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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2화 〉 2번째 번외편: 왕의 게임(3) (412/429)

〈 412화 〉 2번째 번외편: 왕의 게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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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지도 않고…”

“보나 마나 속세를 떠나고 싶다는 소리가 아니냐? 지브릴 녀석도 말했지만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허무맹랑한 소원이니까 미련을 버려라.”

“어째서 그렇게 단정하시는 겁니까!”

“거꾸로 물어보겠는데 가문을 떠나서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거냐?”

“조용한 곳에 정착해서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어디라도 상관없습니다. 노예 사냥꾼 때문에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위험하다면 거인 거주구에서 2등 국민으로 살아가더라도…”

“그건 쉬워 보이느냐? 세상 물정을 모르는 귀족 영애답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군.”

“세상 물정을 모르다니…꺅?! 지, 지, 지, 지금 무슨 짓을…하윽?!”

갑작스럽게 가슴을 만지자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프 자이언트답게 사이즈가 크구나. K컵이냐?”

“알 것 없잖아요!”

“중요한 이야기니까 솔직하게 말해!”

분노한 표정으로 거꾸로 화를 내면서 더 강하게 주물러댔다.

그 이해할 수 없는 박력에 압도당하는 바람에 자신도 모르게 더듬거리면서 대답하는 에스메랄다.

“K, K­사이즈가 맞아요.”

“국뽕이 차오르는군.”

“네???”

“아랫것들을 얕보지 마라. 하찮고 나약한 무지렁이들처럼 보여도 너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귀족 년을 뼈다귀까지 발가벗겨 먹는 것은 문제도 아니니까 말이야. 눈뜨고 코 베여간다는 말도 몰라?”

“감히 그따위 수작을 부린다면 제힘으로 본때를 보여주면 되는 겁니다! 이래 보여도 저는 A급 무장…”

“아니. 가문의 후광이 사라지는 순간부터 네년은 A급 무장이 아니야. 태중양생술을 사용할 수 있는 진귀한 임신 노예에 불과하지. 추녀라도 상관없어. 네년과 네년의 어미에게 씨앗을 뿌리겠다는 귀족들이 연병장 100바퀴로 줄을 설 거다. 지브릴의 반응을 보고도 모르겠느냐?”

“큭!”

신랄하기 이를 데가 없었지만 반박할 말을 떠올리지 못하고 분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다면 저보고 어쩌라는 겁니까? 애초부터 이런 인생은 바라지 않았다고요! 평범해지기 위해서 단전이라도 부숴야 한다는 겁니까?!”

“평범한 인생은 포기해라. 대신에 옳은 선택을 내려.”

“옳은 선택이라니…하윽♡”

리한은 그녀의 유두를 꼬집어당겨서 자신과 눈높이를 맞췄다.

“제니아의 4대 세경가. 투크 가문의 가주가 되라. 소중한 어머니와 여동생을 지키고 싶다면 두 손에 배다른 형제들의 피를 묻히고 나찰의 길을 걸어라. 파멸하지 않는 방법은 오직 그것뿐이야.”

“!!!!”

에스메랄다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야말로 악마의 꼬드김.

“…어처구니가 없군요. 세간에서는 훌륭한 분이시라고 명성이 자자하시던데 말입니다. 보아하니 이것이 전하의 본모습…흥으아아앗♡♡”

“나에 대해서 건방지게 주절거리지 말고 네 앞가림이나 잘해라. 귓구멍이 열려있으면 똑똑하게 들어. 가주의 자리에 오르겠다면 확실하게 뒤를 봐주지. 어머니와 여동생도 지켜주겠다. 하지만 이 제안은 딱 한 번뿐이야. 받아들이겠느냐?”

“대가는 무엇입니까!”

“나에게 충성을 맹세해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오늘부터 내 여자가 돼라!”

“저, 저 같은 추녀를 어째서…꺅!”

파지지지지지직­

분노한 리한이 신경질적으로 마스터 코어를 사용했다.

그러자 뱀의 허물이 벗겨져 나가는 것처럼 에스메랄다의 얼굴이 탈피하기 시작했다.

풍성한 빨간 머리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면서 드러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

“개수작 부리지 마라. 거인족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녀의 딸이 못생길 리가 없지 않느냐? 속이려면 귀신을 속여.”

“도, 도, 도, 도대체 어떻게…”

너무 놀라서 혼이 나가버린 그녀가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말을 더듬었다.

“친아버지에게 강간당하지 않기 위해서 평생 아름다운 외모를 감추고 추녀로 살아왔지. 눈물 나는 스토리가 아니냐?”

아만다가 사용한 거인족의 비술.

미녀라면 자신의 혈육이라고 해도 무자비하게 범해버리는 하이잘에게서 딸을 지키기 위해서 사용한 극단적인 방법이었다.

