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 제8 화 요녀(??)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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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하반신을 핥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남자의 물건을 입에 머금는 것은 상당히 괴로운 일이다.
사랑하는 남자에게도 선뜻 해주기 어려운 일.
그렇기에 소녀가 입으로 남자에게 봉사하는 것은 남자를 그 몸에 받아들이는 것만큼이나 소녀가 연인에게 해줄 수 있는 더할 수 없이 높은 사랑의 증명.
그렇기에 일반적으론 사랑 없는 남자에게 하기란 구역질을 참기 힘든 행위다.
그렇지만…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남자는…아마도 내 몸을 내 가치보다 까마득히 높은 가격으로 사주는 남자.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그에게 봉사해야겠지.
가장 높은 곳에서 홀로 찬란히 빛나고 있는 신혜민.
증오스러운 그녀를 내가 있는 심연으로 떨어뜨리고, 그녀의 곁에 있는 서준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싫었다.
서준이 아닌 다른 남자와는 말을 섞는 것조차.
혐오스러웠다.
서준이 아닌 다른 남자와는 실수로라도 살짝 손끝이 닿는 것조차.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서준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안긴다는 것은.
토할 것 같았다.
다른 남자의 물건을 핥을 때마다.
죽고 싶었다.
다른 남자의 씨를 받아들일 때마다.
하지만…
子曰 : “?之者, ??之者 ; ?之者, ?之者.”
(지지자, 불여호지자 ; 호지자, 불여락지자.)
일찍이 공자는 배움의 경지를 3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아는 이는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자만 못 하다.
진리가 진리인 이유.
진리가 진리로써 있게 하는 조건.
그것은 바로 만사에 형통한다는 것.
즉 옛 성인은 배움의 경지에 대해 설법했지만, 그건 매춘에도 마찬가지로 그대로 적용된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은 나 따위와 비교하면 하늘 밖의 하늘에 있는 여신의 머리채를 잡고 그녀가 두르고 있는 옷을 오기와 열등감의 칼날로 찢어발겨 알몸이 된 여신을 내가 있는 곳으로 끌어내리는 일.
그러기 위해선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턱도 없는 자금이 필요했다.
다른 여자들에게 방해받을 수 없다. 지금 나와 사장 사이에 다른 여자가 끼어들게 놔둘 순 없었다.
언젠가 사장이 나라는 장난감에게 질리더라도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만 했다. 사장이 나에게 계속해서 많은 돈을 내게 해야 했다. 사장에게 안겨 그 꿀을 받아먹으려는 기회를 노리는 여자들에게 결코 져선 안 됐다.
다른 여자들에게 내 손안에 있는 기회를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나는 사랑 없이 욕망만을 추구하는 남자에게 몸과 마음을 다하여 봉사하고 그의 욕망을 받아들이는 행위를 좋아하도록 의식을 바꿔야 했다.
본래라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오기와 열등감이 내 안에 남아있는 모든 빛을 집어삼켜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국들이 이번에는 나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다,
무척이나 멀고 험난한 길이지만 그 길의 끝은 신혜민에게로 이어지기에…
나를 최고의 가격으로 사주는 남자에게 온몸과 정성을 다하여 봉사하고, 그의 씨받이가 된다. 나는 이 굴욕을 좋아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더럽혀지면 더럽혀질수록 언제나 올려다봐야만 했던 신혜민 그녀를 내 발아래 무릎 꿇릴 때 더욱 잔혹해질 수 있으니까.
언제나 미소가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지금 내가 느끼는 굴욕보다 더 큰 절망과 눈물로 일그러뜨릴 수 있다면 나는 내 몸 따위 얼마든지 나를 최고의 가격으로 사주는 남자에게 헌상하리라.
그리고 이젠…
이 사랑 없이 서로의 욕망을 위해 서로의 몸을 갈구하는 행위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참으로 손쉬운 일이었잖아?
아핫…
아하핫…
아하하하하
눈앞에 놓여있는 남자의 흉측한 물건도…
여자와는 다른 남자의 냄새도, 몇 번을 마셔도 언제나 토할 것만 같은 정액의 비릿한 맛도
전부…
전부 전부…
전부 전부 전부…
서준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래, 그 모든 것이 서준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 순간 더없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후후…
그저 그것만으로
그 단순한 걸 깨달은 것만으로 꾸밈없는 미소가 절로 튀어나왔다.
사랑스러워.
우뚝 서 있는 흉측한 남근을 오른손 부드럽게 움켜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이게 서준의 것이라고 자신을 속이자 더 없이 사랑스러웠다.
남근에 조심스레 얼굴을 바짝 가져다대고 황홀한 눈으로 오른뺨을 비비기 시작한다.
번데기가 나비로 변하는 시간은 단 하루지만 그 사건은 나비의 모든 삶을 변화시킨다.
모든 소녀들은 누구나가 가슴속에 하나의 씨앗을 품고 있다. 그것은 공주님이 될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씨앗이다.
누군가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단 하나의 존재가 될 수 있는 전능의 씨앗이다.
그렇다.
모든 소녀들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귀한 존재인 것이다.
그 씨앗을 지금 송나은 그녀는 스스로 깨뜨려버렸다.
하지만 낙원은 가시덤불에서 오듯이 그것은 동시에 각성.
송나은이라는 오기와 열등감뿐인 소녀가 하늘로부터 모든 것을 부여받은 신혜민과는 다른 의미로 일반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 순간.
신혜민의 존귀함에 필적하는 요염함을 몸에 두른 존재가 된 순간.
