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8화 〉 번외편: 글로리 웜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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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텔 대모가 코마에서 깨어난 직후.
병문안을 마치고 아시에스타 궁전으로 돌아온 리한은 곧바로 이블린의 방으로 쳐들어갔다.
벌컥!
“꺄악?”
노크도 없이 갑작스럽게 문을 열어젖히자 팬티를 갈아입던 그녀가 놀라서 넘어졌다.
하늘거리며 날아오르는 핑크색 곰돌이.
취향은 어린애지만 몸매는 훌륭한 어른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빠르게 사과하고 물러섰겠지만 리한은 거침없이 방으로 들어가서 그녀를 그녀를 꾸짖었다.
“문단속이 허술하군.”
“네??? 틀림없이 제대로 잠갔는데요. 마법으로 락을 걸어놨는데…”
덜컹, 덜컹…
손잡이가 강제로 뜯어져 나간 문이 힘없이 흔들린다.
“너무 약하게 잠가서 문제라는 거야! 만약에 강제로 열고 들어온 사람이 나 같은 신사(?)가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어?”
“새, 생각해보니까 일리가 있는 말씀이네요.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터무니없는 적반하장에도 불구하고 이블린은 머리를 숙이며 사과해왔다.
하지만 리한은 성에 차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허락도 없이 그녀의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치부를 가리며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저기…”
“뭐냐?”
“그렇게 빤히 쳐다보시면 옷을 갈아입을 수가…”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부끄러워?”
폴리모프 페르소나로 만들어진 가짜 육체에서 빠져나왔을 때를 가리키는 소리였다.
“하, 하지만 그때는 의식도 없었고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사태였는…꺅?!”
갑작스럽게 리한이 웃통을 벗어 던지며 세미 누드를 드러내자 새빨개져서 비명을 질렀다.
“좋아. 그렇게 불만이라면 나도 벗어주도록 하지. 이러면 공평하지?”
“죄송해요! 두 번 다시는 건방지게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뭐라도 입어주세요. 히이이이익?!”
크오오오오오오!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팬티까지 단숨에 벗어버리며 커다란 이무기를 드러내자 이블린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리한은 그런 그녀를 침대로 데리고 왔다.
그리고 자신의 가랑이 사이에 주저앉혀서 백허그로 끌어안았다.
쿵쿵쿵쿵!
‘뭐야 이게?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외부 세계에서 단절된 은자의 정원에서 살아온 그녀다.
공부를 가르쳐준 진Jinn이 있어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고 최소한의 일반상식은 배울 수 있었지만, 그래도 갈라파고스 같은 환경에서 성장하는 바람에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하는 방법도 모를 정도였다.
리한의 배려로 그리젤다 같은 또래의 동성 친구를 사귀게 된 것도 최근의 일.
그런데 갑자기 여러 가지 절차를 생략해버리고 남자에게 알몸으로 안겨버린 것이다.
‘후계자 전하는 어째서 이렇게 태연한 거지? 내가 이상한 건가?? 바깥세상에서는 이런 행위가 자연스러운 거야???’
눈동자는 빙글빙글 돌아갔고 심장이 폭발해버릴 것처럼 세차게 쿵쿵거렸다.
얼굴과 머리에 열이 올라서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태.
리한은 막 씻고 나와서 부드러운 비누 향기를 풍기는 그녀에게 더 바짝 달라붙으면서 따듯한 체온과 피부 촉감을 즐겼다.
“이곳에서 지내는 생활을 어떻지? 최근에는 그리젤다하고 친하게 지낸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혹시라도 불편한 사항이 있다면 기탄없이 말해라. 들어줄 수 있는 요구사항이라면 무엇이든지 들어주겠다.”
“모, 모두 지나칠 정도로 잘해주셔서 부, 불편한 점은 아무것도 없…햐으으윽?! 어, 어째서 갑자기 목덜미 냄새를 맡으시는 거예요???”
“단순하게 청결도를 검사하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라.”
“신경 쓰이다 못해서 부끄러워서 죽어버릴 것 같아요!!”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으으으으으으…”
이블린은 지금 상황이 평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리한을 떨쳐내지 못했다.
천애고독에 의지할 데가 없는 자신에게 정말로 잘해주고 있는 것이 사실인 데다가 하필이면 처음으로 사귄 친구가 그리젤다인 바람에 영향을 받아버린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철저하게 남성우월주의와 종부지도를 학습한 그녀.
최근에는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리한의 말이라면 흰색도 검다고 받아들일 정도로 열렬히 추종하며 맹신하고 있어서 이블린에게도 자신의 믿음을 끊임없이 전도(?)하며 가스라이팅을 해왔다.
그런 조건들이 다양하게 얽히고설켜서 알몸으로 성희롱을 당하면서도 저항하지 못하는 현재의 지경에 이르렀다.
