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제40 화 닫힌 세계의 두 사람 (1)
* * *
“괜한 신경을 쓰게 만들었군.”
어느 정도 마음을 다잡았는지 사장이 내게 그렇게 말했다.
“아뇨.”
‘저도…그 기분 조금은 알 거 같으니까요…….’라며 무심결에 지금 사장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이려다가 입안으로 삼켰다.
지금 사장이 느끼고 있는 회한은 사장만의 그리움이다. 타인인 나 따위가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는 건 주제넘은 짓이겠지.’
그런…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나와 사장이 닮은꼴이더라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나는 말을 삼가야만 했다.
결코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음을 알기에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추억할 수밖에 없는 그 심정을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기에…
서툰 위로의 말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겠지…….
…
“들어가지.”
“네.”
내가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사장이 옆에서 내게 그렇게 말했다.
“네게는 신세를 졌군.”
그리고…사장이 내게 약한 모습을 보이며 마지막에 작은 목소리로 건넨 말을 나는 스산한 바람 소리에 못 들은 척 슬며시 넘겼다.
…
레코딩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자 낡은 외관과는 다르게 굉장히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분명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낡아빠진 레코딩 하우스건만 벽에는 찌든 때 하나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사장과 내가 오니까 급하게 사람을 시켜 정리했다기보다는 주기적으로 무척이나 정성껏 관리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만…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생활하거나 누군가가 따로 빌려서 사용한 흔적은 일절 느껴지지 않는다.
“2층에 있는 아무 방이나 마음에 드는 걸 쓰도록.”
“네.”
아마 이곳에서 함께 지내는 내내 계속 같이 잘 거라 방을 나누는 게 그다지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지만…
일단은 순순히 사장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사장과 같이 2층으로 올라간다.
2층에 올라오자 사장은 이곳이 무척이나 익숙하다는 발걸음으로 일말의 주저도 없이 곧바로 가장 안쪽에 있는 방으로 향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나는 잠시 사장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사장이 안에 들어가는 걸 확인한 후 곧바로 그 옆에 있는 방을 골랐다.
짐을 풀어놓기 위해 안으로 들어간다.
‘그동안 시간이 멈춰있던 것만 같은 방이네.’
안에 들어서며 제일 처음 느낀 인상이었다.
짐을 대충 풀어놓고 방안을 한 바퀴 훑어본다.
‘사연이 있는 곳이라는 건 대충 짐작이 갔지만……
과연……그런 거였나.’
이곳을 바라보던 사장의 아련한 시선을 통해 이 장소가 사장에게 무척이나 특별한 곳이라는 건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사장에게 있어서 첫사랑과 동시에 마지막 사랑과의 추억이 가득 담긴 곳이겠지. 아마 사장은 학생 시절부터 이곳에서 그녀와 둘이서 상당히 오랜 시간을 보냈을 거다.
그리고…그녀가 사장에게서 떠나간 뒤에 이곳도 머지않아 폐업을 하게 되고……
마침내는 철거되려는 걸 사장이 구매한 거겠지.
그녀와 함께 보냈던 나날들을 구체적인 형태로 남겨놓고 싶었을 테니까.
정말이지…돈이 많으니까 별것이 다 가능하다.
아니……반대인가.
이러기 위하여 사장은 필사적으로 돈을 번 건가…….
나는 속으로 혼자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의 입장이어도 그랬을 터였다.
애초에……내가 사장에게 안기는 것과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대체 사장은 지금 어떤 심정으로 방안에 혼자 있는 걸까.
조금 상상하는 것만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남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것도 여자뿐이지만…
여자에게 상처 입은 남자를 위로해줄 수 있는 거도 마찬가지로 여자뿐이리라.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입고 있던 옷을 위에서부터 하나하나 벗는다. 속옷마저 완전히 벗어버려 완전히 알몸이 된다. 그리고는 낮에 준비해온 선정적인 속옷으로 갈아입는다.
은밀한 부위를 가리는 면적이 매우 적고 또 얇아서 거의 벗은 것과 마찬가지인 검은 속옷이었다.
거기에 망사스타킹이 달린 가터벨트를 착용한다. 마지막으로 등이 전부 파이고 배꼽이 훤히 드러나는 비키니형 메이드복을 입었다.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
거기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선정적인 모습을 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치마도 워낙 짧다 보니 도끼 자국처럼 선명하게 일자로 갈라진 둔덕이 훤히 보였다.
‘이 정도면 남자를 기운 나게 하는 데에는 크게 지장 없겠지.’
