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83화 〉 정상결전(7) (383/429)

〈 383화 〉 정상결전(7)

* * *

“돌아와라, 프라가라흐! 게이볼그!!”

지잉­ 지잉­ 지이이이잉!

주인의 명령이 떨어지자 손아귀를 빠져나가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지만 요지부동이었다 .

“후후후후. 어림도 없지.”

“도대체 어떻게…”

레이디 나이트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전처녀로 각성한 자신을 어린아이처럼 다루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여신의 힘으로 움직이는 두 무기의 공간 이동능력마저도 봉인해버린 애쉬의 능력이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에 네가 진짜 하이아도스였다면 상당히 위협적인 공격이었을 거야.”

“!!!”

“네 능력으로는 이 무기들의 진정한 성능을 끌어내지 못해. 전처녀의 위상을 제대로 담아내지도 못하는 부족한 그릇이 어떻게 분에 넘치는 힘을 다룰 수가 있겠어? ”

“너 같은 괴물이 신앙에 대해서 무엇을 안다고 지껄이는 것이냐?!”

“하하하하하하! 정말로 걸작이로군. 너도 무장을 자처한다면 우리 마교?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것이 아니냐? 우리가 원래는 무슨 집단이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 그건…”

짝!

다음 순간에 레이디 나이트의 뺨이 양손에 사로잡혔다.

눈과 눈을 마주치는 아이 컨텍트.

“제법 마음에 들었으니까 특별하게 보여주도록 하지. 자아, 두 눈을 크게 뜨고서 신의 실체를 마주하도록 해라. 아름답게 피어나는 백련의 만다라가 보이느냐?”

지이이이이잉­

나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녀의 표정이 최면에 빠지는 것처럼 몽롱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부르르르르르르­

애쉬의 두 눈 속에서 무엇을 목격했는지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소름 끼치는 존재와 마주해버린 것처럼 발버둥을 치면서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머, 멈춰…제, 제발 그만! 시, 싫어…더 이상은 버틸 수 없어. 기에 도대체 뭐야??? 히이이이이익!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레이디 나이트를 해방해라, 이 괴물 녀서어어억!!”

정신을 차린 플래시 포우가 다급하게 시위를 당겼다.

후우우우우우우웅!!

[Faster Than Light]

자신의 히어로 슈츠에 금색 수실로 양각한 슬로건처럼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속도로 날아가는 화살이 기습적으로 목덜미 급소를 노렸다.

하지만 애쉬는 지루하다 못해서 하품이 터져 나올 지경이었다.

‘첫 번째 공격으로 나가떨어졌던 제일 약한 녀석이 되살아났군. 후계자가 회복시킨 건가?’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가볍게 쳐내려고 손을 뻗었다.

쩡­­­­­!!

“?!!”

예상하지 못했던 묵직한 충격.

너무 놀라서 레이디를 놓쳐버린 것은 물론이었고 순간적으로 금강투합체가 부서져 버리는 바람에 팔이 저릿해졌다.

“젠장! 팔 하나는 받아내고 싶었는데…”

아쉽다는 것처럼 손가락을 튕기는 플래시 보우.

애쉬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처럼 고개를 갸우뚱했다.

‘설마 내가 적의 공격을 상쇄하지 못하다니…저 녀석. 자신이 사용하는 무투기의 위력을 숨길 수 있는 특별한 퍼큘리어를 가지고 있는 건가?’

그가 예상하지 못한 타격을 입은 이유는 플래시 보우의 공격이 특별하게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위력 자체만 보면 지금까지 상대한 슈퍼 히어로들의 기술 중에서도 최하급.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쳐내지 못하고 금강투합체까지 뚫려버린 이유는, 애쉬가 쓸데없는 내력 소모를 피하기 위해서 적의 공격을 최소한의 힘으로 상쇄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묘기??다.

같은 무투기라고 해도 숙련도나 시전자의 기초 신체능력, 내력을 얼마나 담아내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위력이 달라지는 것이다.

때문에 적의 공격을 정확하게 상쇄하려면 후발제인???人이 필수.

기본적으로 엄청난 실력 격차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엄두를 낼 수가 없었고 상대방의 역량을 정확하게 가늠할 수가 없고, 어떤 비장의 수단을 숨기고 있을지 모르는 카테고리 아웃 등급의 싸움에서는 금기시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애쉬는 그것을 당연하다는 것처럼 해내고 있었다.

단순하게 상대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묘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

비밀은 건곤대나이에 있었다.

적이 사용하는 무공을 단숨에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절세의 신공.

