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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0화 〉 에필로그(4) (390/429)

〈 390화 〉 에필로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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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는 성화령을 얻은 대신에 세멜레의 지팡이를 넘겨준 셈이다.

리한으로부터 독립해 분리되었지만 마스터 코어와의 연결까지 끊어져 버린 것은 아니라서 명령을 거스르지 못하는 주종관계로 종속당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아티팩트의 능력으로 완벽하게 똑같은 힘을 소유.

지상 최강의 힘을 가지고 있는 영혼의 반신으로 재탄생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애쉬가 자신의 육체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우연이었는지 누군가의 의지가 개입되어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림제일미라고 불리던 17대 여천마 장약란의 모습으로 변해버렸다는 것이다.

“사실은 원래부터 여자가 되고 싶었던 거 아니야?”

“아, 아니라고 하지 않았느냐!!”

표독스럽게 눈을 치켜뜨면서 화를 내는 모습이 영락없이 기가 센 여왕님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장약란은 역대 천마들하고는 조금 다른 의미로 무림에서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했다고 한다.

수많은 명문정파의 남자들이 그녀에게 반해서 마교로 전향해버렸기 때문이다.

조금만 영리하게 내숭을 떨었다면 자신의 아름다움으로 무림을 평정해버렸을지도 불세출의 미녀.

공교롭게도 장약란의 성격과 외모는 원래부터 애쉬를 쏙 빼닮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역대 천마들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어서 멘탈리티가 비슷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외모의 경우에는 시조 다리안이 호문클루스를 창조할 때 자신의 모습을 베이스로 삼았기 때문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것처럼 장약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그도 절세의 미남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애쉬와 리한의 모습도 어딘가 묘하게 닮아있었다.

그녀를 처음 본 이리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배다른 남매가 있었냐고 물어봤을 정도였다.

물론, 새빨간 타인이지만.

“그래서 라프텔 호수의 일은 어떻게 되었지?”

“시킨 대로 급한 불은 껐다. 진법으로 결계를 쳐놨으니까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째서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지는 모르겠지만…”

“신경 쓰이는 소문을 들어서 말아야. 걱정하지 않아도 조만간에 내가 직접 처리할 거야.”

“누, 누가 걱정했다는 거냐?”

살짝 불그스름해진 얼굴로 팔짱을 끼면서 홱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정이 많고 귀여운 녀석이다.

리한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너희들은 이제 그만 공화국으로 돌아가라.”

“!!!!”

이사벨라와 그레이스가 세상이 무너져버린 것처럼 충격받은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럴 수가…저희 아니, 우리들은 이제 필요가 없는 거야?”

“당신 곁에서 떨어져야 한다니…다른 명령이라면 몰라도 그것만은 제발…”

“버리는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라. 장래에 공화국을 도모하기 위해서 너희들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지시를 내리는 거야. 그때까지 열심히 활동하면서 내부의 입지를 쌓아놓도록 해라.”

대놓고 공화국 정부를 배신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거라면…”

“하지만 외로워지면 어떻게 하죠? 당신을 보고 싶어서 참을 수 없어지면…”

“워프 포탈은 열려있으니 휴가를 받으면 놀러 오도록 해라. 어차피 나도 공화국으로 진출할 발판을 마련해야 하니 시간이 나면 종종 방문하도록 하지”

이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알겠어!”

“수도 론데니움의 저택 주소를 알려드릴 테니 꼭 방문해주세요. 누추하지만 미스 주피터의 이름을 걸고 최선을 다해서 대접해드리겠습니다!”

“기대하도록 하지.”

리한은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다섯 명의 슈퍼 히어로들을 워프 포탈까지 배웅했다.

그 또한 더 원으로 다시 태어난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애착이 생겨서 가능하면 보내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당분간은 내부적으로 힘을 키우며 조용하게 지내야 해서 공화국하고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너무 늦은 복귀에 엠프리스가 화를 내는 모습이 선하기는 했지만, 그녀도 은요호 기관과 싸우느라 자신의 코가 석자였으니 슈퍼히어로들을 크게 질책하지는 못할 터였다.

게다가 그들은 마스터 코어의 업그레이드로 지급??까지 강해진 상태.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면서 자연스럽게 입지가 올라갈 테니 이제는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소모품으로 취급하지 못할 터였다.

“이제부터 무엇을 할 거냐?”

슬그머니 다가온 애쉬가 질문했다.

“돌로레스를 처형해야지. 그리고 래리와 데일의 처벌도 결정해야 하고 말이야.”

“그 문제는 마르텔에게 위임하는 것이 아니었느냐?”