위로해주고 싶은 남자에게 봉사하는 데에 최적화된 자신의 모습에 내심 속으로 흡족해한다.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 나는 사장의 방으로 향한다.
똑…!
똑…!
똑…!
평소와 마찬가지로 사장의 문 앞에 서서 세 번 조용히 노크한다.
…
하지만 언제나 곧바로 대답이 들려오던 평소와는 다르게 안에서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러나…신경 쓰지 않는다.
“들어갈게요.”
사장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그렇게 말한 뒤에 나는 멋대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
사장은 침대 옆에 걸터앉아 한 장의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사장이 내 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사장에게 다가가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그리고 사장의 몸을 두 팔로 끌어안으며 살포시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사장이 들고 있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에는 교복을 입고 있는 한 명의 소년과 소녀가 찍혀있었다.
무척이나 따스한 시선으로 옆에 있는 소녀를 보고 있는 학생 시절의 사장과 그 옆에서 사장에게 팔짱을 끼고 눈부시게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소녀였다.
사장이 무척이나 사진 속의 소녀를 진정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그리고 그 소녀는 나와는 정반대의 여자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결코…
저렇게 웃지 못하겠지.
후후…
입가에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동시에 나는 생각했다.
‘어쩜 이렇게 하필이면 이런 부분마저 이 남자는 나와 비슷한 걸까.’
사진 속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소녀는 어딘가 서준과 비슷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다.
그래……나와 마찬가지인 사장같은 사람에게는 태양처럼 느껴졌겠지.
사장이 해바라기 마냥 평생 동안을 그 사람의 모습만을 쫓는 게 당연했다.
…
‘불쌍한 사람.’
이렇게 잊지 못하고 평생을 후회 속에서 살 거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떠나보내지 않았으면 될 것을…….
나는 그의 사랑을 미련하다고 여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그가 사진 속 소녀의 저 황금 같은 미소를 지키기 위해 그녀를 떠나보낸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갔기에……
나는 애틋한 손길로 그의 오른뺨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다른 쪽 손으로 그의 손에서 그가 들고 있던 사진을 살며시 빼낸 다음 침대 옆에 있는 작은 서랍장 위에 사진이 보이지 않도록 뒤집어 놓았다.
쪼옥…
쪽…
그리고 다리를 벌려서 그와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자세로 그의 무릎 위에 앉은 다음에 그의 뺨과 목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었다.
이때서야 그가 날 바라보며 내게 입을 열었다.
“꽤나 재미있는 복장이군.”
나는 그의 뺨을 혀로 핥으며 사장에게 물었다.
“마음에 안 드시나요?”
“아니, 매력적이야.”
사장은 내게 그렇게 답하며 내게 키스해왔다.
웅…
움…
나 역시 그런 사장에게 응해 우리는 깊은 입맞춤을 나눴다.
하아…
하아…
정신없이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와중에 나는 어느새 크게 부풀어 올라 내 아랫배를 쿡쿡 찌르고 있는 그의 고간을 바지 위로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직하게 속삭였다.
“제가…잔뜩 위로해드릴게요. 오늘 하룻밤 정도는 모든 과거를 잊을 수 있게…”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겠지…
그렇기에 나는 그의 귓불을 잘근잘근 깨물면서 다시금 나직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아니면…저를 저 소녀라고 여기셔도 돼요. 전부…전부 받아드릴 테니까……”
웅…
음…
그렇게 말하며 사장의 목을 두 팔로 꽉 끌어안으며 살며시 눈을 감고 다시금 사장과 깊은 입맞춤을 나눴다.
사장의 입안에 혀를 집어넣어 그의 입술을 벌리고 적극적으로 그의 타액을 빨아들인다. 서로가 서로의 입술을 앞다투어 잘근잘근 물면서 적극적으로 애정을 나눈 뒤 천천히 입술을 뗀다.
나는 사장의 가슴팍에 꼭 달라붙듯이 좀 더 내 가슴이 꾸욱하고 짓눌릴 정도로 몸을 밀착하며 사장의 시선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에게 말했다.
“모처럼 이렇게 입고 있으니 주인님이라고 불러드릴까요?”
“…”
사장은 잠시 아무 말 없이 나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무안한 듯이 내게 말했다.
“아니, 분명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만 좀 부끄럽군.”
“알겠습니다, 주인님.”
사장의 대답에 나는 짓궂게 웃으며 그렇게 대답하며 그의 입술에 길게 입 맞추며 그를 위로하기 위한 기나긴 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