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럽혀진 아이돌-50화 (50/136)

〈 50화 〉 제49 화 닫힌 세계의 두 사람 (10)

* * *

사장과 둘이서 오붓하게 손을 잡고 가로수가 무성한 오솔길을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걷는다.

그건 흡사 꽃구경을 온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꽃구경이라…

사장과 내게 이렇게도 인연이 없는 단어도 없건만…….

우리 두 사람이 내년에 함께 봄을 맞이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본래라면 있을 수 없는 지금 이 찰나의 기적을 영원에 아로새겨 소중히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곧장 행동으로 옮겨 사장에게 좀 더 몸을 바싹 붙였다. 그리고 잡고 있던 손을 풀고 그의 왼팔에 팔짱을 꼈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살짝 웃어 보이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살포시 기댔다.

사장은 그런 내 돌발적인 행동에 의아해하며 잠시 멈칫했지만, 그도 곧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온화하게 웃으며 반대편 손으로 그런 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기분 좋아……

어쩐지 주인에게 귀여움받는 애완동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평소에는 주인을 잘 따르지 않는 고양이라도 주인이 귀를 만지작거리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얌전하게 손길을 받아들이다가 턱을 살살 긁어달라고 고개를 살짝 치켜들기 마련인데 지금 내가 딱 그랬다.

얼굴을 희미하게 붉히며 남자를 모르는 무구한 소녀가 처음 접하는 남자의 손길에 어쩔 줄 모르는 것처럼 그저 얌전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는 사장의 손길을 받아들인다.

하아…

어쩐지 그것만으로 몸 안에서 열이 나는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안타까운 숨결이 새어 나온다.

허벅지 안쪽에 묘한 긴장감이 슬슬 들기 시작할 때였다.

사장이 그런 내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천천히 매만지기 시작한다.

읏…!

순간 등 뒤로 찌릿하고 한줄기 전류가 흘렀다. 사장의 손가락이 입술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야릇한 기분이 들어 머리가 당장이라도 흐물흐물 녹아내릴 것만 같았지만 탁 트인 곳에서 하는 행위에 긴장했음인가…

허리는 반대로 뻣뻣하게 쭉 펴졌다.

하아…

하아…

두근…

두근…

점점이 숨결이 흐트러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남자의 상처 입은 모습은 여자의 모성을 자극한다. 이곳에 와서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사장의 연약한 면을 마주하게 된 나는 그가 안쓰럽게 여겨졌다.

적어도 함께 지내는 동안은 그의 안식처가 되고 싶었다.

안아주고 싶다.

안기고 싶다.

위로해주고 싶다.

그 정도로 그에게 이미 마음 한구석을 허락한 나는 분위기가 이쯤 되자 그가 내게 키스해주기를 바라며 여자인 내 쪽에서 먼저 애절한 눈으로 그를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웅…

움…

그러자 그가 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입술을 포개왔다. 맞닿은 입술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느껴졌다.

하아…하아…

좀 더…좀 더…이 따스함을 원해.

열기로 인해 몸에서 슬슬 땀이 나며 입고 있는 와이셔츠가 군데군데 조금씩 땀으로 기분 나쁠 정도로 축축해지면서도 속으로는 좀 더 질척하게 녹아들었으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장소가 바쳐주지 않았다. 가볍게 입술을 겹치고 마는 정도라면 모를까 본격적으로 서로를 탐하기엔 아무래도 좋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아쉬움을 뒤로하며 슬쩍 사장에게서 입술을 떼려 할 때였다.

웁?!

웁!!!

사장이 팔짱을 풀고 왼팔로 내 허리를 감싸더니 내 몸을 더욱 사장 쪽으로 끌어당겼다. 오른손으로 내가 그에게서 떨어지지 못하도록 내 턱을 붙잡은 뒤 격렬하게 입맞춤했다.

움!!

주변을 의식해서 그에게서 떨어지려는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반사적으로 그의 품 안에서 버둥버둥 거렸지만 그가 마음먹은 이상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그동안 이미 철저하게 학습했기 때문에 헛된 저항을 멈추고 순순히 그에게 순종했다.

웅…

하움…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에게 길들여진 몸은 작용 반사처럼 입을 벌리고 그를 받아들이며 게걸스레 그의 타액을 탐했다.

남자와 기나긴 입맞춤을 나누다 보니 자신의 몸을 지배하에 두고 있는 남자를 원하게되는 여자의 마조히즘적인 욕구가 자극되어서일까…

여성 호르몬이 활성화되며 뇌 내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기 시작했는지 약물을 한 것처럼 의식이 몽롱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사실 이 정도는 괜찮은 게 아닐까.

길거리서 종종 보이는 바보 커플들의 흔한 애정 행위 정도로 뿐이 여겨지지 않으려나.

그렇다면…

거기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편승하는 게 시선을 덜 끌지도.

