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화 〉 제12 화 슬로우 섹스 (2)
* * *
“시…싫어…”
정말로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남자 위에 올라탄 나는 지금까지와 달리 남자만을 위한 일방적인 봉사가 아니라 스스로도 음란한 행위에 빠져들고 있었다.
딱딱하게 우뚝 선 뜨거운 남근을 내 안에 뿌리까지 넣은 채 아랫배까지 묵직함과 그 꿈틀거림을 한껏 만끽하고 있었다.
남자의 성욕을 받아내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던 내가 남자의 장난감이 됨과 동시에 나 역시 남자의 몸을 장난감으로 삼아 사랑 없는 섹스가 주는 유열을 적극적으로 원하게 된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남자의 사정까지 관리해가며 내 기분을 고조시키려던 나는 너무 주제넘게 굴었음인가…
내가 어떻게 해보기도 전이었다.
분명 남자 위에 올라타서 그의 몸을 내 마음대로 하고 있었건만, 어느새 나는 음부부터 항문까지 수치스러운 부분을 남김없이 훤히 드러낸 채 네 발로 남자 앞에 엎드려 있었다.
등 뒤를 완벽히 뺏긴 이 부끄러운 자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도 쳐봤지만, 남자의 억센 힘에 꽉 끌어안겨 소용이 없었다.
주도권을 남자에게 완벽하게 빼앗겨 더 이상의 저항 따위 무의미함을 깨달은 나는 체념하고 순순히 남자의 손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온 신경이 등 뒤로 집중된 상태에서 남자가 두 손으로 엉덩이를 양옆으로 살짝 벌리고, 그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은 뒤 꼬리뼈를 매만지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
아…아…
“시…싫어…읏…으응…흑…”
고개를 돌려 남자의 모습을 내 눈에 넣으려고 했지만, 남자가 내가 그쪽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내 머리를 왼손으로 베개에 꽉 눌렀다. 머리가 베개에 푹 파묻히며 안대를 찬 것처럼 눈앞이 까맣게 된다.
무릎을 꿇고 있는 그대로 가슴이 찌부러질 정도로 머리를 세게 눌린 만큼 허리와 엉덩이가 위로 올라갔다.
음부가 강제로 치켜지면서 그동안 빈틈없이 꽉 붙어있던 남자와의 접합부에 틈이 생기게 되었다.
그 열린 틈 사이로 그동안 내 안에서 엉망으로 뒤섞여 고여 있던 정액과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응…
읏…
하읏…
흑…
음아…
정액이 애액과 뒤섞여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감각은 아니었다. 내 안에서 들어와 있던 남근으로부터 처음에는 뜨겁고 힘차게 분출되었다가 점점 미지근해진 액체가 이제 밖으로 허벅지 안쪽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피부 위에서 차츰 식어가는 기분은 매 몸 위로 개미가 기어 다니는 것만 같아 몸이 바르르 떨렸다.
남자에게 신체의 자유를 뺏긴 채 치부를 훤히 드러내고 하반신 안쪽 여자의 은밀한 부분으로부터 정액과 애액을 흘리고 있는 내 몸 위로 남자의 거침없는 손길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아…아아!!!
“시…싫어…이런 자세는…흐윽”
여전히 내 머리를 왼 손바닥으로 억세게 누른 채 엉덩이의 튀어나온 살집을 오른손으로 벌린다.
오른쪽으로 치우쳐서 크게 벌려진 엉덩이 안쪽의 살집에 남자가 입을 갖다 대고 가볍게 깨물었다.
아아아아!!!
남자에게 너무도 불결한 부분을 깨물렸다는 수치스러움과 동시에 처음 느껴보는 자극에 순간 몸에서 힘이 빠졌다.
아…우…
흐윽…
내가 뒤에서 남자의 항문을 빨면서 손으로는 동물의 젖을 짜듯이 남근에서 정액을 쥐어짜는 건 아무리 부끄럽고 더러워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지만 내가 남자한테 이렇게 등 뒤를 빼앗긴 채로 수치스러운 부분을 애무받는 것은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그…그만…이 자세는…너무 부끄러워요…부탁이니…용서해주세요…”
이 자세가 너무도 싫은 나는 급기야 울먹이면서 남자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남자에게 성심성의껏 헌신하고, 그 어떤 도착적인 행위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하는 게 내 의무다.
그런 내가 고작 남자에게 엉덩이 안쪽의 살집을 빨리거나 엉덩이가 갈라지기 시작하는 곳에 파여있는 골을 만져지는 걸 이렇게 부끄러워하고 싫어할 줄은 나 자신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었다.
단순히 여자의 가장 비밀스러운 안쪽을 남자에게 드러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이렇게 남자 앞에 뒤돌아서 짐승처럼 네 발로 엎드린 원초적인 자세를 싫어하는 이유는…
내가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에 몸과 마음이 좀먹혔기 때문이다.
나는 버렸다.
나를 가치 있는 여자로 만들어주는 인간으로서의 도덕과 양심을 전부 버렸다.
그렇게 뒤틀린 나는 망가진 마음 밑바닥부터 오기와 열등감의 눈물로 가득 채웠다.
파랑새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나는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수 있고, 또 그 과정에서 무슨 짓을 당해도 괘의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세상을 적으로 돌리고, 만인으로부터 손 가락질 받을 일.
아직은 내가 내 몸을 대가로 손에 넣은 것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그런 것들을 들켜선 안 되었다.
본인조차 깨닫지 못한 사소한 실수가 예상치 못한 계기가 되어 정말로 중요한 일을 그르칠지 모른다.
