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럽혀진 아이돌-8화 (8/136)

〈 8화 〉 제7 화 인형의 집 (2)

* * *

방 안에는…연기가 자욱했다.

사장이 피고 있는 담배 연기였다.

그것 자체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욕실에서 막 나온 내 몸이 굳어버린 건…

그 자욱한 담배 연기 한 가운데서 사장이 무심한 눈초리로 손안에 든 종이를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신경질적으로 찢어서 구겨버린 뒤 방 한쪽 구석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종이였다.

그 종이는 증거였다.

그 종이에 적혀있는 건 내 오기와 열등감의 증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

거기에 적혀있는 내용은…내 단 하나의 진실 된 각오.

결단코 포기할 수 없는 좌절.

그렇기에 그 종이를 누군가 읽는 건 이처럼 아무 마음 없는 남자에게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그의 배 밑에 깔려 안기는 것보다도 더욱 부끄러웠다.

사장과 나는 철저하게 비즈니스적인 관계. 서로의 몸을 몇 번이고 섞고, 서로의 체액을 몇 번이고 나눠도 결코 마음만은 섞지 않는다.

그건 나뿐 아니라 나를 섹스인형 즈음으로 여기고 있는 사장이 더 철저할 터였다. 그의 총애를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그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그의 욕구에 응하지만 그건 그에게 조금이라도 덜 질리는 성 처리 인형이 되기 위해서였고, 그 역시 그럴 것이다.

집에 찾아왔더라도 그건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그저 색다른 자극을 위해 장소를 바꿔서 아침까지 느긋하게 안고 싶어서일 거라 생각했고, 그건 지금도 아마 크게 틀리진 않았을 것이다.

그가 저런 종이쪼가리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곤……,

미리 무리해서라도 치워뒀어야했나…아니면 나도 모르게 너무 오래 씻어서 그를 지루하게 만든 게 원인이었나. 이래서야 마치 내심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란 것처럼 꼴이 우스워지지 않았나.

진즉 처분해둘 것을 그러지 못한 자신의 미련이 원망스럽다. 주의를 가지고 살펴보지 않으면 여간해선 눈에 띄지 않을 구석에 던져놨다고 방심한 자신의 부주의가 원망스럽다.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다. 애초에 누군가 올 거라는 생각 자체를 못하고 있었으니…….

다만 앞으로 내가 하고자 하려는 일은 한 치의 실수와 방심도 용납되지 않는 일.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더욱 철저히 주변을 경계하고 교활해지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자.

다행히 사장의 표정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걸 보아하니 그저 시시한 가사 나부랭이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뭐…남들 입장에선 시시하긴 하지.’

나에겐 그 마음이 이 세상의 전부와도 맞바꾸지 못할 소중한 것일지라도 남들 보기엔 하찮아 이것만큼 하찮은 게 없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생각은 나중이다.

이 이상 사장을 방치했다가 그가 쓸데없는 것들을 파고드는 것이야말로 난처하다. 뭐 이 남자가 그럴 거라곤 생각되지 않지만. 서로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는 그런 부분에선 신뢰하고 있다.

“그런 종이쪼가리에 관심을 가지실 줄은 몰랐네요.”

나는 그의 주의를 내게로 돌리기 위해 알몸으로 그의 옆에 앉아 가슴을 밀착시키며 그에게 말했다.

“뭐, 그렇지. 꽤나 흥미로운 게 적혀있더군. 이게 너의…”

하지 마…….

그 이상 말하지 마. 날 가만 놔둬. 괴로운 기억을, 상실의 아픔을, 간신히 억눌러둔 내 탄식을 끄집어내지 말아 줘.

나는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장의 입술에 입맞춤하며 사장의 말을 막았다.

웅…움…

쪼옥…쪼옥…

사장의 입술을 세게 빨면서 동시에 그의 입안에 혀를 넣고 서로의 혀를 몇 번이고 휘감으며 한참 동안 그의 입안을 탐한다.

하아…하아…

그리고 입술을 뗀 후 거칠어진 숨을 쉬며 그에게 말했다.

“그런 재미없는 얘기는 하지 말고 오늘은 밤새 귀여워 해주세요. 아무 생각도 못 할 정도로 거칠고 격렬하게…”

“제발…….”

그렇게 애원하며 그의 와이셔츠 단추를 위에서부터 하나둘 끄르기 시작한다.

“드물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군. 이것도 나쁘지 않아.”

사장은 한 손으로 내 턱을 붙잡고 내 고개를 살짝 치켜든 뒤 잠시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 뒤 내가 그의 남아있는 와이셔츠 단추를 마저 풀기 전에 거칠게 상의를 벗어 바닥에 내던지고는 내 몸을 침대 위에 넘어뜨리고 내 몸을 격렬하게 탐하기 시작했다.

응…아…아…

아아…

“그…그런…곳…흐윽…”

나는 최악의 여자다.

다리를 양옆으로 벌리고 허리가 붕 뜰 정도로 음부를 빨리면서 쾌락에 젖은 교성을 지른다.

찔꺽 찔꺽 천박한 소리가 방안에 울릴 정도로 자신의 하반신을 손가락으로 휘저으며 게걸스레 사장의 물건을 입안에 넣고 그에게 봉사한다.

내가 사장에게 속삭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나는 섹스가 주는 쾌락에 의존해 지금 이 순간 내 기분을 전부 잊고 싶었다.

