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제30 화 고혹의 전야제
* * *
으음…
헤렉스 엔터테인먼트의 사장인 강성우는 나직한 신음성을 흘리며 쥐고 있던 펜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목을 왼쪽, 오른쪽 번갈아 가며 한두 번 꺾은 뒤 두 손을 깍지끼고 두 팔을 위로 쭈욱 뻗어 올리며 기지개를 켰다.
후우…
전신에 피가 돌며 몸이 개운해지는 걸 느끼며 그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송나은의 집을 나서서 그대로 자택의 집무실로 돌아와 지금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작업에 몰두했다.
책상 주변에 너부러져 있는 대량의 메모들과 자신이 오늘 쓴 악보를 감회에 젖은 눈으로 바라본다.
이렇게 홀린 듯이 펜을 써 내려간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이렇게 방에 틀어박혀서 온종일 악보와 씨름을 하던 게 일상이었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일평생 닿을 수 없는 거대한 재능의 벽에 막혔고, 줄곧 사랑해오던 여자도 빼앗기고 말았다.
붙들고 있어봤자 상처만 곪을 뿐이기에 내가 그 이후 펜을 잡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바로 어제까지는………
그리고…결국 한번은 내려놓았던 펜을 다시 손에 쥐었다.
더 이상 자신이 직접 작업에 나설 일은 영원히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아직도 자신의 안에 이러한 열정이 남아있었을 줄이야…….
그래서일까?
아침부터 지금까지 단 한 끼도 먹지 않았건만 온몸을 가득 채우고 있는 보람때문인지 공복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커피나 한잔할까…….’
얼마나 오래 앉아있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자 온몸에서 뿌드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가볍게 두 팔과 함께 허리를 좌우로 번갈아 가며 한두 번 뒤틀면서 가볍게 몸을 푼다.
그리고…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두고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책상 위에 살짝 걸터앉아 담배를 하나 입에 꼬나물고 불을 붙였다.
후우…
오늘따라 평소엔 아무런 감흥 없이 습관적으로 피우던 담배조차 전에 없이 맛깔 난다. 언제나 머리 한쪽 구석에 뿌옇게 끼어있던 미련이라는 이름의 안개가 담배 연기와 함께 몸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도 아니고 대체 이게 뭐 하는 건지. 나이마저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나는 뭘 해도 안 될 거란 좌절이란 늪에 빠지기 이전…
유치원 때부터 줄곧 함께였던 그녀와 앞으로도 함께 있으리란 자신의 미래에 확신을 가지고 그녀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기 위하여 꿈과 의욕으로 가득 차 있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아 쓴웃음을 짓는다.
그녀와 이별한 뒤로 그렇게나 많은 시간이 흘렀건만 아직도 이 모양이다. 그녀를 조금 떠올리는 것만으로 이렇게나 가슴이 아련해진다.
남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소년이란 거겠지.
‘나도 철들라면 멀었군.’
하지만…그다지 나쁜 기분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정도는 더 이상 그 어떤 미련도 남지 않게 모든 걸 쏟아붓는 거도 괜찮겠지…….
동시에 그건 이제서야 내가 과거를 매듭짓고 첫사랑을 졸업할 준비가 되었단 얘기기도 했다.
그건 분명 굉장히 착잡하고, 쓸쓸한 거지만……
살아간다는 건 그런 거겠지.
깨닫는 게 오히려 너무 늦었다.
그녀가 아닌 다른 소녀를 위해 곡을 쓰는 거지만,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전신전력을 다해 작곡에 몰두하는 게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추억에 잠겨 있는 사이 어느새 커피포트의 물이 다 끓었나 보다.
물이 다 끓었음을 알리는 삐익! 소리에 상념에서 깬 내가 커피포트에 있는 물을 잔에 막 따랐을 때였다.
딩동…!
딩동…!
갑자기 초인종 벨이 울렸다.
‘누구지? 오늘은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한쪽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꾸욱하고 문지른다. 그다음 조금 의아해하면서 인터폰으로 향했다.
인터폰 안에는 어째선지 얼굴에 옅은 홍조를 띠고 조금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송나은의 모습이 있었다.
‘대체 그녀가 무슨 일이지?’
‘앞으로 한동안 바빠질 테니 주말 동안 푹 쉬라고 했을 텐데…….’
‘그녀가 여기까지 직접 와야만 할 무언가 급한 일이 일어난 건가?’
강성우는……
송나은의 첫 남자이기도 한 그는 그렇게 의아함 반 걱정 반으로 인터폰에 있는 버튼을 눌러 대문을 열었다. 그리고 오늘은 주말이라 사용인들이 없기에 현관문을 열고 그녀를 마중하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현관문을 열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자 저 멀리서 송나은이 거의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달려오고 있는 게 보였다.
그녀의 다급한 분위기에 확실히 무언가 일이 잘못된 게 아닌가 싶어 괜히 강성우까지 내심 긴장하기 시작했다.
뭐, 그런 속내를 겉으로 드러낼 만큼 그는 미숙하진 않았지만.
오히려 연상답게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라도 침착해야 한다며 평소와 똑같이 태연자약하게 그녀를 맞이하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건가? 너답지 않군.”
