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제13 화 사랑 없는 섹스가 안겨다 주는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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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를 모르는 여자.
나는 어느새 부끄러움을 잊어버린 그런 천박한 여자가 되어있었다.
충동에 거스르지 않고 몸을 맡긴다.
꽉 닫혀있는 내 몸의 은밀한 부분을 스스로 남자에게 훤히 열고, 남자의 씨받이가 되길 스스로 청한다.
지금까지…
나와 사장은 몇 번이고 서로 몸을 포개면서도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었다.
사장의 욕정을 단순히 내 안에 배설하도록 한다.
남자와 몸을 겹치고, 내 안에 남자의 들끓는 정욕을 받아들일 때마다 몸이 뜨거워지는 한은 있어도 마음 까지 달아오른 적은 없었다.
사장은 그저 내 몸을 잠시 거쳐 갈 뿐인 남자.
내가 진정으로 사모하는 남자에게 안기기 위한 단순한 통과점.
나는 사장을 남자는커녕 같은 사람으로조차 보지 않았고, 내 목적을 이뤄줄 도구 중에 하나로 여겼다.
물론, 사장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는 건 아니다. 그는 내 몸을 최고의 가격으로 사주는 훌륭한 고객이니까.
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마음 한구석에 고이 쟁여놓고,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몸으로 봉사할 때 나는 모든 정성을 쏟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저 그뿐인 관계.
원하는 걸 전부 얻어내고 난 다음에는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그건 아마 앞으로도 변하지 않겠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그렇게 칼로 딱 자르듯이 끊을 수 있는 건 어딘가 씁쓸하단 생각도 들었지만, 단 하나의 염원을 위해 다른 모든 걸 버리기로 마음먹은 내게는 이 정도가 딱 좋았다.
그리고 그건 사장 역시 마찬가지.
그에게 나는 정액처리장일 뿐.
그가 내 젖가슴을 마치 연인과도 같이 달콤하고 부드럽게 주무른다. 하지만 그건 그가 내 가슴을 탐하는 게 기분 좋아서지 내 성감대를 자극해서 내 몸을 달아오르게 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건조한 사타구니 사이로 파고든다. 가장 민감한 부분인 음핵을 상냥한 손길로 자극하며 내 몸에서 힘을 빠지게 만들고 내 은밀한 부분을 음란한 즙으로 흠뻑 적신다.
얼핏 내가 그를 받아들일 때 고통스럽지 않도록 뻣뻣하게 굳어있는 내 몸을 풀어주고 내가 기분 좋게 만들도록 정성껏 애무한 것 같지만, 그저 단순히 내가 충분히 젖어있는 편이 그의 물건을 내 안에 넣을 때 그가 기분 좋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장이 내게 하는 애무가 연인에게 하는 것과 결과는 얼핏 같아 보일지라도 그 내용은 판이했다.
사장은 내 처지를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값을 낸 만큼 즐기다가 질리면 버려버리면 그만인 정액받이.
도구의 상태는 신경 써도 도구의 기분 따위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사장 역시 나를 안으면서 내 기분 따위 그가 알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여자가 기분 좋은 곳을 여자인 나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는 섹스.
사장 자신만 시원하게 내 안에 정액을 토해내면 끝이었던 이전과는 다르게 격렬하면서도 내 기쁨을 우선시한 배려 넘치는 움직임.
사장은 철저하게 내 몸에 사랑 없는 섹스가 안겨다 주는 기쁨을 새겨넣고 있었다.
좁은 틈을 비집어 열며 내 안으로 남자의 물건이 단번에 파고든다. 내 허리를 두 손으로 꽉 잡은 뒤 뿌리 끝까지 밀어 넣는다.
모든 걸 잠시 내려놓고 그저 남자의 몸을 원하게 된 내 몸은 남근을 내 안에 받든 것만으로 부르르 떨며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내 한껏 달아오른 신음성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그는 오른손으로 내 허리를 꽉 붙잡았다.
그가 남근을 반 정도만 빼낸다. 다시 한번 아까보다 더욱 세게 내 안으로 그의 우뚝 선 남근을 강하게 찔러넣을 줄 알고 곧바로 찾아올 커다란 아픔을 견디기 위해 한껏 이를 악문다.
한순간 내 온몸을 뒤에서부터 꿰뚫을 아픔과 그 이후에 찾아올 쾌락에 대한 기대로 하복부가 바르르 떨린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남근 앞부분의 옆으로 돌출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사용해 그의 물건을 감싸고 있는 벽을 구석구석 긁는 데에 집중했다.
손가락과는 차원이 다르게 뜨겁고 뭉툭하게 느껴지는 남근이 내 안을 반복해서 긁어댈 때마다 내 몸에서 음란한 즙이 흘러나와 시트 위로 뚝뚝 떨어졌다.
