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8화 〉 에필로그(2) (388/429)

〈 388화 〉 에필로그(2)

* * *

원 맨 아미라고 불리는 카테고리 아웃 등급의 실력자들은 평균적으로 정규군 1개 군단(약 5만)에 필적하는 전력을 가지고 있다.

조그마한 도시 국가 정도는 단독 작전으로 멸망시킬 수 있는 괴물들.

하나같이 세계 최강을 노릴 수 있는 실력자들이며 상성에 따라서 물고 물리는 천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서 그들의 서열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애초에 어지간하면 평생 마주칠 일들이 없는 자들이다.

국가나 세계의 명운이 달려 있는 일이 아니라면 그들이 충돌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 터.

그래서 카테고리 아웃에 도달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경지에 오르면 누가 위고 아래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이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실력자는 실력자를 알아보는 법.

자존심 때문에 공개적으로 언급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각 국가의 정보기관과 전문가들은 카테고리 아웃으로 분류되는 사람들 중에서 누가 위고, 아래인지를 구분해서 랭크를 매겨두고 있었다.

천, 지, 인.

당연하지만 가장 약한 사람들이 인급人?으로 분류된다.

플래시 보우와 미스 주피터, 라 호라크티가 모조리 여기에 해당.

지급??으로 분류된 사람들은 일반인들이 세계 최강으로 생각하는 인물이 대다수로, 슈퍼 히어로 2위에 랭크되어 있는 소드 엠퍼러가 지급 최강의 실력자로 유명했고 레이디 나이트와 브라더 기간테스는 이 등급에 턱걸이로 간신히 안착하고 있다.

마지막 천급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야말로 모두가 인정하는 진정한 대륙 최강의 후보로 논할 수 있는 자들이다.

테르할 제국에는 세계 최강의 검사 쥬란 신과 최강의 흑마법사 살라만이 대표적으로 꼽히며, 앵커리지 공화국에는 최강의 슈퍼 히어로 로드 데우스와 모든 정체가 수수께끼에 휩싸여 있는 X라는 인물로 균형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양대 세력을 제외한 다른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자들과 힘을 숨긴 찐…아니, 은거기인들까지 합치면 유레시아 대륙에는 거의 10명의 천급 실력자들이 있을 거라고 추측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 중에 하나가 바로 애쉬였다.

엠프리스가 오랫동안 탐을 냈던 인물.

세계 최대의 첩보조직을 지휘하는 사람답게 상당히 오래전부터 그의 존재를 알고 스카우트를 시도해 왔다.

결과는 실패.

애쉬는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않았고 스카우트하려고 찾아온 T­7 요원들을 단칼에 죽여버리거나, 금제를 걸어서 자신들이 무슨 임무를 받았는지도 모르는 멍청한 상태로 만들어서 되돌려보냈다.

무슨 말도 통하지 않는 고집불통에 완강하기 이를 데가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체의 접촉을 금지하고 포기해버린 상대.

리한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것이 바로 그런 시기의 일이었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애쉬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완을 보여주었던 그였기 때문에 묘한 기대가 생겼다.

게다가 지금까지 애쉬가 충성을 바쳐온 아슈킬 가문의 후계자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으니 앞서 파견한 요원들처럼 문답무용으로 제거당해버릴 가능성도 희박할 터.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도박이었다.

엠프리스는 여기에 슬그머니 숟가락을 얹어보기로 했다.

로드 데우스나 소드 엠퍼러를 지원해달라는 리한의 요구를 무시.

대신에 실력이 다소 뒤떨어지는…조금 심하게 말하면 계륵처럼 없으면 아쉽기는 해도 잃어버린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는 레이디 나이트들을 파견해 주었다.

그들의 역할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애쉬를 압박할 무력.

동시에 그의 진짜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한 전투력 측정기였다.

만약에 정말로 천급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리한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자신들이 스카우트해야만 했다.

엠프리스는 카밀라에게 은밀하게 별도의 지시를 내려서 계약에 끼어들 여지가 있다면 주저없이 끼어들라고 이야기했다.

할 수 있다면 애쉬를 빼앗아버리라고 명령한 것이다.

만약에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그가 공화국에 충성을 바치게 된다면, 제니아의 무장들에게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테니 리한을 다소 억지스럽게나마 꼭두각시로 만들어서 조종하는 것도 가능해질 터였다.

