사장은 머리 쓰다듬어 주는 거 은근히 좋아했지.’

그가 나를 한창 안고 있을 때, 내가 그의 머리를 두 손으로 꼬옥 끌어안은 다음 머리를 헝클어뜨리면 내 허리를 꽉 끌어안고 있는 그의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갔던 게 떠올랐다.

하아…하아…

그에게서 입술을 떼자 서로의 타액이 뒤섞여 실처럼 가느다랗게 늘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가 그것들을 탐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와 사장이 서로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되었다. 그 상태에서 나는 사장의 머리에 손을 얹고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읏…!

그가 마치 중학생 남자애처럼 얼굴을 붉혔다.

부끄러워서 날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겠다는 듯이 내게서 시선을 돌린다.

‘뭐야……이거, 너무 귀엽잖아.’

언제나 연상의 남자 특유의 깊은 포용력으로 날 안아 주던 그가, 지금은 연하의 남자애 같은 순진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건 무척이나 신선하고 그래서 내게 그 이상으로 야릇한 기분을 들게 했다.

‘어떻게……, 나……, 지금 거로 무진장 젖었어…….’

당장이라도 알몸이 되어 그와 함께 질척하게 뒤엉키고 싶었다.

하지만 간신히 참는다.

모처럼이니 좀 더 즐겨야겠지.

지금 주도권은 완전히 나한테 있음을 확인한 나는 조금 건방져 보일지라도 모처럼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한 이 기회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한 손으로 그의 턱을 잡은 다음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똑바로 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의 턱을 치켜들고는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다 대어 길고 긴 입맞춤을 나눴다.

그의 입안에 혀를 집어넣고 유린하듯이 마음껏 헤집다가 그가 적극적으로 내게 들러붙으려 하자 그를 애태우듯이 그에게서 몸을 떨어뜨렸다.

그다음 완전히 풀어 헤쳐져 훤히 드러난 그의 가슴팍에 새가 부리로 가볍게 쪼듯이 살짝살짝 키스하며 그에게 다소 건방진 어투로 물었다.

평소였다면 결코 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 분위기에서는 이쪽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되었다.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읏……!

사장은 내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언제나 내가 그가 바라는 걸 미리 파악하고 스스로 먼저 했었으니까.

이렇게 직접 입에 담는 데에 저항감을 느끼는 거겠지.

그런 사장의 모습에 등골이 오싹오싹했다.

나 역시 당장이라도 안기고 싶어 미쳐버릴 것만 같았지만, 흔히 돌아오는 기회가 아니기에 필사적으로 참는다.

이윽고……, 사장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입으로 해주길 바라…….”

“어딜……?”

“…….”

차마 이거까진 입에 담지 못했나 보다. 의외로 남자들이 여자한테 천박한 단어를 입에 담지 못한다.

좀 더 괴롭힐까 하다가……, 나는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후후……, 솔직하네.”

“그럼……, 착한 아이에게는 상을 줘야지.”

나는 손가락 끝을 세운 다음 그의 가슴팍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하고는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천천히 그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하며 말했다.

“잔뜩 기분 좋게 해줄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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