자신을 감싸고 있는 장막을 걷어내고…
단 하나의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염원을 위해 필요하다면 그 어떤 악행도 서슴없이 저지를 준비가 되어있는…
극단으로 치우친 자…
요녀(??)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
한편 같은 시각
좁은 방안에서 한 소녀가 침대 위에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송나은의 방보다 더 생활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소녀가 누워있는 침대를 제외하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방이었다.
하지만 달랐다. 얼핏 아무것도 없는 게 같아 보였지만 그 뿌리는 너무도 달랐다.
송나은의 방이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걸 갖지 못한 허무함이 염세적인 형태로 드러난 것이라면…
이 방의 주인은 그 반대.
이미 진정으로 소중한 모든 걸 가지고 있기때문에 충만함으로 가득 찬 그녀는 다른 게 필요가 없었다.
이 방은 궁극의 충만함이 무욕이라는 형태로 드러난 것이었다.
이 방의 주인 신혜민.
하늘로부터 모든 은총을 받았음에도 결코 오만함이 없는 그녀는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방안에서 핸드폰으로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남자와 짤막한 통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더없이 행복했기에.
연예계에 진출한 후 그녀는 사적으로 서준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하루가 끝나기 전에 지아비가 될 남자와 가지는 짤막한 통화시간은 그녀에게 더없이 귀하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오늘 하루 있었던 별거 아닌 일들, 혹은 다른 사람에게는 말 못 할 불평불만을 연인에게 작게 투덜거리며 응석 부리는 것.
이것은 연인 사이의 극히 평범한 일이지만…이 더 없는 평범함이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그녀에겐 무척 특별했다.
그녀는 하늘로부터 모든 것을 부여받았기에, 그만큼 짊어진 것들 또한 많았다. 모두가 그녀를 의지하려 했고, 그녀 역시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데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었다.
하지만 서준 그는 달랐다.
“진정으로 강한 여자는 없다고 생각해요. 강한 척하는 여자가 있을 뿐. 익숙하지 않겠지만 선배는 좀 더 남들에게 응석을 부리는 법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에 한 명 정도는 선배의 응석을 받아줄 남자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언젠가 다른 남자가 아닌 제가 선배가 의지할 수 있는 남자가 되고 싶어요.”
소녀가 사랑에 빠진 순간이었다.
이 소년만이 자신을 평범한 소녀로 봐준다. 나도 남들과 마찬가지로 울고 웃고, 말 못 할 고민도 있는 소녀로 봐준다.
남들이 한없이 의존하기만 하던 소녀에게 처음으로 자신을 의지하라고 한 연하의 소년은 무척이나 특별한 존재였다.
그렇게 여신이나 성녀같은 일반을 벗어난 존재가 아닌 일개 소녀로서 서준과 대화를 나누며 더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그녀의 입이 순간 뚝 하고 멈췄다.
전신에 일순 소름이 돋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각.
수화기 너머로 자신의 남자가 사랑을 속삭이는 말도, 걱정하는 말도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정체불명의 괴한이 등 뒤에서 한없이 날카로운 서늘한 칼날을 목에 갖다 댄 듯한 느낌.
혹은 짙은 어둠 속에서 거대하고 요사한 뱀이 노려 본 것만 같은…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아가려는 포식자를 바로 등 뒤에 둔 먹잇감이 된 섬뜩한 감각이었다.
‘이게 대체…?’
하지만 그 감각은 그녀가 감지한 순간 동시에 사라져서 착각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눈 한번 깜빡하는 시간보다도 더 짧은 찰나의 순간.
서준과 대화하던 것도 잊고, 너무도 놀라 그대로 핸드폰을 침대에 집어 던진 채 벌떡 일어난다.
긴장감으로 등에 식은땀을 흘리며 천천히 방안을 한번 둘러본다.
귀신이 튀어나온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조금 전에 그녀가 느낀 감각은 비현실적이면서도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생생한 공포였다.
아무것도 없는 방이니만큼 수상한 기척 따위 없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방심하지 않고, 형광등을 켠다.
그러고 나서야 그녀는 겨우 한숨 돌렸다.
‘착각이었나? 요즘 꽤 피곤했으니까.’
무엇보다 서준과 오붓하게 만날 시간도 없었고.
하지만 방금 그 감각은…
어느새 손이 식은땀으로 흥건하다.
‘역시 단순히 착각이라기엔…대체 뭐였지?’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선배!!! 혹시 무슨 일 생겼어요?”
휴대폰 스피커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의 걱정으로 가득 찬 목소리가 크게 울린다.
그 순간 불안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마음속이 따뜻해진다.
다시 충만함으로 그녀의 내면이 가득 찼다.
만면 가득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그가 결단코 불안해하지 않도록 일부러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한다.
“걱정시켜서 미안. 아무 일도 아니야. 정말이지 과보호라니까.”
그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겨주는지가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절절하게 느껴진다.
‘모처럼의 기회이니 조금 더 이 달콤함을 음미해볼까.’
자신의 욕망을 죽이고 무슨 일이든지 나를 우선해주는 그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아, 그럼 이 사랑스러운 남자에게 어떤 포상을 줄까…….’
‘그 모습을 직접 못 보는 게 아쉽지만…그건 내일의 즐거움으로 남겨둘까. 그럼 일단은……’
자신에게 포상을 받고 밤새 한숨도 못 잔 채 혼자 허덕일 그의 추잡하고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상상하며 수화기 너머의 연인 모르게 여인은 속으로 쿡쿡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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