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제36 화 침식된 못(Rusty Nail)
* * *
“그럼, 그렇게 알도록 하고 오늘은 이만 돌아가서 쉬고 있도록.”
“밤에 데리러 가지. 한동안은 바빠질 거다.”
“네……, 알겠습니다.”
사장에게 향후 일정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들은 후 집으로 돌아온 나는 사장의 말에 따라 짐을 싸기 시작했다.
뭐, 그래 봐야 기본적으로 워낙 가진 물건이 적어서 챙길 것도 그다지 없다만…….
사장은 이번 녹음은 지금까지 그의 행보와는 다르게 하나부터 열까지 그가 전부 프로듀스 한다고 했다. 도시에서 좀 떨어진 후미진 곳에 있는 레코딩 하우스에서 그의 총괄 아래 나와 사장 단둘이서 작업한다고 했다.
내가 조금 의아해하자 사장은 내가 부드럽게 웃으며 설명했다.
이 곡은 조금 서툰 구석이 느껴지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둘이서 하는 거에 의미가 있는 앨범이라고…….
나는 사장의 말을 듣고 곧바로 수긍했다. 이 노래는 나와 사장 두 사람만이 공유하고 있는 상처 그 자체였다.
사장의 말을 듣고 나서야 새삼 의식하게 된 거지만, 우리 두 사람의 연민이 하나의 형태를 이룬 이 곡에 다른 누군가의 손이 타는 건 나 역시 원치 않게 되었다.
그나저나…
사장 말로는 이미 나와 사장 안에서 완성되어있는 걸 그저 가다듬기만 하면 되는 과정이라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거라고 얘기했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최소 일주일은 잡아야겠지.’
그리고……
단 둘이서라…….
사실상 아무도 없는 외딴곳에서 일주일가량 둘이 동거하는 거와 다를 바 없었다. 아무리 무구한 처녀라도 단순 음반 작업만으로 끝날 거라 생각진 않을 거다.
설령……
남자에게 그럴 생각이 없더라도 말이다.
분명 같은 공간에서 지내다 보면 자연스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틈만 날 때마다 자연스레 서로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밀폐된 공간에 틀어박혀 밤낮으로 서로를 갈구하는 사장과 나를 상상하자 조금 얼굴이 화끈거렸다.
‘속옷…많이 챙겨가야겠지…….’
캐리어에 속옷을 더 챙겨 넣으려다가 손을 멈춘다.
여자인 내가 봐도 조금 너무하단 생각이 들 정도로 대부분이 참으로 간결한 속옷들뿐이었다.
…
그동안은 그다지 신경 쓰진 않았지만…조금 신경 쓰는 편이 좋으려나.
‘그러고 보니……피임약도 거의 다 썼네.’
저녁때까진 시간이 꽤 많이 남아있으니…피임약 사러 가는 김에 속옷도 좀 자극적인 거로 몇 벌 구해오는 방침으로 가는 게 아무래도 좋겠지.
…
그리고 또 뭐 잊은 게 없나 생각해본다.
흐음……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지금까지와 달리 몇 날 며칠을 쭉 함께 보내는 거다. 사장도 콘돔을 준비해오겠지만, 이런 건 남자의 매너에 기대기보단 여자 쪽에서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겠지.
자신의 온몸을 있는 힘껏 꽉 끌어안고 허리를 부들부들 떨며 자신의 안에 기분 좋게 사정하던 사장의 모습을 떠올린다.
남자들이란 정말이지…사정할 때면 거기에만 정신이 팔려서는…
하나같이 여자 안에 씨를 뿌리는 데에만 몰두하기 바쁘다니까……
후후…
자신보다 훨씬 연상에 여자 경험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남자인 사장도 그런 어수룩한 모습을 보인다.
평소 아무리 매사에 냉정하고 멋진 남자라도 사정할 때는 여자의 몸에 꼭 매달리는 게……
어딘가 어린아이같이 느껴져서……
조금 귀엽다는 생각을 해버렸다.
읏…!
하반신이 조금 젖었다.
두근…
두근…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방 안에 자신의 심장 소리만이 내 귀에 들릴 정도로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꿀꺽…
목구멍 뒤로 마른침을 삼킨다.
하아…
하아…
하반신 안쪽이 근질거려 허벅지를 꼼지락거려보지만…
결국에는 견디지 못하고 침대 옆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주저앉는다.
꼼지락거리던 허벅지를 살짝 벌리고 천천히 오른손을 가져다 댄다.
응…
읏…
처음에는 옷 위로 천천히 문지른다. 그러다가 몸에 슬금슬금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자 단추를 풀고 무릎까지 내렸다. 그다음 소중한 곳을 감싸고 있는 얇은 천 쪼가리를 사타구니 왼쪽으로 젖힌다.
투명하고 미끈한 액체로 젖어 번들번들한 음부가 드러났다. 그렇게 벌려진 여자의 은밀한 곳에 검지와 중지 손가락을 찔러 넣는다.
읏…!
아아…!
사장의 뜨겁고 굵은 물건이나 군데군데 굳은살이 박여있어 우둘투둘한 남자의 손가락과는 다른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가느다란 여자의 손가락.
남자의 몸을 배우기 전에는 이걸로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어딘가 허전하단 생각이 들었다.
찔걱…
찔걱…
그렇더라도 스스로 몸을 달래는 걸 멈추진 않는다. 손가락으로 상스럽게 음부를 휘저으며 눈을 감는다.