내가 네 발로 엎드려서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바닥을 집고 있던 왼쪽 팔을 그가 왼손으로 잡고 내 등 뒤로 들어 올렸다.
남자에게 불이 지펴질 때로 지펴진 몸.
몸 안에서부터 피어난 열기로 땀이 흥건한 겨드랑이가 훤히 드러났다. 그동안 접혀있던 겨드랑이 사이에 갇혀있던 땀 냄새가 방안에 확 퍼졌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미 엉덩이 안쪽까지 훤히 드러내놓고 남자에게 철저한 복종의 자세를 취하며 스스로 남자에게 엉망으로 만들어달라고 애원한 나였다.
여기서 부끄러울 게 뭐가 더 남아 있겠냐고 생각했는데, 조금 전 자신의 땀으로 가득한 겨드랑이 냄새를 남자가 맡았을 거라 생각하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남자가 그런 내 겨드랑이에 천천히 얼굴을 가져다 댄다.
히…히익!
“시…싫어!”
“그…그런 곳 부끄러워…”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격하게 흔들며 비명을 질렀지만, 그는 가차 없이 내 겨드랑이에 얼굴을 박고 핥기 시작했다.
겨드랑이에 맺혀있는 땀 한 방울 한 방울을 찬찬히 음미한다.
소녀의 겨드랑이 냄새를 남자가 맡는 배덕스러운 행위에 죽고 싶을 만큼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그 행위에 상기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반신에서 끈적끈적한 액체가 줄줄 흘러내린다.
그렇게 부끄러웠던 감정이 내 착각이었던 거처럼 입에서 달짝지근한 신음이 연이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계속된 끈적끈적한 애무로 녹초가 된 몸과 부끄러움으로 너덜너덜해진 마음이 남자의 품 안에서 하나로 녹아든다.
남자가 지탱해주지 않으면 언제 침대 위로 털썩 소리를 내며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
남자가 등 뒤에서 이번에는 내 양쪽 어깨를 꽉 붙잡는다. 그 상태로 비틀거리며 허덕이는 내 몸을 힘껏 뒤로 젖히고 단단한 지면에 쐐기를 때려 박듯이 내 안에 자신을 찔러넣었다.
남자와 여자의 상기된 피부가 격렬하게 맞부딪치는 소리만이 좁은 방안에 울려 퍼진다.
읏…아…
온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내 위에 올라탄 남자가 모든 체중을 실어 내 몸을 찍어누르고 내 안에 또다시 길고 긴 사정을 했다.
온몸을 바르르 떨며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신음조차 제대로 낼 수 없었다.
남자가 내 안에서 자신의 물건을 뺀다.
그동안 남자가 얼마나 내 안에 정액을 토해냈는지 퐁 소리와 함께 대량의 정액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내 하반신으로부터 흘러내렸다.
남자의 물건도 거듭된 행위에 슬슬 한계가 도래했는지 힘을 잃고 축 늘어져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는지 오른손으로 자신의 물건을 격하게 문지르면서 자신의 물건을 한 번 더 세우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
간신히 몸을 일으켜 남자 앞에 공손하게 무릎을 꿇는다.
“제가…제가 도와드릴게요. 도와드리게 해주세요…….”
사타구니와 항문에서 정액이 끊임없이 흘러내린다. 그 상태로 나는 두 손을 그의 몸 뒤로 돌려 그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쮸웁…쮸웁…
그리고 힘이 다한 그의 물건을 입안에 머금고 요도에 남아 있는 마지막 한 방울 정액까지 빨아들일 기세로 남자의 사타구니에 얼굴을 파묻고 격하게 빨았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내 턱이 얼얼해질 즈음 그가 회복됐다.
그의 가랑이에서 얼굴을 떼고 마른기침을 하는 내 이마를 쓰다듬은 뒤 그는 내 몸을 밀어뜨리고 다시 나를 격렬하게 안기 시작했다.
내가 밤새도록 거듭된 절정 속에서 의식을 완전히 잃을 때까지……
후후…
후후후…
굉장해…
기분…좋아…
나는 추악하고 아름다운 세계에 살고 있다. 서준이라는 한 남자를 사랑하기에 이 세상은 내게 더없이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그가 내 것이 아니기에 이 세상은 더없이 추악하고…
원망스러웠다.
인간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 비슷한 거로 만족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사랑이다.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거다.
그런데…
사랑 없는 섹스가 이렇게나 기분 좋다니…
그렇다면……
대체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는 섹스는 얼마나 황홀할까……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것만큼은 실제로 경험하지 않고서는 영원히 알 수 없겠지.
아아…반드시…반드시 신혜민 그녀에게서 서준을 빼앗고 말겠어.
무슨 짓을 하더라도.
나는 사장의 품에 안긴 채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어째선지 그 날이 생각보다 멀지 않았음을 예감하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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