덕분에 에스메랄다는 평생 더러운 추녀라고 손가락질을 당하면서 남자 손 한번 잡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불쌍한 것은 불쌍한 거고 지금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계약할 거야, 안 할 거야!!”

“하, 하겠습니다! 할 테니까 그렇게 격렬하게 흔들어대지 마십시오. 제발 그만…앗흐으으응♡!?”

부르르르르­

가슴을 붙잡혀서 격렬하게 주물러진 끝에 오르가즘을 느끼며 가버리고 말았다.

“좋아, 그렇다면 연인 계약이 성립되었군.”

웃음을 터트린 리한은 에스메랄다의 목덜미를 움켜잡고서 입술을 맞췄다.

“읍?! 으으으으읍, 읍!”

츄우우웁, 츄르르릅, 츄우우웁, 츄르르릅, 츄우우우웁~

‘말도 안 돼.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남자하고는 인연이 없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첫키스를 하다니…’

마치 파도에 삼켜져서 휩쓸려가는 기분이었다.

터무니없이 능숙한 테크닉에 자신도 모르게 야릇한 신음이 터져 나오고 심장은 고장이라도 나버린 것처럼 미칠 듯이 쿵쾅거렸다.

얼굴이 불이 난 것처럼 뜨겁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정상적인 사고가 되지 않았다.

하프 자이언트로 무려 2m 50cm를 넘어가는 거구의 에스메랄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허리까지밖에 오지 않는 조그마한 남자에게 속수무책으로 희롱당하고 있었다.

“후후후후. 오늘부터 1일이니까 명심하도록 해라. 너는 이제 내 것이야.”

“네에에엣…”

허리가 풀려서 주저앉으며 녹아내리는 표정으로 대답해 왔다.

“어처구니가 없군.”

“질투하는 것이냐? 귀여운 녀석.”

“지, 질투는 누가…”

“그러면 이제 아만다를 깨워보도록 할까?”

츤츤거리는 애쉬를 가볍게 무시한 리한이 기지기를 켜면서 그렇게 말했다.

“네에에엣…이 아니라, 네??? 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어, 어머니를 깨우겠다니…절대로 안 됩니다! 어째서 안 되는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넋이 나가버렸던 에스메랄다가 화들짝 놀라서 반발했다.

“걱정하지 마라. 그러니까 네 말을 요약하면 여동생이 태어나야 어머니를 깨울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니냐?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하지. 지금 당장 출산시켜버리면 되는 거야!!”

“네???”

“네놈…자신이 임신시킨 여자들은 자연적으로 출산시키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물론, 아이가 태어나는 모든 과정을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즐기고 싶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내가 임신시키지 않은 여성의 배가 부풀어 오르는 장면 따위는 빠르게 스킵해버리면 되는 거야!!!”

파지지지지지직!

애쉬의 말에 그렇게 일갈하면서 마스터 코어의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지금 두 분이 무슨 말씀을 하는지 눈곱만큼도 이해되지 않는데요…꺄아아아아악!”

“산모하고 아이 모두 건강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투콰아아아아아아앙!!!

잠시 후.

마차 안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

다시 몇 시간 후.

투크 가문의 에오스 성으로 옮겨져서 의식을 회복한 아만다는 이제 막 태어난 자신의 딸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또다시 출산해버리고 말았어. 우리 일족을 멸망시켜버린 증오스러운 남자의 아이를…’

하이잘의 얼굴을 떠올리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끌어오르며 미간이 일그러졌다.

덕분에 자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는 천사처럼 사랑스러운 아기마저도 기생충처럼 혐오스럽고 징그러웠다.

생각 같아서는 흔적도 없이 뭉개버리고 싶은 심정.

하지만 안절부절못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과 여동생을 올려다보는 첫째 딸의 모습에 한숨을 쉬면서 지금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그 인간을 네 손으로 처리했다고?]

마치 동굴 속에서 말하는 것처럼 울려 퍼지는 아만다의 목소리.

“네, 어머님. 제가 직접 단전을 부수고 남근을 짓뭉개버렸습니다. 지금은 아스트라세 가문의 지하 뇌옥에 갇혀서 죽는 것보다 가혹한 형별을 받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겁니다.”

[잘했다…하지만 아쉽구나. 가능하면 내 손으로 직접 모가지를 비틀어버리고 싶었는데 말이야. 어째서 그 인간의 신병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 것이냐?]

“죄, 죄송합니다. 그 남자를 완벽하게 끝장내버리기 위해서 거래를 하다보니…”

“제가 범인입니다, 장모님.”

“전하!!”

[장모님?]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불쑥 나타난 리한이 능청스럽게 끼어들자 아만다가 불쾌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후후후후. 설마 했는데 이렇게 훌륭한 포용력을 가지고 있는 장모님이라니…이제 정숙한 여인이라는 조건만 클리어하면 완벽하겠군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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