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제17 화 금단화(??花)
* * *
사람은 간절히 바라던 것을 손에 넣지 못했을 때, 다른 것으로 대체하려 한다.
그녀에게 너무 길들어졌던 나는 그녀가 나를 떠난 걸 계기로 과거를 청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건 무척 고되겠지만 나 역시 그녀처럼 홀로서겠다고 다짐했었다.
쉬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달렸다. 조금이라도 멈추면 다른 남자 곁에서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떠오를 테니까…
한번 그녀를 떠올리면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을 것만 같았으니까.
나한테는 일에 몰두하는 것 외에 남아있는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결국 그녀를 잃은 이후의 내 삶은 또 다른 그녀를 찾기 위해 광야를 헤매는 것이었다.
재능있는 소녀들을 발굴하기 위해 수없이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당시에는 믿었지만, 그녀를 아주 조금이라도 닮은 소녀를 찾으러 다녔던 거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전국의 수많은 재능있는 소녀들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그 속에서도 소녀들을 똑바로 보는 게 소녀들이 그녀와 닮은 부분이 무엇인지를 탐색하고 있었다.
기대했다.
나름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는 소녀들이 이렇게나 많이 매년 찾아온다. 이런 재녀들을 자꾸 접하다 보면 그 속에서 추억 속의 그녀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그녀와 엇비슷한 소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의 나는 과거의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없었던 내가 아니다.
그 어떤 소녀라도 빛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돈과 지위를 손에 넣었다.
그렇다면…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그녀와 조금이라도 비슷한 소녀가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안았다. 어떤 소녀는 손이 그녀와 닮았다는 단 하나뿐인 사소한 이유만으로도 사랑해보려고 노력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해가면 거듭해갈수록, 다른 여자를 안으면 안을수록 나는 점점 깨달아갔다.
나한테 그녀를 대신할 여자는 결국 이 세상엔 없다는 것을.
이 세상에 오직 단 한 사람만을 향하는 마음이 사랑임을 나는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그녀를 떠나보내는 순간 이렇게 될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예정된 후회가, 애써 외면하고 마음속에 억압하고 있던 회한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때 그녀를 안았어야 했다.
억지로라도 내 것으로 만들고 다른 남자에게 보내서는 안 됐었다.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안기면서 행복한 삶을 사느니, 나와 함께 지옥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길을 선택했어야 했다.
사랑은 전쟁이다. 삶과 죽음의 문제다. 자신의 마음이 그 어떤 수단도 정당화할 수 있다.
그래, 최선의 선택이 추구하던 구원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건 아니었던 거다.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다시 한번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런 불가능한 일을 바랄 정도로 깊은 후회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갈 때였다.
나는 만났다.
내가 또 하나의 태양을 끝끝내 찾아내지 못하고 찾기를 체념했던 순간이었다. 모든 걸 체념했을 때 나는 과거의 나와 똑같은 절망이 깃들어있는 송나은이라는 검은 뱀을 만났다.
이 만남에 나는 속으로 헛웃음이 나왔다.
그녀를 찾기 위해 광야를 헤맨 끝에 도달한 게 하필이면 과거의 내 모습이라니.
나는 조금도 성장하지 못하고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거 같아서 실소가 터져 나왔지만, 동시에 같은 상처를 입고 있는 소녀에게 짙은 흥미가 생겼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날 닮은 그녀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내 곁에 두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도저히 자신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현실이라는 잔혹한 천사에게 맞서길 포기하고 도망쳐왔다. 소녀가 과연 자신의 단 하나뿐인 염원을 포기하고 비슷한 바람을 성취함으로써 만족을 얻을 수 있을까…….
그녀는 과연 자신의 행복과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 둘 중 무엇을 버릴까. 소녀가 무엇을 버리든 간에 설령 그게 만인에게 책망받는 죄로 버무려진 선택이어도 나는 그녀의 선택을 조금 거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왜냐면…난 후회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리하여………………………
황무지는 장미꽃이 되었다.
그러나 여기에 피어난 월하미인(月下美人)은…
남자를 파멸시킬 금단화(??花).
더 이상 이 소녀에게 손을 대는 것은 위험하다. 이 이상 이 소녀에게 빠지는 건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면 내 파멸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선을 그어야만 한다.
그런 위험한 예감이 들었지만…
나는 정신없이 소녀의 가녀린 몸을 탐하고 있었다.
나이도 잊은 채, 나는 어느새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지나간 첫사랑을 다른 남자에게 빼앗길 때의 심정으로 돌아가 있었다. 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절대 빼앗기지 않겠다는 치기 어린 정열로 소녀를 끌어안고 있었다.
이 소녀의 몸에 내 흔적을 하나라도 더 새겨넣고 싶다는 마음만이 온몸을 지배했다.
과거의 내가 처음만큼은 내게 주겠다며 날 동정하던 그녀를 넘어뜨리고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타서 쏟아내고 싶었던 모든 욕망을…
당시의 그녀를 대신하여 눈앞의 소녀에게 일방적으로 토해낸다.
겨드랑이부터 가슴과 사타구니 사이사이까지 소녀의 은밀한 부분을 철저하게 맛본다. 이 소녀는 내 소유물이라는 낙인이 평생 지워지지 않도록 뜨거운 인두로 지져버리는 것처럼 있는 힘껏 깨물어 흉측한 이빨 자국을 소녀의 깨끗한 몸에 남긴다.