현재 아슈킬 가문의 섭정은 그녀다.

성녀의 놀라운 기적(?)으로 코마에서 벗어났으며 이제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비추며 가벼운 정사를 스스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상태다.

“미안하지만 나는 굴러온 돌에게 순순히 권력을 내줄 정도로 착한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야. 손자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착해빠진 할머니 하나 마음대로 조종해서 움직이는 것은 문제도 아니지.”

“이런 악마 같은 놈…”

“나라를 통치하는 게 무슨 자선사업도 아니고 말이야.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우려면 공과 사는 똑바로 구분해야지.”

“이런 정치인 같은 놈…”

“큭! 나한테 그렇게 심한 욕을 하다니…”

분노한 리한은 애쉬를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서 자신의 입장을 똑바로 깨우치도록 교육을 시켜주었다.

“나, 나를 이 정도로 굴복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새빨개진 얼굴로 다리를 후들거리면서도 강한 척을 했지만, 그녀의 자궁 가득히 새하얀 올챙이들이 헤엄쳐 출렁거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누그러지고 표정도 저절로 온화해졌다.

“큭! 어, 언제까지 그렇게 기고만장하게 웃을 수 있을지 두고 보자!”

“두고 보자는 사람치고 무서운 경우는 없지만 말이야. 그래도 기대하고 있어. 우리들의 사랑의 결실♡귀여운 아기가 태어나는 말을 말이야.”

“뭐…???”

애쉬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설마…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거야? 너는 이제 생식기능이 존재하지 않았던 호문쿨루스가 아니야. 평범하게 생리를 하고 배란을 하는 인간 암컷에 불과해. 질내사정을 당하면 아기가 생긴다고.”

“마, 말도 안 돼! 나에게 아기가 생기다니…그건 설마 내가…엄마가 된다는 뜻이냐???”

평범한 일반 상식을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받아들였다.

“후후후후. 걱정하지 않아도 육아는 나에게 맡겨. 이래 봬도 교육에는 일가견이 있으니까 말이야.”

“이런 미친…네놈의 무엇을 믿고 아이를 맡기라는 것이…다, 다가오지 마! 어째서 아랫도리를 불끈 일으켜 세운 것이냐! 이런 괴물 녀석. 그렇게 싸지르고도 모자라서 이렇게…아아앙♡ 그, 그만둬! 삽입하지 맛! 정말로 임신해버리면 어쩌려…크으으으읏?!!”

리한은 애쉬를 다시 한번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서 범했다.

****

두 사람이 그렇게 새로운 천마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무렵.

테르할 제국의 남동부 국경에서는 전쟁이 한창이었다.

투콰아아아아앙!!

“크아아아아악!!”

거대한 할버드를 종잇장처럼 가볍게 휘두르면서 발사하는 충격파로 순식간에 일개 중대를 몰살시켜버리는 거구의 남자.

“하하하하하하! 마왕을 쓰러트린 용사의 나라라는 것도 단순한 허명이구나! 나에게 맞설 기골 있는 무장은 없는 것이냐? 누구든지 나와라, 번스타인 가문의 다니엘레가 상대해주마!!”

크오오오오오오!

사자처럼 용맹하게 전쟁을 누비는 모습을 와이번에 탑승해서 내려다보고 있던 아이크는 기가 막힌다는 것처럼 코웃음을 쳤다.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네. 저 녀석…천공 기사단보다는 육군이 적성에 맞는 거 아니야?”

“어쨌든 눈에 띄게 성장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말이지. 설마 녀석이 3년 만에 A급 무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 이대로 가다가는 장래에 우리들의 자리를 위협할지도 모른다고.”

“농담이지, 제레미? 겨우 저까짓 실력으로???”

“30년 후의 일은 모르는 거잖아?”

“실없는 소리는 거기까지만 해라. 너희들이야말로 3년 전부터 발전이라고는 없구나.”

후방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다급하게 뒤돌아본 두 사람이 허겁지겁 경례했다.

“충성!”

“오셨습니까, 발터 단장님!!”

“전황을 살펴보려고 왔다만…생각보다 훨씬 더 지지부진하군. 이런 속도로 달미나 왕국을 도대체 언제 정복할 생각이냐?”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전황 자체는 우리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녀석들의 동맹이 계속해서 지원군을 보내오는 데다가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끈질기게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술이 생각보다 성가셔서…”

발터가 한심하다는 것처럼 혀를 차면서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그따위 잡졸들에게 일일이 신경을 쓰니까 진도가 제대로 나가지 않는 거다! 녀석들을 무너트리려면 누구를 해치워야 하는지는 알고 있지 않느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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