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제6 화 인형의 집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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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안에 이물을 받아들이는 행위야 이젠 딱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움직임에 많은 제약을 받는 비좁은 장소인 차 안에서 가진 관계였다. 그것만으로도 가뜩이나 지치는데,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어 정신적으로 몇 배는 더 피곤했다.
그래서 사장의 품에 안겨 몸을 살짝 떨며 양옆으로 활짝 벌려진 가랑이 사이로 그의 정액을 받아들일 때 무사히 일을 마쳤다는 안도감이 평소보다 더 밀려들었다.
그는 보통 관계 후에 내 젖가슴을 만지작거릴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평소보다 만족스러웠는지 몸을 크게 뒤로 젖혀 의자에 깊숙이 기대고는 고른 숨을 내쉬며 사정의 여운을 만끽하고 있었다.
백 척의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라는 말이 있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스스로를 무던히 담금질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을 파는 쉬운 길을 선택한 나와는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말도 없을 것이다.
다만 차 안에서 사장과 농밀한 관계를 가진 후에 그대로 노곤함에 몸을 맡기고 싶은 유혹이 엄습하고 있는 나에겐 꽤 필요한 말이기도 했다.
방향이 잘못됐단 걸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지만…조금 더 힘내야겠지.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꼼짝도 하기 싫지만, 이대로 사장의 품 안에 몸을 맡기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사장과 한창 몸을 섞을 때와는 다르게 주변을 살필 여유가 생긴 나는 아까와는 다르게 느긋하게 핸드백에서 티슈를 꺼냈다. 언제나처럼 자신의 하반신은 주섬주섬 대충 닦은 후에 사장의 하반신은 정성을 담아 꼼꼼하게 닦는다.
그런 한결같은 내 행동이 대견하게 느껴졌는지 나를 언제나 성욕의 배출구로만 여기던 사장답지 않게 그의 하반신을 깨끗이 하고 있는 내 머리를 조금 상냥하게 매만지기 시작다.
한동안 그에게 쓸모있는 장난감으로 귀여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 사장의 반응은 내게도 나쁘지 않았다.
한참 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끔한 차림으로 나와 사장은 차에서 내렸다.
남자와 여자의 체취가 농밀하게 뒤섞인 밀폐된 차 안에서 나와 차가운 밤공기를 마신다.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며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사장보다 한 걸음 뒤에 서서 인적 드문 주차장을 빠져나와 무기질적으로 생긴 다소 허름하게까지 보이는 맨션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끼익 끼익 소리가 나는 낡은 계단을 올라가 열쇠를 따고 안으로 들어간다. 보통 여자 혼자 사는 집에 남자가 갑자기 찾아오게 되면 잠시 밖에서 기다려달라고 하고 이것저것 재빠르게 치우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 방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방은 그 주인의 내면을 대변한다고 하는데, 내 방은 나와 마찬가지로 텅 비어있었다.
짐이라고는 고작해야 책상 하나와 침대뿐이 없는 을씨년스런 방. 후미진 방구석에 신경질적으로 구겨진 종이 몇 장이 내던져져 있을 뿐.
나한테는 새삼 아무 감흥도 없는 방이었지만 사장한테는 조금 의외였나 보다. 하긴…그에게는 나 말고도 과거 그에게 안기려는 많은 여자가 있었다. 그녀들의 방에 가 본 적도 많았겠지.
다른 여자들과는 너무도 온도 차이가 나는 내 방에 놀랄 만도 하다.
그가 살짝 의아한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린다.
“돈이라면 이전에도 그럭저럭 넉넉하게는 줬을 텐데…….”
사장이 의문을 갖는 것도 당연했다. 그의 아래에 있는 나와 같은 여자들은 제법 쓸만한 도구였다. 그러니 도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라도 생활에 크게 불만이 없을 정도의 돈을 주긴 했다.
여자 혼자 생활하기엔 차고도 넘치는 돈. 아주 큰 사치만 부리지 않는다면 달마다 상당한 금액을 저금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겐 전부 부질없는 것이었다. 정말 원하는 건 따로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 방을 아무리 꾸며본들 마음의 허무함은 그대로 일 테니까.
보통 손님이 오면 싸구려 커피라도 내놓는 게 예의겠지만…아쉽게도 그런 것조차도 없다.
나름 아이돌 나부랭이라 그렇게 좋은 음색은 아니지만, 목에 조금이라도 무리가 가는 건 가급적 피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누군가 이곳에 올 거라곤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또 나와 이 남자에게 그런 건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뿐이겠지. 사장이 무슨 생각으로 내 방에 찾아왔는지 그 속내는 내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마지막엔 결국 내 몸이 목적인 건 똑같다. 그러니 내가 할 일도 변함없으리라.
그에게 몸을 허락하고, 그의 욕구에 응하며 그를 내 안에 받아들이면 될 일.
사장이 입고 있던 코트를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아 주름이 지지 않도록 의자에 잘 걸어 놓는다.
그다음 사장의 손을 가볍게 잡고 자연스레 침대로 유도해 침대 가장자리에 앉게 한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렇게 말한 후 욕실 문 앞으로 가서 평소 집에 혼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거리낌 없이 위에서부터 옷을 벗는다. 사장의 저택에서도 몇 번이고 이렇게 알몸이 돼서 씻으러 들어갔던 터라 사장이 보는 앞에서 알몸이 되는 것에 새삼 부끄러움 따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거기에는 이제 남자에게 안긴다는 행위를 사랑하는 사람과 애정을 나누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의 일환이라고 완벽하게 여기게 된 게 큰 이유일 것이다.
알몸으로 욕실에 들어가자 자연스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나신이 눈에 들어왔다.
집에서 사장에게 안기기 전에 어차피 이렇게 한번 씻을 예정이라 차 안에서 사장의 몸은 정성스레 닦아도 내 몸은 대충 닦아냈더니 정액과 애액이 엉망으로 눌어붙은 하반신이 눈에 띄었다.
한 줄기 정액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린다.
후우…
약간 자괴감이 들어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도 몸은 기계적으로 은밀한 곳을 중점적으로 구석구석을 씻고 있었다.
특히 사장에게 쓰라릴 정도로 격렬하게 안긴 하반신을 뜨거운 물로 집중적으로 씻었다. 이러고 있노라면 그냥 뜨거운 욕조에 들어가서 몸을 푹 담그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장을 혼자 너무 기다리게 해선 안 되기에 그런 사치스러운 생각은 버리기로 했다.
‘아니, 차라리 같이 욕조에 들어가자고 할까…….’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지만, 사장 방의 넓은 욕조와 다르게 둘이 들어가기엔 비좁아서 불편하기만 하고 그다지 효과는 없을 것 같았다.
끈적끈적하게 서로 얽히기엔 확실히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본적으로 나와 사장의 갑을 관계는 명확했다. 그는 접대를 받는 입장이고, 나는 접대를 하는 입장이다.
그러니 내가 어떠니 보다는 그가 원하는 걸 우선 해야겠지.
그가 욕실에서 또 봉사 받길 원했다면 침대에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같이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나가도록 하자.
수건으로 몸에 묻은 물기를 훔쳐내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기 시작한다. 씻고 나온 직후, 여자의 살짝 물기가 남아있는 머리에 남자들이 흥분한다는 얘길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도중에 떠올라 완전히 말리지 않고 살짝 젖은 채로 내버려 두었다.
그렇게 내일 아침까지 사장에게 안길 준비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온 나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순간 숨이 멎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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