그런 안이한 생각에 빠질 정도로 제정신이 아니게 된 나는 발돋움하여 두 팔을 사장의 목에 두르고 그를 꽉 끌어안았다.

동시에 내 쪽에서 적극적으로 그에게 키스하려다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읏?!

사장이 내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해서였다.

오솔길에서 키스하는 것도 상당히 아슬아슬한 행위건만 가슴을 애무하는 건 궤가 다른 이야기였다.

사람이 아예 안 다녀도 이렇게 밖에서 하는 건 위험한데 그것마저도 아니었다.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여전히 드문드문 보이긴 했다.

물론 주위에는 시야를 방해하는 커다란 나무들이 많았다.

게다가 사장이 자신의 몸 안쪽으로 내가 딱 밀착하도록 확 끌어당긴 상태에서 내 젖가슴을 주물럭거리는 거라 사장의 몸이 방패막이를 해줘서 우리의 상황이 다른 사람에게 들킬 가능성은 현저하게 적어보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적인 관측이었다.

“자…잠깐…!”

제정신으로 돌아와 그나마 상대적으로 이성을 되찾은 내가 신음성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억누르고 급히 사장을 제지하려고 할 때였다.

‘잠깐만요!’라고 소극적으로 말하려던 내 말이 미처 끝맺기도 전에…

읏…!

응…!

하…하아앙……

찔걱…찔걱…

아아…

“제…제발…그만…”

사장은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먼저 내 팬티 안에 손을 집어넣고는 언제나처럼 손가락으로 내 음부 사이를 파고든 뒤에 격렬하게 헤집기 시작했다.

아…으…응…

“그…그만…”

하읏…

하앙…

“제…제발…”

읏…응…

이런 곳에서 이러면 정말로 위험하다는 걸 머리로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진즉 모든 걸 체념한 몸은 지금 상황에 순순히 순종하며 오히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환희로 잘게 떨리고 있었다.

찔걱…찔걱…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몸을 겹친 남자였다.

그에게 안기며 의식을 잃을 정도로 황홀경을 경험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의 손길 하나하나가 주는 쾌감이 이미 내 몸 구석구석에 새겨져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손가락이 점막을 긁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내 몸은 지난날 그가 안겨줬던 기쁨을 떠올리며 먹이를 눈앞에 둔 개가 침을 주체하지 못하고 질질 흘리는 것처럼 흥건하게 적기 시작했다.

찔걱…찔걱…찔걱…찔걱…

응…아…

아아…

“그…그만…”

“시…싫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작 목소리에 힘이 빠져있다는 점은 다른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아앙…

흐아앙……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 입에서는 더 이상 거부의 말이 아니라 자연스레 달콤한 신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아…

다리에 힘이 풀려 스스로는 혼자 서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길바닥 한가운데에 털썩 주저앉는 것만은 피하기 위해 사장의 팔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그에게 매달린다.

“읏…”

“응…”

하아…하아…

“제…제발…그…그만해주세요,”

찔꺽…찔꺽…찔꺽…

“아…안돼!”

………!!!!!!!!!!!!!!!!!!!!!!!!!!

하지만 사장은 그런 내 애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격렬하게 손가락으로 내 안쪽을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헤집어놓았고, 나는 비명이 터져 나오려던 걸 간신히 두 손으로 입을 꾹 틀어막으며 절정에 이르렀다.

움찔…움찔…

하반신에 경련을 일으키며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을뻔한 내 몸을 사장이 상냥하게 받아주었다.

나는 한순간 그의 품 안에 꼭 안긴 모양새가 되었다.

하아…하아…

긴장이 풀림과 동시에 이렇게나 환한 대낮에 바깥에서 절정에 이르렀다는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그렇게나 여기서는 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만두지 않고 기어코 내가 제 다리로 설 수 없을 정도로 만들어버린 사장이 얄밉게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정말로 미워진 건 아니었다

그러기엔 너무도 그의 손길이 기분 좋았으므로……

나는 그의 품에 안긴 채……

고개를 살짝 치켜들어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그에게 애처로운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여…여기서는…싫어요…….”

“제발…조금이라도 좋으니 사람이 없는 곳에서……”

“부탁드려요…….”

내 애절함이 통했는지 아니면 사장 역시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는지……

어쨌든 나는 사장에게 부축받아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간신히 근처에 있는 쉼터 안쪽의 으슥한 곳으로 이동했다.

하아…하아…

가뜩이나 외진 곳이라 인적이 드문데 거기에 더해 커다란 나무를 등져서 더 이상 거리낄 게 없게 된 나는 스스로 치마를 들어 올리고 애액으로 흥건해진 팬티를 무릎까지 내리며 사장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미…미칠 거 같아요.”

“더는…한계에요.”

“잔뜩 귀여워해 주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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