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럽혀진 아이돌-53화 (53/136)

〈 53화 〉 제52 화 닫힌 세계의 두 사람 (13)

* * *

하아…하아…

찌걱…찌걱…

철썩…철썩…

살과 살이 부딪친다.

사장의 하반신이 내 안을 파고들었다가 나가기를 반복한다.

그럴 때마다…

귀두가 갈고리처럼 점막 양옆을 거칠게 긁어댄다.

본래는 다른 수컷이 자신의 암컷에게 사정한 정액을 빼내기 위해 진화한 형태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의도치 않았겠지만, 자신이 조금 전 잔뜩 토해낸 정액을 긁어대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내가 분비한 애액과 뒤섞여 묽어진 정액이 그의 남근이 내 안을 드나들 때마다 점점이 바닥에 흩뿌려진다.

응…

읏…

아흑…

흐윽…

우붑…!

바로 곁에서 사장의 거칠어진 숨결을 느끼며 그를 내 안에 받아들인다. 그러는 사이 점점 내 입에서 촉촉하게 젖은 달콤한 신음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장은 그런 내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내 몸을 뒤로 확 젖혔다. 그다음 내 목덜미를 잘근잘근 깨물면서 스퍼트를 올려 격하게 내 안을 파고들어 헤집기 시작했다.

철썩…철썩…

철썩…철썩…

하반신과 하반신이 격렬하게 부딪치며 나는 상스러운 소리와 내 억눌린 신음성이 울려 퍼지다가 차가운 가을바람에 차츰 지워져 간다.

동시에 사장의 뜨거운 물건을 받아들이며 한껏 달아오르게 된 몸에서 흐르기 시작하는 굵은 비지땀도 이따금 찬 바람이 한 번씩 불 때마다 식었다가 다시 흘리기를 반복했다.

이런 식으로 야외에서 사장에게 안기며 몸이 뜨거워졌다가 식기를 반복하는 것은 어딘가 담금질과 단조를 떠올리게 했다.

쇠가 시뻘겋게 변할 때까지 뜨거운 불로 가열하는 것처럼 정성이 가득 담긴 끈덕진 애무로 내 몸은 안달이 나서 사장에게 내 쪽에서 보챌 정도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렇게 당장 녹아도 이상하질 않을 정도로 뜨거워진 철을 망치로 있는 힘껏 두드리는 것처럼 사장의 손길에 제 발로는 서 있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온몸이 흐물흐물 풀려버린 내 안에 그의 하반신을 때려 박아 넣는다.

그리고 마무리로 차가운 물로 급랭하는 것처럼 내 몸을 차가운 바람이 식혀주었다.

응…

앗…

아아…

사장에게 온몸을 꿰뚫리며 달아올랐다가 찬바람에 다시 식는 이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하앙…

쇠가 뜨거워졌다가 식기를 반복하면 경도뿐 아니라 취성 역시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작은 충격에도 깨지기 쉬워지게 된다.

내 몸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야외에서 찬 바람을 쐬며 사장에게 거칠게 안기기를 반복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고양되며 전신이 무척이나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읏…

응…

아아…

아아아앗!!!

그리고…

사장이 두 팔로 내 몸을 뒤에서부터 있는 힘껏 꽉 끌어안았다. 얼마나 그에게 강한 힘으로 억세게 안겼는지 그의 품안에서 꼼짝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마치 그의 품 안에 박제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의 물건에 몸이 꿰뚫려있는 상태니까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이 정도 이어진 거로는 성에 차지 않았나 보다.

그걸로는 한참이나 부족했는지 내 안에 자신의 물건을 더욱 깊숙이 밀어붙였다. 그의 귀두가 굳게 닫혀 있는 자궁을 억지로 비집어 여는 게 느껴졌다.

자신의 몸이 완전히 함락당하는 순간이었다. 그건 즉 사장이 수컷으로서 암컷을 향한 지배욕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의미였다.

그자 자신이 함락한 성에 깃발을 꽂고 함성을 지르는 것처럼 내 자궁에 찔러넣은 그의 남근에서 뜨거운 정액이 콸콸 토해진다.

아…

아아……

자신을 향한 남자의 정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자신보다 뛰어난 남자에게 귀속되며 거룩한 기쁨마저 느끼는 남자에게 한없이 관대한 여자로서의 본능이 자극받으며 몸이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졌다.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남자에게 더 큰 기쁨을 주기 위해 최고조에 달한 내 몸은…

열처리를 실패한 철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산산이 파열되는 것처럼 내 안에 단번에 터져 나온 정액의 뜨거움이 온몸으로 한순간에 확 퍼져나가자 절정에 이르렀다.

