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제18 화 로마의 휴일
* * *
송나은은 밤새도록 격렬한 행위에 몸을 혹사한 나머지 녹초가 되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깊은 잠에 빠진 그녀는 날이 밝았어도 여전히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 때였다.
송나은과 마찬가지로 기력이 다해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인이 또 한 명 있었다.
신혜민이었다.
“으음…”
눈부신 햇살이 커튼을 뚫고 그녀의 눈꺼풀 위에 쏟아져도 그녀는 속수무책이었다. 야트막한 신음성만을 간헐적으로 흘릴 뿐 세상모르고 계속해서 잠을 청하던 그녀. 그런 그녀의 의식은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누구…?”
“선배. 저예요.”
잠에서 덜 깬 멍한 상태에서 반사적으로 물었던 그녀는 되돌아온 목소리에 잠이 확 깼다.
“에? 자…잠깐만!”
식겁한 그녀는 고개를 돌려 베개 옆에 놔뒀던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곤 망연자실했다.
시계는 10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준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10시였으니까 약속했던 시간으로부터 30분이나 지나있었다.
그리고…
부재중 전화 5통.
아…
그게 눈에 들어온 순간 급격하게 후회가 밀려왔다. 어제 자기 전에 서준을 상상하며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해야지 하고 그렇게나 다짐했는데…
하다 보니…그게 너무 기분 좋아서 거의 밤새도록 몇 번이고 했다. 새벽이 돼서야 지칠 대로 지쳐 기절하듯이 간신히 잠에 빠졌다.
아무리 내 상상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다지만…
언제나 친절하고 신사적인 서준이 그렇게 격렬하게 내 몸을 요구하니까…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거절하지 못한 내 문제가 아니라, 내가 거절 못 할 요구를 한 서준이 문제다.
응…전부 서준때문이다. 그가 나쁜 거다.
나쁜 아이에게는 벌을 주지 않으면…
후후…그럼 오늘은 날 이렇게 만든 책임을 지게 할까.
자신의 몸을 위로하는 행위에 정신없이 빠져들어 소중한 사람과의 약속 시간을 어긴 자신이 너무 한심한 나머지 억지 논리를 펴며 현실 도피를 하고 있을 때였다.
문밖에서 걱정으로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배 혹시 오늘 몸 상태가 별로신가요? 전 괜찮으니 푹 쉬시는 게…”
“아…아냐, 미안 바로 나갈게.”
그의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에 현실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서 재빨리 나와 얇은 속옷 차림 그대로 나가려다가 지금 자신이 얼마나 선정적인 차림새를 하고 있는지를 간신히 깨닫고 멈춰섰다.
‘아무리 허물없는 사이라지만…그래도 이건 아니지.’
조금 펑퍼짐한 잠옷을 몸에 대충 걸친 채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는 태연한 척하고 있었지만, 땀을 뻘뻘 흘리고 숨도 조금 거칠어져 있었다.
얼굴에 땀방울은 흐르지 않았지만, 머리카락은 젖어있는 거로 봐서 여기까지 정신없이 뛰어온 다음에 내가 아무렇지 않다는 걸 알고 난 뒤 내가 마음 쓰지 않도록 재빨리 내가 나올 때까지 손수건으로 닦은 거겠지.
늦을 것 같다는 연락도 없고, 전화를 받지도 않은 거다. 그는 내가 늦잠잔다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며 날 걱정해서 여기까지 필사적으로 쉬지 않고 뛰어온 거다.
그런데도 그는 오히려 내가 그에게 마음 쓰지 않도록 이런 상황에서도 날 위해주고 있다.
그의 상냥함과 이렇게나 날 위해주는 그의 신뢰를 배신한 자신의 한심함에 눈물이 핑 돌았다.
“미안…그…그게…”
제대로 사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도,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차마 널 떠올리며 밤새 자위하다가 늦잠잤다고는 할 수 없어서 얼굴을 붉힌 채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그는 다정하게 웃으며 내 이마를 쓰다듬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괜찮아요. 연말이라 한창 바쁠 때니까. 열이 있는 거 같진 않아서 다행이에요.”
일을 우선시하느라 연인과의 약속을 소홀히 여긴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 내 태도에 서운함을 느낄 법도 한데, 그에게서 그런 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그런 건 의식도 못 하고, 그저 내가 아프지 않았다는 사실에 깊게 안도하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이지…이 소년은 나보다 연하인 주제에…이렇게 몇 배나 어른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자꾸 그에게 응석 부리게 된다.
그도 사람이다. 서운하지 않을 리가 없다. 하지만 결코 겉으로 티를 내지 않는다. 힘든 일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힘든 일을 내게 말해 자신의 짐을 나와 나누기보다는 오히려 내 얘기를 언제나 들어주려 한다. 언제나 내 일을 자신의 일과 동일시해서 기꺼이 내 짐을 자신이 짊어지려고 한다.
