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3화 〉 번외편: 글로리 웜홀(6)
* * *
뭔가 여자 스파이 같은 기분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파란색 이브닝드레스에 나비 가면.
눈의 요정처럼 새하얀 곱슬머리를 귀부인처럼 단정하게 올려묶은 오필리아는 위장으로 핑크색 가짜 머리카락 한 가닥을 이마에 붙여서 흘러내리게 했다.
그렇게 몸단장에 열중하는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신이 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그녀.
전신 거울 앞에서 모델 같은 포즈를 취하며 자아도취에 빠졌다.
‘후후후. 내가 봐도 아직은 현역이라니까? 세상에 누가 이 모습을 보고 애를 낳은 유부녀라고 생각하겠어? 이 정도면 이리나하고 나란히 걸어도 한두 살 많은 언니 아니, 동갑으로 봐줘도 이상하지 않지.’
bean pod필터링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꾸준하게 자기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아름다운 S라인을 소유하고 있는 오필리아다.
게다가 이리나보다 1.5배 커다란 풍만한 가슴으로 어른의 포용력까지 겸비.
털썩!
하지만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오던 코제트는 그런 모친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바닥에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어, 어머님께서 파렴치한 코스프레를…”
“꺄아아아악! 오해야, 오해!! 그런데…잠깐. 방에서는 어떻게 탈출한 거니???”
“포기하세요, 어머님! 진실한 사랑 앞에서는 어떤 장애물도 무의미합…자, 잠시만요. 아무리 그래도 테드 경을 인질로 사로잡는 것은 비겁하잖아요!!”
오필리아는 딸의 애착인형(곰돌이)을 이용해서 다시 한번 그녀를 가두어 놓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하인들을 불러서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감시하라고 엄명을 내리고 리한을 뒷조사하기 위해서 클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행동을 사위가 이미 손바닥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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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하렘왕.
굵고 기다란 봉이 소녀들의 조그마한 구멍을 사정없이 쑤셔댔다.
“아읏, 아앙, 하으으으응♡ 안 돼요, 서방님의 절륜한 테크닉에 녹아버려…냐오오옹♡”
“아, 아무리 흥크으읏. 이래도 긍지 높은 흑견족은 굴하지 않습니…꺄우우웅♪”
“말도 안 돼에엣, 양쪽 구멍을 동시에 공략하다니잇…앗, 아앗, 안 돼. 버틸 수가 없어! 가버려, 아오오오오오오!!”
부르르르르르
나디아와 카밀라, 그리고 시엔.
리한의 무릎을 베개로 삼아서 쪼르르 누워있는 수인족 소녀들이 꼬리를 수직으로 곧추세우며 절정에 몸부림쳤다.
“후후후후.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천박한 짐승의 본능을 억누를 수는 없지. 자아~ 너희들의 부끄러운 구멍 속에 이렇게 커다란 귀지가 숨어있지 않느냐? 이러고도 감히 청결을 말하다니 주제를 알아라.”
굵고 기다란 봉 = 귀이개에 묻어나온 귀지를 털어내면서 말하자 여자들은 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큭, 굴욕이다.”
“흑흑흑. 하필이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방님에게 귀 청소를 게을리했다는 사실을 들켜버리다니…”
“이제 시집가기는 틀렸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내가 받아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라고 할까…이만큼 일러두었으면 포기하고 받아들여라!”
짝!
“꺄우우웅!”
통통한 엉덩이를 때리자 좋은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자…이번에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브라싱이다. 후후후후. 칠칠맞은 녀석들. 털 관리는 또 얼마나 소흘하게 하고 있는지 시험해주지.”
슈욱! 슈욱!
“히이이이익!”
“손목 스냅만으로 저렇게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다니. 저 브러싱은 프로야!”
“안돼에엣! 이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잖아. 이젠 틀렸어! 평범한 털관리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릴 거라고!!”
수인족 소녀들이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검고 사악한 물건(브러쉬)를 바라보며 겁에 질려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때, 그런 모습을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블러드 엘프 한 마리가 있었다.
“한참 즐기시는 와중에 죄송합니다만…주인님은 그런 것으로 만족하시는 겁니까?!”
“물론, 부족해.”
“역시!”
“스팀 타올을 가져와라. 이번 기회에 이 칠칠맞은 동물귀 녀석들의 각질을 제거하고 아로마 테라피까지 해버리겠어!”
“히이이이익!!”
“그게 아니잖아요!!”
쿵!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카트리나가 두 손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쓸데없이 난동 피우지 마라. 다른 손님들에게 실례가 아니냐…”
“실례라니요??? 애초에 클럽 전체를 전세 내시지 않았습니까! 하렘왕이라는 이름이 울겠습니다! 이렇게 먹음직스러운 암컷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손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다니…”
“건드리고 있는데? 보다시피 귀여운 고양이 털을 브러싱해주고 있지 않느냐?”
“고, 고양이가 아니라 호랑이라니까요. 냐오오오오오옹♡”
“틀려어어어!! 제가 말하는 건드린다는 의미는 그런 달콤말캉한 의미가 아니란 말입니다! 섹스에요, 섹스! 평소의 주인님이었다면 클럽에 있는 여자들을 싸그리 덮쳐서 헉헉퍽퍽 임신시켰을 텐데. 오늘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어버리신 겁니까???”