하아…
하아…
허억……
허억……………
나도 모르게 사장에게 밤새도록 안기던 순간이 떠올랐다. 여자와는 확실히 다른 탄탄한 남자의 몸. 담배의 쓴 내음이 살짝 배어있는 남자의 체취. 남자의 땀 냄새 따위 처음에는 역하다고만 생각했지만……
땀투성이가 되어 서로의 살을 섞는 사이에 어느 순간부턴가 남자의 가슴팍에 안겼을 때 맡게 되는 남자의 체취에 살짝 흥분하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응…
아아…
내 손가락과는 확연하게 다른 사장의 두툼한 손가락의 감촉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직접 몸으로 겪어 봐서일까…서준을 떠올리며 할 때보다 훨씬 생동감 넘쳤다. 그래서였을까. 금새 허리가 뒤로 꺾이며 고간이 앞으로 내밀어지며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달아오르게 되었다.
아아…!
왼손으로 상의를 걷어 올린다. 올라간 상의가 다시 내려가지 않도록 상의 밑자락을 입으로 문다.
그다음 왼손을 브래지어 아래에 찔러넣고 내 가슴을 제멋대로 주물럭거리던 사장의 손길을 떠올리며 가슴이 찌부러질 정도로 유방을 세게 주무른다.
응…
읏!
으응…!
처음이었다.
서준이 아닌 다른 남자를 떠올리면서 내 몸을 위로하는 것은…….
지금 이 한순간일지언정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서준을 배신하는 것만 같아서 깊은 배덕감에 빠진다.
육욕에 지고 만 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 눈에서 한줄기 서러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별개로 가슴과 음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손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격렬해졌다.
찔꺽…
찔꺽…
아아……
‘응…으음…미안…서준…지금뿐…지금뿐이니까…….’
아아…
서준을 떠올리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목이 건조해지며 상의 밑자락이 내려가지 않도록 꽉 물고 있는 입에서 칠칠치 못하게 침이 흘러내렸다.
서준의 얼굴과 내 몸 위로 굵은 땀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며 격렬하게 내 몸을 탐하는 사장을 번갈아가며 떠올린다.
아…읏!!
그러다가 사장이 내 몸이 그의 것이라고 주장하듯이 내 몸에 그의 소유라는 낙인을 새기려는 순간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떤다.
아아아아!
내 가슴이 그의 이빨 자국으로 엉망이 될 때까지 깨물리며 그의 배 아래에 깔려 비명을 지르던 순간을 떠올리며 가슴을 주무르던 손으로 유두를 세게 꼬집는다.
아악!
하지만 뭔가 달랐다. 무언가가 부족했다.
으득!
어금니를 으스러지게 꽉 깨물면서 젖가슴을 밑에서부터 받쳐 든다. 그다음 가슴을 위로 들어 올리고 고개를 숙이며 사장이 자신의 젖꼭지를 꽉 깨물던 순간을 생생하게 떠올리며 자진의 유두를 스스로 깨물어 보려 한다.
그 순간 지금까지 들어 올리고 있던 상의가 흘러내리며 가슴을 가리게 되었다.
방해다.
방해된다.
신경질적으로 두 팔을 위로 들어 올리며 상의를 벗는다. 브래지어도 바닥에 내팽개친다.
내친김에 허겁지겁 무릎에 걸쳐놓았던 하의도 완전히 벗어젖힌다.
완전히 알몸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하아…하아…
무릎을 꿇고 앉은 자세그대로 허벅지를 벌린다.
뚝…
뚝…
음란한 액체가 한 방울 두 방울 바닥으로 간헐적으로 떨어지며 작은 웅덩이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성을 내려놓은 나는 순식간에 쾌락만을 뒤쫓는 암컷으로 전락했다. 그러면서도 인간이란 원래 이렇게 추잡한 거라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마음 한구석에서 스스로를 변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두 손으로 자신의 젖가슴을 양옆에서 붙잡고 가슴으로 가슴을 문지른다. 그러면서 게걸스레 자신의 유두를 깨문다.
아아…!!!!!!!
등 뒤로 전율이 흐르며…목이 뒤로 꺾이고 눈에서 초점이 사라진다.
아아…
찔걱…찔걱…찔걱…찔걱
그러면서도 본능적으로 더 큰 쾌감을 위해 중지와 검지를 하반신 안쪽의 은밀한 곳에 깊게 찔러 넣고 거침없이 질벽을 긁으며 안을 헤집는다.
아아아아…………
푸슉!!!!
이윽고 나는 실금하듯이 하반신에서 대량의 투명한 액체를 뿜어내며 자신이 만들어낸 음란한 웅덩이 위에 실신하듯이 쓰러졌다.
하아…하아…
한동안 바닥에 쓰러져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가슴을 크게 들썩이며 헐떡인다. 자신의 몸을 타고 흐르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한 방울 한 방울까지 느껴진다.
불쾌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도 이걸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읏!
지친 몸을 간신히 뒤집어 천장을 바라보며 대자로 눕는다.
하아…하아…
그리고는 천장을 바라보며 무릎을 오므린 다음 이번에는 오른손으로 격렬하게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며 왼손으로 자신의 부끄러운 곳을 있는 힘껏 휘젓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사장의 뜨거운 정액이 내 몸 안에 가득 퍼지는 순간을 떠올리며……
실신할 때까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