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5화 〉 정상결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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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과제는 자신의 변화를 애쉬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일부러 본체인 자신을 미끼로 세워두고 세멜레의 지팡이로 만들어낸 분신에게 몰래 작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기회는 딱 한 번.
실패하면 다음 차례는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애쉬는 레이디 나이트와 브라더 기간테스가 비장의 수단이라고 생각했는지 리한을 조금도 경계하고 있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신경 쓰고 있을 여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슈퍼 히어로들은 선전하고 있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프라가라흐! 게이볼그! 레반테인!”
펑! 퍼퍼퍼퍼펑펑펑!! 펑펑펑!
레이디 나이트는 신의 무기를 연속으로 소환해서 분신들의 발을 묶어놓았다.
마나 소모는 극심하기 이를 데가 없었지만 광범위한 군중제어기로 시간을 끌어주고 있었기 때문에 팀이 압도적인 물량 공세에 패배하지 않고 역공을 취할 수가 있었다.
“쳇, 환영월무!!”
애쉬가 사태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잔상을 만들어내며 모습을 감췄다.
“숨으려고 해도 소용없다. 호루스의 눈동자 앞에서 실체를 드러내라!!”
지이이이이이잉!!!
그러자 곧바로 라 호라크티의 머리 위로 떠오르는 태양신의 눈동자가 허상을 지우고 실체를 포착해서 황금 그물로 사로잡았다.
“겨우 이따위 것으로 나를 구속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쿵!!
기합을 내지르면서 자신을 사로잡은 줄들을 끊어버리는 애쉬.
“당연히 그 정도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겠죠!”
“자신 있으면 이번 공격도 받아보도록 해라!!!”
“사우전드 노바thousand nova & 플라즈마 웨이브plasma wave!!!!”
쿠궁 쿠구구구구구궁!!
플래시 보우가 발사하는 수천 발의 화살에 미스 주퍼티의 뇌전 마법이 덧씌워지며 거대한 드래곤의 형상을 갖췄다.
크오오오오오오오오오!!
너무 커다란 크기에 움직임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터무니없는 속도로 애쉬를 감싸며 단숨에 집어삼키려고 했다.
“천마파신격?????!”
투콰아아아아앙!!
“크으으으으으윽!!”
“이런 괴물 같으니라고…”
그것을 아무런 준비 동작 없이 내지르는 주먹 한 방으로 단숨에 날려버리자 내상을 입어버린 두 사람이 창백한 안색으로 입술에서 피를 흘렸다.
“이번에는 용서하지 못해. 단숨에 죽여주마, 천마구궁팔괘장??九????!!”
“어림없다. 야수왕대난타??王大?!!!”
무수하게 뻗어 나오는 손바닥이 동료들을 노리자 빠르게 신형을 날려서 사이에 끼어든 브라더 기간테스가 지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펑! 퍼퍼퍼퍼퍼퍼펑! 퍼퍼퍼퍼펑!!
“크으으으윽!!”
필사적으로 모든 공격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그의 주먹 뼈가 모조리 으스러지며 튕겨져 나갔다.
“흥! 너희가 무슨 수로 건곤대나이를 무력화시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만큼 공격을 주고받으면 역량을 파악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나를 얕잡아보지 마…큭!!”
“너야말로 우리를 얕잡아보지 마라! 플립 파일 드라이버!!!!”
쾅!!!
단숨에 나가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브라더 기간테스가 중간에 사로잡은 애쉬의 분신 하나를 끌어안고 지면으로 낙하해서 머리부터 거꾸로 바닥에 꽂아버렸다.
마치 유성이 충돌하는 것처럼 만들어지는 거대한 크레이터.
동시에 분신의 고통이 링크되면서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레이디 나이트는 아군을 강화하고 적을 약화하는 신의 기적을 지속적으로 발동하면서 애쉬의 발을 묶고 있었다.
거기에 강신 모드로 들어간 라 호라크티는 서포트에 주력.
처음에 이성을 잃어버리고 날뛰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게 호루스의 눈동자를 운용하면서, 혹시 모를 기습을 사전에 방지하며 견제 공격을 날렸다.
초일류 마법사인 미스 주피터와 초일류 궁수인 플래시 보우는 원거리 화력을 담당.
마지막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변칙적인 근거리 체술을 구사하는 브라더 기간테스는 애쉬의 본체를 정면으로 상대하다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타이밍에 빈틈을 노려서 분신을 소멸시켜버렸다.
“그래…솔직하게 인정하도록 하지. 너희들은 틀림없이 무림의 십대 고수보다도 강하다…녀석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도 이렇게 고전하지는 않았을 거야.”
