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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5화 〉 에필로그(9) (395/429)

〈 395화 〉 에필로그(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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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력 771년, 8월 18일.

오르드리의 광장에서 돌로레스의 공개처형이 이루어졌다.

마르텔 대모는 물론이고 이제는 공식적으로 후계자로 인지??를 받은 리한이 참관하는 가운데, 연단으로 올라선 집행관이 판결문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피고는 사회적으로 모범이 되어야 하는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백여 건의 민간인 학살, 집단 납치, 감금과 고문, 등의 헤아릴 수 없는 범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바, 법의 수호자 섭정 마르텔 각하의 이름으로 사형을 선고한다. 지옥에서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그 고통이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고 치유하기를…”

엄숙한 선고가 끝나자 죄인이 남길 마지막 유언을 듣기 위해서 병사들이 재갈을 풀어주었다.

“이 판결은 엉터리야! 하찮은 것들이 감히 누구를 심판하려는 거냐? 나는 아슈킬 가문의 백작 부인이다! 백작 부인이란 말이…읍, 읍읍읍!!”

우우우우우우우우­

지켜보는 군중들로부터 야유가 쏟아져 나오자 재갈을 다시 물리며 채찍질을 했다.

짜아아아악!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못하는 죄인에게 구원은 없다! 불만이 있다면 명계의 왕에게 늘어놓도록 해라. 아니면 영원히 구천을 떠들며 고통받아라!”

와아아아아아!!

[옳소!!]

[잘한다, 잘해!]

[악녀를 죽여라!!!]

분노한 집행관이 윽박지르자 광장이 떠나갈듯한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거의 모든 백성이 돌로레스의 최후를 통쾌하게 생각하면서 박수를 쳤지만 이 상황을 침통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래리와 데일, 그리고 마르텔이다.

죄수복을 차려입고 자신들에게 내려질 판결을 기다리는 부자는 어머니이자 아내인 돌로레스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렸고, 마르텔도 밧줄에 목이 걸리는 장면을 마지막까지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괜찮으십니까? 할머님.”

“…저 아이가 시집을 왔을 때는 꽃처럼 아름다웠단다. 빙장 어르신의 두 손을 붙잡으면서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는데…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잘못되어버린 것인지…”

“할머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고개를 들어주세요.”

“미안하구나, 리한. 너에게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손자의 품에 안겨서 토닥토닥 위로를 받은 그녀는 한참 만에 마음을 추스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종탑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진짜 리한.

“지나치게 정이 많은 것도 탈이라니까? 돌로레스가 지금까지 저지른 범죄들을 리스트로 뽑아서 낭송하기만 해도 52부작 대하 드라마를 찍어도 남을 정도로 많은데 시작부터 질질 짜다니. 하여튼 귀찮은 사람이라니까. 그렇지, 돌로레스 숙모님?”

“츄우우웁, 츄르르릅, 츄우우웁, 츄우우웁­ 네에에엣♡ 주인님이 말씀하시는 대로에요.”

그의 질문에 육봉을 빨면서 펠라치오 봉사에 열중하고 있는 금발 머리의 여성이 대답했다.

돌로레스라고 불리고 있지만 그녀의 모습은 예전하고 180도 달라져 있었다.

단순하게 성격 하나만 순종적으로 변한 게 아니라 겉모습 자체가 완벽하게 달라져 버려서, 래리와 데일에게 대놓고 새로운 메이드라고 소개하면서 얼굴을 보여줬는데도 불구하고 눈곱만큼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다.

“저년도 저런 꼴을 당해도 싼 죄들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너에게 비할 바가 아니지. 앞으로 그 음란한 몸뚱이로 나에게 죽을 때까지 봉사하면서 사죄하도록 해라. 알겠느냐? 금발 암캐야.”

“아이이잉♡죽을 때까지 주인님에게 봉사할 수 있다니 오히려 포상이에요♡ 멍멍!”

암캐라고 부르자 곧바로 뒤돌아서서 엉덩이 플러그로 삽입한 자신의 강아지 꼬리를 과시하듯이 흔들어대며 앙탈을 부렸다.

덕분에 잔뜩 화가 난 몽둥이로 건방진 숙모를 혼내줬다.

가짜 돌로레스의 교수형이 끝나고 다음 차례는 래리가 되었다.

“래리 폰 아슈킬. 그대 역시 사회적으로 모범이 되어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아내의 후계자 암살 시도를 방조하고 그것을 묵인해온 사실을 인정하는가?”

“…인정합니다.”

웅성웅성.

우우우우우우우우!!

귀족들에게서는 소란이 일어났고 백성들로부터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마르텔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것은 덤이다.

“그대가 저지른 행위로 말미암아서 라프텔 호수의 참변이 일어났다. 코리 남작의 처자식과 수많은 영민들의 죽음. 그리고 이번 내전으로 죽어간 수많은 장병과 민간인들의 죽음에 그대가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는가?”

