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4화 〉 정상결전(8)
* * *
“멈춰!”
아래쪽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애쉬가 다급하게 신월보를 사용했지만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화살 비가 자신의 진로를 가로막는 바람에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슈슈슈슈슈슈슉!
“애로우 레인!”
“호루스의 눈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
“달링을 방해하지 마세요!!”
촤아아아아아아악!!
“쳇!”
적의 공격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다는 사실은 이만저만 성가신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문제는 복귀한 세 사람이 갑작스럽게 손발이 딱딱 들어맞는 연계 플레이로 자신을 공격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갑자기 3배 강해진 적들을 상대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성가신 녀석들부터 먼저 정리해야겠군.’
애쉬는 진로를 돌렸다.
“천마군림보!”
“흥! 이미 한 번 보여준 기술에 또다시 당할 것 같으냐? 아이기스!”
“터치 오브 데스!!”
“스펙트럼 애로우!!!”
퍼펑! 퍼퍼퍼퍼퍼퍼퍼퍼펑!
대기를 터트리는 일진일퇴의 공방전.
서로가 상궤??에서 벗어나 있는 카테고리 아웃답게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화려하게 뽐내면서 격렬하게 공격을 주고받았다.
‘이 녀석들이…?’
순식간에 끝내버릴 생각으로 달려들었던 애쉬는 생각보다 길어지는 전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는 스스로 만들어낸 핸디캡을 감수하고 있는 상태다.
리한이 다치지 않도록 적당하게 힘 조절을 하면서 싸우고 있었고 세 사람은 막아내는 데 급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빈말이라도 백중세라고 표현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피라미들에게 자신이 발목이 붙잡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굴욕이다.
처음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몰라보게 일취월장한 실력.
“지금이다, 미스 주피터!”
“당신이야말로 뒤처지지 마세요, 라 호라크티!!”
게다가 자신에게 한 번 압도적으로 패배해서 쓴맛을 맛본 두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기세등등하게 덤벼오는 모습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전투는 사기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고강한 무공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좌절을 맛본 사람은 쉽사리 일어나기 어려운 법.
하지만 전투에 복귀한 미스 주피터와 라 호라크티는 패배의 기억을 시공 저편으로 날려버린 것처럼 터무니없이 열정적으로 싸움에 임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것이냐? 리한!’
“전투 중에 한눈을 팔다니!”
“죽어라, 스트라이프 플래시!!!”
퍼퍼퍼퍼퍼퍼펑!!
눈부신 폭발의 섬광이 상공을 뒤덮으면서 흩뿌려졌다.
세 사람이 힘을 합쳐서 날린 회심의 일격.
하지만 애쉬는 이번에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멀쩡한 모습으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래도 변한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하고는 다르게 굉장히 불쾌한 표정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일말의 여유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좋아…다시 한번 절망을 맛보고 싶다면 본때를 보여주도록 하지. 무투기. 비월신기!!”
슈슈슈슈슈슈슝!!
“큭!!”
“결국에는 다시 이 패턴인가…!”
미스 주피터와 라 호라크티는 무수하게 늘어나는 애쉬의 분신을 바라보면서 망연자실했다.
본체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열화판인데도 불구하고 하나하나가 자신들을 능가하는 실력을 지닌 수백 명의 존재가 포위망을 좁혀오는 절망감.
하지만 그 순간.
“프라가라흐!!!”
슈우우우우우우웅!!
전처녀의 위상을 회복한 레이디 나이트가 여신의 신검을 전장 속으로 날려보냈다.
다시 한번 애쉬가 만들어낸 모든 분신을 노리며 분열하는 프라가라흐.
“젠장, 벌써 복귀한 거냐?”
욕이 저절로 나오는 상황.
아니나 다를까 레이디 나이트의 공격도 예전보다 훨씬 더 매섭고 날카로워져 있었다.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바닥나버린 내공까지 모조리 회복해서 전투에 복귀했다는 것이다.
“나를 잊어버리면 안 되지!!”
펑!!!
“큭!”
정신없이 공격을 피하는 사이에 기습적으로 나타난 브라더 기간테스에게 얻어맞은 분신 하나가 그대로 소멸해버리고 말았다.
비월신기로 만들어낸 분신의 신체 감각은 본체와 연결되어 있다.
그 충격으로 애쉬는 이번 전투에서 처음으로 진짜 고통을 맛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처구니없이 당해버리고 말았지만 이번에야말로 거인의 힘을 보여주도록 하마!!”