그것은 삼라만상에 움직이는 기의 흐름을 완벽하게 꿰뚫어 보는 초안력??力이라고 부를만한 것이었다.

덕분에 애쉬는 적의 공격을 사전에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은 미래를 보는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반경 수십KM에 살아서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기감의 그물을 펼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상대방이 무투기나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특정한 준비 동작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체내에서 움직이는 기의 흐름을 포착해서 어떤 공격이 날아올지를 예측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애쉬는 평소에 금강투합체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무한한 마나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쓸데없는 내력 소모를 최소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방심이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유효타를 허용해버리고 말았다.

“놓치지 않겠다, 마이그레토리 애로우(migratory arrow)!!!”

슈슈슈슈슈슈슝!

플래시 보우가 발사하는 수십 개의 화살이 마치 편대를 이뤄서 날아오는 철새들처럼 애쉬를 추격해 왔다.

‘칫…’

“제운종!”

백스텝으로 구름을 타는 것처럼 미끄러지듯이 후퇴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평소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상쇄해버렸을 테지만 적의 능력이 미지수였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더 강한 힘으로 부딪쳐서 박살을 내거나 금강투합체로 막아내면 된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리한이 충격파에 휘말릴 것이 걱정이었다.

물론, 레이디 나이트의 전례가 있듯이 그도 준 S급의 실력자였기 때문에 공격을 완벽하게 상쇄하지 못한다고 해도 어지간하면 맥없이 죽어버리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얄미워도 장래에 아슈킬 가문을 떠받칠 소중한(?)후계자를 가능하면 다치게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라이트닝 스톰!!!”

“카르마 백플로우!!!”

블링크를 사용해서 갑작스럽게 배후에 나타난 미스 주피터와 라 호라크티가 전술 마법으로 공격해 왔다.

‘벌써 회복했다고?’

며칠 동안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할 공격에 얻어맞고도 벌써 회복해서 전투에 복귀한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더 경악스러운 사실은 두 사람의 움직임이 자신의 기감에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당황스러운 사태의 연속.

하지만 애쉬라는 괴물은 그렇게 간단하게 흔들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흡성대법!!!”

슈우우우우욱­

자신을 노리고 들어온 세 방향의 공격 마나를 순식간에 흡수해버리는 마공.

적의 공격을 완벽하게 무효화시키는 것으로 모자라서 소모한 내력까지 순식간에 회복해버렸다.

“젠장! 이것마저도 통하지 않다니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그래도 지금까지하고는 명백하게 다른 반응이었어요.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마세요, 여러분. 사랑을 위해서!!!”

“좋아! 이 몸이 복귀했으니까 원거리 지원은 맡겨만 달라고!”

“컨디션이 좋아 보이시는군요, 플래시 보우.”

“이상하게 자고 났더니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져서 말이야! 지금이라면 누구하고 싸워도 패배할 것 같지가 않아. 설령, 로드 데우스라고 해도 오늘은 나의 적수가 될 수가 없어!!”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가벼워졌다고…?’

애쉬는 이 말을 듣고 뭔가를 눈치챈 것처럼 재빠르게 리한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포착한 존재는 처음하고 다를 바가 없는 자세로 팔짱을 끼고서 차원이 다른 전투를 분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기감의 그물을 더 세밀하게 조정해서 주의 깊게 주변을 살펴봤더니, 미스 주피터나 라 호라크티처럼 움직임을 포착할 수 없는 또 하나의 리한이 레이디 나이트와, 브라더 기간테스를 몰래 치료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그것은 세멜레의 지팡이로 만들낸 또 하나의 후계자였다.

애쉬는 그때 느꼈던 묘한 위화감을 기억해냈다.

‘설마 저 녀석…내가 모르는 또 하나의 아티팩트를 소유하고 있었던 건가???’

리한도 그 시선을 알아차리고 미간을 좁혔다.

‘아무래도 들켜버린 모양이군.’

“살려줘어어어…저런 괴물은 이길 수 없어. 죽고 싶지 않아…이제 그만 포기하게 해줘. 제발, 제발…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애쉬의 정신 공격으로 멘탈이 나가버린 레이디 나이트가 알몸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헛소리를 뱉어냈지만 커다란 가슴을 움켜잡으면서 호되게 질책했다.

“포기하지 말고 일어서라!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겠다. 더 원의 새로운 사도로 태어나서 두 손에 빛나는 승리를 쟁취해라! 우리 종족에게 희망을! 빛나는 내일을 약속할 미래를 가지고 돌아와라!!!”

슈우우우우우우웅!!

마스터 코어의 힘이 두 사람을 감싸며 눈 부신 빛을 뿜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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