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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9화 〉 마지막 번외편:천마강림(10) (429/429)

〈 429화 〉 마지막 번외편:천마강림(10)

* * *

크오오오오오오!

쿵쿵쿵쿵!

흥분한 알파 리더들이 하늘을 향해 포효하면서 지면을 두드렸다.

“그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폐하! 부디 저 루스탐을 이 영광스러운 전투의 선봉에 서게 해주십시오!”

[기다리시오, 장군. 장군의 용맹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건 여전히 무모한…]

네비로스가 신중한 태도로 말했지만 리한은 사양할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손사래를 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좋다! 원하는 대로 너에게 선봉 맡기도록 하겠다, 루스탐!”

[전하!]

“걱정하지 마라, 네비로스. 내가 인류에게 맞설 힘을 손에 넣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하지만…]

“앞으로 나와라, 루스탐. 지금부터 너에게 새로운 힘을 내려주도록 하겠다.”

“네!”

쿵!

옥좌 앞으로 다가와서 힘차게 무릎을 꿇었다.

리한이 부드러운 털로 덮여있는 그의 머리에 손을 올리자 곁에 있는 애쉬가 전음으로 조용하게 물었다.

[녀석을 사도로 만들 생각이냐?]

[아니, 알파 리더들은 그럴 필요가 없어. 굳이 마스터 코어에 연결하지 않아도 모두 블러드 링크로 동기화하고 있으니까. 아무런 제약 없이 프로모션을 일으키는 게 가능하다는 소리지.]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녀석들은 완벽한 더 원이라는 뜻이지만…뭐, 보면 알게 될 거야.]

리한은 그렇게 대답하고 마스터 코어의 힘을 끌어올렸다.

파지지지지직!

“크아아아악?!”

투두두두둑­

루스탐의 뼈와 근육이 으스러지면서 육체가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터무니없는 고통.

지면을 으스러트리듯이 강하게 움켜잡고 이빨을 악물다가 깨져버리는 바람에 입속에 날카로운 파편들이 박혀들어서 피투성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루스탐은 이성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강해진다는 기쁨에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지고 눈동자는 불타올랐다.

터무니없는 정신력이다.

그리고 마침내 장군의 격에 어울리는 막강한 힘을 손에 넣게 되었다.

투콰아아아아아아앙!!

[커헉!]

[이, 이게 무슨…]

루스탐으로부터 폭발하듯이 퍼져 나오는 힘의 파장에 알파 리더들이 예상하지 못한 돌풍과 마주한 것처럼 자세를 낮췄다.

부르르르르­

‘두려워하고 있는 건가? 내가…동족을?’

네비로스는 떨리는 몸을 추스르지 못하며 경악했다.

다시 태어난 루스탐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머리가 천장에 닿을 정도로 거대해진 덩치.

털로 덮여서 동글동글한 느낌을 주던 육체가 완전히 우락부락한 마초로 변해버렸고 곰의 입속에서 얼굴이 튀어나와, 얼핏 보면 곰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근육질 남자로 보였다.

거기에 갑옷처럼 덮여있는 합금이 두 팔과 다리를 감싸는 건틀렛과 그리브로 변신.

인간은 그를 보고 괴물이라고 부를 테지만 네비로스 입장에서는 오히려 인간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이것은 대체…]

“인간의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인간의 특성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네가 아는 루스탐이 맞으니까 염려 붙들어 매라.”

[네…]

“크하하하하. 폐하의 말씀이 옳다, 네비로스! 전신에 상상할 수도 없는 힘이 흘러넘치고 있어. 오오오오!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사용법이 떠오른다. 과연…이런 기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니까 우리 동족들이 꼼짝도 하지 못하고 쓰러졌던 거로군.”

“그 무공은 흑살마장????이라는 것이다. 곧바로 엔지니어와 함께 너의 무리에 그 힘과 능력을 공유하도록 해라!”

쿵!

“존명!!”

루스탐이 힘차게 대답하고 물러섰다.

“다음 차례는 너다, 네비로스. 보아하니 망설이는 모양이던데 새로운 힘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면 강요하지는 않겠다.”

[아닙니다, 폐하. 제 고민과 망설임은 우리 더 원의 안전을 위해서 돌다리를 두드려보는 장치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험하다고 해서 두드려보기만 하고 건너지 못하는 것은 우행의 극치. 폐하께서 목숨을 걸고 열어주신 종족의 미래에 기꺼이 전진하도록 하겠습니다!]

네비로스는 그렇게 대답하고 옥좌로 날아와서 리한의 손등에 사뿐하게 내려앉았다.

파지지지지직­

[크아아아아아아악!!]

손가락보다 조그마한 그가 새하얀 실을 뿜어내면서 바위만큼 커다란 고치에 둘러싸이는가 싶더니, 이내 번데기에서 탈피해서 태어나는 나비처럼 껍질을 부수며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쩌저저저저적­!

쿵!

[오오오오오!]

[이 뭐라고 할 수 없는…아름다움!]

“응?”

네비로스의 변화에 놀라는 것은 알파 리더들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낸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리한 또한 예상 밖의 사태에 당황해버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껍질을 부수며 태어난 존재가 여성이었던 것이다.