“하이아도스의 빛이 우리를 승리로 이끌어줄 것이다! 지금부터가 진짜 승부다, 애쉬!!!”
“이런 빌어먹을 녀석들이!!”
크아아아아아아앙!!
사자후를 터트린 그는 자신에게 기세등등하게 싸움을 걸어오는 슈퍼 히어로들을 향해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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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렇게 심하게 자극하면 안 되는데 말이야.”
지상에서 강 건너 싸움 구경을 하고 있는 리한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여전히 자신의 실력으로는 아공간의 상공에서 어떤 가공할만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대략적으로 어떤 전개로 흘러가고 있는지는 파악할 수가 있었다.
지금 당장은 슈퍼 히어로들이 우세하다.
실력 자체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지만 애쉬는 지상에 자신이라는 인질이 잡혀(?)있어서 전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물론, 파워를 봉인했다고 해서 스피드와 기교, 테크닉까지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섯 명이 완벽한 연계 플레이로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있어서 빈틈을 노려서 각개격파를 해내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모두 네 덕분이야. 애쉬…’
리한이 이렇게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마스터 코어 때문이다.
사물을 분석해서 완벽하게 재조립할 수 있는 능력.
유전자 구조나 생체 조직의 구성도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에 더 원의 지도자들은 이 힘으로 종족의 진화를 이끌어왔다.
최근에 그런 마스터 코어에 생각하지도 못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바로 건곤대나이라는 절세의 신공을 손에 넣은 것이다.
‘아직 너처럼 삼라만상을 꿰뚫어 보는 수준은 아니지만 말이야. 같은 무공을 수련하고 있으니까 약점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가 있었다는 거지.’
애쉬가 슈퍼 히어로들의 공격력을 가늠하지 못하게 되어버린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세상 만물에 존재하는 기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면 기의 흐름 자체를 이질적인 힘으로 덮어씌워 버리면 된다는 것이다.
바로 마스터 코어의 힘으로.
리한은 그것을 위해서 슈퍼 히어로들을 모조리 엔지니어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블러드 디자이어로 그들을 환상 속에 빠트려서 서로에게 협력하며 열정적으로 전투에 임하도록 세뇌를 했다.
사용하는 기술에 무의식적으로 마스터 코어의 힘을 덧씌우도록 암시를 걸어놓은 것은 덤.
‘원래대로라면 내 힘으로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지. 하지만 고맙게도 차례대로 전투 불능으로 만들어서 기절시켜주는 바람에 손을 쓰는 것이 쉬웠어.’
원 맨 아미라고 불리는 카테고리 아웃의 실력자들은 하나같이 지독한 에고이스트들이기 때문에, 협조성 따위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제멋대로 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재 그들은 DNA구조 자체가 완벽하게 바뀌어서 더 원의 충성스러운 사도로 다시 태어난 상태.
본능적으로 지도자에게 복종하는 것은 물론이고 내면에 공동체 의식이 싹을 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동료들에게 협력하면서 일심동체로 공공의 적에게 맞서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당연하지만 이 변화는 이 전투를 마지막으로 끝나버리는 1회성 조치가 아니다.
미래영겁 영원히 이어지는 종족 특성의 근본적인 변화.
시험을 위해서 일부러 자유의지를 남겨놓은 클레어하고는 경우가 달랐다.
게다가 건곤대나이로 강화된 마스터 코어가 발휘하는 능력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마나의 흐름을 분석할 수 있다는 소리는 그들의 힘과 능력도 해석할 수 있다는 소리다.
하나도 아니고 무려 다섯 명이나 되는 샘플이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리한은 의식을 잃어버린 그들의 신체를 조사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능력을 강화해주는 개선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처음에 뇌진탕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플래시 보우는 자신의 이해를 뛰어넘는 월등한 경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소 어정쩡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지만, 미스 주피터와 라 호라크티에 이르러서는 서로를 비교 분석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안정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완수했다.
레이디 나이트와 브라더 기간테스에 이르러서는 두 사람의 경지를 한 차례 올려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가장 뛰어난 전투력을 선보이면서 애쉬를 몰아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그에게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왜냐면 이제부터 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의 걸작품을 만들어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자기 자신의 강화.
리한은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분신의 손에 손바닥을 올렸다.
파지지지지직
시간은 어느새 새벽 2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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