그야말로 일거양득, 모든 것을 날로 먹겠다는 심보.

하지만 엠프리스의 계획은 보기 좋게 실패해버렸다.

스카우트 자체는 원래부터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었다고 해도, 카테고리 아웃의 실력자들을 무려 다섯 명이나 파견했는데도 불구하고 협상 자체가 싱겁게 끝나버리는 바람에 애쉬의 실력이 어느 정조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낭패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좋아요…백번 양보해서 계약에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고 해도…어째서 우리가 파견한 슈퍼 히어로들이 공화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오르드리에 남아있는 겁니까???]

“후계자 전하께서 임무 성공을 치하하는 축하 파티를 열어주겠다고 하셔서…”

[그게 벌써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애초에 그들이 무엇을 했다고 그렇게 성대한 파티를 열어주는 거죠?]

“귀족들이 주최하는 사교계 파티라는 것이 원래 일반 상식에서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까? 마라톤으로 계속되는 파티를 거절하지 못하고 출석하다보니…”

[그래도 적당히라는 게 있는 겁니다! 이만하면 체면치레는 충분하고도 남으니까 냉큼 복귀하라고 하세요! 애초에 그들이 제니아로 갔다는 사실 자체가 특급 비밀입니다. 공화국 최고의 슈퍼 히어로들이 다섯 명이나 종적을 감추고 있으면 가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시끄럽게 떠들어댈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더 늦게 돌아올 바에는 차라리 정부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사망해버렸다고 발표해버리는 것이 싸게 먹힐 지경이라고요!!]

대외적으로는 연예인 같은 인기를 누리는 슈퍼히어로들이지만 하나같이 정부 계약에 묶여서 매일 살인적인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다.

그만큼 특권을 누리기도 하지만 책임과 의무를 동시에 강요받는 자들.

지금처럼 비밀 명령에 투입되는 경우에는 비밀 휴가를 떠난다는 명목으로 몇 날 며칠이고 종적을 감추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도 지나치게 길어지면 순식간에 음모론자들이 떠들어대는 다양한 추측과 이야기로 쓸데없는 사회적인 소요가 발생하기 일수였다.

때문에 그들이 펼치는 작전은 언제나 속도전이다.

이번만 해도 돌로레스를 쫓아낸 리한이 제니아의 봉쇄를 해제해줬기 때문에 워프 포탈을 타고 이역만리를 하루 만에 날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부지런히 돌아왔다면 이틀이면 충분했을 터.

“알겠습니다. 지금 즉시 파티 참가를 중지시키고 공화국으로 데리고 돌아가겠습니다.”

[혹시라도 말을 듣지 않는다면 특단의 조치를 사용해도 상관없습니다. 정부의 명령을 거스르겠다면 거슬러보라고 하세요!!]

“감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경고하는 사람은 그들만이 아닙니다, 카밀라.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네???”

[설마 후계자하고 내통하고 공화국의 대의에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깜짝 놀란 카밀라가 손사래를 치면서 펄쩍 뛰었다.

[물론,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감시역으로 붙여놓은 스미스로부터도 특별히 수상한 동향은 보고 받지 못했으니까 말이죠. 하지만…제 여자의 감이 속삭이더군요. 당신이 후계자에게 특별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그건…”

[협력자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은 상관없어요. 당신에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미인계를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죠. 하지만 어떤 것도 공화국보다 우선될 수는 없습니다. 그 사실을 잊어버리지 마세요!]

“물론입니다, 엠프리스. 공화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

[공화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

삑­

통신이 끊어지고 난 후에 카밀라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공화국을 배신하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그것은 단순한 말뿐인 협박이 아니었다.

T은요호 기관과 쌍벽을 이루는 조직답게 T­7은 배신자들을 용서 없이 지옥으로 보내버릴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요원들만이 아니라 정부와 계약을 맺은 슈퍼 히어로들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자신들의 약점을 잡고 온갖 허드렛일을 시키며 자유를 억압한다는 이유로 원성이 자자했다.

때문에 엠프리스의 협박은 평소였다면 기겁하면서 두려워할 일이었지만 카밀라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왜냐면 리한의 계획대로 그녀를 완벽하게 속이는 데 성공해버렸기 때문이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