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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9화 〉 에필로그(3) (389/429)

〈 389화 〉 에필로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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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보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애쉬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했으며 그 저력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대략적으로 가늠해보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최소한으로 낮춰잡아도 천급 이상은 확실.

어쩌면 그것보다도 높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거기에 포함시켜야 할지도 몰랐다.

물론, 종래에도 그런 자들을 가리켜서 부르는 호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인류는 자신들의 이해를 초월하는 우주적인 존재들을 숭배해왔기 때문이다.

‘신…’

카밀라는 그날, 새로운 신이 탄생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봤다.

그것은 애쉬가 아니었다.

마스터 코어의 힘으로 성화령을 흡수한 리한이 세상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우주적인 존재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후계자를 이용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엠프리스. 공화국이 정말로 두려워해야 하는 존재는 테르할 제국이 아니에요. 당신은 그날, 세상에 어떤 괴물이 태어났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그에게…납작 엎드려서 복종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부르르르­

아직도 전율이 올라오는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 카밀라는 주먹을 쥐면서 어깨를 떨었다.

슈퍼 히어로들은 이미 리한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부하가 되었다.

조만간 공화국으로 돌려보내기는 하겠지만 자신들의 주인이 이름을 부르면 언제든지 꼬리를 흔들며 달려가 버릴 것이었다.

스미스를 포함한 다른 요원들은 블러드 디자이어에 걸려서 기억을 조작당했다.

결과적으로 그날의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카밀라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녀도 리한에게 몸과 마음까지 굴복해버린 상태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지만, 그나마 공화국에 대한 애국심이 남아있어서 어떻게든 원만하게 사태를 수습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것이 생각처럼 잘 될지는 두고 봐야 하는 일이었지만…

****

엠프리스는 당장 돌아오라고 성화를 부렸지만 슈퍼 히어로들은 명령을 무시하고 3일 동안 오르드리에 더 머무르면서 배짱을 부렸다.

그들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리한이라는 존재가 자신들을 옭아매고 있는 공화국 정부의 굴레와 속박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치러야 하는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그들의 가족과 친구, 주변의 인간관계를 인질로 잡았고 뒷조사를 통해서 남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약점으로 파악해두고 있는가 하면, 공공기관과 매스컴까지 동원해서 자본을 동결하고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매장해버릴 수 있었다.

거기에 최후의 수단으로 다른 슈퍼 히어로들을 동원해서 무력으로 처치해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서 외국이라도 상관없이 유레시아 대륙 전체에 현상 수배를 걸고 죽을 때까지 추격자들에게 쫓겨 다니게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더 원의 충성스러운 사도로 다시 태어난 그들에게는 인세의 어떤 속박과 굴레도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모든 것은 공동체를 위해서.

그리고 그 공동체를 이끄는 위대하고도 유일무이한 절대적인 지도자(리한)를 위해서라면 가족이나 친구, 사랑하는 연인이나 사회적인 지위를 포기하고 자신의 목숨마저 내던지는 것도 아깝지 않았다.

그야말로 광신적인 충성.

하지만 이런 결과는 사실은 리한으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이상하군…더 원의 특성을 이식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유의지가 완벽하게 소멸해버린 것도 아닐 텐데 말이야. 터무니없는 명령에는 틀림없이 저항할 수 있을 텐데 어째서 모조리 yes맨으로 들어주는 거지? 게다가 나한테 이렇게까지 의존적이라니…’

현재 그는 레이디 나이트 아니, 이사벨라의 부드러운 가슴을 베개로 삼고 미스 주피터 아니, 그레이스에게 발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이미 그녀들하고는 즐거운 왕게임으로 육체관계를 맺어놓은 상태.

그레이스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고분고분하게 시중을 들어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하이아도스에게 순결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이사벨라가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순종하는 모습은 보면 볼수록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인간의 잠재의식에 존재한다는 노예근성이 더 원의 특성과 결합하면서 증폭된 건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어쨌든 일어나버린 일이고 결과적으로는 나쁠 것도 없었다.

“불편한 곳은 없으십니까, 전하.”

“말을 놓으라니까? 그리고 친근하게 리한이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아, 그, 그랬지…미안해, 리한.”

레이디 나이트, 이사벨라가 얼굴을 붉히면서 허둥지둥 사과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말이야. 유두를 빨게 해주지 않는다면 용서하지 않겠어.”

“겨우 그 정도로 용서해주는 거야?”

