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9화 〉 번외편: 글로리 웜홀(12)
* * *
“하여튼 당신은 걱정이 지나쳐서 탈이야. 너무 그렇게 싸고돌기만 하면 못써.”
“제가 잘못했다는 건가요? 저는 단지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을 뿐인데…”
“사실은 자기가 외로워서 딸아이를 구속하려는 거잖아? 너무 그렇게 가족에게만 매달리지 말고 가끔은 바깥으로 나가서 돌아다녀 봐. 취미 활동을 가지라는 소리야. 아니면 이참에 몇 주 동안 혼자서 여행을 다녀보는 것은 어때?”
“맞아요, 어머니! 이참에 말씀드리는 거지만 솔직히 성가시다고요! 저도 한 사람의 어엿한 레이디인데…”
비틀
‘뭐야 이게? 지금 이 두 사람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오필리아는 충격을 받아서 휘청거렸다.
너무 화가 나서 머리가 어지러워질 지경.
머피의 법칙.
나쁜 일은 한꺼번에 일어난다고 하던가.
평소였다면 살짝 삐져서 며칠 투덜거리고 넘어갈 일이었지만 하필이면 가족의 도움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에 이렇게 무신경한 소리를 해버린 것이다.
오필리아가 심리적으로 입은 타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두 사람에게는 이제 내가 쓸모가 없는 거야? 엄마로서도 아내로서도…자기들이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는 성가신 존재에 불과해? 그러면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아내가 갑자기 조용해지는 바람에 루돌프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시종이 찾아와서 예비 신부를 에스코트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바람에 곧바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약혼식이 시작되었다.
****
짝짝짝짝짝짝!
마르텔 대모가 연단에 오르자 귀족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결혼식과 유사하지만 규모는 훨씬 작은 약혼식이다.
게다가 영지의 혼란도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최소한 간소하게 치르려고 했지만 줄이고 줄였는데도 하객 숫자만 만 명을 넘어가게 되었다.
모두 권력의 실세인 리한에게 잘 보이려는 속셈.
제니아에서는 4대 세경가를 위시한 실세 귀족들만 참석할 수가 있었고 사라 방백을 무시하던 텔파이프의 명문 가문들도 180도 태도를 바꿔서 우르르 몰려왔다.
거기에 오팔 왕국의 다른 방백들과 왕실에서도 축하 사절을 보냈으며 이웃 나라들에서도 드물게 왕실 사절을 파견, 얼떨결에 참석하게 된 앵커리지 공화국의 슈퍼 히어로들(레이디 나이트 등)까지 얼굴을 비추며 터무니없이 화려한 구성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취재진까지 우르르 몰려와서 왕국 전체로 생중계하는 것은 덤.
덕분에 마르텔 대모는 물론이고 오르드리 신전에서 파견을 나온 교구장까지 긴장해버려서 쓸데없이 길고 장황한 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지루하군. 인간들은 정말로 쓸데없는 허례허식을 너무 많이 부린다니까.’
무대 뒤편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리한은 한숨을 쉬었다.
천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지배자로 군림한 가문답게 쓸데없이 지켜야 하는 전통과 격식, 예절 법도가 지나치게 많았다.
개중에는 마교에서 유례한 것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세대를 계승하면서 쓸데없이 살을 붙이며 별다른 의미도 없이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런 문제가 정말로 성가신 이유는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것은 간단하지만, 없애려고 하면 전통과 규칙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발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무더기로 튀어나온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더 원에게는 원수나 다름이 없는 데피리스 교단까지 초청해서 자리를 내줘야 했기 때문에 리한은 이를 갈면서 분노했다.
오필리아와 눈을 마주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휙!
자신을 발견하기가 무섭게 소스라치게 놀라서 고개를 숙여버린 그녀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져 있었다.
[후후후후. 귀여운 녀석.]
[사, 사위님…]
[너무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말고 얌전하게 있어라. 주변에서 수상하게 생각하면 어쩌려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앗?]
전음으로 대답하다가 갑자기 다가온 직원이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베일을 건네주는 바람에 당황해서 우물쭈물했다.
[내가 보낸 선물이다. 그것을 써서 표정을 숨겨라.]
[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꺅!”
“어머?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죠? 어머님.”
“아, 아무것도 아니야. 갑자기 벌레가 달려드는 바람에 살짝 놀랐을 뿐이니까 걱정하지 마렴, 코제트.”
“후후후. 겨우 벌레에게 그렇게 놀라시다니 어머님도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으시군요.”
코제트가 우습다는 듯이 말했지만 오필리아의 얼굴을 빨개져 있었다.