그러면서 그녀의 몸에 잊을 수 없는 쾌락을 새기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한다.
몇 번을 사정해도 딱딱하게 선 물건이 수그러들질 않는다. 몇 년의 세월 동안 마음 밑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여왔던 지난날의 후회가 연료가 되어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눈앞에 있는 소녀는 과거의 내 모습인 동시에 다른 남자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내게서 언젠가 반드시 떠나는 게 정해져 있던 추억 속의 그녀이기도 했다.
이 소녀를 내가 소유한다는 건 그때와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눈앞에 있는 소녀가 소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남자를 잊고 내가 주는 쾌락에 몸부림치게 만드는 것에 전념한다.
소녀를 내 곁에 묶어두고 날 버린 그녀를 대신하게 하려는 게 아니었다.
이 소녀를 소녀가 마음에 품은 남자로부터 뺏겠다는 것 따위 기대도 않는다.
그저 과거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던 내가 하지 못했던…
설령 나를 평생 원망하고 미워하더라도 가식 따위 버려버리고 그녀를 범한다. 그녀가 나를 평생 잊지 못하도록 그녀의 몸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겨놨다는 뒤틀린 달성감만을 원할 뿐이었다.
소녀의 얼굴과 몸에 동물이 영역을 표시하듯이 몇 번이고 사정한다.
소녀의 안에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정액을 쏟아낸 뒤에도 소녀의 안을 더욱 파고들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정액을 쥐어짜낸다.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격렬한 밤을 보내서 몸은 너덜너덜해졌지만, 아직도 부족했다. 남자의 비뚤어진 욕망을 받아들이느라 남녀의 체액으로 더럽혀진 소녀의 음부는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몸을 축 늘어뜨린 채 자신의 의지에서 벗어난 하반신에서 뻐끔뻐끔 대량의 정액을 흘리며 넋이 나가 있는 소녀의 머리를 우악스럽게 들어 올린다.
그녀의 입을 벌린 다음에 억지로 내 물건을 쑤셔 넣었다.
소녀의 애액과 내 정액으로 범벅이 된 더러운 남근을 거칠게 소녀의 작은 입에 물리자 소녀의 두 눈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소녀의 고통 따위 무시한 채 두 손으로 소녀의 머리를 붙잡아 소녀의 머리가 움직이지 않게 고정한다. 그리고는 하반신을 그녀의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찔러 넣으며 봉사를 강요하며 내 물건을 다시 세우게 한다.
밤새 몇 번이고 거듭된 행위에 소녀도 나도 몸은 진즉 한계를 넘어섰다. 아무리 소녀가 있는 힘을 쥐어짜내 일부러 내게 들리도록 천박한 소리를 크게 내며 성심성의껏 내 물건을 핥고 빨더라도 내 물건이 그리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래도 아무런 불만 없이 내 정욕을 받아들이며 내게 봉사하는 소녀의 행위가 무의미하지는 않았다.
한참 동안 계속된 소녀의 봉사 덕에 간신히 회복된 나는 소녀의 허리가 뒤로 확 꺾일 정도로 소녀의 몸을 으스러지게 껴안았다. 소녀가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입에서 거품을 게워낼 정도로 아픔을 호소한다.
그녀가 내 품 안에서 완전히 의식을 잃고 그대로 푹 쓰러질 때까지 소녀의 몸을 범했다.
허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그렇게나 많이 사정했음에도 소녀의 안에 소변을 누는 게 아닌가라고 나 자신이 의구심이 들 정도로 대량의 정액을 쉬지 않고 함참동안 쏟아냈다.
내 생에 최고로 기분 좋은 사정이었다.
사정이 끝난 후 나는 깊은 여운에 잠겼다. 나한테 완전히 몸을 맡긴 채 의식을 잃고 곤히 잠들어있는 소녀의 얼굴을 동이 틀 때까지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 정도로까지 아름답게 피어날 줄이야…….’
그녀의 몸을 취하면서 나까지 십 년은 더 젊어진 거 같았다. 나한테 의욕이란 건 전부 타버리고 재 하나 남지 않았다고 스스로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과거의 미처 다 버리지 못한 미련이 열정이 되어 다시금 가슴속에서 타오르기 시작한다.
소녀의 방에 처음 왔을 때를 떠올린다.
소녀가 씻고 있는 동안 내 시선을 끌었던 메모 쪼가리.
쓰레기처럼 구깃구깃 구겨져 방구석에 내던져져 있던 그 종이는…
내가 끝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깔끔하게 단념하지도 못해 상자 속에 넣었던 미련 덩어리와 같은 것이었다.
‘지금이라면… 왠지 완성할 수 있을 것 같군.’
그녀를 위해 그렇게 노력했건만 끝끝내 완성하지 못했던 곡의 그 이후를 지금은 어째선지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쓰고 싶었다. 그녀가 아닌 이 소녀를 위해서.
지금의 송나은이라면…
내가 마저 완성한 곡에 송나은의 본심이 적혀있던 메모를 가사로 쓴 노래를 이 세상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소화해낼 수 있을 것이다.
한순간이나마 추억 속의 그녀를 안으며 그때 못다 푼 미련을 원 없이 풀었다.
이 소녀에겐 고마워해야겠군. 생각지도 못했던 빚을 지고 말았다.
‘그 보답이라기엔 왜소하지만 너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곡을 선물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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