남자에게 정신없이 안기면서 행위에 집중하는 동안은 내가 원치 않더라도 억지로라도 다른 싫은 걸 모두 잊을 수 있으니까.

아윽…!

내 위에 올라탄 사장이 거칠게 내 유두를 깨문다. 나는 고통으로 신음성을 흘리면서도 사장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며 내 가슴이 찌부러질 정도로 꽉 끌어안으며 사장에게 애원했다.

“괘…괜찮으니까 더…더 세게! 부탁드려요.”

으…흑…아아…

좀 더 아 아아아악!!!

내 유두가 찢겨나가는 게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사장은 내 요구에 응해 있는 힘껏 내 젖가슴을 깨물면서 손가락을 내 음부에 쑤셔 넣고 격렬하게 헤집기 시작했다.

상체에서 느껴지는 아픔과 하복부에서 느껴지는 자극에 연이어 입에서 교성이 터지며 내 음부에선 푸슉하는 상스러운 소리와 함께 조수를 뿜어내며 사장의 손가락만으로 성대하게 가버렸다.

하아…하아…

질구가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며 개구리처럼 꼴불견으로 양쪽으로 벌려진 다리가 오므라들질 않는다.

아…흑…하앙…흐윽…

더…더…

사장은 두 손으로 그런 내 양쪽 발목을 각각 꽉 움켜쥔 뒤 자신의 어깨 위로 힘껏 들어올렸다. 허리가 거의 직각이 될 정도로 침대 위에 떴으며 사장은 그런 내 사타구니에 얼굴을 파묻고 칠칠치 못하게 정신없이 애액을 흘리고 있는 내 음부를 추잡하게 빨기 시작했다.

아…앙…

“괴…굉장해…”

사장의 입술이 질구를 격렬하게 빨면서 동시에 뜨겁고 미끄덩거리는 혀를 그 안에 집어넣고 부드럽게 휘젓는다.

차 안에서 난폭하게 남성을 받아들이고 조금 전까지 거친 손가락질에 성대하게 가버린 터라 내 하반신은 빨갛게 부풀어 올라있었다. 샤워하는 도중 뜨거운 물로 충분히 가라앉혔다고 내 딴에는 다시 한번 안길 준비가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임시방편이었나보다.

애액으로 아무리 흥건하게 젖어도 남자의 투박한 손가락을 조금 안쪽에 가져다 댄 것만으로도 쓰라릴 정도로 한껏 민감해져 있었다.

그런 내 하반신에 닿을 듯 말 듯 입술을 살짝 가져다 대고 혀를 깊게 집어넣은 뒤 몸 안에서부터 천천히 상냥하게 전신을 애무하는 듯한 지금 사장의 행위는 참기 힘든 쾌락이었다.

아앙…하…윽…

자위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타인이 주는 자극적인 쾌감에 상체를 저절로 꽈배기처럼 좌우로 번갈아 가며 뒤튼다.

입에서 연신 달콤한 신음성이 흘러나온다.

아…악…아아아…

굴욕으로 점철된 지난날들이 문득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나는 음악적 재능이 없었다.

작곡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최소한 작사만이라도 스스로 해보자고……

그런 생각으로 노력을 해봤지만, 막상 펜을 들어보니 단순한 한 소절조차 쓰는 게 쉽지 않았다.

몇 날 며칠을 그렇게 한 소절로 고민해보고 간신히 자신의 마음을 담은 가사를 완성도 해봤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단 하나를 가져간 신혜민 그녀가 직접 작사 작곡하여 심심하면 발표하는 수많은 노래들과 비교하면 도저히 그녀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만 뼈저리게 깨닫게 되는 그런 날들……

나는 그녀에게 단 하나도 이길 수 없는 거야? 싫어…내 전부인 그를 가져갔으면서…간신히 찾은 내 새로운 보금자리에서마저 그녀의 그림자에 가려지다니…

참을 수 없어…

그런 거 견딜 수 없어…

열등감과 오기로 가득한 불쾌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사장의 끈덕지고 집요한 애무에 엉덩이와 허리가 바르르 떨리며 절정에 이를 때마다 머리가 새하얗게 되고 이젠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저 더욱 지금의 쾌감에 몸을 맡기고 싶단 생각 뿐이었다.

활짝 벌려진 두 다리에 힘을 주어 사장의 허리를 꽉 조인다. 거기에 의지해 허리를 튕겨 상체를 들어 올려 사장과 마주 본다.

두 다리와 두 팔로 사장의 온몸을 꽉 끌어안으며 전에 없을 정도로 서로의 피부를 밀착한 뒤 눈을 살짝 감고 정신없이 사장에게 입 맞추며 사장의 몸을 탐한다.

그러면서 그의 몸을 부드럽게 밀어뜨려 침대에 눕히고, 나 역시 그의 몸 위에 오른쪽 다리를 걸쳐 올린 뒤 그의 왼편에 그를 바라보도록 몸을 왼쪽으로 돌려 눕는다.

쪽…

쪽…

그 다음 사장의 가슴에 입술을 갖다 댄 뒤 새가 쪼듯이 몇 번이고 입 맞추며, 오른손으론 그의 물건을 상냥하게 쥐고 애태우듯이 물건 끝을 손바닥으로 감싼다.

손바닥을 비비는 동시에 손가락으로 귀두 사이를 살짝 만지작거리며 그에게 속삭였다.

“이번에는 제가 잔뜩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부디 오늘 밤은 마음껏 제 몸을 즐겨주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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