왜냐면 그녀가 놀란 이유는 벌레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가 갑자기 자신의 클리토리스를 꼬집어서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익숙한 손놀림.
범인이 누구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후후후. 겨우 이 정도로 놀라기에는 이르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니까 어서 베일을 써라. 그렇지 않으면 범해지는 얼굴이 딸에게 보여질 거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으으으으읍]
소스라치게 놀라서 허둥지둥 베일을 뒤집어쓰기가 무섭게 입술을 틀어막히며 키스를 하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소리를 내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헐떡거려라. 네 주변에 결계를 쳐놨어. 너무 부자연스럽게 몸부림치지만 않으면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할 거다.]
[그, 그만두세요. 사위님! 딸의 약혼식에서까지 저를…하으으으윽!]
이번에는 커다란 육봉이 질육을 밀어젖히며 자궁구까지 단숨에 육박해 들어왔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미리 손으로 틀어막으며 가랑이를 오므렸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원나홀을 사용한 것이다.
[내가 내 여자를 안겠다는데 어째서 때와 시기를 가려야 한다는 말이냐?]
[내 여자라니…우리 관계는…]
[하기야 생각해보니까 이렇게 호칭하는 것이 훨씬 더 불타오르겠군.]
철썩!
[흐으으읍?!]
가랑이를 양쪽으로 활짝 젖히며서 고개를 치켜들고 신음을 억누르는 오필리아에게 리한이 다시 한번 전음을 보냈다.
[사랑합니다, 장모님]
그리고 격렬하기 이를 데가 없는 피스톤 운동이 시작되었다.
철썩, 철썩철썩, 철썩철썩철썩철썩!!
벌건 대낮에 약혼식장 한가운데에서 이루어지는 장모와 사위의 정사.
전통을 파괴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윤리라는 개념 자체를 밥 말아 먹은 파렴치한 행위였지만 주변에서는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왜냐면 리한이 천마신공을 사용해서 자신과 그녀 주변에 결계를 쳐놨기 때문이다.
겁에 질린 오필리아는 들키지 않으려고 입을 틀어막고 소리를 죽이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완벽하게 발가벗어서 발정난 암캐처럼 헐떡거린다고 해도 절대로 들키지 않을 것이다.
아니, 사실 딱 한 명은 예외가 있었다.
리한과 똑같은 경지를 가지고 있는 애쉬만은 두 사람이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차리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한숨을 쉬었지만 그게 전부다.
오히려 그런 그녀에게 일부러 과시하려는 것처럼 오필리아의 다리를 힘차게 붙잡아 벌리면서 육봉을 쑤셔 넣었다.
[예비 신랑 입장!]
마침내 길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연설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식이 거행되었다.
하지만 리한은 자신의 장모를 범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태연하게 무대 중앙으로 이동을 했다.
[이어서 아름다운 예비 신부님들께서 입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짝짝짝짝짝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에 이어서 놀라움에 가득한 탄성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세상에…빙면설화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군요.]
[네, 거기에 방백 각하의 외모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군요. 감히 왕국 최고 아니, 대륙 최고의 미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어요.]
[저런 미녀들과 동시에 약혼하다니 후계자 전하는 정말로 복받은 분이십니다.]
이리나는 루돌프가 그리고 사라는 여동생인 질이 정장 차림으로 에스코트를 해서 데리고 왔다.
“도련님. 아니, 오늘만큼은 말을 놓겠습니다. 제 딸을 잘 부탁합니다, 사위님.”
“물론입니다, 장인어른. 걱정하지 않아도 아스트라세 일가는 제가 책임을 지고 잘 보살피겠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면서 바톤을 터치하듯이 두 사람의 손을 건네받았다.
리한은 두 사람의 귓가로 다가가서 조그맣게 속삭였다.
[오늘 너희들은 세상에서 누구보다 아름다워, 사랑한다. 책임지고 평생 행복하게 해주마.]
“도련님…”
“전하…”
“후후후후. 오늘부터는 서방님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느냐?”
감동해서 울먹거리는 그녀들에게 가볍게 농담을 건네고 에스코트해 마르텔의 앞으로 다가가서 섰다.
대략 20분 정도로 늘어지는 긴 덕담을 듣고 난 직후.
“예비 신랑은 두 사람을 평생 사랑하고 아끼며 지켜줄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예비 신부들도 제 손자를 평생 곁에서 지탱해 주면서 공경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그 순간에 오필리아의 귓가로 전음이 날아들었다.
[예비 장모님께서는 사위를 자신의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며 그의 아이를 잉태할 것을 맹세합니까?]
[매, 맹세하겠습니다아앗!!]
동시에 그는 자궁구를 힘차게 찔러 올리며 사정감을 폭발시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