금잠 누에의 실사처럼 아름다운 금발 머리를 휘날리면서 봉긋한 가슴, 새하얀 나신, 도톰한 엉덩이.

원래 특성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아서 정수리 부분에 두 갈래 기다란 더듬이가 솟아나 있고 등에는 나비 날개가, 부드러운 갈색 솜털로 덮여있는 팔과 다리에 자그마한 가시들이 돋아나 있지만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 오히려 매력 포인트로 승화시킬 정도로 완전무결한 미소녀가 눈앞에 서 있었다.

“이것이 인간의 신체로군요. 팔과 다리가 움직이는 감각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네비로스가 육성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의 새로운 몸이 재미있다는 것처럼 이리저리 살펴봤다.

“너…설마, 암컷이었냐?”

“암컷이요? 아…생각해보니까 그랬군요. 뭐,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번식 담당도 아니니까요.”

“지금부터는 번식 담당이 될 것 같은데…”

“네?”

“아, 아무것도 아니다. 크흠.”

기분 탓인지 애쉬가 엄청나게 째려보는 것 같았다.

“이미 머릿속에 새겨졌을 테지만 네가 사용하는 무공은 천잔진음???音이라는 것이다. 무림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절세의 음공이지만 수련하는 어려워서 맥이 끊어져 버렸다고 하더군. 하지만 너라면 어렵지 않게 다룰 수가 있을 것이다.”

“물론입니다,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더할나위 없이 든든하게 대답하면서 자리에 일어나 루스탐과 마찬가지로 물러났다.

곧이어 리한은 나머지 알파 리더들을 차례대로 프로모션 시켰다.

투두두두둑­

크아아아아아아!!

차례대로 이어지는 환골탈태에 용솟음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며 포효를 터트렸다.

곧이어 자신들이 부여받은 힘을 무리 전체로 전파해 더 원의 모든 개체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리한은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자랑스러운 마음과 함께 씁쓸함을 느꼈다.

“신인류 탄생인가…? 아무리 원래 특성을 간직하고 있어도 무공과 마법을 사용하게 하려고 인간처럼 변하게 하다니…”

“그래? 정작 인간들은 하나같이 괴물이라고 손가락질하면서 절대로 자신들의 무리로 받아주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 말이야.”

애쉬가 말을 받아서 대꾸했다.

“물론, 그렇겠지. 그래서 더 안타깝다는 거야.”

“안타깝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

“뭐라고?”

거꾸로 되물어보는 그의 앞으로 마주서며 입을 열었다.

“사실 옛날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 다른 종족들이 보기에는 인간하고 다를 바가 없는데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민족 전체를 괴물 취급했던 사례가 말이야. 인류가 그들을 뭐라고 불렀는지 알아??”

“그건…”

떠오르는 내용이 있었지만 애쉬가 먼저 선수를 쳤다.

“마왕군이야.”

“마왕군이라…후후후후. 확실히 그렇게 불리는 것은 생각보다 마음에 들지도 모르겠군.”

리한은 실소를 터트리면서 뒤돌아섰다.

“리사엘!”

“네, 폐하.”

“너에게도 새로운 힘을 내려주도록 하겠다.”

“네? 하,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처럼 당황하는 그녀.

“확실히 너는 알파 리더가 아니야. 다른 장군하고는 다르게 더 원에 귀순한 1세대기에 프로모션은 불가능하지. 그것은 여기에 있는 질이나 아스타로트도 마찬가지다.”

호명된 두 사람이 조용히 다가와서 리사엘과 나란히 섰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다. 너희를 들러리나 세우려고 부른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오늘부터 너희들은 더 원의 사도가 된다. 지금까지 하고는 차원이 다른 강함을 손에 넣을 수 있고 완벽한 우리의 일원이 되는 거야.”

질과 아스타로트는 조용하게 무릎을 꿇었다.

“감사한 말씀이지만 저는 더 원을 배신한 죄인인데…”

“물론, 너에게 주어지는 힘은 기간 한정이다. 여왕 폐하를 구출하고 그분에게 사면을 받지 못한다면 용서없이 회수해버리겠어. 하지만 그때까지는 견마지로를 다해라. 네 죄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수 있도록 말이야.”

“아아아아…”

주르르륵­

쿵!

리사엘은 허물어지듯이 무릎을 꿇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제 목숨을 다해서라도 반드시…!”

파지지지지지직­

세 사람에게 동시에 행해지는 시술.

아스타로트는 대악마의 위상을 되찾아서 지옥의 악마들을 거느리는 여군주로 부활했으며, 질은 태양을 극복한 데이 워커 뱀파이어로, 리사엘은 타락한 대천사로 거듭나며 6장의 날개를 펼쳤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정말로 마왕군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리한은 그 호칭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역시 마왕군이라는 이름은 마음에 들지 않아. 우리에게는 그것보다 훨씬 더 어울리는 칭호가 있잖아?”

“그게 대체…아니, 설마. 너?”

그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옥좌에 거만하게 기댔다.

“천마출세??出世 만마앙복????! 자­ 빌어먹을 인간 녀석들에게 마침내 본때를 보여줄 때가 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다크 사이드의 시대다!!”

[1부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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