“모든 책임을 인정합니다. 또한 피해를 입은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에게 정중하게 사죄드립니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퍽! 퍽퍽! 퍽퍽퍽!!

순순히 허리를 숙이면서 사과했지만 사방에서 날아오는 썩은 계란과 토마토가 래리에게 명중하면서 오물투성이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멈춰…”

마르텔이 벌떡 일어나면서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리한(분신)이 어깨를 붙잡아 말리면서 그만두라는 신호를 보내자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 그녀는 예상했던 대로 세 사람 모두를 솜방망이 처분으로 용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리한이 아니었다.

표면적으로는 섭정 각하의 명령을 따르겠다고 순순히 물러나면서 가주의 대행으로서 휘둘러온 무소불위의 권력을 미련 없이 반납했다.

그 연기가 얼마나 감쪽같았는지 마르텔 대모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자신의 손자가 돌아왔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하지만 리한이 내려놓은 권력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이미 99%의 귀족들이 그에게 충성을 맹세한 상태고 측근들이 권력의 중추를 장악하고 있는 데다가, 제니아의 모든 언론을 꼭두각시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마르텔 대모가 세 사람을 용서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퍼져나갔고 곧바로 사방에서 엄청난 반발이 일어났다.

제니아 방송국에서는 래리 일가가 저지른 만행을 10부작짜리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송했고, 민중들은 벌떼처럼 일어나서 시위에 참여하며 정의 구현을 부르짖었다.

여기에 매일같이 찾아온 귀족들이 마르텔을 설득하며 충언(?)과 직소를 아끼지 않았다.

우스운 사실은 리한이 직접적으로 내린 지신은 아무것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그의 눈치를 살펴서 자발적으로 행동한 결과물이라는 것이었다.

여론의 압박에 궁지에 몰린 마르텔은 구원 투수로 레스터 장군을 불러들였다.

래리를 구하고 싶다는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데다가 래리 이전에 그녀에게 충성을 맹세했기 때문에 주인의 부름에 응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귀족뿐만이 아니라 군대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노장의 복귀는 위협적이다.

게다가 그의 제자들인 칠소룡까지 모조리 복귀했으니 범에 날개를 달아준 셈.

하지만 리한은 이미 거기까지도 예상해서 대책을 마련해두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정확하게 흘러가는 상황에 쾌재를 불렀다.

그의 제자들은(심지어 딸인 모니카까지)이미 리한에게 몸과 마음까지 굴복당해서 죽으라고 명령하면 정말로 죽음을 불사하는 꼭두각시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군부 또한 애쉬라는 절대적인 카리스마의 등장으로 완벽하게 넘어가 버린 상태.

그런 상황에서 레스터가 복귀했다는 소식은 명망이 높은 노장군조차 리한을 인정했다는 제스처밖에 되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백성들 사이에서는 후계자가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랭캐스터 연합의 잔당이 리한을 습격해서 부상을 입는 해프닝이 일어나버리는 바람에, 그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들이 동정 여론에 파묻혀서 신기루처럼 증발해버리고 말았다.

오히려 그 사건으로 래리 일가를 처벌할 정당성만 더해지면서 여론의 압박도 맹렬해졌다.

결국에는 등쌀을 버티지 못한 마르텔이 세 사람을 강하게 처벌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물론, 아직도 망설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지만.

“섭정 각하를 대신하여 피고의 단전을 부수고 아슈킬이라는 성을 몰수하겠다! 피고의 아들인 데일 또한 천인공노할 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가 어리다는 것과 보호자들의 감독 부실을 참작해서 피고와 함께 종신유배형을 선고하겠다. 죄인들은 그곳에서 죽을 때까지 노역에 종사하며 피해자들을 위한 속죄를 이어나갈 것이며 또한 자손을 퍼트릴 수 있는 여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화학적 거세 조치를 받을 것이다!”

“!!!!”

웅성웅성

담담한 표정으로 처분을 받아들이던 래리는 마지막 말에 눈동자를 부릅떠버리고 말았다.

“자, 잠깐!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화학적 거세라니…”

“약을 가지고 와라!”

“기다리시오, 집행관! 아니, 어머님!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데일에게까지 그런 짓을 하는 것은 너무하시지 않습니까! 앞날이 창창한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래리…”

“닥쳐라, 네 이놈! 감히 섭정 각하의 성심을 어지럽히지 말고 처분을 달게 받아라! 죄인들은 자신들의 남근을 잘라내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라!!!”

“어머니이이이임! 욱, 우우우욱, 윽, 으으으으윽!!”

래리와 데일의 입을 강제로 붙잡아 벌린 병사들이 약물을 쏟아 넣고 억지로 집어삼키게 했다.

“미안하다, 애들아, 미안해…”

쉼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흐느끼는 마르텔이지만 군중들은 부자가 괴로워하는 모습에 정의가 실현되었다며 만세를 불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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