송나은은 자신과 무척이나 닮은 여자이기에 감정 표현이 매우 옅다. 뿐만 아니라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항상 여유 있는 척 해동한다. 그런 그녀가 침대 위가 아닌 곳에서 이런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지간히 무척이나 드문 일이었기에 어지간히도 그녀가 다급하단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송나은 대문에서부터 여기까지 전력으로 뛰어왔는지 그의 앞에 서서는 허리를 숙이고 허억 허억 거리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잠시 내려보다가 그녀에게 말했다.
“할 이야기가 있다면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들어가서 하도록 하지.”
그가 나은을 배려해서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였다.
순간적으로 나은이 숙이고 있던 고개를 휙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는 나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눈을 크게 부릅떴다.
하아…하아…
하움…웅…
우움…
그녀는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더니 그의 목에 두 팔을 두르고 그를 있는 힘껏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그 상태로 살짝 발돋움해서 격렬하게 그의 입술을 탐했다.
쪼옥…
쪽…
움…
웅…
눈을 감고 남자의 입술을 즐기며 적극적으로 그의 입안에 그녀의 혀를 집어넣는다. 남자에게 자신의 혀를 빨게 하고 동시에 그녀 역시 그의 혀를 빨며 그의 입안 구석구석을 핥았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레 서로의 혀가 끈적끈적하게 뒤엉키며 한참 동안 서로의 타액을 교환했다.
하아…하아…
그가 그녀에게 어찌 된 영문인지를 물을 새도 없이 송나은은 남자에게 굶주렸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계속해서 그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그를 배려하지 않고, 그녀의 쾌감을 우선한 일방적인 길고 긴 입맞춤을 하면서 그녀는 왼손으로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오른손으로는 그의 셔츠 단추를 허겁지겁 풀기 시작했다.
그녀가 위에서부터 그의 셔츠 단추를 두세 개 풀어 그의 셔츠 앞섶을 활짝 풀어헤쳐 그의 가슴팍이 훤히 드러났을 때였다.
쪽…
쪽…
할짝…할짝…
그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뗀 그녀가 이번에는 그의 쇄골에 가볍게 입 맞춘 후 왼손을 그의 하반신에 가져다 대고 바지 위로 그의 물건을 상냥하게 어루만지면서 그의 목덜미부터 핥기 시작해 점점 가슴팍으로 내려온 뒤 그의 유두를 빨기 시작했다.
남자의 젖꼭지를 입안에 머금고 혀를 굴리거나 살짝 깨물면서 남자의 체취를 음미하는 동안 그녀는 이번엔 두 손으로 그의 벨트를 끌렀다.
허억…허억…
조금이라도 빨리 남자의 물건을 빨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면서 그의 바지를 내렸고, 빳빳하게 선 그의 물건이 튀어나오자 곧바로 그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남자의 물건을 잡은 뒤 게걸스레 남근을 빨려고 했다.
그 직전이었다.
사장이 그녀의 입안에 손을 집어넣은 것은.
그녀의 입안에 손을 집어넣은 그는 그녀의 입을 벌린 뒤 그녀의 혀를 손으로 붙잡았다.
입이 벌려진 채 혀를 붙잡혀 그녀의 입에서 한줄기 침이 흘려내려 턱을 타고 목을 지나 가슴까지 흘러내렸다.
그가 그녀에게 물었다.
“굉장히 적극적이군. 무슨 심경의 변화지?”
그녀는 곧바로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혀를 붙잡고 있는 그의 손가락을 정성껏 빨기 시작했다.
웅…
움……
하움……
할짝…할짝…
특히 남자의 손가락에 단단하게 박혀있는 굳은살을 집중적으로 핥기 시작했다.
푸하…
그러다가 어느 정도 만족했는지 숨을 한 모금 크게 들이셨다가 뱉은 뒤 송나은은 강성우를 올려다보며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말했다.
“여자에게도 때론 걷잡을 수 없이 남자에게 안기고 싶은 날이 있어요.”
“부디…제가 엉망진창이 될 때까지 안아 주세요.”
강성우는 너무도 요염한 송나은의 모습에 한동안 넋이 나갔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는 간신히 입을 뗐다.
“정말이지…어느새 이렇게 음란한 여자가 되가지고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렇게 말하는 강성우에게 송나은은 그의 귀두 끝에 복종을 맹세하듯이 입 맞추며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절 이렇게 만들었잖아요.”
물론 그건 그녀의 거짓말이었다. 그녀가 이렇게 된 건 오늘 서준과 만났기 때문이었다. 서준 때문에 그녀 스스로는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밑도 끝도 없이 달아오른 몸을 다른 남자를 통해 해소하려는 거였다.
그리고……
지금 나은의 말이 거짓이라는 건 강성우 또한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천박한 암컷이 되어 게걸스럽게 남자를 원하는 몸이 된 게 자신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까지 자신의 소유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잠시 그의 곁에서 머물다가 떠날 소녀라는 걸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허나…지금 그녀의 몸만큼은 자신의 것이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녀를 안는 것 자체가 지금의 그에게는 더없이 커다란 즐거움이었기에…….
그렇다면……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자.
“바라는 대로”
그렇게 말하며…
그는 그녀의 머리를 두 손으로 꽉 붙잡고 그녀의 목구멍 깊숙이까지 자신의 물건을 거칠게 쑤셔 넣었다.
…
이성따윈 모조리 잊어버리고 그저 한 마리 암컷과 수컷이 되어 적나라한 본능에 모든 것을 맡기는 기나긴 밤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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