리한으로서는 그야말로 차려놓은 밥상.
이대로 침대에 쓰러트려서 두툼한 질육에 육봉을 찔러넣고 싶었지만 일단은 찾아온 용무가 따로 있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조금 더 즐기기로 했다.
“의뢰했던 호문클루스 제작은 어떻게 되었느냐?”
“어, 어제저녁에 완성했습니다! 햐윽♡ 지, 지금 가져올 테니까 놓아주시면…아읏!”
귀를 가볍게 깨물어서 잘근거리자 부르르 떨었다.
“후후후후. 그렇게 말하며 도망치려는 수작인데 어림도 없지. 알아서 가져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도대체 어떻게…읏?”
지이이이잉
리한은 기감을 확장해서 주변을 스캔했다.
이블린이 머무르는 방은 단순하게 침실하고 화장실만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니다.
평수로만 100평이 넘고 2층 구조의 독립된 주거형태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교적이지 못한 그녀를 배려해 실험실까지 만들어줬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하게 자신의 여자(후보)라서 특혜를 베푼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의 가치를 생각하면 이 정도 대우도 약과.
이블린은 달손을 뛰어넘는 천재 중의 천재였다.
‘찾았군.’
후우우우웅
호문클루스를 발견한 리한이 허공섭물로 조종해서 가지고 왔다.
“마법…이 아니죠? 이렇게 먼 거리에서 허공섭물을 사용하다니…햐읏?!”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보고 배꼽을 간지럽혔다.
슬금슬금 올라가서 가슴이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 손을 두자 어찌할 바를 모르며 불안해했다.
두 사람의 눈앞에는 리한을 쏙 빼닮은 호문클루스가 비활성 상태로 눈을 감고 있었다.
“잘 만들었군. 하지만 중요한 부위가 빠졌어.”
“네? 중요한 부위라니 도대체 어디에…꺅?!”
이블린의 가랑이 사이로 우뚝 솟아오른 육봉을 내밀어 보였다.
“말 그대로 남자에게 중요한 부위가 없잖아! 호문클루스도 생명인데 너무한 거 아니야?”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애초에 생식능력이 없는데 굳이 만들 필요가…”
“누가 봐도 의심하지 못하도록 감쪽같이 만들어달라고 했잖아. 앞으로 내 그림자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역할을 똑바로 수행하려면 기본부터 충실해야지. 발기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형태만이라도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으란 말이야.”
“네, 넷! 알겠습니다!!”
세멜레의 지팡이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업무량에 시달리게 된 리한은 꿩 대신 닭으로 자신을 대신할 호문클루스들을 제작하기로 했다.
간단한 분신이라면 수백 명이라도 거뜬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따로따로 복잡한 일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데다가 만들 수 있는 거리에도 제한이 있었던 것이다.
호문클루스는 완벽한 대안이었다.
애쉬가 증명했듯이 주인에게 무조건 충성하는 데다가 생식기능이 존재하지 않아서 자신의 여자들에게 손을 댈 염려도 없다.
단점이 있다면 융통성이 부족하고 멍청하게 주어진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한다는 거지만 그 정도 문제는 마스터 코어의 힘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언제든지 자리를 비워도 되겠군.’
제니아를 평정했으니 이제 테세트 평야로 달려가서 더 원의 생존자들을 안전하게 데리고 와야만 했다.
그것도 평범한 방법으로는 안된다.
무려 수천만이나 되는 민족의 대이동인 것이다.
인간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부터 그들이 안전하게 머무를 장소를 마련하는 일까지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다.
물론, 계획 자체는 이미 구상해뒀지만.
“작업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험이 중요한 거야. 눈앞에 실물이 있으니까 자세히 관찰하도록 해라. 두 손으로 만지고 주무르면서 질감과 온도, 촉감을 느껴보는 거야.”
“그, 그래도 그게…”
그럴듯한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육봉을 들어대자 패닉에 빠져서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아갔다.
짝!
“어서!”
“네, 넷!!”
찰떡같은 엉덩이를 때리며 명령을 내리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양손으로 붙잡았다.
마법사의 손아귀는 말랑말랑하고 부드럽다.
“느낌이 어때?”
“괴, 굉장히 뜨거워요! 게다가 이렇게 힘차게 꿈틀거리다니…어맛!”
침을 꿀꺽 삼키면서 놀란 표정으로 대답해왔다.
처음에는 무서워했지만 공부벌레답게 호기심이 많아서 그런지 곧바로 흥미를 드러내며 열심히 주물러왔다.
무지성 아니, 무자각의 핸드잡.
‘슬슬 다음 단계로…응??? 저게 뭐지???’
이블린이 텔레키네시스를 사용해서 이상한 형태의 마도구를 가져오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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