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4화 〉 마지막 번외편: 천마강림(5)
* * *
리한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먹고 싶었구나? 우리 워터 파크의 명물, 검은 고양이 빙수를 말이야.”
“맞아! 네놈이 만들어낸 분신들이 직원들을 덮치고 있어서 아무리 기다려도 주문이…아, 아니.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게 아니라!”
“솔직하게 먹고 싶다고 말하면 만들어주지.”
“진짜냐?! 아니…꼭 먹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네놈이 정말로 반성했다면…”
“그래? 그럼 됐어.”
쿵!
“네이노오오오오옴!!”
고오오오오오오오!!
애쉬가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흉흉한 살기를 뿜어내면서 분노했다.
무리도 아니다.
그녀가 워터파크를 진심으로 즐기며 돌아다녔다는 것은 현재의 복장만 봐도 알아차릴 수 있는 사실.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다니까.’
짝!
리한이 손뼉을 치자 파크에 퍼져있는 분신들이 일제히 사라져버렸다.
[하으으으으응♡]
투두두두두두둑
사방에서 들려오는 교성이 일제히 멈추며 우르르 쓰러지는 여자들.
“잠시 휴식시간을 주겠다. 애쉬와 대결하는 동안 주변을 청소하고 신변을 정리하도록 해라.”
“감사합니다아…아흑!”
찰싹!
리한이 오필리아의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힘껏 움켜잡으며 속삭였다.
[샤워를 마치고 기다리십시오. 대결이 끝나면 장모님의 음란한 자궁이 질식할 정도로 정자를 한가득 먹여드리겠습니다.]
부르르르르
“넷, 네에에엣…”
얼굴이 새빨개져서 어깨를 떨었다.
가볍게 볼일을 마치고 애쉬에게 시선을 돌렸다.
“먼저 물어보도록 하지.”
“뭐지?”
“왕게임에서 이기면 무슨 소원을 빌 생각이냐?”
“그거야 당연히 네놈이 마교의 새로운 교주로서 똑바로 자각을 가지고…”
“정말로 그것으로 만족하는 거냐?”
“뭐???”
“잘 생각해봐라. 몇 가지 제약이 있다고는 하지만 나는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주겠다고 말했어. 이런 기회는 흔하지 않아. 아니, 어쩌면 앞으로 두 번 다시는 없을지도 모르는 초대박 하극상 찬스란 말이다!”
“그, 그건…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물론이지. 만약에 네가 승리한다면 나를 노예로 삼을 수 있어. 함께 중원으로 돌아가서 마교를 부활시키고 무림을 정복을 공모할 수 있다는 소리지. 물론, 검은 고양이 빙수도 무한으로 즐길 수 있고 말이야.”
“!!!!”
그녀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어쩐지 무림 정복보다 캐릭터 빙수에 더 솔깃해하는 것 같았지만 틀림없이 기분 탓일 터.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그런 조건으로 대결해서 너에게 무슨 이득이 있다고…”
“모르겠느냐, 애쉬?”
“???”
“그만큼 너를 간절하게 원하는 거야.”
“뭣…”
리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당황하는 애쉬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쿵!
“너를 내 여자로 만들 수 있다면 세상 무엇도 아깝지 않아. 나에게 안겨라, 애쉬. 내 소원은 오직 그것뿐이다!”
“뭐, 뭐라는 거냐, 멍청한 녀석! 무슨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스윽
“이 눈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이냐?”
“가, 가까워! 얼굴 들이대지 마, 바보! 바보!!”
홍당무처럼 새빨개져서 어휘력이 잼민이 수준으로 떨어져 버렸다.
곧바로 천마군림보를 사용해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리한은 놓치지 않고 잽싸게 그녀를 붙잡아 끌어안았다.
“꺅?!”
그리고 귓가로 다가가서 속삭였다.
[가지고 싶었지? 빙수를 주문해야 얻을 수 있는 워터 파크의 마스코트 검은 고양이 스트랩을 말이야. 캐릭터 디자인이 아주 예쁘게 잘 뽑혔지.]
“아, 아니거든…”
동요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애쉬를 한층 몰아세우는 리한.
[하지만 그거 하나로 만족하겠어? 검은 고양이에게는 쌍둥이 언니가 있는데 말이야. 일반 손님들에게는 공개하지 않는 일종의 뒷메뉴라는 거지. 특별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주문할 수 있는 그 이름도 스페셜한 하얀 고양이 빙수!!]
“뭣?!!!”
부르르르르
눈을 부릅뜨면서 어깨를 떨었다.
[왕게임에서 승리하면 주문 방법을 가르쳐주도록 하지. 참고로 수량 제한이 있는 한정판이라서 말이야. 서두르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빼앗겨버릴지도…]
고오오오오오오오!!
“이, 이런 비겁한 녀석! 비겁한 녀서어어어어억!!!”
흥분한 애쉬가 검고 혼탁한 오오라를 뿜어내며 분노했다.
완벽하게 이성을 잃어버려서 언제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주인을 공격하지 못하는 호문클루스의 제약 때문에 리한은 태연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왕게임에 도전하겠어?”