“사람을 무슨 인큐버스로 보는군.”
“인큐버스 이상이시죠! 잔스시의 스페셜 코스를 제압한 밤의 황제. 카마수트라의 지배자가 아니십니까?! ”
“지금은 평범한 수인 애호가일 뿐이다. 게다가 나디아는 지금 임신중이야. 뱃속에 귀여운 새끼고양이가 들어있는데 무리시킬 수는 없지. 키스는 해줄 수 있지만♡”
“앗, 서방니임~ 남들이 보는데…헤헤헷. 츄~~♡”
“바보 커플이냐!!”
순식간에 둘만의 세계로 빠져들어서 입술을 포개자 카트리나는 참지 못하고 테이블을 엎어버렸다.
후우우우웅
하지만 리한은 자연스럽게 허공섭물을 일으켜서 테이블을 사뿐하게 원래대로 되돌려 놓았다.
“불만스러운 것은 알겠지만 오늘 하루 정도는 자중하도록 해라. 내일은 약혼식이 아니냐?”
“사라님과 이리나님을 위해서 자중하신다는 말씀입니까?”
“아니. 약혼식을 올리지 못하는 다른 여자들을 위로해주는 자리라는 거야. 서운한 마음을 달래주면서 성심성의껏 봉사해주는 자리라는 거지.”
“그렇다면 신첩이라도 암캐처럼 범해주세요! 주인님의 크고 우람한 육봉으로 몸과 마음의 구멍을 채워달란 말이에요오옷!!”
“미안하지만 육변기 노예에게는 해당 사항에 없어.”
“그럴 수가!!”
“후후후. 농담이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카트리나에게는 많은 도움을 받았지. 오늘 하루는 사랑하는 연인처럼 다정하게 대해주도록 하마. 이쪽으로 와라, 밤새도록 귓가에 달콤한 사랑의 밀어를 속삭여주마.”
“앗♡ 다, 달라! 시, 신첩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닌데…다시 한번 순애에…순애의 파도에 집어삼켜져버려어어엇!!”
부드럽지만 저항할 수 없는 손아귀에 사로잡혀서 품속에 안긴 카트리나는 엉망진창으로 ‘귀여움’당해버리고 말했다.
머리가 살짝 녹아버린 직후.
하마터면 정화 당해서 개과천선해버릴 뻔했지만 간신히 이성(?)의 끈을 사로잡으며 도망쳐 나왔다.
“허억, 허억, 허억! 하, 하마터면 순정만화의 여주인공이 되어버릴 뻔했습니다! 하, 하지만 아무리 이러셔도 소용없어요. 제 눈은 속이지 못합니다. 주인님께서 사악한 흉계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니까요!!”
이 말에 리한은 재미있다는 것처럼 양손의 수인족 소녀들을 끌어안으며 다리를 꼬았다.
“그래? 도대체 내가 어떤 계획을 꾸미고 있을지 들어보고 싶은데?”
“장모님을 범할 생각이죠? 그러려고 일부러 지젤을 시켜서 이곳으로 찾아오게 만들었잖아요. 이 짐승♡”
“칭찬 고맙군. 하지만 너의 눈에는 내가 그렇게 미쳐보이는 것이냐? 가장 충성스러운 신하의 아내이자 내일 결혼할 약혼자의 모친을 탐할 거라고 말이야.”
“당연하죠. 어차피 머릿속에 암컷을 임신시키는 것밖에 들어있지 않잖아요!”
‘나를 정확하게 알고 있군.’
살짝 감탄했지만 시치미를 뗐다.
“후후후후.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사실, 오필리아가 찾아오게 된 것도 우연한 사고에 가까워서 말이야. 지젤을 시켜서 만들어놓은 함정에 제멋대로 걸려들었지. 그녀까지 전부 합쳐서 세 명이야.”
“세 명이라고요…? 어, 어쨌든 모두 범할 생각이잖아요!”
“아니라니까?”
“어째서 범하지 않는 건데요!!”
거꾸로 화내며 길길이 날뛰었다.
“이름하여 갭모에 작전이라는 녀석이지.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세 사람 모두 다 나에게 나쁜 인상을 가지게 되어버린 모양이라서 말이야. 일부러 오해할만한 상황을 만들어놓고 사실은 짜잔 음란마귀는 여러분의 마음속에 있었을 뿐입니다! 라고 알려줘서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만드는 거야. 그러면 나에 대한 인상이 상당히 달라지지 않겠어?”
“그러니까 거기까지는 좋은데 왜 마지막에 따먹는 대목을 없애버린 거냐고요!”
“그것이 신사니까.”
끄덕.
리한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랑스럽게 말하자 카트리나는 자신의 이마를 찰싹 때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지금의 그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현자 타임에 사로잡혀서 종마의 자각을 잊어버린 듯했다.
‘안 되겠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어쩔 수 없지. 주인님의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서 금지되어있는 엘프의 비약을 사용하는 수밖에.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반드시 고쳐드릴 테니까!!’
카트리나는 굳은 결의를 다지며 재빠르게 어둠 속으로 신형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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