숫자는 절반에 불과하지만 그들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끌어내는 완벽한 연계 플레이를 통해서 자신들의 역량을 열 배, 스무 배로 끌어 올리고 있었다.
개인으로서의 역량은 뛰어날지 몰라도 애초에 서로에게 협조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는 솔로 플레이를 고수하는 무림 십대 고수들하고는 천지 차이였다.
모르기는 몰라도 두 진영이 충돌한다면 틀림없이 눈앞에 있는 슈퍼 히어로들이 압승을 거둘 터.
하지만…
“그래봤자 나에게는 양쪽 모두가 하룻강아지에 불과할 뿐이다!!!”
투콰아아아아아아아앙!!!!
분노한 애쉬로부터 지금까지 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시무시한 투기가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쿠구구구구구궁!
아공간 전체가 지진이 일어나는 것처럼 떨렸다.
미쳐 날뛰는 투기의 폭풍에 자세를 제어하지 못하고 당장이라도 추락해버릴 것처럼 요란하게 휘청거리는 공화국의 비공정.
우당탕! 쿵쾅!
와장창!!
[시, 실드를 전개해라! 마법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이미 한참 전부터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용하고 있는데도 이런 겁니다!!]
[뭐라고…? 젠장. 도대체 저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모두 죽을 거야! 이런 임무에 지원하는 게 아니었는데…카테고리 아웃을 다섯 명이나 승선시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고! 애초에 상식을 초월한 괴물들이 싸우는 장소에 발을 들이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였다니까!!]
“모두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고정 손잡이를 붙잡으세요! 화이트 자벨린 호는 그렇게 간단하게 추락하지 않습니다! 파도가 지나갈 때까지 자세를 낮추고 머리를 보호하세요!!”
카밀라가 소리를 지르며 당황한 승무원들은 진정시켰지만 그녀도 지금 일어나는 상황에 놀라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번도 아니고 벌써 두 번째야.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했는데도 이렇게 거칠게 흔들리다니…도대체 주인, 후계자님은 우리나라의 영웅들에게 어떤 괴물을 상대하게 하고 있는 거야?’
슈퍼 히어로들이 모조리 사망해버리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엠프리스는 그들 모두를 잃어버린다고 해도 리한을 아군으로 만들 수 있다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안이라고 했지만, 만약에 양쪽 모두를 잃어버리게 된다면 그야말로 대참사.
국가 위상은 추락하고 테르할 제국에게 패배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리한은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장담을 했다.
누구도 죽지 않고 멀쩡하게 돌려보낼 거라는 약속.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전투는 온순하게 마무리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었다.
애초부터 차원이 다른 싸움이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장비를 동원해도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인할 방도는 없었지만, 확실한 사실은 적이 아군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터무니없이 강하다는 것이다.
‘정말로 믿어도 되는 거겠죠? 주인, 후계자님…!’
기도하는 것처럼 자신의 옷자락을 힘껏 움켜잡으면서 부르르 떠는 카밀라.
하지만 그렇게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는 것처럼 다섯 명의 슈퍼 히어로들은 자신들의 최후를 직감하며 하나로 뭉치고 있었다.
하나같이 만신창이가 되어서 너덜너덜해진 상태.
게다가 자신들을 도와주던 정체불명의 힘(마스터코어)의 지원마저도 갑작스럽게 끊어져 버리는 바람에 내력은 바닥나고 상처마저도 회복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애쉬에게 집중되는 터무니없는 힘의 파장을 확인한 슈퍼 히어로들은 완벽하게 전의를 상실해버릴 수밖에 없었다.
시험 삼아서 공격해봐도 고스란히 흡수되어서 사라질 뿐.
오히려 자신들의 힘으로 더 강해지는 것을 확인하고 저항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카테고리 아웃에 도달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저 공격은 어떤 수단으로도 방어가 불가능하며 회피할 수가 없다.
발동하는 순간에 자신들의 죽음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아무래도 이게 우리들의 마지막인 모양이야.”
“한계에 한계까지 쥐어짜 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나 봐요.”
“발끝 정도는 아니지. 그래도 상대방이 진심을 드러내게 했으니까 말이야. 그게 사자의 콧털을 뽑아버린 것이었다는 사실이 옥의 티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는 건가…후후후후. 나쁘지 않군. 이상하게도 정말로 나쁘지 않아. 아니…내 평생 최고의 순간이었다. 솔직히 내가 이런 말을 꺼내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너희들과 함께 싸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낯간지러운 소리를 지껄이기는…”
“낯간지럽지만…저도 동감합니다. 솔직히 여러분에게 전우애를 느끼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런 최후도 나쁘지는 않군요.”
“…”
레이디 나이트의 말에 하나같이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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