그 해 겨울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런 게 남자인 걸까.
나는 과거 그의 헌신에 구원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그의 상냥함에 구원받는다.
그를 꽉 안아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아…미안, 나도 참. 들어와.”
아무리 그의 한결같은 태도에 감동했다지만, 문밖에 그를 세워두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얼른 그를 안으로 들인다.
“실례하겠습니다.”
예의 바르게 그렇게 말한 뒤 내 방에 들어온 그는 방안을 한번 둘러보더니 조금 안타까운 탄식을 흘렸다.
“여전히…아무것도 없네요.”
그 말대로였다. 책상도 의자도 하다못해 냉장고도 없는 감옥과도 같은 텅 비어있는 방. 있는 거라곤 몇 벌 안 되는 옷을 넣어두는 작은 서랍장과 침대 하나.
하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침대 위에 털썩 걸터앉으면서 그에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야…나는 너만 있으면 충분한걸. 다른 건 필요 없어.”
“하지만 냉장고나 정수기조차 없는 건 좀…”
그는 내 말이 쑥스러웠는지 날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그는 무안함을 감추려고 콧잔등을 긁으면서 내게 말했다.
“하지만 뭐랄까…솔직히 방금 말은 기쁘네요.”
어느 정도 부끄러움이 가셨는지 그가 고개를 돌려 침대에 앉아있는 날 보기 위해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렸다가 허둥지둥 황급히 시선을 다시 올렸다. 내가 그의 그런 태도에 갸우뚱하며 멀뚱멀뚱 그를 쳐다보고 있으니까 언제나 여유롭던 그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내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한 곳에 고정되어있었다.
“그나저나 선배 뭐라도 하나 더 입어주세요. 그 차림은 좀…자극적이네요.”
그가 대체 무슨 말을 하나 싶어 그의 고정된 시선을 따라 내가 고개를 내려보자 사이즈가 큰 헐렁한 잠옷이다 보니 잠옷과 브래지어 사이로 가슴골이 훤히 보였다.
후후…이런 풋풋한 반응이라니.
그가 내 몸을 보고 이런 반응을 해주는 게 여자로서 기쁘다. 내가 안 보는 곳에서 따로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는 증거처럼 여겨졌다.
조금 놀려주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어젯밤의 영향이 아직 남아있는지 나 자신이 그를 기분 좋게 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후후…섰어?”
“네…….”
약간의 뜸을 들인 뒤 그가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솔직하게 말할지 말지 속으로 상당히 고민했는지 꽤나 지친 목소리였다.
“오늘따라 솔직하네. 후후, 착한 아이에게는…포상을 줘야겠지.”
그의 손을 부드럽게 잡는다.
“서…선배?”
“그렇게 가만히 서 있지 말고…자, 이쪽으로 와서 앉아봐.”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손을 잡아당겨 내 옆에 앉게 했다. 그는 조금 주저했지만, 이내 내 손에 이끌려 내 옆에 앉았다.
그에게 몸을 밀착한다.
날도 서늘하니 슬슬 땀이 식어서일까, 그에게서 살짝 시큼한 땀 냄새가 났다. 하지만 이건 전부 날 위해 필사적으로 그가 내 방까지 땀투성이가 될 정도로 달려온 증거였다. 그런 생각을 하니 불쾌하기는커녕 오히려 그가 더욱 사랑스러웠다.
그의 오른쪽 뺨을 쓰다듬으면서 왼쪽 뺨에 쪽 하고 입 맞춘다. 서로의 뺨을 비비며 길고 긴 입맞춤을 나누는 동안 나는 그의 벨트를 풀고 지퍼를 내리기 시작했다.
“읏…선배 자…잠깐만…그건 아직…”
“괜찮아. 괜찮으니까…잠시만 엉덩이를 들어줘.”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도 남자아이들은 이럴 땐 금방 얌전해져선…말을 잘 듣는단 말이지.
마침내 그가 입고 있는 바지를 그의 무릎 아래로 내리고 팬티까지 전부 벗기자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딱딱하게 서 있는 물건이 드러났다,
안에 고여있던 남자의 냄새가 좁은 방안에 퍼졌다. 그가 민망한지 살짝 몸을 떠는 게 느껴졌다. 전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그를 달래듯이 그의 물건을 쓰다듬는다.
“그동안 줄곧…줄곧 참느라 힘들었지. 이때까지 잘 참은 상으로 오늘은 내가 잔뜩 기분 좋게 해줄게.”
그의 물건을 부드럽게 움켜쥔 손을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훑어내며 그렇게 말한 나는…
그대로 허리를 숙여 정성을 다해 그의 물건에 입술로 봉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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