“물론이지. 우리는 친구잖아. 원래는 하이아도스의 신전에서 코스튬 차림으로 질내사정 10연발을 해버려도 시원하지 않지만 이번에는 특별하게 그 정도로 넘어가 주겠어.”

“나, 나는 딱히 리한에게라면 그렇게 당해도 상관은 없는데.”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물론이지, 소, 송구스럽게도 친구로 삼아주셨…아니, 삼아줬으니까 말이야. 네가 원하면 언제 어느 때라도 망설이지 않고 가랑이를 벌릴게.”

“친구라면 당연한 일이죠.”

정신이 아득해지는 4차원의 멘탈과 거기에 당연하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여버리는 미스 주피터 아니, 그레이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거지만 너희들은 친구라면 누구라도 상관하지 않고 가랑이를 벌리는 거냐?”

“설마요!”

“그, 그,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애초에 나는 너한테 안기기 전까지는 완전히 처녀였다고…소, 솔직히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냥 네가 특별할 뿐이야.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주고 싶고…명령을 받으면 행복해…나를 더 원해줬으면 좋겠어.”

부끄럽다는 것처럼 긴 눈썹을 내리깔면서 자신을 소중하다는 것처럼 꼬옥 끌어안았다.

덕분에 아랫도리는 극?대노.

크오오오오오­

“꺅!”

“어맛♡”

화가 잔뜩 나버린 용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두 사람을 침대로 쓰러트려 버렸다.

어느 틈에 눈앞에 나타나서 세상만사에 불만이 가득한 삐딱한 시선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애쉬만 아니었다면 주저 없이 거사를 치렀을 것이다.

“아주 살판나셨군…”

“너도 할래?”

“닥쳐.”

“더럽게 떽떽거리네. 어젯밤에는 그렇게 귀여웠으면서 말이야.”

“닥치라니까!”

홍당무처럼 새빨개져서 빽하고 소리를 질렀다.

애쉬 또한 두 사람과 똑같이 왕게임에 패배해서 리한에게 안겼다.

모든 것에 YES를 외치는 그녀들하고는 다르게 매일 밤 격렬하게 저항하면서 발버둥을 쳤지만, 애초에 완벽한 주종관계가 성립되어 거스르지 못하는 데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끼는 여자의 쾌락에 서서히 조교당하고 있었다.

애초에 애쉬는 호문클루스로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다.

시조 다리안으로부터 어떤 성별도 부여받지 못해서 신체 굴곡에 남성과 여성의 특징이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는 반질반질한 민둥산으로, 쉽게 말하면 살아있는 인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먹지도 마시지도 잠을 잘 필요도 없이 주변에서 흡수하는 마나를 에너지원으로 살아가던 존재.

리한은 그런 애쉬를 여자로 만들어버렸다.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일어난 해프닝이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녀석…이런 굴욕을 당할 줄 알았으면 차라리 그곳에서 죽어버리는 것이 나았다. 네놈을 나를 능욕하려고 일부러 살려놓은 것이냐?”

“화내는 모습도 귀엽다니까.”

“누, 누가 귀엽다는 것이냐! 역시 죽여버리겠어.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흐뭇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사실 애쉬는 리한과 접촉하는 순간에 죽을 운명이었다.

왜냐면 그가 준비한 비장의 수단이라는 것이 과거에 세멜레의 지팡이와 접촉하면서 일어났던 아티팩트 융합 현상을 노린 것이었기 때문이다.

애쉬에게 호문클루스는 단순한 껍데기에 불과하며 진짜 실체는 마교 최고의 신물인 성화령이다.

때문에 리한의 주먹이 금강투합체를 뚫고 얼굴에 꽂혀 들어가는 승부는 결정나버리고 말았다.

마스터 코어는 곧바로 융합 현상을 일으켜서 성화령을 흡수해버렸고 그는 단숨에 입신의 경지에 도달해서 세계 최강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문제는 이 과정은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거대한 힘의 흐름에 꼼짝없이 몸을 맡겨야 했기 때문에, 성화령에서 애쉬의 자아를 분리해 호문클루스로 되돌려놓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리면서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최후를 받아들이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이 일어났다.

‘세멜레의 지팡이가 건넨 마지막 인사가 설마 그런 뜻이었다니…’

하나의 삶으로 두 번의 인생을 산다.

지팡이에 적혀있는 문구처럼 아티팩트는 애쉬에게 두 번째 인생을 선물해 주었다.

완벽한 주종관계로 이루어져 있는 자신의 반신으로서의 삶을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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