“그래, 네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다면 무슨 대결이라도 기꺼이 응하겠다!!”
“패배하면 내 여자가 되는 거야. 이번에는 키스나 애무 따위로는 끝나지 않아. 용서 없이 마지막까지 해버릴 건데 괜찮겠어?!”
“물론이지, 우리 포리와 포리의 언니를 위해서라면 처녀막 정도는 기꺼이 걸어주마!”
도발에 넘어가서 경솔하게 외쳤다.
참고로 ‘포리’는 검은 고양이의 이름이다.
하얀 언니 고양이의 이름은 쥬리.
자신이 그토록 간절하게 원하는 순결을 고작 캐릭터 스트랩에 넘어가서 내기에 건다는 사실이 다소 씁쓸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격장지계는 완벽하게 성공한 셈이었기에 좋게좋게 넘어가기로 했다.
“대결 종목은 랜덤으로 결정하겠어. 룰렛을 돌려라!”
“네!!”
바니걸 직원인 소피아가 힘차게 스위치를 잡아당겼다.
빙그르르르르르
달칵!
결정된 종목은 막대 과자 먹기.
“다시 이 게임인가? 뭐, 좋아. 하는 방법은 로가가 시범을 보여줬으니까 알고 있겠지.”
“잔소리하지 말고 어서 시작해라!”
“후후후후. 패기 하나만큼은 마음에 드는군, 음?”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다는 것처럼 리한의 입술에다가 막대 과자를 물리고 곧바로 게임을 시작해버렸다.
도도도도도독!
다람쥐처럼 맹렬하게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는 애쉬.
‘새삼스럽지만 정말로 미인이란 말이야.’
손바닥처럼 조그마한 얼굴.
그 속에 어쩌면 저렇게 미련美?한 이목구비가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지 보면 볼수록 신기하기만 했다.
오뚝한 코에 키스를 부르는 사랑스러운 입술.
다소 반항적인 눈매마저도 깨물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속눈썹은 눈송이가 내려앉은 것 같았다.
터무니없이 가늘고 아름답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은 밤하늘의 장막처럼 어두웠고, 거기에 은은하게 빛나는 달 같은 피부와 대비되어 여신처럼 신비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있으면 실감할 수밖에 없다.
무림 역사상 외모 하나만으로 중원을 평정할 뻔했다는 장약란의 명성은 허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니아의 무장이나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애쉬를 두려워하며 경외시하고 있지만,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들은 넋을 잃고 그녀를 쳐다보다가 벽이며 기둥에 부딪혀서 난리도 아니다.
덕분에 쓸데없는 사건, 사고가 잦아지는 바람에 현재는 인지 저해를 일으키는 마법 반지를 착용한 상태.
그것으로도 소용없는 상대에게는 천마의 무공까지 사용해서 대처하고 있을 정도다.
물론, 리한에게는 눈곱만큼도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녀와 동등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마스터 코어까지 더해져 사물의 본질을 완벽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애쉬의 빛나는 외모를 언제나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상태로 지금까지 참고 참았다는 것이다.
세상 누구보다도 자신의 성욕에 솔직한 리한이 애쉬를 덮치지 않고(키스나 애무는 했지만)버텼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나 마찬가지.
모두 이날 이때를 위해서였다.
도도도도도도독!
흠칫!
리한이 지지 않고 맹렬하게 거리를 좁히자 당황해서 멈칫했지만, 곧바로 아미를 일크러트리며 매섭게 달려들어 왔다.
쪽!
“비겼으니까 다시…으으으읍?!”
애쉬는 입술을 접촉하기가 무섭게 떨어지려고 했지만 목덜미를 사로잡혀서 진한 딥키스를 나누게 되었다.
츄우우웁, 츄르르릅, 츄우우웁, 츄으으으읍!
농밀한 테크닉에 잠시 농락되다가 새빨개져서 곧바로 밀쳐냈다.
“대결 중에 뭐 하는 짓이야! 반칙이야, 반칙! 심판!!”
“막대 과자가 입속에 남아있어서 마지막까지 처리했을 뿐이야. 규칙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전하가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뭐???”
“히이이익! 화, 화를 내셔도 원래 그런 규칙이라서…”
“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포기해도 돼. 물론,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몰수패 처리가 되겠지만 말이야.”
“칫! 알겠으니까 다시 해! 그까짓 키스 한두 번으로는 눈썹 하나도…”
“아니, 이번 대결은 비겼으니까 종목을 바꿀 거야. 소피아!”
“네!”
빙그르르르르르
회전판이 돌아가자 애쉬의 표정이 밝아졌다.
“뭐, 좋아. 오히려 잘됐어. 이렇게 변태 같은 게임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으니까 말이야. 차라리 비무 대결이 걸렸으면 좋겠군. 이번 기회에 그때의 리벤지를 다시 한번…”
달칵!
“이, 이번 종목은 상대방을 애무하면서 신음을 참는 대결입니다!!”
“…무슨 게임들이 이따위야!!”
방장 사기맵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