내 사랑과 아집의 깊이는 아직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 되었다.
내가 끌어내리려는 여자는 하늘로부터 모든 걸 부여받은 여자.
서준을 나보다 먼저 만난 그녀의 연애운만 봐도 천운 또한 그녀와 함께하고 있음을 쉽사리 짐작할 수 있다.
반면에 나는 서준을 향한 사랑 외엔 이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여자.
이런 내가 신혜민을 내가 더럽혀진 것 이상으로 더럽히고 내 아래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더욱 음험해지고 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켕기는 게 많은 떳떳하지 못한 여자다 보니 남자에게 등 뒤를 빼앗겨 그가 내 몸에 하는 걸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게 되자 안절부절못하게 되었다.
내 허락 없이 멋대로 내 안을 들여다보고 내 질척하고 추악한 악의를 들키고 방해받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마저 들었다.
하지만…그것도 잠시.
계속되는 남자의 끈덕지고 섬세한 손길에…
더 없이 차가워져 가는 머리와는 반대로 몸은 점점 뜨거워져 간다.
싫은데도…
싫은데도…
남자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손이 내 엉덩이를 벌리고 본격적으로 주물럭거리기 시작하자 간지러움과는 근질거림이 이내 야릇한 감각이 되어 온몸으로 파문을 그리며 퍼져나간다.
꼬리뼈 아랫부분의 갈라진 사이로 남자의 손가락이 깊숙하게 파고들었을 때는 여자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위를 남자에게 붙잡힌 것만 같아 긴장감으로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곧이어 손바닥으로 내 긴장을 풀어주든 허리를 부드럽게 살살 쓰다듬어주다가 손가락을 격려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남근으로 음부 안쪽을 격렬하게 찌르거나 때로는 긁는 것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해방감을 만끽하며 성대하게 절정에 이르렀다.
아…아아…
코만으로는 숨을 쉬기가 힘들 정도로 격렬했다. 벌려진 입 사이로 칠칠치 못하게 침이 흘러내린다.
움찔
움찔
혼자만으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타인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쾌락.
흐윽…
아…읏…
더 이상 자신의 무게를 스스로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몸에서 힘이 빠져버린 나는 침대에 털썩 소리를 내며 실신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쓰러지고 말았다.
하반신이 계속 흠칫거리며 떨림이 가시질 않는다.
읏…
응…
허억…허억…
반쯤 넋이 나가 손가락조차 까딱하지 못한 채 엎드린 그대로 입을 벌리고 가슴을 들썩이며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고 있는 날 남자는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히…히익…
내 배 아래로 오른팔을 집어넣는다. 내 몸을 끌어안은 뒤 그대로 힘을 주어 내 허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그대로 허리와 함께 내 음부가 다시 한번 남자에게 훤히 드러나게 됐다. 남자는 혀를 세워 까슬까슬한 부분으로 내 등을 핥으면서 왼쪽 검지와 엄지를 곧게 편 뒤 그대로 내 안에 쑤셔 넣었다.
읏!!!
내 허벅지 안쪽의 은밀한 곳에 찔러넣은 두 손가락으로 가차 없이 내 음부를 벌린다. 양옆으로 벌려진 비좁은 질구가 뻐끔뻐끔 떨리며 안에 있던 애액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남자는 그렇게 흘러내린 애액이 손등을 타고 팔목으로 흘러내리기 전에 손가락을 내 안에 넣은 채로 반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려 내 안을 구석구석 휘었다.
남자의 검지와 중지가 내 애액으로 흥건하다.
그렇게 그는 내 애액으로 범벅이 된 두 손가락으로 내 안을 구석구석 격렬하게 찔러넣었다가 빼내기를 반복하며 엉망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아…아아…
찔꺽 찔꺽 찔꺽 찔꺽
남자의 손가락이 여자의 소중한 부위를 무자비하게 파고들었다가 나오길 반복하며 추잡한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진다.
안쪽에서 계속되는 거친 손놀림에 결국 아랫배가 지잉지잉 울리기 시작한다.
아아아아…
몸 안쪽에서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키며 더욱 남자를 원한다.
읏…
흐…윽…
찔꺽…찔꺽…
이제 사타구니 사이의 표면이 아니라 몸 깊은 곳에서부터 그동안 계속 참고 있던 소변이 뿜어져 나오듯이 투명한 액체가 뿜어져 나와 남자의 손과 침대 시트를 더럽히기 시작한다.
흐윽…
아아아아!!!
쪼르르륵………………………………………
결국 나는 거대한 해방감과 함께 허리를 부들부들 떨며 마치 실금하듯이 대량의 투명한 액체를 뿜고 말았다.
하아…하아…
이제…이제 아무래도 좋아…
지금은 그저 몸 안에 아직 남아있는 이 근질거림과 열기를 전부 몸 밖으로 내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것 이외의 다른 생각 따위 지금 이 순간엔 머릿속에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허억…허억…
그런 내가 취할 행동은 단 하나였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다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스스로 두 손을 뒤로 돌려 엉덩이를 양쪽에서 꽉 붙잡았다.
남자가 그런 내 태도의 변화에 흡족해하는 게 싫을 정도로 느껴졌다.
그렇게 자신이 내 몸을 개발한 것에 만족해하는 남자의 시선을 등 뒤로 느끼면서 나는 양손으로 붙잡고 있는 엉덩이를 활짝 벌리면서 자존심을 버리고 간절하게 청했다.
“이제…제발…넣어주세요…저를 오늘 밤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세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