하반신이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킨다.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혹은 산산이 깨져버린 쇠와 마찬가지로 온몸의 신경이 가닥가닥 끊어져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아…

우…

온몸에 하나도 감각이 없다.

거기에 있는 것은 깊은 여운뿐이었다.

이렇게 유열에 푹 절은 상태로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계속 있고 싶다는…

남자가 주는 마약과도 같은 쾌락에 하반신이 완전히 풀려버렸다. 내 안에 토해진 뜨거운 정액을 꿀렁꿀렁 하염없이 바닥에 뻐끔거리며 칠칠치 못하게 흘리고 있었다.

아…읏…

하아…하아…

당장이라도 의식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다.

평소와 달리 단 두 번의 정사였지만 야외에서 한다는 긴장감 때문이었을까.

동이 틀 때까지 정신없이 안겼을 때에 비견될 정도로 온몸이 기진맥진했다.

허억……

허억……

사장도 나와 마찬가지였는지 나무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아 거칠어진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깨끗하게 해드릴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사장의 하반신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다음 고개를 숙이며 내 하반신 못지않게 애액과 정액으로 엉망이 된 사장의 하반신을 주섬주섬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잡았다.

‘따뜻해…….’

분명 끈적끈적하고 미끄러워서 기분 나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장의 물건을 계속해서 받아들이며 수도 없이 절정에 이르렀다. 당장 눈앞에 그로테스크한 물건이 있어도 몸이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손난로를 쥔 것처럼 기분 좋게 느껴졌다.

그처럼 자신을 위해 애써준 남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곧바로 자연스레 겉으로 드러났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온몸과 마음을 다해 혀로 정성껏 핥기 시작했다.

할짝…

할짝…

쓰담…

쓰담…

사장이 그의 하반신에 봉사하는 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순간 눈에 눈물이 핑 고이며 한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물론, 이유는…알고 있었다.

어째서…

나와 사장은 이런 관계 뿐이 될 수 없는 걸까…….

그에게 안기는 건 이렇게나 기분 좋고……

그 누구보다 그의 상처받은 내면을 잘 이해하면서도…

그는 결코 내 유일무이한 존재가 될 수 없다.

그리고 그건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서로가 서로의 가장 큰 이해자이지만, 그렇기에 우리 두 사람은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 없었다.

끝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 일그러진 운명을 탄식해서 저도 모르게 나오는 눈물이었다.

행복이란 언제나 우리 바로 곁에 있다.

분명 손만 뻗으면 닿을 가까운 거리에 있건만……

굳이 등불을 들고 빛을 찾으러 먼 길을 떠난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타협하면 몸도 마음도 편해지건만 고난으로 얼룩진 길을 자처한다.

스스로의 이런 미련함에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지만 어쩔 수 없다.

이성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타협할 수 없으니 사랑인 것이다.

마음속에서 서준을 내려놓고 사장을 품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그것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겠지.

나만 포기하면…

나 하나만 포기하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거기에는 나 자신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진실로 매력적인 유혹이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니고 나야말로 이 세상에서 제일 잘 알고 있지만……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넘쳐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손으로 닦을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러지 않고 멋대로 흘러내리게 내버려 두었다.

‘미안…서준…….

나와 함께 불행해져 줘…….’

‘그래도…마지막엔 반드시 행복했다고 여기게 해줄게…….’

‘반드시…….’

할짝…

할짝…

내가 그렇게 속으로 다시금 각오를 확인하며 사장의 하반신을 눈물범벅인 얼굴로 구석구석 핥아서 깨끗이 하는 걸 막 마쳤을 때였다.

사장이 내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손을 멈추더니 내 턱을 살짝 붙잡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내 머리를 들어 올렸다.

읏…!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사장에게 그대로 보이는 게 부끄러워 나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사장의 시선을 피했다.

사장은 그런 내 눈물을 엄지손가락으로 스윽 닦아주며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결심이 선 모양이군.”

“네.”

“그런가…나도…네 덕분에 다소 쓴 추억들을 즐겁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말하며 사장은 내 몸을 부드럽게 껴안았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사장이 혀로 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핥아주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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